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김 기자 이 새끼 어디 갔어? 이제는 출근도 안 해?”
편집장이 극대노한 상태로 비어 있는 김 기자의 자리를 노려봤다.
“특종 같지도 않은 똥을 들고 왔으면 닥치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출근을 안 해? 박 기자, 연락해 봤어?”
편집장의 불똥이 자신에게 향하자 박 기자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해 봤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총무처에도 문의해 봤는데 오늘 연차도 아니랍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평소 예쁜 짓을 하던 직원이라면 그가 실드라도 쳐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운 직원이 이렇게 막 나가니 어이가 없을 노릇이었다.
“후우, 이 새끼 집 주소 알아? 지금 이 새끼 때문에 내가 얼마나 깨지고 있는데…….”
편집장은 이대로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김 기자를 잡아다가 정보원이 누군지 캐고 당장이라도 시말서를, 아니 사직서를 쓰게 만들 생각이었다.
지금 흘러가는 판을 보건대 이번 사건을 특종으로 보도한 동양일보가 똥이란 똥을 다 뒤집어쓰게 생겼다.
처음에는 트래픽이 늘고 선량한 척을 하는 악덕 기업인을 고발하는 이미지였으나 며칠 가지 못했다.
지금 동양일보는 누군가의 돈을 받아 무고한 기업인을 공격하는 그런 기레기들의 집합소 이미지가 되어 가고 있었다.
[역시 동양일보가 그러면 그렇지.] [오늘부터 동양일보 구독 취소합니다.] [뭐 동양일보가 언제 정확한 보도를 한 적 있었나?]같은 댓글들이 넘쳐 났다.
특히 이번 사태 초기에 동양일보를 부러워하던 몇몇 언론사들은 이때다 싶어서 앞장서서 동양일보를 후두려 패고 있었다.
[언론사! 이래도 되는 것인가?] [막장에 도착한 동양일보]사태가 이러하니 당연히 동양일보의 경영진과 고위 간부들 역시 미칠 지경이었다.
평기자 하나가 물고 온 것이 특종인 줄 알았건만 독이었다.
그것도 아주 강해서 한 입만 베어 물어도 죽어 버리는 극독.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명 기사를 냄과 동시에 기도를 하는 게 전부였다.
김서준의 그런 행동이 사실이길 바라는 것.
물론 이건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 SJ에서 배포하는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김 기자가 물고 온 자료가 사실일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나 김 기자 집 가 볼 테니까 나 찾는 전화 오면 다 씹어.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다른 기자들이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사무실에 편집장이 없는 것이 나았다.
* * *
“윤 비서관님, 지금 이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제가 동양일보로 돌아가야 어떻게든 이 일을 수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박용두 의원 사무실에서 김 기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앞에는 윤 비서관이 찡그린 얼굴로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후, 나는 김 기자를 믿는데 박 의원님이 김 기자를 못 믿어. 그러니 내가 어쩌겠어? 그냥 소나기를 좀 피한다고 생각해.”
김 기자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기세였다.
“그렇다고 해도 사람을 이렇게 가두어 두는 것이 말이 됩니까? 차라리 제가 좀 지방에 내려가 있겠습니다. 그러면 되는 거 아닙니까?’
김 기자의 애처로운 말에도 윤 비서관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김 기자, 내가 못 믿는 게 딱 두 개 있어. 뭔지 알아?”
김 기자가 마른 침을 삼킨 뒤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권력. 권력은 늘 거짓말을 하지.”
윤 비서관이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돈. 나는 사람은 믿어. 그러니 김 기자도 믿지. 그런데 내가 못 믿는 것은 돈이야.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돈은 거짓말을 하지.”
그 말에 김 기자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 역시 돈을 받고 이런 기사를 써 준 상태.
이미 돈을 받고 이런 기사를 썼는데 윤 비서관에게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해도 믿지 않겠지.’
지금 당장 마음은 절대 말하지 않고 숨어 있겠다 말할 수 있지만 화장실 갈 때하고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것이 사람이었다.
자신이 윤 비서관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김 기자 그를 보내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승부의 결판이 날 때까지는 말이다.
“후, 알겠습니다. 그럼 전화라도 쓰게 해 주세요. 지금쯤 저를 찾느라 난리가 났을 겁니다.”
“김 기자, 왜 계속 나를 시험해? 내가 만만해 보여?”
계속 되는 김 기자의 요구에 화가 난 윤 비서관이 책상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내려쳤다.
작은 동작이었지만, 김 기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막다른 길인데 지금 윤 비서관의 눈밖에도 나면 큰일 난다.
실직이 문제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하직하는 수가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영화에 나오는 정치인들이 사람 죽이고 묻고 하는 모습이 단순히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자 생활을 오래한 김 기자는 그것이 과장된 면은 있을지언정 없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다.
이미 그를 이곳으로 데려온 건달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지금 그가 살아 있는 것은 박용두 의원이 그를 아껴서나 사람 목숨을 소중히 여겨서가 아니었다.
다만 돈이 아까워서였다.
만약 김 기자가 허튼짓을 한다면 박용두 의원은 더 이상 돈을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후우…….’
윤 비서관이 나가고 김 기자가 의자에 몸을 기댔다.
새하얀 천장이었지만, 지금 김 기자에게는 노랗게만 보였다.
“×됐네.”
지금까지 살면서 ×됐다는 소리는 많이 했지만 늘 추임새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진짜 ×됐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식사 드세요.”
꼬르르륵.
사람은 동물이라고 하였던가? 상황이 이런데도 밥이라는 소리를 듣자 김 기자의 배에서는 꼬르륵 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직원 하나가 쟁반에 도시락과 물을 담아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슬쩍 열린 틈으로 밖을 보니 건달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고 주변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안 되겠군.’
혹시 주변에 사람이 있고 건달들이 없었다면 강행 돌파를 해 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저 건달들을 뚫고 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뚫고 나가려다가 잡히기라도 한다면 그다음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후우.”
탁.
쟁반을 김 기자 앞에 내려놓은 직원이 문 입구로 가서 섰다.
“밥은 좀 혼자 먹으면 안 될까요?”
김 기자의 말에 직원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반쯤 감은 채 앞만 바라볼 뿐이었다.
‘쳇.’
밥도 편히 못 먹는다는 생각에 김 기자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다지 입에 맞는 맛은 아니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꾸역꾸역 잘 들어갔다.
‘어?’
한참 밥을 먹던 김 기자의 눈이 빛났다. 밥공기 바닥에서 천으로 둘러싸인 무언가가 보인 것이다.
잠시 눈을 들어 직원을 본 김 기자가 자연스럽게 숟가락으로 그것을 퍼서 입에 넣었다.
챙그랑.
그리고 숟가락을 떨어뜨리는 척하면서 입에서 천을 빼냈다.
“다 먹었습니다.”
천을 엉덩이 아래 깐 뒤 숟가락을 내려놓자 직원이 쟁반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직원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김 기자가 서둘러 천을 꺼내 펼쳐 보았다.
[살고 싶으면 창문에다가 이 천을 걸어 놓을 것. 그것을 신호로 알겠음.]그 문구를 본 김 기자가 생각에 잠겼다.
‘과연 이 천을 누가 보낸 것일까?’
누가 과연 자신을 구하려는 것인지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사실 생각나는 사람이나 집단은 없었다. 동양일보에서 그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비밀스럽게 나설 일은 없었다.
그저 경찰에 실종 신고나 해 준다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성인 남성이 실종 신고가 되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김 기자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문득 김서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서준에게 김 기자는 필요한 사람이다.
이곳에 잡혀 오기 전 SJ에서 배포한 자료를 보았을 때 모든 것이 논파되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김 기자의 증언이 있으면 박용두 의원을 산 채로 묻어 버릴 수 있는 파급력이 있었다.
‘모르겠다.’
리스크가 있는 행동이었다.
만약 이 쪽지를 준 사람이 정말 김 기자를 구출할 수 있다면 모를까 도중에 실패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니, 그의 인생 장르가 달라질 것이었다.
김 기자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진짜 어디 밤에 야산에 끌려가서 산 채로 묻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게 더 지옥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이 더 위험했다.
조금 전 윤 비서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정말 상황이 급박해지면 김 기자를 지우려고 할지도 몰랐다.
‘에라 모르겠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면 가능성 높은 방향으로 간다.’
마음을 먹은 김 기자가 작은 창문으로 다가갔다.
혹시 김 기자가 뛰어내릴까 걱정했는지 김 기자가 있는 방의 창문은 몸도 내밀 수 없을 만큼 작았다.
하지만 팔을 내밀기는 충분했다.
부욱.
천을 조금 찢은 뒤 창문의 튀어나온 부분에 천을 묶은 김 기자가 의자로 돌아와 털썩 앉았다.
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그를 어떻게 구출해 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하늘에 모든 것을 맡기는 수밖에는 없었다.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평소에는 그렇게 잘 가던 시간인데 지금은 왜 이리 느리게만 흐르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왜애애애애애애애앵.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비상벨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
‘화재 경보?’
화재 경보였다.
그리고 순간 매캐한 냄새가 김 기자의 코를 파고들었다.
김 기자가 급히 소매를 들어 코를 막고는 몸을 낮추었다.
밖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급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불이 나?’
공교로웠다.
아니, 분명했다.
김 기자에게 천을 건넨 자가 불을 지른 것이다.
“나와.”
그때 문이 열리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건달이 김 기자에게 손짓을 했다.
“아…… 안 갑니다.”
“뭐?”
건달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찌푸려졌다. 당장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김 기자가 말을 듣지 않자 짜증이 난 것이다.
“이 새끼가. 좋은 말로 하면 듣질 않네.”
결국 김 기자는 건달에게 뒷덜미를 잡힌 채 끌려갔다.
“놔라!”
김 기자가 발버둥을 쳤지만 우악스러운 건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밖으로 나가자 매캐한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은 귀중품과 중요한 서류를 밖으로 나르고 있었다.
계단으로 가자 건달 두 명이 김 기자의 곁으로 다가왔다.
윤 비서관이 김 기자를 감시하라고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불난 김에 질식사시키면 좋은데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하는 거야?”
건달 중 한 명이 한 말이 김 기자의 귀에 들렸다.
‘역시 죽이려고 했구나.’
그 말을 듣자 등에 소름이 쫙 하고 돋았다. 천에 적힌 대로 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김 기자의 눈에 후드를 쓴 채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이 보였다.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분주하고 당황한 사이에서 오직 그 후드 사내만 차분해 보였다.
“너 이 새끼 뭐야?”
건달도 마침내 그 후드 사내를 발견했는지 욕설을 내뱉으며 김 기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건달 세 명과 후드 사내 한 명.
‘이럴 수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후드 사내가 영화처럼 마치 소설 속 한 단락처럼.
빠르게 부드럽게 움직이며 건달들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움직임이었기에 건달들과 김 기자를 제외한 누구도 이쪽을 바라보지 못했다.
찰나였다.
후드 사내의 왼손이 앞에 선 건달의 턱을 후려친 뒤 움직이려는 다음 건달의 다리 사이 급소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뛰어올라 무릎으로 하나 남은 건달의 머리를 찍어 올렸다.
세 명의 건달이 제압되는 데 5초도 걸리지 않았다.
너무 빨랐기에 아무도 이곳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Follow me.”
“아…… 네.”
뭐에라도 홀린 것처럼.
김 기자가 후드 사내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