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김 기자는 평소에 영화를 즐겨 봤다.
사실에 기반하여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라는 직업과 허구와 상상에 기반한 영화가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으나 김 기자는 영화를 보는 것이 좋았다.
영화 중에서도 첩보물이나 액션물 특히 미션임파서블 같은 영화를 즐겨 봤다.
‘뭐야, 영화야?’
급박한 상황에서도 김 기자는 지금 자신이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불타고 있는 건물.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갑작스레 나타나 건달들을 단숨에 제압한 후드 사내.
그리고 그의 곁에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김 기자 자신.
어느 정도 박용두 의원의 사무실과 거리가 멀어지자 김 기자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북적이지는 않았으나 사람들이 꽤 많았다.
게다가 후드 사내는 그의 옆에서 걷고 있었지만, 김 기자에게 그 어떤 위해나 행동도 하지 않았다.
‘도망칠까?’
지금이라면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후드 사내가 싸움을 잘하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인파 사이로 숨어 버리면 김 기자 그를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위해를 가할 염려 역시 없어 보였다.
‘누구지? 그리고 날 어디로?’
그 불안감이 가장 컸다.
지금 어디로 끌려가는 것인지 알기만 한다면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자신을 구해 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경찰이 굳이 이렇게 할 필요는 없고.’
경찰은 아니다.
경찰에서 굳이 이런 사복을 입고 그를 구해 낼 리는 만무했다.
그러면 누구?
국가기관?
그것도 어림없는 소리.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일이었다.
고민이 한참 이어질 때.
사람들 뒤편에서 건달들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박용두 의원 측에서 김 기자가 사라진 것을 파악했는지 건달들을 푼 것 같았다.
“This way.”
후드 사내 역시 그 소리를 들었는지 김 기자를 건물 안으로 이끌었다.
“아악, 잠시만요.”
후드 사내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고통을 느낀 김 기자가 짧게 비명을 질렀으나 후드 사내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게 쇼핑몰로 들어간 후드 사내는 김 기자를 능숙하게 이끌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차라리 이럴 때는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나을 겁니다. 저놈들이 아무리 막돼먹은 놈들이라고는 해도 경찰 앞에서는…….”
후드 사내는 대답이 없었다.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든 김 기자가 후드 사내의 얼굴을 살폈다.
후드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전형적인 한국인의 얼굴이었다.
헤어스타일이나 옷이 약간 한국적이지는 않았으나 한국인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그런데 왜 영어로 말하지?’
지금까지 후드 사내가 그에게 했던 말들은 다 영어였다.
동양일보에 입사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던 덕에 그 정도 회화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후드 사내를 따라 쇼핑몰을 헤집고 다닐 때.
건달들도 그들을 발견했는지 발걸음이 빨라졌다.
“빨리 도망가야 합니다. 뛰어야 합니다.”
마음이 급해진 것은 김 기자였다. 빠른 걸음이긴 했으나 후드 사내의 움직임에는 그다지 급박함이 없어 보였다.
‘에이, 모르겠다.’
인파들과 몸이 부딪칠 때.
김 기자는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후드 사내에게 몸이 잡혀 있지도 않은 상황.
여기서 도망친 다음 택시를 타고 어디 지방에 내려가서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책같이 느껴졌다.
김 기자가 인파들 사이로 몸을 날렸다.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김 기자에 놀란 시민들이 깜짝 놀라 몸을 멈추었고 몇몇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렸지만 김 기자는 개의치 않았다.
그런 것보다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했다.
“헉, 헉.”
입에서 단내가 올라왔고 폐가 찢어질 듯 아팠다.
에스컬레이터를 달려 내려오느라 발목도 삔 듯 시큰거렸다.
김 기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면 건달이나 후드 사내의 얼굴이 보일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타조들이 천적을 만나면 땅을 파고 고개를 두는지 알 것만 같았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야 마음이 놓이는 것을 어쩌겠는가.
사람들을 헤치고 쇼핑몰 반대쪽 문으로 나온 김 기자가 급히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검은색 택시가 미끄러지듯 김 기자의 앞에 멈춰 섰다.
급히 문을 열고 탄 김 기자가 소리쳤다.
“일단 서울 밖으로 갑시다. 돈은 따따블로 주겠습니다.”
기사는 대답을 하지 않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부르릉 소리와 함께 차가 움직이고 나서야 김 기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넥타이를 풀어 헤친 김 기자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핸드폰을 빼앗긴 상태라 어디에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
돈도 없는 상태.
고향 집으로 내려가서 부모님께 돈을 내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원으로 갑시다.”
긴장이 풀린 김 기자가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기사에게 말했다.
‘어?’
그렇게 밖을 바라보고 있던 김 기자는 시간이 지나자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차가 막혀서 다른 길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지금 이 택시는 너무 이상한 길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방향으로 가면 절대 IC가 나오지 않는다.
국도도 아니었다.
김 기자의 등골에 소름이 쫙 하고 돋았다.
“저기요. 어디로 가는 겁니까? 네? 차 세워요.”
기사는 말이 없었다.
그제야 확실해졌다.
당황한 김 기자가 차 문을 열기 위해 서둘러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이미 앞에서 문을 잠갔는지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장치가 이때는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아…….”
김 기자는 반항을 포기했다. 지금 뒷좌석에서 기사를 공격하는 것도 그다지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고속으로 달리고 있을 때 사고가 난다면 살아남을 확률보다 죽을 확률이 더 높았다.
그럴 용기는 없었다.
“하아, 갈 거면 빨리 갑시다.”
체념했다.
어디로 끌려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박용두 의원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정도 기획력으로 김 기자 자신을 빼낼 사람이라면 죽이는 것은 더 쉬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살 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이익.
차가 멈춘 곳은 서울 외곽의 빈 건물이었다.
뭐 으슥한 공사장이나 그런 곳은 아니었고 평범한 상가 건물이었다.
차에서 내린 택시 기사가 건물을 향해 눈짓을 했다.
들어가라는 소리.
김 기자가 마른침을 꿀꺽 삼킨 채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망갈 생각은 버렸다.
어차피 도망가려 해 봐야 금방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건물 내부는 조용했다.
김 기자는 복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 다다랐을 때.
김 기자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아니, 당신은?”
후드 사내였다.
후드 사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놓친 게 아니라 놓쳐 준 거구나.’
김 기자가 탈출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후드 사내가 보내 준 것이다.
건달들과 박용두 의원의 눈을 속이기 위함이 분명했다.
‘그것도 모르고…….’
소름이 등골을 타고 쭉 돋았다. 김 기자가 택시를 택할 줄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택시를 택할 것을 알았다고 해도 그 타이밍에 어떻게 김 기자를 태울 수 있었을까?
‘진짜 영화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고 나자 이제 무섭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신기하고 놀라웠다.
후드 사내가 반투명한 상가 유리문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들어가라는 의미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김 기자의 눈에 젊은 아가씨 하나가 보였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여성이 의아한 눈으로 김 기자를 바라봤다.
“누구세요?”
“네? 그러는 아가씨는 누구…….”
“제 이름은 양지수인데요…….”
양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이름을 말하고 말았다.
김 기자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양지수와 방 안을 둘러보았다.
방 안에는 뭐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일반적인 샤워 시설이 갖추어진 상가의 모습이었다.
“좀 씻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양지수가 표정을 약간 찡그리며 김 기자를 바라봤다.
김 기자도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갈아입지 못해 꼬질꼬질한 옷.
그리고 뛰느라 땀이 나서 떡 지고 번들거리는 피부.
게다가 냄새는 왜 이리 심한지 쉰내가 가득했다.
“아, 그래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뭐 제 건물도 아닌데요.”
양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교롭게도 샤워실 옆에는 김 기자가 입을 만한 트레이닝복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으로 보건대 지금 이 상황을 준비한 사람은 준비성이 철저할 것이다는 생각이 든 김 기자였다.
‘그래, 모르겠다.’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거.
일단 씻고 보자는 마음으로 김 기자가 샤워를 했다.
다 씻고 나왔을 때.
김 기자의 눈이 퉁방울만 하게 커졌다.
“아…… 아니!”
* * *
“불은 진화되었다고 합니다.”
“하아…….”
박용두 의원은 어이가 없었다.
일이 꼬이고 안 되려니 이제 사무실에 불까지 났다.
조금 더 조사를 해 봐야 자세한 원인이 나오겠지만, 소방관의 말을 따르자면 합선에 의한 화재라고 한다.
애초에 건물이 좀 낡은 건물이기는 했지만 설마 안전 점검까지 받은 건물이 합선을 일으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자료들은?”
박용두 의원의 질문에 비서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컴퓨터나 다른 자료들은 무사합니다. 옆 건물을 급히 세를 얻었으니 유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박용두 의원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윤 비서관 이 새끼는 어딨어?”
그런 박용두 의원은 윤 비서관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윤 비서관은 누구를 좀 잡으러 간다고…….”
벼락이 치는 것 같았다.
그제야 박용두 의원은 윤 비서관과 함께 김 기자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건달들도 마찬가지다.
건달들도 없었다.
“야. 윤 비서관 이 새끼 찾아와. 빨리!”
“아! 네. 알겠습니다.”
다른 비서관들은 무슨 일인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일단 시킨 일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윤 비서관 이 새끼는 어디 갔고…….”
초조한 마음에 박용두 의원은 연신 욕설만 내뱉을 뿐이었다.
* * *
“기…… 김서준 씨 아닙니까?”
김 기자는 그의 눈을 의심했다. 씻고 나왔을 때 방 안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은 김서준이었다.
틀릴 일은 없었다. 애초에 기자라는 직업은 유명인의 얼굴을 많이 보기 때문에 비슷한 사람이라도 잘못 볼 리는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김서준이 맞았다.
‘아, 이거 진짜 망했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망했다.
심사숙고를 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김 기자에게 가장 큰 원한을 가진 사람이 누굴까?
그건 바로 김서준이다.
‘미쳤네.’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김서준이 김 기자 그를 잡기 위해 이런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차라리 CIA나 국정원에서 이랬다면 믿을 수 있었다.
너무나 완벽한 작전이지 않은가?
그랬기에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왔다.
“안녕…… 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김서준입니다.”
김 기자에게 다가온 김서준이 김 기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시 그 손을 바라보던 김 기자가 눈을 질끈 감고는 김서준의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