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김정주입니다.”
김 기자는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했다.
여우를 피하려다가 호랑이의 아가리로 들어온 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용두 의원은 김 기자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
그저 서로 주고받는 비즈니스 관계였고 다만 상황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
그에 비해 김서준은 달랐다.
김 기자가 가만히 있는 김서준의 코털을 뽑은 것과 진배없었다.
그로 인해 김서준과 SJ가 입은 피해는 천문학적일 것.
당연히 김 기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꿀꺽.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선배 기자들에게 듣기로 과거에는 재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기자들을 야산에 묻는다던지 공구리 쳐서 바다에 던졌다는 소리를 하곤 했다.
뭐 지금이 그때처럼 막 나가는 시대는 아니라고 하지만 팔다리 하나 분지르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앉으시죠.”
“아, 네.”
김 기자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그간 쓰신 기사는 잘 읽었습니다.”
“아…….”
김서준의 말에 김 기자는 웃을 수 없었다.
정말 잘 읽어서 잘 읽었다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무릎이라도 꿇을까?’
자존심 같은 것은 없었다. 자존심이 있었으면 돈을 받고 기사를 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마음을 먹자마자 김 기자가 소파에서 일어나 김서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이는 상관없었다.
지금 김 기자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사람 앞에서 나이를 따질 만큼 김 기자가 우둔하지는 않았다.
“일어나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돈에 눈이 멀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습니다.”
김 기자는 머리라도 바닥에 박을 생각이었다.
똥밭에서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자존심을 굽히고 살아남을 수 있다면 무릎이나 머리는 얼마든지 내 줄 수 있었다.
“일어나세요.”
일어나라는 말.
무릎을 꿇지 말라는 말에 김 기자는 공포를 느꼈다.
‘사과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사과를 거절하는 것보다 사과하지 말라는 것이 더 무서운 법.
김 기자는 몸을 바르르 떨며 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일어나세요.”
“용서해 주시면 일어나겠습니다.”
“용서할 것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김정주 기자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김서준의 말에 김 기자가 고개를 들어 김서준을 바라봤다.
“원래 세상은 기브 앤드 테이크가 아니겠습니까?”
꿀꺽
영문을 모르니 무슨 판단을 내려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니 일어나세요. 서로 기브 앤드 테이크를 해 봅시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김서준이 지금 거래를 하고자 한다는 것을.
그리고 거래의 대가는 김정주, 그의 목숨이라는 것을 말이다.
김 기자가 천천히 일어나서 소파에 다시 앉았다.
그러고 보니 김서준의 옆에 앉아 있는 여성의 표정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양지수 씨. 김정주 씨.”
“네.”
“네.”
김서준의 말에 양지수와 김 기자가 동시에 대답했다.
“두 분이 해 주실 일은 간단합니다.”
김서준의 담담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 * *
“이…… 이게 뭐야? 김 기자 이 새끼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김 기자의 집에 도착한 편집장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집 문은 열려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김 기자 집 내부는 태풍이라도 분 것마냥 모든 집기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서랍이란 서랍은 모두 열려 있었다.
“이게 뭐야?”
편집장이 물건을 밟지 않게 조심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김 기자 있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편집장은 소리를 내어 김 기자를 불러 봤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경찰이 이렇게 했을 리는 없을 테고.”
수상한 정보를 물고 왔다 했다. 기자가 정보원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까지 의뭉스러운 정보원은 또 처음이었다.
편집장 역시 기자였다.
그것도 군부독재를 거친 기자.
그랬기에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건 구려도 너무 구렸다.
“김 기자 이 새끼…… 살아만 있어라.”
후배들에게 술자리에서 장난스레 말하긴 했으나 실제로 과거에는 기자들이 의문사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특히 재계나 정계를 건드리는 기자들에게 위협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21세기에 어떤 새끼가…….”
그런 일들은 모두 과거에 일어난 일들이다. 21세기에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
그 말인즉슨 김 기자가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SJ인가? 아니면?”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지만 편집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없었다.
“네. 거기 112죠? 신고할 게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그가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경찰에 신고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 * *
[슈퍼보이스 코리아는 선거 방송 관련으로 인하여 한 주 쉬어 갑니다.]“후. 일단 선거 방송으로 넘겼습니다.”
유훈 감독이 전화를 받은 채 연신 고개를 굽신거렸다.
“네. 그러면 다음 녹화에는 차질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유훈 감독이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천장을 바라봤다.
“뭐라고 하십니까?”
전화가 끝나자 다른 스태프들이 유훈 감독에게 다가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다음 주 녹화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 때마침 각 당의 경선이 겹쳐 있어서 다행이었네.”
유훈 감독이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결방을 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드라마든 소설이든 만화든 정해진 주기대로 방송을 해야 시청자들이 관성과 기대감을 가지고 계속 시청해 준다.
그리고 타오른 이슈 또한 이어갈 수 있다.
지금처럼 결방을 하게 되면 관성도 깨지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이전 같지 않아지는 상황.
하지만 지금은 결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김서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악플과 비방이 가득했던 내용이 지금에 와서는 동정으로 바뀌고 찌라시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대다수이긴 했으나 아직 일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다.
[역시 김서준이 그럴 리 없지.] [와. 그런데 동양일보는 뭘 믿고 이러 찌라시를 일면으로 내보냈지?] [김정주 기자를 데려와라!]포털 뉴스란은 난리가 났다. 동양일보에서 올리는 기사들마다 네티즌들이 몰려가서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
동양일보에서 사과문을 올렸음에도 이러한 분위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장 김서준이 방송에 나오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적어도 이 분위기가 약간은 식고 김서준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졌을 때 나오는 것이 옳았다.
물론 슈퍼보이스 코리아의 주인공은 심사위원이 아닌 도전자다.
그래도 김서준이 차지하고 있는 지분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김서준이 방송에서 보여 준 이미지는 대중들에게 깊게 각인되고 있었다.
방송을 하면서 김서준의 팬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고 참가자들보다 김서준을 더 좋아하고 김서준의 무대를 바라는 시청자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다.
그래서 결방을 건의한 것이다.
“제발 빨리 해결되라. 그래야 나도 좀 살지.”
“그러게나 말입니다.”
유훈 감독은 물론이고 다른 스태프들 역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번 방송이 그들 인생 커리어가 될지 아니면 지우고 싶은 커리어가 될지는 앞으로의 일주일이 결정할 것이었다.
* * *
“방도가 없어? 방도가?”
박용두 의원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도대체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점점 경선 토론 방송과 투표는 다가오는데 언론에서 박용두 의원 때리기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날이 밝을 때마다 새로운 비리가 신문과 뉴스를 장식했다.
박 의원 선거 사무실에는 사실 여부를 묻는 전화가 불이 나게 걸려 와서 모든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길거리 유세를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있는 돈 없는 돈을 긁어모아 유세를 나갔다 치면 사방에서 박용두 의원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길. 당장 영민당에도 요청해. 뉴스 막아 달라고 말이야. 이거 명백한 선거법 위반에다가 부정선거야. 알아?”
박용두 의원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영민당밖에 없었다.
당 대표와 한판하고 나오기는 했지만, 영민당에서 언론사들에게 요청을 하면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조용히 해 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 대표에게 전화 넣어. 제발 투표 때까지만이라도 언론사를 막아 달라고 말이야.”
비서관들의 얼굴이 흙색으로 변했다.
당 대표에게 할 말이 있으면 박용두 의원 자신이 하는 게 맞았다.
비서관에 불과한 그들이 어떻게 영민당 당 대표에게 그런 부탁을 하겠는가?
그냥 자존심 때문에 당 대표와 다시 말을 섞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찌하랴.
남들이 보기에 의원실의 비서관이면 꽤나 괜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지만, 결국에는 그들 역시 월급쟁이에 불과했다.
인맥이 조금 더 많은 월급쟁이.
그랬기에 박용두 의원이 그들을 버리게 된다면 그들의 미래는 뻔했다.
‘후우. 그래 일단 박용두 의원을 살리고 봐야지.’
박용두 의원이 살아야 그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다.
물론 침몰하는 배에 계속 타고 있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지만, 진짜 침몰하는 것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배를 지키는 것이 맞았다.
배에 그들의 모든 것이 실려 있었으니까.
“아. 그리고 윤 비서관 이 나쁜 새끼는 연락 가능해?”
박용두 의원의 질문에 다른 비서관들이 고개를 저었다.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고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이놈이!”
이건 또 이것대로 미스터리였다. 윤 비서관은 박용두 의원이 가장 총애하고 믿고 쓰던 비서관.
그런 비서관이 갑자기 사라졌다.
전화도 받지 않으며 집에도 오지 않았다.
절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박용두 의원은 무언가 아는 모양새이긴 한데 다른 비서관들에게 말해 주지는 않았다.
그런 것을 말해 주지도 않고 윤 비서관을 찾으라고 하니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일단 계속 연락하겠습니다. 그보다 일단 토론회가 시급하니…….”
“크흠.”
영민당의 경선 투표를 앞두고 마지막 토론회.
머리가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일단 이 토론회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했다.
“자료 똑바로 준비하고 시간 되면 가자고. 당 대표한테는 잘 말해 놓는 거 잊지 말고.”
그 말에 비서관들이 미간을 좁히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 *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의원님들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미집이 천천히 움직이고 카메라맨들도 각 의원들 앞에 한 대씩 자리를 잡았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의원들의 표정이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평소 대중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정치인이었기에 이런 상황에 익숙했지만, 이번 토론회에 경선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안 될 리 없었다.
“스탠바이. 큐!”
감독의 싸인이 떨어지자 촬영이 시작됐다.
“전국에 계신 유권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영민당의 경선 토론으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진행 아나운서가 능숙한 멘트로 포문을 열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총칼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 * *
“박 의원님이 잘하셔야 할 텐데.”
“그러게. 지금 여론이 조금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번 토론회만 잘 넘긴다면 박 의원님이 영민당 대선 주자가 될 확률도 낮지 않지.”
생각보다 박용두 의원이 토론회를 잘 이끌어 가고 있었다.
날카로운 질문과 해박한 지식은 박용두 의원이 짬을 똥꼬로 먹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연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비서관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 토론만 보면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비, 비서관님!”
그렇게 미소가 지어지고 있을 때.
사무실 직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