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SJ 본사의 로비에는 기자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었다.
메이저 언론사는 물론이고 인터넷 기사만으로 연명하는 언론사까지.
거의 대한민국에서 언론사라고 영업을 하는 모든 언론사는 다 몰려온 것 같았다.
“와 이렇게 사람을 단박에 모으다니. 역시 SJ야.”
동양일보의 편집장은 혀를 내둘렀다. 본래 편집장인 그가 이 자리에 올 필요는 없었으나 사안의 중요성이 있었기에 기자들을 대동하고 왔다.
기자의 감이었다.
현장에서 뛴 지 오래된 입장이었지만 왠지 오늘은 와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 나온다.”
기자들이 웅성거리고 있을 때. 로비의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몇몇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배포 자료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 기자회견을 소집한 SJ의 사람들임이 분명했다.
찰칵찰칵!
동시에 플래시들이 터지며 셔터음이 울려 퍼졌다.
기자들은 아무 말도 없이 한 장이라도 더 좋은 구도로 찍으려는 듯 서로 몸싸움을 펼쳤다.
“어?”
뒤에서 기자들이 열심히 사진 찍는 모습을 지켜보던 편집장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주 보던 형상이었다.
‘김 기자?’
모자로 가렸지만, 매일 보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김 기자가 맞았다.
편집장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여 김 기자를 멀뚱멀뚱 바라봤다.
집 안까지 뒤져지며 사라졌던 김 기자가 여기는 어떻게 나타난 건지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중앙에 선 사람은 김서준이었다. 약간은 창백한 안색. 카메라에 찍힌다면 동정심을 유발할 만한 메이크업이 분명했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해도 편집장은 알 수 있었다.
‘이게 특종이다.’
비록 단독으로 잡을 특종은 아니었지만, 김서준이 저런 메이크업까지 하면서 준비한 기자회견이면 단독이 아니더라도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김 기자.’
이번 인터뷰가 끝나고 김 기자에게 자초지종을 들으면 된다.
그러면 동양일보의 특종이 된다.
이미 주변에서 질타를 받고 있는 동양일보가 반전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동양일보의 윗선에서는 그가 편집장으로 있는 팀의 존폐를 가지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빛이 보인다.’
이번에 일이 잘만 풀린다면 그의 팀이 해체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대로 된 특종을 물게 된다면 동양일보에 대한 세간의 평을 다시 한번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렇게 제 요청에 모여 주신 기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배포 자료를 드릴 것이니 이것을 참고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SJ의 직원들이 기자들에게 자료를 배부했다.
자료를 받은 기자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서둘러 그것을 읽어 나갔다.
편집장 역시 배부 자료를 읽으면서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래서였네.’
기자들이 대충 자료를 읽었을 때.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사내가 마이크 앞에 섰다.
툭툭.
마이크를 몇 번 건드리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갔다.
기자회견이 시작되는 신호였기에 기자들이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 댔다.
찰칵찰칵찰칵!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하자 마이크 앞에 선 사내가 모자를 벗었다.
“김 기자!”
그 얼굴을 본 동양일보 편집장과 기자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김 기자가 편집장 쪽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먼저 이런 방식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선배님과 후배님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찰칵찰칵찰칵!
김 기자가 고개를 숙이자 다시 한번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선 이유는 요즘 뜨거운 이슈인 SJ의 대표 김서준 씨에 대한 논란과 제가 쓴 기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미 그 이야기는 김 기자가 거짓으로 찌라시를 쓴 것으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
그런데 이렇게 기자회견까지 한다는 것은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먼저 제가 기사, 아니 찌라시의 소스를 어디서 받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기자는 물론 제가 기자라고 불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자는 정보원을 보호해야만 하는 의무를 지닙니다.”
침울한 표정을 지은 김 기자가 계속 말을 이어 갔다.
* * *
“미친! 그걸 말이라고 해? 윤 비서관 어디 있어?”
토론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박용두 의원의 비서관들은 난리가 났다. 이미 SJ 본사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귀에 들어간 상황.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막지 못했다.
아니, 알았다고 하더라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발표되고 있는 내용은 박용두 의원에게 치명적인 내용이었다.
“윤 비서관이 알고 있을 거야. 윤 비서관을 찾아야 해.”
비서관들의 눈이 벌겋게 변했다. 이 모든 것은 윤 비서관이 책임지고 했던 일들.
만약 지금 윤 비서관을 찾지 못한다면 박용두 의원의 분노는 물론이고 여론과 언론 그리고 사법적인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 쏟아져 내릴 것이다.
“먼저 알고 튄 거 같은데?”
“망했다.”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먼저 이 상황을 알아챈 것이 분명했다.
윤 비서관도 도망갔다는 것은 지금 김서준의 기자회견에서 나오는 정보는 모두 사실이라는 말과 같았다.
“의원님에게 말해야겠지?”
“말은…… 해야겠지.”
“그것도 지금 당장.”
지금까지 박용두 의원 밑에서 일하면서 오늘과 같이 끔찍한 일은 없었다.
지이이잉.
벌써 비서관들의 핸드폰은 불이 날 것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영민당 중앙당에서 오는 전화.
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들에게 오는 전화.
사실 확인을 위해 오는 전화일 것이다.
당장은 둘러댈 수 있겠지만, 아마 내일이면 그들의 둘러댐이 모두 거짓이라는 게 드러날 것이다.
“박용두 의원은 끝났어.”
소송으로 갈 수 도 있다.
그러면 적어도 몇 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면 대중의 관심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상대는 대기업.
정계와 재계는 서로 척을 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는 달랐다.
김서준과 SJ는 물론이고 그와 연관이 있는 기업들이 그사이에 망할 것 같지 않았다.
정치인의 임기는 한시적이지만 기업은 망하지 않는 이상 길게 간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는 뻔한 싸움이었다.
비서관들은 어떻게든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을 가졌다.
‘살아야 한다.’
일단 살고 봐야 했다.
“박 의원님. 잠시…….”
토론의 휴식 시간에 박용두 의원에게 비서관들이 급하게 다가갔다.
“왜, 무슨 일이야?”
토론회가 생각보다 잘 풀리고 있었기에 박용두 의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대로 토론이 마무리된다면 영민당의 대선 후보는 박용두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지금 SJ 본사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답니다.”
“그놈들이 왜?”
박용두 의원의 얼굴에 미간이 깊어졌다.
“그게……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그 자리에 김 기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김 기자? 동양일보 김정주?”
“네. 그렇습니다. 혹시 아시는 게 있으신지…….”
박용두 의원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윤…… 윤 비서관은 아직도 연락 없지?”
“그렇습니다.”
박용두 의원은 그제야 윤 비서관이 도망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이제 토론회가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서 잘한다 하더라도 김 기자의 입이 열리는 순간.
박용두 의원은 경선을 통과하기 힘들다.
“후우. 빨리 알아봐, 무슨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겠습니다.”
비서관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도대체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 * *
“저는 박용두 의원의 협박을 받았습니다. 김서준 씨를 음해하는 기사를 쓰지 않으면 제 인생을 망치겠다는 협박을 말입니다. 그래서 기사를 썼습니다. 기자로써 윤리 강령을 지키지 못한 것은 제 죄입니다. 하지만 저도 인간이고 작은 사람일 뿐입니다. 박용두 의원 앞에서 저는 무기력한 개인이었습니다.”
김 기자가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국정일보 심상수 기자입니다. 질문 있습니다. 그러면 김정주 기자께서는 박용두 의원이 주는 자료를 그대로 지면에 쓰셨다고 했는데 그 자료는 어디서 난 겁니까? 그냥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그래도 꽤 디테일한 면이 있던데요?”
모두 궁금했던 질문이었던 터라 기자들은 숨소리도 죽여 가며 김 기자의 입을 바라봤다.
“저도 그 정보가 어디서 났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김 기자가 마이크 앞에서 비켜서자 양지수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렇게 많은 기자들 앞에 서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양지수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제 이름은 양지수입니다.”
찰칵찰칵찰칵!
이번에도 플래시가 수없이 쏟아졌다.
“저는 이 사건이 있기 전 박용두 의원실 비서관인 윤창석 비서관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저는 그를 만나러 나갔습니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했기 때문에 기자들은 셔터 누르는 것도 잊은 채 양지수의 말에 집중했다.
“윤창석 비서관은 저에게 돈을 건네며 김서준 씨의 핸드폰을 훔쳐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서준 씨에게 접근해서 김서준 씨의 핸드폰을 훔쳤습니다.”
찰칵찰칵!
다시 한번 터지는 셔터음.
“그 핸드폰에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가 쓰여진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리고 제 얼굴에 침 뱉기라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배부한 자료에 CCTV 사진 등 제 말을 증명할 자료들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배부된 자료에 있는 사진이 누군가 궁금했던 차였다.
“그런데 그 자료들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SJ에서 배부한 자료로요. 김서준 씨의 핸드폰이 도난당했는데 어떻게 그 안에 있는 자료들이 거짓 자료가 된 겁니까?”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만약 김서준의 핸드폰이 정말 도난당한 것이 맞다면 그 안에 들어 있는 자료들은 거짓이면 말이 안 된다.
일부로 박용두 의원이 거짓 자료를 뿌린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번에는 김서준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것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첨단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인들은 늘 산업 기밀 유출에 민감합니다. 저 역시 평소 보안에 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핸드폰이 도난당하더라도 기밀의 유출 및 회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미 자료들이 담긴 폰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양지수 씨가 가져간 핸드폰이 바로 그 핸드폰이었습니다.”
“오오오.”
기자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더미 자료를 넣어서 다닌다면 누가 핸드폰을 가져갔고 그것으로 편익을 취하려고 했는지 금방 대상을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저는 한 기업의 대표입니다. 사실 이번 일도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민망한 말이지만 여론은 SJ에게 우호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일을 그대로 넘긴다면 다음에 제2의 SJ 그리고 제3의 SJ가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저와 저와 관련된 사람에게 강압적인 협박을 일삼았던 박용두 의원 같은 사람이 또 나오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했습니다. 이상입니다.”
발언을 마친 김서준이 고개를 숙인 뒤 로비로 돌아갔다. 그 뒤를 김 기자와 양지수가 따랐다.
기자들이 서둘러 손을 들며 질문을 던질 때.
SJ의 직원 몇이 나와서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질문입니다!”
“삼중일보의 김주택 기자입니다! 질문있습니다!”
한참 더 시간이 지나도록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