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그놈이 여긴 왜?”
박용두 의원의 눈에서 불이 일었다.
제명 통보를 받은 직후 분노가 끓어오르는 시점이었기에 박용두 의원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들어오라고 해.”
박용두 의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서준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저 빌어먹을 새끼.’
박용두 의원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내 인생을 망친 새끼.’
머릿속에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다시 뵙네요.”
김서준이 싱긋 웃으며 박용두 의원 앞 소파에 앉았다.
박용두 의원은 시뻘게진 얼굴로 김서준을 씹어 먹을 듯 바라봤다.
“난 볼일이 없는데 왜 왔지?”
“혹시 사과하실 마음이 있나 해서 왔습니다.”
사과라는 말에 박용두 의원의 얼굴에 낀 노기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박용두 의원이 짬을 뒷구멍으로 먹은 것은 아니었다.
“자네에게 사과하면 뭐가 달라지나?”
김서준이 다시 싱긋 웃었다. 미소가 너무 싱그러웠기에 박용두 의원은 순간 이 자리가 전투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잊을뻔 했다.
“물론 저에게도 사과하셔야겠지만 박용두 의원님께서 주로 사과하셔야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임우택 씨와 설아연 씨 입니다. 두 분은 박 의원님 덕분에 꿈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고 실제로 제가 아니었으면 꿈을 포기했을 테니까요.”
“뭐?”
쾅!
박용두 의원이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려 쳤다.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찻잔과 물건들이 휘청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다.
“그 두 분에게 사과하신다면 이번 일을 조용히 끝낼 생각도 있습니다. 물론 진심이 담긴 사과여야겠지요.”
박용두 의원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싫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싫었다. 그가 누군가?
3선 의원 박용두다. 용두불패. 불사용두라는 별명이 있는 박용두.
그 어떤 시련이 있더라도 다시 정계로 복귀했던 그 박용두다.
‘내가 고개를 숙여?’
박용두가 내심 고개를 저었다. 정계에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고 싶은대로 해. 나 박용두야 박용두! 이번 일로 뭐? 내가 감옥이라도 갈 것 같아?”
그는 불체포특권을 믿었다. 매번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하는 국회도 결국에는 방탄국회의 모습을 보이고는 했다.
그걸 믿었다.
당장은 여론을 위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것 처럼 말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박용두는 잘 알고 있었다.
이번 대선은 물 건너갔고 이미 제명도 되었지만 다음 총선 때 무소속으로 지역구 당선이 되면 다시 영민당에서는 스리슬쩍 그를 받아 줄 것이라 여겼다.
늘 그래 왔으니까.
“너 이 새끼 사람 잘못 건드린 거야. 어디 장사꾼 새끼가. 나를 건드리고도 대한민국에서 무사히 사업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이고. 그럼 이제 박 의원님은 박 의원님의 일을 알아서 하셔야 할 것 같네요.”
우드득.
박용두 의원이 이를 꽉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김서준의 얼굴에 주먹을 박아 넣고 싶었다.
“당장 사무실에서 나가 주었으면 좋겠군.”
“그렇지 않아도 나갈 생각입니다. 마지막 제안이었는데 그것을 이렇게 발로 차시다니, 솔직히 실망입니다. 조금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실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말을 마친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사무실 입구까지 걸어가서는 다시 뒤를 바라봤다.
“꼭 뉴스를 보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남기고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는 김서준.
“이 새끼가!”
쾅!
김서준이 열고 나간 문에다 대고 박용두 의원이 재떨이를 던졌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연신 고성을 지르는 박용두 의원이었다.
* * *
[오늘 국회는 임시국회를 열고 민생 관련 법안을…….] [오늘 국회에서는 무소속 박용두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의결…….] [체포 동의안이 가결되자 검찰은 신속하게 박용두 의원을 구속하여 수사에 착수하였습니다.] [박용두 의원은 그간 밝혀진 비리와 더불어 이번에 협박, 납치, 감금, 살인미수 등 다양한 혐의로…….]“결국 이렇게 됐습니다.”
적막이 흐르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소영신이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사필귀정이지 않겠습니까?”
“사필귀정이라…….”
사실 사필귀정이 아니라 대표님을 건드려서겠지요라는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소영신은 말을 아꼈다.
“도착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김서준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 * *
“음향 팀 준비 끝났어? 오늘부터는 스트리밍 사이트에 동시 업로드되니까 음향 더 신경 쓰고.”
“알겠습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촬영장은 오랜만에 북적였다.
지난 주 결방 때문에 녹화를 2주 쉬었다.
그랬기에 준비해야 될 것이 많았다.
출연자들에게 대본을 다시 전달해야 했고 일정이 미뤄진 만큼 더 타이트하게 방송 분량을 뽑아야 했다.
결방을 했다고 다른 방송 스케쥴까지 쳐 낼 수는 없었다.
“작가들은 빨리 출연자들 인터뷰 따고. 시간 없으니까 빠르게 빠르게.”
“네, 알겠습니다.”
유훈 감독의 모습은 마치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와도 같았다.
촬영장의 중심에서 카메라와 구도를 확인하고 작가들이 들고 온 대본을 다듬었으며 작고 사소한 것 하나 놓치는 것이 없도록 지휘를 했다.
“오늘 녹화는 어떠실 것 같나요? 일주일을 쉬셨는데.”
작가들은 평소라면 인터뷰 장소에서 인터뷰를 했겠지만 오늘은 현장감을 살려야 하기도 했고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에 무대 준비를 하는 촬영자들에게 곧바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조금은 길게 쉬어서 그런지 긴장이 더 되네요.”
임우택은 메이크업을 하던 도중 들이밀어진 카메라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인터뷰는 아무리 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적혀 있는 대본은 있었으나 대부분의 대답을 즉흥적으로 생각해서 해야 되는 것이었기에 긴장이 하지 않으려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말실수라도 한다면 단번에 인터넷이 불타오르거나 크루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번 무대는 어떤 것을 중점으로 두셨는지요?”
임우택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결방 기간 동안 임우택은 연습을 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보여 주기 위한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네? 보여 주기 위한 음악요?”
일반적인 대답과는 좀 달랐다. 일반적인 대답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이런 대답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여 주기 위한 음악을 하겠다는 말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음악을 하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들렸다.
“아!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임우택이 말 끝을 흐렸다. 약간은 쑥쓰러운 표정을 짓는 임우택.
“저를 믿어 주신 김서준 크루장님에게 제 음악이 무엇인가를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보여 주고 싶다는 말은 그 뜻이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그대로 보여 주고 싶습니다.”
임우택의 음성에는 힘이 있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러면 이번 무대에 관힌 힌트를 조금이라도 주신다면요?”
작가의 눈이 빛났다. 다른 크루 역시 꽤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김서준의 크루만큼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중에서도 김서준과의 완벽한 듀오를 보여 준 임우택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우승 후보로 꼽힐 만큼 관심을 받았다.
“열광입니다.”
“열광이라…….”
확신에 찬 얼굴로 임우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2의 무대는 뜨거웠다.
결방 기간이 있었던 만큼 참가자들은 더욱더 연습에 매진한 상태였다. 게다가 크루장들이 붙어 집중적으로 연습을 시켰으니 이전과는 실력 자체가 달라졌다.
“김서준 크루원들은 다 떨어지지 않을까?”
모든 참가자들의 생각이었다. 그들은 크루장들의 도움으로 빡센 연습을 거쳤지만 김서준 크루는 그러지 못했을 것이 뻔했다.
처음에는 김서준에게 공격적이던 여론도 이미 뒤집혔고 김서준을 공격한 것이 국회의원 중 하나인 박용두 의원이었으며 이 모든 게 거짓말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는 했다.
하지만 시간을 쓴 것은 쓴 것이다.
김서준이 크루원들을 돌볼 시간이 없었음은 분명했다.
“자, 이제 마지막 공연입니다. 김서준 심사위원 크루 임우택 씨의 공연입니다.”
소개가 끝나고 무대의 조명이 꺼졌다.
사방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가끔 기대감에 찬 방청객의 목소리가 ASMR처럼 들려왔다.
임우택이 천천히 발걸음을 무대로 옮겼다.
꽤 많이 밟아 본 무대였기에 이제는 떨리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여전히 심장은 두방망이질 쳤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무대로 오르는 임우택은 계속 되뇌였다.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되뇌이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안정이 되었다.
무대의 중앙에 도착하자 핀 포인트 조명이 임우택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밖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이제 외투를 꼭 입어야 하는 날씨가 됐지만 무대는 조명 때문인지 아니면 참가자들의 열기 때문인지 상당히 더웠다.
임우택이 셔츠의 소매를 반쯤 접으며 걷었다.
그리고 기대앉는 의자에 몸을 살짝 걸친 채 기타를 풀었다.
“오. 스승과 제자는 닮는 법인가?”
무대 아래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성환이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임우택의 자세는 김서준의 그것과 아주 유사했다.
꼭 김서준을 처음 보았을 때.
그 결혼식장의 그때가 떠오르는 자세였다.
“실력도 과연 그런지는 봐야 알겠지만.”
이성환은 아직도 그때를 잊지 못했다.
단순히 축가를 부르러 간 곳에서 한 천재를 보았다.
그리고 그 천재는 이성환 그가 예측했던 것보다 더욱 크게 성장했고 이제 그를 닮은 사람도 배출해 내고 있었다.
“놀랍네.”
이성환이 쓴웃음을 지었을 때.
임우택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현을 뜯자 맑고 깨끗한 음색이 마이크를 타고 흘러 들어갔다.
이전보다 훨씬 깔끔해진 음색. 단 몇 번의 뜯음이었지만 임우택이 얼마나 기타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깔끔한 전주가 끝나고 나서 노래의 첫 소절이 시작되었다.
예전에는 첫 소절에서 음정을 미세하게 틀리는 임우택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잔실수도 없었다.
정확한 음정과 정확한 박자.
이건 단순히 재능이 아니라 피나는 연습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서정적인 느낌의 소절이 끝나고 이내 클라이맥스에서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하자 방청객들이 주먹을 꾹 쥐었고 손바닥에서는 땀이 조금씩 축축하게 차올랐다.
자신들도 모르게 임우택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와, 우택 씨 잘하네요.”
“그러게요. 모습이 안 보이길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요.”
무대의 뒤편에서 스크린으로 임우택의 모습을 보며 설아연과 신소예가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보면 같은 크루지만 결국에는 경쟁자들.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경쟁심도 보이지 않았다.
임우택의 실력에 순수하게 놀라고 있었다.
“잘하네요.”
그녀들이 스크린을 보고 있을 때.
그녀들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깜짝 놀란 설아연과 신소예가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입니다.”
그곳에는 김서준이 서 있었다.
김서준을 본 설아연과 신소예가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괜히 모두에게 민폐를 끼쳤네요.”
“아니에요. 전혀 아니에요.”
설아연과 신소예가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그렇게 말해 주시니 고맙네요.”
김서준이 활짝 웃자 설아연과 신소예는 마음이 편해졌다.
뉴스에서는 김서준이 피해자로 나오고 동정을 받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저 미소를 보자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김서준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