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이번에 닥쳐올 금융 위기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급급했던 금융회사의 욕심과 현재 금융 상황에 맞지 않은 규제 완화 및 자율화 그리고 금융 감독 기관의 부적절한 감독이 합쳐진 결과물이 될 것 입니다.”
김서준의 말이 끝나자 SJ 직원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특히 이소연의 이마에 큰 고랑이 파였다.
“일전에 소 실장님에게 듣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의 의견은 대략적인 추측이 아닐까요?”
이소연의 의견은 일당 합리적이었다. 미국의 거대 투자사들은 물론이고 아시아의 거대 은행들도 서브프라임 관련 물건이 나오는 즉시 사 모으고 있었다.
대형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리스크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리스크를 선호하지 않는 대형 은행들과 투자사들이 아직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것을 보면 김서준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지금 대형 은행들과 투자사들은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신용평가사의 등급은 신용평가사의 직무유기로 인해 유명무실해져 있습니다.”
“그것도 추측 아닐까요? 그래도 그게 가장 믿을 만한 지표인 것을요.”
그 말에 김서준이 씩 웃었다.
사실 지금 이 상황을 일반적인 경제론을 공부해 온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이후에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그들의 이익만을 먼저 생각해서 등급을 엉터리로 측정한 것이 밝혀진다.
모기지 시장 즉 CDO 시장에서 신용평가사가 차지하는 위치는 갑에 가까웠다. CDO 매매가 이루어지려면 신용평가사에서 등급을 부여해야 가능했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 경쟁력 있게 판매가 가능했다.
게다가 신용평가사는 이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되어 있으므로 신용평가사들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에는 무리였다.
게다가 워낙 거래가 많다 보니 신평사에서 모든 포트폴리오를 열어 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대출이 부실화되었을 때 손실을 공유하지 않았으며 명확하지 않은 대출 역시 용인하였다.
“이미 미국의 리스크 관리는 실패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자신들만 그 사실을 모를 뿐입니다. 물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도 나오겠지요.”
기호지세라는 말이 있었다.
몇몇 직원들이 이상함을 느끼더라도 시장은 이미 기호지세였다.
그들이 거대 투자회사나 은행의 방침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이미 그들은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어느 한 곳이 무너지더라도 워낙 거대한 공동체이기에 누군가가 책임져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은행들과 투자사들은 그 누구를 연방준비위원회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연준이 버티고 있는 한 일부, 아니 과반이 부실화되더라도 연준에서 그 책임을 져 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은 거대화 되어 있었고 이것이 무너진다면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터져 나갈 것이 분명한 상황이니까.
그랬기에 증권사들은 그것을 믿고 죽은 사람 명의로 나온 대출도 팔아재끼는 등 윤리 의식이 부재된 업무를 하기도 했다.
“대표님 말대로라면 이거 정말 큰일인데요.”
직원들의 얼굴에는 고뇌가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이것으로 돈을 번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정말 김서준의 말대로 이루어진다면 세계는 경제 대공황을 맞이할 것이다.
세계 금융은 얽히고 얽혀 있어서 한 곳이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돈은 벌 수 있어도 SJ처럼 사업 분야가 전 분야에 걸쳐 있는 기업의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뭐 그래도 자사가 받을 피해는 적을 것 같습니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 현금 보유량이 충분하며 유동성 역시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셰일 오일과 안드로이드 쌍두마차의 힘이었다.
공황이 오더라도 기름과 모바일은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접해 있는 사업이었기에 망할 일이 없었다.
현금이 쏟아져 나오는 캐시 카우였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원유 소비량이 줄어들어 원유값이 내려가겠지만 상관없었다.
원유는 언제나 팔린다.
또 경제가 어려워서 사람들이 핸드폰을 좀 느리게 바꿀 수는 있지만 바꾼다.
게다가 기업들은 스마트폰 출하를 멈출 수 없다. 스마트폰 출하만 이어진다면 안드로이드사 역시 꾸준히 수입을 낼 것이었다.
“다른 기업들에게 경고를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경고는 없습니다. 경고를 해도 어차피 듣지 않을 것이고 그들이 그 경고를 인지한다하더라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겁니다.”
바뀌는 것은 없다.
미국에 있는 투자사들이 SJ의 의견을 듣고 급히 체질 개선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국내 기업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대표님이…….”
이소연은 그제야 김서준이 요 근래에 추진했던 사업들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섭네요.”
무서웠다.
다른 기업들이 모두 줄도산으로 쓰러져 갈 때.
오직 SJ만이 그들의 돈을 빨아먹으며 생존해서 승승장구한다면…….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데 SJ는 역대 최고를 달린다면.
쏟아질 비난이 엄청날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SJ를 빛이라 부르며 김서준의 능력을 찬양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서준을 비난할 것이다.
사람이라는 것이 그랬다.
내가 잘될 때는 아무 말하지 않지만 나는 안 되고 남이 잘될 때는 입이 열리는 것이 사람이었다.
상대가 아무런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일반적인 민심이라는 것이 그랬다.
“그래서 대민 사업을 지시한 거군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사람들은 SJ를 욕할 것이지만 또 많은 사람들에게 SJ가 빛으로 다가간다면 그 욕을 어느 정도 중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당장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당장 자신의 주머니가 채워지면 그것으로 족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내가 그리고 내 가족이 배를 곯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
등록금이 없는 학생이 눈물을 훔치지 않아도 되는 것.
약값이 부담되어 눈물짓는 부모가 없는 것.
SJ의 후원 재단은 애초부터 수익이나 금액의 한계를 정해 놓지 않았다.
꽤 많은.
아니 엄청 많은.
기존에 있던 사회 공헌 단체들의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 투자되고 있었다.
수익과 유지 운영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보니 재단은 만들어짐과 동시에 후원자 선별에 들어갔고 일부는 벌써 후원을 시작하였다.
아직 언론사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지 않았기에 시끌벅적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시작할 언론 플레이를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당분간 SJ를 찬양하는 목소리가 줄어들 염려는 없었다.
이미지 메이킹이었다.
나쁜 이미지를 좋은 이미지로 바꾸는 데는 금력과 인력 소모가 크다.
하지만 미리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놓는다면 나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그랬기에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건 그렇다고 할게요. 국내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히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할 거 같으니까요. 그러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이소연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국내에서는 지금처럼 자선 재단을 폭넓게 운영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해외에서는 지금처럼 재단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하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 하는 것처럼 광범위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
“물론 해외에서도 유니세프 등 다양한 구호단체에게 후원을 할 겁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직접 재단을 만들어 운영할 생각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인구는 많지만 김서준은 하나다. SJ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더라도 세상의 빈곤을 구제할 수는 없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투자라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김서준에게 향했다.
이미 SJ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서준이 투자라는 말을 꺼냈다는 것은 다른 투자를 의미한다는 것쯤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무슨 투자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이소연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이소연 실장님은 또 일이 늘어날까 걱정하는 표정이시네요.”
반쯤 장난으로 말한 김서준이었지만 이소연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예. 맞습니다, 대표님. 지금 SJ가 분사를 통해 업무를 분산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본사의 업무 부담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작심을 한 이소연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었다.
“지금 저는 물론이고 소 실장님 그리고 여기 간부들은 퇴근을 제때 해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지금도 벅찬데 일을 더 늘린다면 정말 쓰러지는 직원들이 생겨날 겁니다. 그리고 인원이라는 것이 무작정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거구요.”
이소연의 말에 다른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체제로는 힘들었다. 신입을 지속해서 뽑고는 있었으나 애초에 SJ의 업무 분야가 너무 광범위했기에 그들을 실제로 써먹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뭔가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그렇군요.”
“네, 그렇습니다.”
김서준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인사이동도 같이 발표할 생각이었습니다.”
인사라는 말에 이소연을 비롯해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직장인들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첫 번째는 연봉 협상을 할 때.
두 번째는 인사이동 공고가 날 때.
보통 인사이동이 연봉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본다면 지금 김서준이 하는 말에 직원들이 얼마나 긴장을 할지 알 수 있었다.
“수원에 짓고 있는 본사 공사 아시지요?”
이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사 건설 건은 그녀가 담당한 업무가 아니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으나 재단이 입주해 있는 상태라 대충은 알고 있었다.
“다음 달이면 모두 입주가 가능합니다.”
“오오오!”
직원들이 작게 탄성을 터뜨렸다.
그들도 본사 공사에 얼마나 많은 금액이 투자되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 돈이 투자된 공사라면 본사의 클래스는 어지간한 대기업을 넘어서고도 남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대폭적인 인사이동을 할까 합니다. 먼저 소영신 실장은 지금부터 국내가 아니라 해외 업무에 매진하실 겁니다. 소 실장님에게는 이미 주문을 해 두었지만 실리콘밸리에 미국 지사가 설립될 겁니다. 미국 지사는 IT 업무와 셰일 오일 관련 업무를 총괄할 겁니다.”
소영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제하려고 했지만 소영신은 얼굴에서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좋아요? 이제 국내에 없으니까 좋겠네.”
이소연의 얼굴이 약간은 뾰루퉁하게 변했지만 소영신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이소연 실장님은 국내 관련 업무를 총괄하실 겁니다. SJ 본사는 이소연 실장님의 주도 아래 SJ홀딩스로 재편할 것이며 SJ홀딩스에서 SJ와 관련 계열사 및 투자사의 모든 지분을 관리할 겁니다.”
이소연의 눈이 새차게 떨렸다.
인사이동에서 한 자리를 할 것임을 알았지만 이렇게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각 업무 분야는 계열사로 분리를 할 겁니다. 지금 해당 업무의 실무자들은 각 계열사의…….”
인사이동을 발표하는 김서준을 보며 직원들의 눈은 열광으로 타올랐다.
드디어 하늘로 날아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