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낙엽 지는 가을이 지나고 찬바람이 목도리 사이를 파고드는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에 신사옥 오픈이라니, 보통 봄에 하지 않나요?”
몸을 으슬으슬 떨며 직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수원에 지어지는 SJ 신사옥은 겨울이 오기 전 공사를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쉼 없이 지어졌다.
“근데 정말 대단하네요.”
완성된 신사옥의 모습은 추위마저 잊게 해 줄 정도였다.
고층으로 넓게 뻗은 빌딩들은 아니었지만, 각자 개성 있게 생긴 건물들 수십 개가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산책로와 공원은 물론이고 직원들을 위한 각종 편의 시설들이 들어섰다.
유명 프랜차이즈들은 물론이고 피트니스 시설과 사우나등 사옥 캠퍼스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와……. 실리콘밸리의 애플 캠퍼스나 구글 캠퍼스가 이런 느낌일까요?”
직원들은 얼이 빠질 정도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신사옥 건설에 들어갔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출퇴근도…….”
미혼 직원들에게는 신축 아파트 수준의 숙소가 제공되었고 기혼자들도 원한다면 입주할 수 있게 배려가 되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출퇴근 버스를 다량으로 운행할 수 있게 하였다.
“삼신에서도 이런 배려는 안 해 줄 거 같은데요.”
직원들의 눈이 빛났다. 대한민국에서 기업 복지가 가장 잘 이루어진다는 삼신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자연히 가슴이 벅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햐, 이제 자주 못 보겠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존에 SJ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모두 인사이동이 되었다.
기존에 일하던 직원들은 각 계열사의 간부로 이동이 되었다.
애초에 기존의 직원들은 분야 가리지 않고 빡세게 업무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간부로 가더라도 업무에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젊은 나이에 다른 회사에 있는 또래들보다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여기에 입사하길 잘했어. 누구는 뭐 페이퍼 컴퍼니가 될 것이다 뭐다 했는데 내 선택이 옳았네.”
직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사람들을 모으는 소리가 들렸다.
“행사 시작하신답니다. 모두 모여 주세요.”
“가자.”
직원들이 본사로 사용될 건물 앞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앞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새롭게 입주할 SJ의 직원들은 물론이고 수원의 기초 자치단체 사람들은 물론이고 각 정당의 유력 주자들도 모두 참가한 상태였다.
“요즘 같은 시기에 이렇게 SJ에서 투자를 해 주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원 시장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요즘 청년 실업난이다 뭐다 해서 지방 자치단체들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세수 혜택은 물론이고 각종 행정적 편의를 봐주었다.
수원시에서는 SJ가 본사를 수원으로 검토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세수는 물론이고 각종 편의를 봐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그 소식을 듣고 뒤늦게 SJ 유치 전쟁에 끼어들었으나 이미 늦은 상태.
그리고 애초에 SJ가 들어선 부지는 삼신에서 가지고 있던 부지를 매입한 것이었다.
김건환 회장의 입김이 닿았으니 애초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다고 강매한 것도 아니고 염가에 구매한 것이니 SJ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아닙니다. 시장님께서 편의를 봐주신 덕분에 쉽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입에 발린 말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수원 시장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하하하, 젊으신 사장님이 예의도 바르시고 뉘 집 자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집에 인물이 났습니다. 하하하.”
수원시 의원 중 하나가 호탕하게 웃으며 목소리를 높이자 다른 의원들이 눈치를 줬다.
이제 김서준과 김건환 회장이 혈연관계라는 것을 모르는 정치인들은 없는 상황.
칭찬하는 말이었지만, 괜히 김건환 회장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무조건 입을 조심해야 하는 상황.
칭찬도 가려 해야 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당의 대선 주자들이 유세 겸 얼굴을 비치러 방문한 상황이었다.
지역 경제에 이렇게 이바지하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한 싸움.
각 당에서 해 준 것은 별로 없어도 이렇게 얼굴을 비치는 것으로도 홍보가 되었다.
그들이 모두 김서준과 김건환 회장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시 의원이 눈치 없이 나서는 것은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괜히 다른 시당 의원들이 피해를 입을까 하여 입을 연 의원을 말렸다.
“크흠, 가만히 좀 있어요.”
“아, 왜요? 칭찬하는데요?”
“그만하라면 좀 그만해요.”
“크흠, 알겠습니다.”
그래도 눈치는 있었는지 입을 열었던 의원은 금세 입을 다물었다.
“할아버지, 한 말씀 해 주시지요.”
김서준이 김건환 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뿌듯한 눈으로 건물들을 보고 있던 김건환 회장은 김서준의 부탁에 손을 저었다.
“이게 삼신의 일이 아닌데 왜 내가 말을 하겠느냐? 당연히 회사의 대표인 서준이 네가 해야지.”
그 말이 겸양이 아니라는 것은 김건환 회장의 두 눈이 말해 주고 있었다.
그것을 알았기에 김서준이 작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할아버지.”
김서준이 천천히 마이크 앞으로 향했다.
기자들을 비롯해 각 정당 정치인들의 시선이 김서준에게 쏠렸다.
찰칵찰칵!
기자들은 찬바람에도 연신 손가락을 놀려 셔터를 눌렀다.
마이크 앞에 선 김서준이 손가락으로 마이크를 살짝 두들겼다.
퉁퉁.
앰프를 통해 손가락 두들기는 소리가 작게 울려퍼졌다.
“추운 날씨에도 이렇게 모여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마이크 옆으로 걸어 나온 김서준이 사람들을 향해 허리를 깊게 숙였다.
짝짝짝짝!
김서준의 인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김서준이 무슨 말을 할지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각 정당의 대선 주자들은 김서준의 입에서 자신의 정당이 미는 정책에 관한 말이 나오기를 바랐다.
의도야 어찌 되었든 그런 말이 나온다면 언론 플레이로 충분히 써먹을 수 있었다.
물론 김건환 회장이 보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김서준에게 청탁을 넣을 수는 없었지만 혹시 하는 기대감이 그들의 머릿속을 차지했다.
‘우리에게 줄을 서는 것이 좋을 텐데.’
‘제발 우리 정당을 지지…….’
생각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굳이 관심법을 쓰지 않더라도 각 정당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오늘로 SJ는 국내와 세계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탄생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저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자 합니다.”
투자 계획이라는 말에 정치인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제 그들이 밀고 있는 국내 산업에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대선 당선은 그렇게 멀어 보이지도 않았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며 내일 역시 다를 겁니다. 과거와 현재에 머물러서는 결코 앞서갈 수 없습니다.”
김서준이 좌중을 한번 둘러보았다.
기업인들의 경우에는 눈을 빛내고 있었으나 정치인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깊어지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은 공약으로 각종 토목공사와 함께 국내 인프라 투자를 공약으로 걸었다.
김서준이 꺼낸 서두는 그들이 바라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당연히 수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래도 혹시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지역 투자라도 이루어진다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우리사는 최첨단 미래 산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기존의 3차산업이 아닌 제4차산업, 친환경 산업 그리고 인류의 미래가 될 우주 산업까지. 우리 SJ는 거침없이 나아갈 겁니다.”
이번에는 기업인들의 이마에 골이 생겼다.
제4차산업.
해외에서도 이제 개념만 나오고 서적으로 가끔 소개만 될 뿐 아직 널리 소개된 개념이 아니었다.
해외에서도 이럴진대 국내에서 이를 접한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한 사정이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해 자동화는 물론이고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 산업 환경을 의미한다.
용어 자체도 아직은 등장하지도 않았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2015년 세계경제포럼의 창시자 중 하나인 클라우브 슈바브의 기고글에서 처음 등장한다.
그랬기에 기업인들도 지금 김서준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을 그들이 이해할 때쯤이면 SJ는 다른 기업들과 초격차를 벌리며 선두에 서 있을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그런 것이었다. 다른 산업과 다르게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은 선발 주자가 후발 주자에 비해 극히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서준이의 생각은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단상에서 열변을 토하는 김서준을 바라보며 김건환 회장이 속으로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 버린 그때. 그때 김서준의 말을 들으면서도 반신반의했다.
그때도 김서준은 이렇게 알아듣기 힘든 말을 했다.
앞으로 세상은 스마트폰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필수품이 될 것이다.
그것을 말할 때. 그것을 들으면서 김건환 회장은 그래 한번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봐라 하는 마음으로 김서준을 도와주었다.
어쩌면 김서준의 아버지, 그의 아들인 김태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김서준은 결과로 김건환의 도움에 답했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그다지 많지 않은 돈.
아니, 동네에서 가게를 할 것이 아니라면 스타트업을 차리기에도 충분한 돈이 아니었다.
김서준은 그 돈을 굴리고 또 굴렸다.
김서준이 리스크가 큰 중국 주식과 테마주에 투자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김건환 회장은 마음속으로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을 했다.
짧은 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랬기에 일반적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하는 방법이었다.
누구든 알지 못할까? 중국 주식과 테마주가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지만 하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위험하다.
위험해도 너무 위험했다.
운이 좋아 몇 차례 돈은 벌 수 있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본전을 찾지 못하는 것들이 테마주와 중국 주식이었다.
리스크라는 것이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달랐다. 김서준은 투자를 받은 목돈을 가지고 테마주와 중국 주식으로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목돈은 계속 덩치를 불려 꽤 큰 돈이 되었다.
그것부터 시작이었다.
그 이후로도 김서준은 설마 하는 사업에 투자를 했다.
김건환 회장이 듣기에도 꿈만 같이 들리는 사업.
하지만 김서준은 그 사업들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셰일 오일 업계에 투자하고 고유가 시대에 어마어마한 캐시 카우를 두었다.
안드로이드와 오일.
이 두 가지만 하더라도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데 이제 다른 것도 하겠단다.
다른 사람이 지금 이 말을 했다면 김건환 회장은 콧방귀를 뀌며 헛소리하지 말라 하였겠지만.
사람들 앞에서.
그것도 대선 후보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김서준이다.
지금까지 보여 준 것이 있다고 해서 미래도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건환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김서준이라면.
그가 아는 김서준이라면.
정말 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