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6
음악천재 재벌3세 16화
음악천재 재벌3세 16화
“왔느냐.”
“예. 할아버지.”
상경한 김서준은 가장 먼저 성북동 자택으로 향했다.
김건환 회장은 언제나 그렇듯 보이차를 마시며 김서준을 맞이했다.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는 궁금함이 가득했다.
“며칠 전이 2분기 수익이 나오는 날이었지?”
“예. 할아버지.”
김건환의 눈이 김서준을 향했다. 서둘러 말해보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할아버지와 송회장님이 투자해주신 돈을 돌려드려도 될 만큼 수익이 났어요.”
그 말에 김건환 회장이 깜짝 놀랐다. 김건환 회장이 투자한 자금은 적지 않았다.
“백 퍼센트 이상의 수익을 냈단 말이냐?”
주식 시장에서 백 퍼센트 수익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결코 쉬운 일도 아니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중국의 성장률도 연 10퍼센트에 불과했으며 대한민국에서 제일 우량주로 평가받는 삼신 전자의 주식도 그 정도 성장을 보이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혹시 도박이라도 한 것이냐?”
차라리 투자금을 가지고 라스베가스에서 카드 게임을 했다는 것이 더 믿음이 갔다.
확률은 낮을지라도 돈을 뻥튀기할 수는 있었으니까.
“그랬으면 여기 오지도 못했겠지요.”
만약 공금으로 도박을 했다면 김서준은 지금 성북동 자택으로 오지 못했을 것이다.
김건환 회장의 눈은 어디든 있을 것이고 도박을 한순간 그 결말도 쉽게 예상이 갔다.
“그 전략기획실 애들한테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더구나. 네 입으로 말해보거라.”
“이제 그들은 전략기획실 직원이 아닙니다. 명백히 SJ인베스트의 직원인걸요.”
“허어. 이렇게 인재를 날름 빼앗기다니.”
김건환 회장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돌려달라고 해도 안 드릴 거에요.”
“이놈. 돌려달라고 할 생각도 없다. 그럼 그 두 명의 몸값이라고 생각하고 좀 말해보아라. 무슨 일을 한 것이지.”
평생을 투자와 경영을 해온 김건환 회장이기에 더욱 궁금했다.
주식에는 이런 격언이 있었다.
주식으로 1억을 만들려면 2억으로 시작해라.
그만큼 주식 시장은 돈을 잃기 쉬운 곳이다.
한 번은 돈을 벌 수 있어도 2분기 동안 돈을 불리는 것은 결코 운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먼저 중국 주식에 투자했어요.”
중국 주식이 최근에 급등했다는 사실은 김건환 회장도 잘 알고 있었다.
“중국은 적어도 십 년은 고성장을 유지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간은 중국에 투자해도 아쉬울 것이 없을 거예요.”
“지금 삼신 전자에서도 중국 현지에 공장 설비를 늘리고 있다. 알고 있느냐?”
“예. 알고 있어요. 시안과 후이저우에 대규모로 공장단지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잘 알고 있구나. 그렇지 않아도 지금 중국에 더 많은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
김건환의 시선이 김서준을 훑었다.
이건 단순히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시험이다.
이미 김건환은 결정을 내려놓은 상태일 것이 분명했다.
다만 김서준이 자신의 기준에 맞는 대답을 할지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지금은 맞지만, 미래에는 아니에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네 말처럼 중국은 앞으로도 고성장을 유지할 나라다. 그런데 왜 중국에 투자를 늘리면 안 된다고 하는 거지?”
김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중국은 단순히 사업하기 좋은 나라 정도가 아니에요. 13억 시장은 충분히 메리트 있지요.”
김서준이 보이차를 들었다. 쌉쌀한 향기 코를 찔러왔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의 정치와 경제 양쪽에서 다 터져 나올 거에요.”
계속해보라는 표정으로 김건환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90년대 이후 중국은 도광양회를 기치로 경제와 정치를 이끌고 있어요. 하지만 중국이 언제까지 그럴까요? 역사적으로 중국은 늘 중화사상에 입각해서 행동해왔어요. 아마 경제력이 올라오는 시점이면 절대 지금처럼 납작 엎드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 작게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면 중국에 투자했던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에 밀려 자의든 타의든 다른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겠지요.”
“푸하하하.”
김서준의 대답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김건환 회장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김서준은 기억하고 있었다. 전생에서도 김건환 회장은 중국이라는 한 바구니에만 계란을 담지 않았다.
중국에 투자하면서도 베트남과 인도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의 주석이 바뀌고 각종 굴기를 통해 외국 기업의 기술력을 빼앗기고 공장이 밀려날 때도.
삼신 그룹은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럼 어디가 좋겠더냐?”
“베트남과 인도가 좋겠지요. 그 둘은 중국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까요.”
“마음에 드는구나.”
칭찬에 인색한 김건환 회장이었다. 이전에 그가 김서준에게 했던 칭찬이 대견함이었다면 이번에는 대단함이었다.
이미 김서준의 식견과 판단이 김건환 자신과 비슷하게 올라왔다고 느껴졌다.
“국내 주식에는 투자를 않았더냐?”
“했습니다.”
“오? 그래? 어디에? 역시 국내 주식은 우량주 위주로 투자했겠지?”
김건환 회장이 눈을 빛냈다. 하지만 김서준은 그런 김건환 회장의 생각을 벗어났다.
“바이오주에 투자했습니다.”
“바이오주?”
바이오주라는 말에 김건환 회장이 표정을 찡그렸다.
“그리고 다 팔았습니다.”
“단타라···. 그래 얼마나 수익을 냈더냐?”
애초에 테마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김건환이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게다가 단타가 아니던가.
“300퍼센트 조금 넘게 남겼습니다.”
“300?”
하지만 300퍼센트라는 수익률은 그런 김건환 회장마저 깜짝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푸하하하! 과연 내 손자다. 손자야.”
내부거래 같은 부정거래가 아니고서야 이런 수익률을 낸 사람이 있던가?
과연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 김건환 회장의 웃음이 성북동 자택 담장을 넘어갔다.
*
압구정에 위치한 SC엔터의 사옥 앞에는 늘 사람들이 붐볐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 태반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캠코더와 카메라가 들려 있었고 시선은 사옥의 입구와 주차장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 차 들어온다.”
사옥 주차장에 차가 들어올 때면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로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아이돌이 타고 다니는 밴은 아니었지만, 그룹 맴버들이 팬들의 관심을 피해 승용차를 타고 오기도 했기 때문에 그들은 모든 차를 검문(?)했다.
“아! 찍지 마세요!”
“꺅! 오빠!”
승용차에서 동방천기의 맴버 유노민이 내리자 팬들은 연신 비명을 지르며 셔터를 눌러댔다.
매니저가 급히 몸으로 유노민을 가렸지만, 팬들의 손과 카메라를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 좀 그만 하라니까!”
결국, 화가난 매니저가 팬들을 몸으로 밀어내면서 사옥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가고 유노민이 사라지자 팬들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팬들은 다른 맴버가 오길 기다렸다.
그들이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주차장에는 또 다른 차가 들어왔다.
이번에도 팬들은 기대감 어린 눈으로 차에 몰려갔다.
“누구야?”
눈을 빛내고 있던 팬들은 차에서 내린 사람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그들이 기다리던 동방천기의 맴버가 아니었다.
“잘생겼다.”
“새롭게 데뷔하는 가수인가?”
“누구지?”
비록 그들이 기다리던 사람은 아니었으나 팬들의 시선은 일제히 고정되었다.
“비켜주세요.”
비켜달라는 말에도 팬들은 쉽게 비키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손이 꿈틀거리며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비켜요!”
“아! 뭐야?”
팬들을 뚫고 한 소녀가 몸을 집어넣었다. 기타를 매고 있는 소녀는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팬들을 뚫고 지나갔다.
“지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틈으로 차에서 내린 남성도 몸을 집어넣었다.
“아! 누구지? 사진 찍은 사람 있어?”
지나 가버린 남성을 아쉬워하며 팬들이 입맛을 다셨다.
*
“고맙습니다.”
대낮부터 진땀을 뺐다. 설마 연예인도 아닌 김서준 자신을 팬들이 그렇게 가로막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일부러 팬들을 갈라준 소녀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팬들 사이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아니에요! 어차피 저도 들어와야 해서 겸사겸사 한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는 소녀. 김서준은 소녀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혹시 여기 연습생이세요?”
연습생이라는 말에 소녀가 얼굴을 붉히며 멋쩍게 웃었다.
“아니요. 연습생은 아니고 오디션보러 왔어요. 그쪽도 오디션 보러 온 거에요?”
“아니요. 오디션은 아니고 다른 일로 방문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잘 풀리길 바랄게요.”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소녀가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서준은 이내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오셨습니까?”
이수철이었다.
이수철은 웃는 얼굴로 김서준에게 다가왔다.
“언제 방문하시나 목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올라가시지요.”
“예.”
이수철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김서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과연 국내 기획사 중 원탑의 위치에 있는 SC답게 얼굴만 봐도 알만한 가수들의 포스터들이 많이 붙어 있었다.
“하하. 동방천기라고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아이돌입니다.”
김서준이 포스터를 유심히 바라보자 이수철이 설명을 덧붙였다.
‘동방천기.’
대한민국 아이돌계에 한 획을 그은 그룹이었다.
물론 나중에는 여느 그룹들이 그렇듯 정산 문제와 개인사 문제로 해체되고 인기 역시 확 줄어들지만 지금 이 시대에는 최고의 아이돌이었다.
“오늘 오디션이 있습니까?”
“어떻게 아셨습니까? 오늘은 정기 오디션이 있는 날입니다.”
회사가 궤도에 오른 이후로는 굳이 캐스팅에 목을 매지 않아도 많은 인재가 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재들이 앞으로 회사의 앞날을 밝혀줄 것이었기에 이수철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여기 앉으시지요.”
사무실로 돌아온 이수철이 김서준을 바라보았다.
이전 축제에서 구두로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으나 이렇게 사무실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먼저 지난 번 말씀하셨던 지분 인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대표님이 보유하신 지분 중 반을 인수하겠습니다.”
반이라는 말에 이수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당장은 유동자금이 생겨 회사 운영에 숨이 트이겠지만 훗날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반은 조금 무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신 계약서에 이런 조항도 추가하지요. 그 지분은 이수철 대표님의 우호지분으로 활용되는 거로요.”
애초에 지분을 핑계로 경영권에 간섭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2006년 이후 대한민국의 가요계는 케이팝 열풍을 타고 한국을 넘어 일본, 동남아로 뻗어 나간다.
그때가 되면 SC의 지분은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게 되며 수익률은 어떤 테마주에 비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상황이 된다.
지금 사둘 수 있으면 최대한 사두는 게 좋았다.
“우호주라···.”
이수철이 고민에 빠졌다.
계약서에 우호지분으로 활용된다는 제약 사항을 건다면 크게 나쁠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이건 순수한 의미로 좋은 투자다.
혹시 다른 속셈이 있을까 하여 이수철이 김서준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제길 아무것도 모르겠군.’
기획사 대표를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사람을 파악하는데 도가 텄다고 생각했지만 김서준의 속내는 도저히 읽어내지 못했다.
‘더 없을 기회다.’
만약 이 거래만 성사시키면 당분간 회사의 자금에는 숨통이 트일 것이었다.
그럼 동방천기는 물론이고 준비하고 있던 소녀제네레이션의 데뷔도 서두를 수 있었다.
이를 꽉 깨물었던 이수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 지분 중 반절을 넘기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김서준과 이수철이 손을 맞잡았다.
“단! 그때 제가 한 말 기억하시지요?”
축제 때.
거래의 조건으로 이수철이 내걸었던 것.
“슈퍼보이스코리아에 참가해 주시지요. 이 정도 요구는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수철의 음성이 집무실에 조용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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