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왜 그러십니까?”
김서준이 멈춰서 고개를 돌리고 있자 소영신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 아닙니다.”
김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에단 스네이크인가?’
전생에 티비에서 보던 차림과는 상당히 달라서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백인의 얼굴은 훗날 혁명과 도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에단과 흡사했다.
김서준이 돌아보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단은 금발 여성과 함께 입국장을 벗어났다.
“오! 서준! 오랜만이에요.”
김서준이 에단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루빈과 드레이크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랫동안 태양을 보지 못했는지 그들의 피부는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원래 백인인 것도 있었으나 요 1년 너무 일이 바빠서 햇볕을 아예 쬐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드레이크, 루빈.”
김서준이 미소를 띠며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준,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멀쩡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계속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서준이라면 제가 병원에 오는 것보다 안드로이드사에서 일을 하는 것을 더 바랄 것 같아서요.”
루빈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빈말 같았지만 사실은 빈말이 아니었다.
정말 한국에 올 며칠을 낼 수도 없을 정도로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그리고 그 스케줄은 SJ와의 코워크였다.
만약 김서준이 있었다면 한국에 오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그리고 철저하게 하라고 했을 것이 분명했다.
김서준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허례나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시하는 게 김서준이었다.
김서준과 꽤 오래 일을 하면서 루빈과 드레이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말아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들이 병원에 있는 김서준을 찾아오지 않고 얻어 낸 성과는 김서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서준, 이번에 신사옥도 새로 지었다면서요? 정말 궁금하네요. 방송으로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는 것만은 못하겠죠.”
드레이크의 눈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그렇지 않아도 안드로이드사 역시 이제 회사를 확장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애플사가 새로운 사옥을 짓겠다고 선언을 한 상태.
“신사옥을 지을 생각이군요?”
“네, 맞아요. 역시 서준은 모르는 게 없네요. 동양에는 이런 말이 있다면서요? 앉아서 천 리 밖을 본다. 서준이 딱 그 말의 주인공 같네요. 어떻게 아신 거예요?”
“대표님은 정말 앉아서 천 리를 봅니다. 미래도 보구요.”
“네?”
소영신의 장난 섞인 말에 루빈과 드레이크가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떨리는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에이, 분위기 어색해지게 왜 그래요? 루빈, 드레이크. 설마 믿는 건 아니죠?”
루빈과 드레이크가 정말 믿는 듯하자 소영신이 당황하며 말을 더했다.
“자…… 장난이죠?”
“물론 장난이에요.”
소영신에게 장난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루빈과 드레이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정말인 줄 알았잖아요. 서준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말을 들었을 때 모두 정말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서준을 보면 정말 미래를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루빈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요. 다른 기업들이 모두 안드로이드에 회의적일 때 서준만이 나섰으니까요. 그 결과는!”
그 결과는 초대박이었다.
“어디 그뿐이에요? 그 구글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도 서준이 2대 주주 맞지요? 자사 내부 통계를 보면 유튜브 역시 초대박이에요.”
루빈의 말을 드레이크가 옆에서 거들었다.
“SNS와 톡은 어떻고요. 어휴, 어떻게 손대는 것마다 대박을 치는 거예요? 뭐 기름은 제가 잘 모르니까 더 말하지는 않을게요.”
“생각하고 나니까 소름이 돋네요. 정말 앉아서 천 리를 보는 서준이 아닐까…….”
루빈과 드레이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반쯤은 장난이었지만 또 반쯤은 진심이었다.
둘의 눈에 김서준은 정말 미래를 보는 사람처럼 보였다.
지금 이 시대에 김서준과 같은 혜안을 가지고 혁신을 이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있다 치더라도 그 혁신이 성공을 거둔 경우는 또 얼마나 있을까?
“일단 신사옥으로 가시지요.”
“오! 좋습니다. 신사옥이 너무 보고 싶어서 이렇게 날아왔습니다!”
“물론이지요!”
루빈과 드레이크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누가 보더라도 신사옥이 아닌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김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순수했다.
오직 안드로이드만을 알고 안드로이드만을 위해 움직인다.
그래서 좋았다.
안드로이드사의 덩치가 커짐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김서준이 가져간 지분을 두려워하며 사내 정치를 펼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루빈과 드레이크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SJ와 모든 사항을 공유하며 더욱 협력을 강화해 갔다.
평일 낮이었기에 일행이 탄 차는 빠르게 수원에 도착했다.
“오! 여기가 신사옥이군요!”
차에서 내린 드레이크와 루빈이 입을 떡 벌리며 놀라워했다.
입구에서부터 놀라웠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입구에는 경비 초소가 있고 그곳에서 입출 차량과 사람을 가려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SJ의 신사옥은 달랐다.
마치 대학 캠퍼스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정원처럼 잘 꾸며진 사옥 입구에는 사원들이 커피를 한 잔씩 든 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아예 돗자리를 펴 놓은 뒤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와. 잔디밭에서 일하는 겁니까?”
자유로운 기업 환경을 가지고 있는 미국, 그곳에서도 더 자유롭다는 IT 업계의 루빈과 드레이크가 보기에도 놀라운 장면이었다.
“여기가 실리콘밸리라고 해도 믿겠어요.”
“안드로이드사도 새롭게 사옥을 올릴 계획이지 않나요?”
놀라고 있는 둘에게 김서준이 말을 꺼냈다.
김서준의 말을 들은 루빈과 드레이크는 깜짝 놀라며 김서준의 옆에서 한 발자국씩 물러섰다.
“어떻게 알았어요?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 역시 서준은…… 미래를 보기도 하며 사무실에 앉아 천 리를 보고 이제는 사람의 마음도 읽는 건가요?”
“안드로이드사의 규모가 이제 기존의 건물로는 감당이 안 되잖아요, 당연한 추측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게 아니라.”
김서준의 해명을 듣고 나서야 루빈과 드레이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요? 제가 서준을 좋아하지만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길 바라고 있어요.”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김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루빈과 드레이크는 캠퍼스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 저 건물은 무엇인가요?”
“오! 식당이 정말 크네요.”
“한국인은 먹는 것을 중요시 여깁니다. 먹을 것이 잘 나와야 직원들의 사기도 올라가지요.”
루빈과 드레이크가 가리킨 곳에는 SJ의 식당 단지가 있었다.
온갖 프랜차이즈가 다 입주한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국적의 요리 역시 판매하는 가게들이 입주했다.
가격 역시 저렴했다.
회사에서 식대가 나오기도 하지만 애초에 계약할 때부터 저렴하게 계약된 터라 직원들은 주머니 부담 없이 식당을 이용할 수 있었다.
“우리도 저렇게 하는 것을 고민해야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회사 직원들이 다국적으로 변해 가서요.”
캠퍼스를 꼼꼼히 돌아본 루빈과 드레이크는 해가 지고나 서야 돌아다니는 것을 멈추었다.
“정말 대단해요. 서준이 사업을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걸로 아는데 이런 기업을 일궈 내다니…….”
김서준을 모르는 사람이 들었으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기업을 일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적인 산업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첨단산업이기에 가능했다.
“그럼 이제 식사하러 가실까요? 구내식당 밥이 꽤 맛있습니다.”
“오! 좋습니다. SJ의 직원들이 어떤 밥을 먹는지 직접 맛을 봐야겠어요.”
일행은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구내식당에는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김서준을 보고도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한국에서는 인사를 중요시한다던데 여기는 안 그러나 봐요?”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루빈이 물었다.
“적어도 밥은 편하게 먹어야지요. 밥 먹을 때도 상사 눈치를 봐야 한다면 밥 먹는 시간이 즐겁지 않지요. 그래서 식당에서는 인사를 금지시켰습니다.”
“아! 그렇군요. 동양인의 예절에 민감하다길래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루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도 식당에서까지 예절을 차리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지금처럼 가벼운 눈인사로 대체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밥을 주문한 루빈과 드레이이크가 묘한 눈빛을 띠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하세요. 눈치 보지 않아도 되요.”
“하아. 역시 서준은 속이지 못하겠네요.”
“그러게요. 서준 정말 사람 마음 읽을 수 없는 것 맞지요?”
루빈과 드레이크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한번 말해 봐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루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에 서준이 방송에서 한 말을 듣고 깨닫는 게 참 많았어요.”
루빈의 음성은 침착했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어요.”
루빈의 눈이 열망으로 타올랐다. 마치 안드로이드에 대해 처음 이야기하던 그 눈빛과도 같았다.
‘설마?’
전생에 안드로이드사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안드로이드를 소유하고 있던 구글사는 빅데이터를 통한 인공지능 개발에 열정적이었다.
인공지능을 통해 컴퓨터가 인간의 영역을 넘을 수 없다는 바둑에서도 인간 최고의 기사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그 이후로도 각종 영역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그것을 고려해 본다면 루빈과 드레이크가 현생에서도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해보였다.
“서준이라면 말로만 그치지 않겠지요. 머지않아 조만간 인공지능 회사를 만들고 또 빠르게 앞으로 치고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말했다시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선점의 싸움이었다.
올바른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전제하에 먼저 시작한 쪽이 빅데이터를 선점할 가능성이 컸다.
“안드로이드는 이제 저와 드레이크가 없더라도 좌초할 일은 없습니다. 이미 유능한 직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시키고 있지요.”
이 말을 하는 루빈과 드레이크의 얼굴에는 이전과 같은 장난기가 없었다.
진지하다 못해 비장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이제 저와 드레이크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까 합니다.”
김서준과 루빈 그리고 드레이크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 들어갔다.
‘이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나?’
아니다.
인공지능을 하고 싶으면 둘이 시작하면 된다.
그럼에도 여기에 와서 김서준에게 말을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서준. 안드로이드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지 않겠습니까?”
“케엑.”
루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래가 들린 소영신이 기침을 시작했다.
생각하지도 못한 말이었다.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껏해야 투자금 정도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빈과 드레이크가 꺼낸 말은 그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
“그 지분을 팔아서 연구소를 세울 생각인가요?”
김서준이 웃음을 띠고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와 드레이크는 그 지분을 팔아 서준이 세울 인공지능 연구소의 지분을 사서 참여하고 싶습니다.”
루빈의 말이 끝났을 때.
김을 모락모락 내며 음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