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에단!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온 거야? 정말 이게 뭐야!”
생일날 오래 걸은 탓인지 제인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렇게 영어가 안 통할 줄은 몰랐지.”
“그럼 그건 왜 산 건데?”
제인의 타박에 에단이 손에 든 ‘한국어 회화 모음집’을 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보통 다른 나라 가면 이걸로 대충은 됐는데. 한국말은 알아듣기가 좀 힘드네. 사람마다 다 다른 말을 쓰는 거 같아.”
에단의 말에 제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야 어쨌든. 배고파. 빨리 가자. 내 생일인데 설마 밥까지 굶길 거야?”
“호텔은 좋은 곳으로 예약했으니까 밥은 걱정 없을 거야.”
좋은 호텔이라는 말에 제인의 얼굴이 확 펴졌다.
기분이 좋아지고 나니 주변이 보다 잘 보이기 시작했다.
“이 나라가 불과 50년 전만 해도 회생 가망이 없다고 유엔에서 말한 그 나라란 말이야? 유엔이 한참 잘못 봤네?”
제인의 눈에 비친 서울은 아름다웠다. 뉴욕이나 다른 미국의 대도시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현대적인 미와 전통적인 미가 어우러진 새로운 모습이었다.
게다가 모든 시민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는 것은 물론이었고 어딜 가든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것은 미국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가자! 나 서울이 좋아지고 있어.”
“그래?”
서울이 좋아진다는 말에 에단의 얼굴이 밝아졌다.
억지로 제인을 끌고 오다시피 한 에단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1년에 한 번뿐인 생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에단. 아까 공항에서 부딪힌 곳은 괜찮아? 꽤 세게 부딪힌 거 같은데.”
“아, 괜찮아. 내 잘못이었는데 뭘. 내가 회화 책을 보느라 그랬지 뭐.”
에단이 어깨를 툭툭 털었다. 뼈에 부딪쳤는지 살짝 욱씬거리기는 했으나 크게 걸리적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그 사람 잘생겼더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본 것 같다고?”
에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단은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다르지롱! 분명 티비에서 본 얼굴이야. 연예인인가? 잘생기긴 했는데 말야.”
제인의 얼굴에는 흥미가 가득해 보였다.
“큼. 내가 좀 더 잘생기지 않았어?”
“에이, 에단은 잘생긴 편은 아니지.”
제인의 말에 에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장난이야. 에단은 남자답게 잘생겼어.”
제인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에단의 등을 두들겼다.
그렇게 에단과 제인은 호텔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5성급 호텔이라 그런지 리셉션의 직원들은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했다.
드디어 능숙한 영어 구사자를 만난 에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호텔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을까 걱정한 탓이다.
여권을 꺼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에단을 앞에 두고 제인은 호텔의 곳곳을 살펴보았다.
미국의 여느 호텔과 비교해서도 부족한 점이 없어 보였다.
‘에단이 신경 좀 썼나 보네.’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제인이었다. 생일의 대부분을 비행기와 길 위에서 보냈지만 아직 밤은 지나지 않았다.
생일 날. 서울의 밤을 즐기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제인이 다시 에단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
리셉션 카운터 위에 있는 작은 광고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낯익은 남자가 핸드폰을 들고 서 있는 광고가 디스플레이되고 있었다.
“어?”
“왜 그래 제인?”
제인이 탄성을 터뜨리자 에단이 무슨 일인가 하여 고개를 돌렸다.
“이 사람!”
“이 사람이 뭐.”
제인이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이 사람, 에단과 부딪친 사람이 이 사람이라고.”
제인의 말에 에단이 모니터를 유심히 바라봤다.
자세히 보니 공항에서 부딪쳤던 사람 같기도 했다.
“연예인 맞나 보네. 이 사람 연예인 맞죠? 이름이 뭐예요?”
에단이 리셉션 직원에게 물었다. 괜히 영어가 통하는 사람을 보니 더 말을 걸고 싶었다.
“네. 연예인이라고 하면 연예인이 맞아요. 이름은 김서준이라고 해요.”
“김서준이라……. 잘생겼네요.”
에단이 씩 웃으며 여권과 카드키를 전해 받았다.
“그리고 가수이기도 하지만 기업인이기도 해요. SJ라는 기업의 대표이신걸요.”
막 뒤로 돌아서려고 했던 에단의 몸이 뚝 멈추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리셉션 직원에게 되물었다.
“이 사람이, 이 남자가 SJ의 대표라고요?”
“아, 네. 그렇습니다만?”
“어디에 가면 이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까?”
“네? 그걸 제가 어떻게…….”
“그러면 본사가 어디입니까?”
“본사는 수원…….”
“제인! 수원으로 가자!”
그런 에단을 본 제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에단! 정말 내 생일까지 그러기야? 내일 가도 되잖아!”
“그렇지만 제인…….”
물불 안 가리는 에단이었지만서도 제인의 강경한 태도 앞에서 우물쭈물했다.
“오늘은 안 돼! 이렇게 좋은 호텔을 예약해 놓고 지금 수원에 가자고? 이 밤에?”
“그건 그래…….”
결국 에단이 한번 접었다.
제인의 말대로 지금 수원으로 가는 방법도 몰랐으며 이 밤에 수원에 간다 해도 김서준을 만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었다.
“일단 오늘은 서울의 밤을 즐기자고 에단. 알았지?”
“그래, 제인.”
결국 에단이 손을 들었다.
* * *
“루빈, 드레이크.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안드로이드사의 지분을 모두 처분한다니요?”
깜짝 놀란 김서준의 말에 루빈과 드레이크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말 그대로예요. 우리가 가진 지분을 서준에게 팔고 싶어요. 뭐 그 지분을 매각해서 다른 연구소나 기업을 차려도 되겠지만, 그건 서준과 대적하는 거잖아요. 우리는 서준과 대적하고 싶지 않아요. 서준과 대적해 봐야 서준에게 단단히 혼쭐이 나기나 하겠지요. 차라리 서준이 주도하는 연구소에서 하고 싶은 것이나 실컷 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에요.”
루빈의 말을 드레이크가 받았다.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는 것보다는 서준에게 처분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준은 우리와 뜻을 함께하니까요. 아! 그리고 꼭 지분을 돈으로 사지 않아도 되요.”
둘의 눈은 간절함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인공지능을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흐음.”
김서준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루빈과 드레이크가 이런 선택지를 들고 왔을 것이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미래와 다르다.’
미래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대표님.”
소영신의 얼굴에도 긴장이 가득했다.
이것은 보통 딜이 아니었다.
안드로이드사의 지분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케빈과 드레이크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39%, SJ가 소유하고 있는 지분이 30% 그리고 나머지 기업들이 나누어 보유하고 있었다.
만약 루빈과 드레이크가 지분을 다른 기업들, 특히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구글사나 다른 투자 은행에 넘기게 되면 좀 심각해진다.
그들이 우호 지분을 모아서 SJ의 의견을 무시하고 안드로이드사를 멋대로 주무를 가능성이 충분했다.
이제 루빈과 드레이크를 인공지능 연구소에 초대를 하든 하지 않든 일단 안드로이드사 지분을 구매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하하…… 저희가 서준을 너무 곤란하게 한 것은 아닌가 싶네요.”
“아닙니다.”
김서준이 손을 저었다.
차라리 고마웠다.
그들이 연구소를 차리기 위해 지분을 처분했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가 됐을 것이다.
물론 김서준이 당장 저것들을 매입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이미 안드로이드사의 지분은 서로 구매하기 위해 난리가 날 정도로 고평가되어 있었다.
기업공개를 거치지 않았지만 기업공개가 된다면 단숨에 시가총액 최상위권으로 뛰어 오를 가능성도 농후했다.
그런 기업의 지분을 사는 것이다.
한두 푼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SJ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많기는 했다.
셰일 오일 판매로 인한 배당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으며 안드로이드사에서 들어오는 돈 역시 만만찮았다.
게다가 톡과 SNS에서 발생하는 광고료와 기타 수입은 이미 어지간한 대기업의 이득을 넘겼다.
그런데 SJ는 그만큼 투자를 많이 진행하고 있었다.
자선 재단은 물론이고 사업에 재투자되고 있는 돈은 이미 일반인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어 있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이미 4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이 융통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안드로이드사 최대 주주의 지분을 전량 매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건 루빈과 드레이크에게만 말하는 건데요. 조만간 SJ의 계열사들을 공개할 겁니다. 그렇다면 투자금을 꽤 모을 수 있을 테지요.”
“그렇군요.”
루빈과 드레이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겉보기에는 알아들은 것 같이 보였으나 김서준은 그들이 자신이 한 말의 진의를 모르는 것쯤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당장 둘에게 지급할 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서준의 이야기에 루빈과 드레이크의 얼굴이 시무룩하게 변했다.
“그럼…… 지분을 넘기지 않고 참여라도…….”
“그렇게 같이하고 싶어요?”
김서준의 말에 루빈과 드레이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같이하고 싶습니다. 서준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사람입니다. 서준과 함께라면 분명 서준이 말한 제4차 산업혁명을 이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들은 사업가가 아니다.
만약 이들이 사업가였다면 안드로이드사의 지분을 이렇게 넘기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넘긴다고 하더라도 루빈과 드레이크는 천문학적인 돈.
일반인이라면 평생, 아니 다음 생과 다다음생을 모두 합치더라도 벌 수 없는 돈을 만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이들에게 부가적인 것.
그들은 진심으로 김서준이 만들 인공지능 연구소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루빈과 드레이크 정도 되는 사람을 그냥 참여 시키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일단 루빈과 드레이크가 안드로이드사의 최대 주주 상태로 참여한다면 당연히 안 된다.
아무리 케빈과 드레이크 그리고 김서준이 친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업 윤리에도 맞지 않다.
잘못하다가는 배임이나 산업스파이 혐의를 받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지요. SJ에서 안드로이드사의 지분을 모두 매입하겠습니다.”
“오오!”
“서준!”
“대표님!”
세 명의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대표님, 재원 마련에…….”
그 목소리에 김서준이 손을 들었다.
“일부는 현금으로 매입하고 나머지는 SJ의 지분과 새롭게 만들어지는 인공지능 연구소의 지분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이 조건을 수락하면 루빈과 드레이크의 제안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루빈과 드레이크는 고민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둘.
그 모습에 김서준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식기 전에 먹죠.”
“네, 좋아요.”
“한국 음식이 계속 생각나서 사실 미국에서도 가끔 사 먹곤 했어요.”
일이 잘 풀려서인지 루빈과 드레이크는 조잘조잘 떠들어 대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근데 서준. 정확히 제4차 산업혁명이 뭐에요? 사실 이게 궁금해서 지금까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어요.”
“그래요. 좀 알려 줘요. 인공지능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이룰 수 있어요? 그리고 초연결은…….”
둘의 입이 터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둘의 수다를 들으며 김서준과 소영신은 귀에 딱지가 내려앉는 듯한 착강이 들었다.
“하하, 일단 밥을 먼저 먹어요. 차근차근 설명해 줄게요.”
루빈과 드레이크가 요청하긴 했지만.
일단 든든한 아군 두 명을 얻은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