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환전을 충분히 해 놓길 잘했네.”
택시에서 내리며 제인이 찌뿌둥해진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은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고역이었다.
“한국은 땅도 작다고 알고 있는데 뭔 차가 이렇게 많아?”
“원래 차량의 수는 경제 발전과도 연관되어 있지. 그만큼 한국이 발전했다는 소리야.”
“그건 그렇지. 그래도 이렇게 차를 오래 타는 것은 질색이라고.”
제인의 투덜거림에 에단이 제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이렇게 찾아왔으니까. 제인이 나 때문에 고생이 많네.”
“에단! 갑자기 착해지기로 마음이라도 먹은 거야? 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신대?”
제인이 미간을 좁히며 에단을 빤히 바라봤다.
“아니, 그냥.”
“에단 긴장했어? 에단은 긴장하면 꼭 이러더라.”
제인이 정곡을 찔렀는지 에단이 머쓱게 머리를 긁었다.
예전부터 그랬다.
평소 긴장을 잘 하지 않는 에단이었지만, 긴장을 한다면 그것이 너무 쉽게 티가 났다.
갑자기 하지 않던 말을 한다던지 과도한 친절을 베푼다던지 하는 것들.
잘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에단과 오래 만나 온 제인은 그것이 에단이 긴장했을 때 나오는 모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티가 났어?”
“그럼! 에단이 처음에 나랑 데이트할 때도 얼마나 얼탔는데. 마치 지금이랑 똑같은데?”
말을 하고 나니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제인이 눈을 가늘게 뜨고 에단을 노려보았다.
“뭐야? 에단. 지금 데이트하는 기분이라는 거야 지금? 여기서?”
“아니야! 제인. 그냥 긴장이 되서 그래. 김서준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제인이 에단의 팔을 장난스레 툭 건드렸다.
“어떤 사람이긴, 분명 에단과 똑같은 사람이지. 동양에는 이런 말이 있대. 유유상종.”
“유유상종? 그게 무슨 말인데?”
에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끼리끼리 논다고. 에단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니까 분명 에단과 비슷한 사람이겠지.”
“그러겠지?”
에단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에단은 지금 상당히 긴장되고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무작정 수원으로 오기는 했으나 이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니 가장 두렵고 긴장되는 것은 두 가지였다.
만약 김서준이 그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
그런 경우가 참 많았다.
미디어 앞에서는 이것저것 혁신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미디어 밖, 카메라 밖에서는 완전히 달라지는 사람.
말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빈 강정.
일단 티비에서 보였던 것은 에단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만약 김서준이 속이 빈 강정이라면 에단은 또 헛발질을 하는 것이다.
매번 그래 왔기에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에단은 그것이 두려웠다.
자신과 뜻이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늘 두려운 일. 세상에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도 두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두려움은 김서준이 그의 예상보다 더 뛰어나고 그런 김서준이 그와 함께하지 않았을 경우다.
‘설마. 김서준 그자도 알 거야. 자신과 같은 사람을 찾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이야.’
‘오늘 제발…….’
그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길 원했다.
에단과 제인이 SJ 캠퍼스의 입구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우와…… 진짜 좋다 여기. 티비에서 보던 것보다 더 좋은데?”
“그러게.”
에단의 눈이 활발하게 캠퍼스 곳곳을 살폈다.
“에단, 여기가 에단 회사보다 좋은 것 같은데?”
“맞아, 여기가 더 좋아.”
에단이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더 일이 잘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아까웠다.
사업의 성공과 매각으로 많은 돈을 벌은 에단이었지만 그 돈을 모두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었다.
재투자되는 금액은 에단의 사업 수익만으로는 부족했고 여기저기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중이었다.
사실 수익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아직 에단의 사업은 수익을 내기 전이었고 이것들이 수익을 내려면 짧아야 5년이다.
이런 캠퍼스에 투자할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어? 백인이다.”
캠퍼스를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둘의 눈에 길을 걸어오는 두 명의 백인이 보였다.
백인 두 명은 무엇이 그리도 신났는지 연신 웃고 있었다.
“여기 직원인가 봐. 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겠다.”
여기라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원들이 많을 것이 분명하겠지만, 그래도 원어민에게 묻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했다.
에단과 제인이 빠른 걸음으로 두 명의 백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갔을 때.
제인이 깜짝 놀라며 에단의 팔을 붙잡았다.
“에단, 저 사람들.”
“어 왜? 아는 사람들이야?”
제인이 백인들을 가리키자 에단이 되물었다.
“정말 에단은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보는구나. 저 사람들은 에단이 그렇게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들 중 하나잖아.”
“누구…… 아!”
에단이 그제야 탄성을 터뜨렸다. 에단이 그렇게 보자고 러브콜을 보냈지만 보지 못했던 사람들.
“안드로이드사의 대표 루빈과 드레이크.”
운이 좋았다.
김서준을 보러 온 곳에서 그가 평소에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들을 만나다니.
“안녕하십니까?”
“어?”
에단이 인사를 하자 루빈과 드레이크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에단 셰틀러입니다.”
에단의 정중한 인사에 루빈과 드레이크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윽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에단의 손을 맞잡았다.
“일렉트로닉X의 에단 셰틀러? 맞나요?”
“네, 맞습니다. 이렇게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편하게 에단이라고 불러 주시지요. 이쪽은 제 여자 친구인 제인입니다.”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루빈과 드레이크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인연인데 어디 가서 커피나 한잔하실까요?”
정중한 부탁에 루빈과 드레이크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소 실장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제 생각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대표님.”
소영신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아직도 소영신은 김서준의 선택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었다.
김서준이 그렇게 하자고 했기에 그런 것이지만 소영신은 솔직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안드로이드사의 경영 방어 목적을 위해서는 둘이 보유한 지분의 일정량만 구매하더라도 과반을 넘어섭니다. 굳이 모두를 구매할 필요가……. 아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인공지능 연구소의 지분을 나누어 주는 것은 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영신의 의견이 가장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인공지능 연구소는 나중에 그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뛸 것이다.
지금 지분을 거래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빅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까? 가장 기본적인 빅데이터 말입니다.”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동의받고 수집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IT 계열에도 눈을 꽤 뜬 소영신이었기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안드로이드사의 지분을 획득하면 안드로이드사에서 수집하는 빅데이터를 아주 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지요. 그리고 안드로이드가 기업공개된다면 지금 투자금보다 더 큰 금액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떠나서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보더라도 안드로이드사의 지분을 획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군요.”
쉽게 납득은 되지 않았지만 김서준이 그렇다면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소영신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소 실장님이 실무를 담당하셔야 할 겁니다. 더 바빠지겠네요.”
“그러네요.”
앞으로 바쁜 일상이 남았지만 소영신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미국 지사가 완성되는 날.
미국 지사장으로 가는 것이다.
삼신의 전략기획실 사원에서 SJ의 미국 지사의 지사장이라니.
이미 삼신의 동기들은 소영신을 부러워하고 있었고 소영신의 밑으로 이직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일이야 많을수록 좋은 거지요.”
“소 실장님도 이제 슬슬 결혼을 생각해야 할 나이이지 않습니까?”
김서준의 말에 소영신이 손을 휘휘 저었다.
“결혼은 무슨요! 저는 일하고 결혼하겠습니다.”
김서준이 씩 웃었다.
소영신의 미래도 바뀌었겠지만, 전생에 소영신은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후배와 사고를 쳐서 결혼을 했다.
미래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디테일하게 바뀌지는 않았으니 또 사고를 칠 확률이 높았다.
“지분 인수 작업이 복잡할 것이니 TF를 구성할 준비를 해 주세요. 아마 바쁠 겁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소영신이 고개를 꾸벅 숙인 채 사무실로 향했다.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모든 일을 마쳐 두어야 했다.
소영신을 보낸 김서준이 본사 밖으로 나왔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대표님.”
김서준을 마주치는 사원들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넘쳤다.
김서준은 그들에게 일일이 화답을 해 주며 길을 걸었다.
‘어?’
그러던 김서준의 눈에 카페에 앉아 있는 백인들이 보였다.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루빈과 드레이크.
그런데 그의 눈앞에 앉아 있는 남녀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저 사람은?’
조금 더 가까이 갔을 때.
김서준은 공항에서 느꼈던 벼락같은 충격을 다시 느껴야 했다.
“에단 셰틀러.”
공항에서는 사람이 북적여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지금 루빈과 드레이크 그들과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은 에단 셰틀러가 맞았다.
그렇다면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에단 셰틀러의 부인이었던 제인 그레이스가 확실하다.
‘저자가 여길 왜?’
루빈과 드레이크를 만나러 온 것은 아닐 것이었다.
그들을 만나려면 미국에서 만나는 게 더 나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있다는 것은 아마 김서준 자신을 만나러 온 것이 분명했다.
‘미래가 바뀌었군.’
김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알고 있는 미래가 그로 인해 하나둘 바뀌어 가고 있었다.
* * *
“정말 이게 인연인가 봅니다. 설마 한국에서 두 분을 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희도 그렇습니다. 설마 여기서 에단을 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아름다우신 여성분과 함께요.”
루빈의 칭찬에 제인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간 만나자고 요청을 드렸는데 바쁘시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아…… 그러셨나요? 피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바빴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출시되고 지금까지요. 심지어 서준이 사경을 헤맬 때도 와 보지 못했으니까요.”
에단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서준이 총에 맞았음에도 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보면 에단 그의 면담 요청을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안드로이드 같은 것을 생각하신 겁니까? 안드로이드는 정말 혁신적입니다.”
“칭찬 감사드립니다.”
에단의 칭찬에 루빈과 드레이크가 손을 저었다.
“에단의 일렉트로닉X야말로 혁신에 가깝지요.”
루빈과 드레이크의 칭찬에 에단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실지 몰랐다.
같은 혁신의 길을 걷는 동지에게 칭찬을 받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두 분에게 소개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서준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서준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제가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마침 저기 오고 있네요.”
드레이크의 말에 에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몸을 뒤로 돌리는 에단.
아직은 꽤 먼 거리였지만.
에단은 김서준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