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소 실장님이 진짜 인기쟁이였다니……. 놀랍네요.”
“드, 들으셨지요? 저 그런 사람입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소영신이 가슴을 팡팡쳤다.
“그럼 한번 들어 봅시다. 로맨스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김서준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소영신을 바라봤다.
“너무 가까이 붙으신 것 같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김서준이 한 발자국 소영신에게서 떨어졌다.
“일단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네?”
소영신이 진중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누가 일단 나에게 호감이 있어야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효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요. 마케팅과 비슷하네요.”
일반적인 마케팅 역시 주 타겟층을 설정하고 진행된다.
“타겟을 정했으면 이제 매력을 보여 줘야겠지요. 저야 워낙 본판이 매력적이기도 했고 지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여학우들이…….”
말을 이어 나가던 소영신이 김서준의 얼굴을 바라봤다.
누가 봐도 수려한 얼굴.
그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
운동을 하지도 않는데 꽤 탄탄한 몸.
그리고 노래도 잘한다.
게다가 돈도 많다.
소영신은 문득 자신이 김서준에게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어드바이스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이 찾아왔다.
“만류귀종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로맨스든 사업이든 한 가지로 귀결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표님은 뭐든 잘하실 겁니다.”
순간 자괴감에 사로잡힌 소영신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 왜 말을 해 주다 마십니까?”
“대표님이 알아서 잘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무슨……. 그리고 내일 국내에서 재단 측 인사들이 미국으로 온다고 합니다. 캐니언 박과 함께요. 그들을 마중나가려면 좀 일찍 자야 합니다. 벌써 늦었어요.”
“벌써 그날이 내일인가요? 시간 참 빠르네요.”
김서준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SJ에서 설립한 재단은 업무 범위를 국내로 한정하지 않았다.
차상위 계층을 돕는 것은 국내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해외 봉사는 물론이고 문화재 환수 등과 같은 업무도 같이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출장도 잦았다.
“그럼 이만 주무십쇼.”
소영신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김서준이 입맛을 다셨다.
“그 이후도 알아야 하는데.”
아쉬웠지만 소영신이 가 버렸으니 방도가 없었다.
그냥 침대에 몸을 던진 김서준이 천장을 멍하니 바라봤다.
“잘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걱정이 되는 경우가 없었다. 수천 명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이렇게 긴장되지 않았다.
대통령 앞에 설 때도 이렇게 긴장되지는 않았다.
수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영화 촬영을 생각하니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몸이 고되었던 모양인지 그 생각을 하다가 김서준은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 * *
LA 공항은 늘 사람으로 붐볐다.
미국 서부의 대도시이기도 했고 할리우드는 물론이고 실리콘밸리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도 오기 때문.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김서준과 소영신이 피캣을 들고 입국장 라인 뒤에 서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제가 부르지 않았습니다.”
김서준의 말에 소용신이 울상을 지었다.
“그래도 이제 제가 곧 지사장이 되는데 이건 좀 그런 것 같습니다.”
피켓을 들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은 마치 다른 회사였다면 일반 사원이 하는 모습과도 같아 보였다.
“대표인 저도 하는데요 뭐.”
“그래서 저도 군말 없이 하는 거지요.”
“네. 그래서 문제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소영신은 열심히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피켓을 높이 들었다.
서양인들의 키가 너무 컸기에 피켓을 높이 들어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었다.
“어, 저기 옵니다.”
열린 입구장의 문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한 한국인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여기입니다!”
그들 중 아는 얼굴들이 있었기에 소영신이 손을 높게 흔들었다.
“어?”
그리고 그중에는 김서준도 아는 사람이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그렇네요. 제가 요즘 좀 바빴습니다.”
“그렇다고 들었어요.”
이애신이었다.
“수업 들으실 시간 아닌가요? 여기는 어떻게…….”
김서준이 아는 이애신은 한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문화재 환수도 방학 중에 하는 것이라 알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잖아요. 조기 졸업했어요. 그리고 재단에 특채 됐어요. 고마워요.”
“아. 제가 따로 신경 쓴 것은 없습니다. 애신 씨가 열심히 한 덕분이지요.”
김서준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애신이 재단에 취업할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다.
관련 포장까지 있는 사람이 취업을 못 한다는 것도 이상했으니까.
조기 졸업도 막 그렇게 드문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쉼 없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다 해냈다니.
솔직히 놀랄 만하기는 했다. 방학에 환수단 활동도 하고 이것저것 하느라 바빴을 텐데 말이다.
“그럼 이동할까요? 재단분들을 위한 숙소는 이미 마련해 두었고 업무 협조도 요청한 상태입니다.”
“먼저 그렇게 처리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소영신이 실무자들을 이끌고 입국장 밖으로 나섰다.
미국에 처음 오는 직원들이 많은지 직원들은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차량 준비했습니다. 타시지요.”
공항의 입구에는 SJ에서 렌트한 차량들이 줄 지어 서 있었다.
재단 직원들이 차량에 탑승했다.
“어?”
“자리가 모자라네요.”
소영신까지 딱 타고 났을 때.
두 명분의 자리가 모자랐다.
“먼저 출발하세요. 저와 애신 씨는 알아서 가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내리겠습니다.”
몇몇 직원들이 김서준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김서준이 손을 저었다.
“아! 대표님이 알아서 오실 겁니다. 모두 안 그러셔도 됩니다.”
김서준의 얼굴을 본 소영신이 급히 직원들을 만류했다.
“대표님! 그럼 숙소에서 뵙겠습니다.”
소영신이 김서준에게 윙크를 했다. 김서준의 마음을 알아챈 것이다.
‘잘해 보세요.’
소영신이 본 김서준의 눈빛은 분명 다른 것을 말하고 있었다.
부르르르릉
차들이 공항을 떠나고.
공항의 입구에는 김서준과 이애신만 남았다.
이애신이 난감한 얼굴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제가 교통편을 알아볼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애신은 김서준을 다르게 봤다.
직원들을 먼저 보내기 위해 공항에 남는 대표라니.
다른 회사였으면 어떻게든 대표를 태우고 막내가 남아서 알아서 숙소까지 찾아오게 했을 것이다.
“아니에요, 같이 가요. 제가 알고 있습니다.”
김서준이 앞장섰고 이애신이 그 뒤를 따랐다.
드르륵.
이애신의 귀에는 캐리어 바퀴가 내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김서준이 향한 곳은 공항 렌터카 업체들이 몰려 있는 구역이었다.
“차 빌리시게요? 빌릴 수 있으세요?”
이애신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녀가 잘 모르긴 하지만 해외에서 차를 빌리려면 여러가지 서류가 필요한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저만 믿으세요”
김서준이 자신있게 이애신을 뒤에 달고 나아갔다.
* * *
“실장님. 그런데 정말 대표님을 저렇게 혼자 보내셔도 됩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표님은 어디에 던져 놔도 무사하실 분이니까요.”
재단 직원들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지만, 소영신은 시트에 몸을 푹 묻은 채 별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그래도 될까요? 그래도 대표님이신데…….”
직원들이 걱정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 * *
“이게 되네요.”
“그러니까요. 저는 이게 됩니다.”
이애신이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삐삑-.
김서준이 스마트키 버튼을 누르자 파란 스포츠카가 빛을 번쩍 내며 반응했다.
“근데 서준 씨 미성년자 아니세요? 운전면허가 어떻게…….”
이애신이 불신의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이게 다 법인의 힘 아니겠습니까?”
편법이었다.
안드로이드사와 SJ 법인의 이름으로 스포츠카를 빌린 것.
사고가 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렌트카 업체에서도 그런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김서준의 신분이 그 변제를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타세요.”
“아…… 네……..”
스포츠카라 트렁크가 작았지만, 이애신 혼자의 짐 쯤은 들어갈 만했다.
트렁크에 짐을 싣고는 이애신이 조수석에 탔다.
그러나 불안한 표정은 지울 수 없었다.
“정말 면허 있어요?”
이애신이 다시 한번 물었다. 면허도 없는 사람의 차에 그것도 초고가의 스포츠카에 타는 것은 두려웠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생에서는 운전을 해 본 적이 없었으나 상관 없었다.
전생에서 김서준은 기사가 운전하는 것보다 김서준 자신이 운전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기사들의 귀도 조심해야 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김서준은 완전 장거리가 아닌 이상은 본인이 운전하는 것을 선호했다.
게다가 스포츠카를 몰아 본 경험도 있었다.
부릉!
시동을 걸자 가슴을 시원하게 울리는 배기음이 귓가를 울렸다.
“갈까요?”
김서준이 기어를 넣은 뒤 클러치와 브레이크에서 발을 때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우우우웅!
뻥 뚫린 공항 도로를 타고 김서준과 이애신이 탄 스포츠카가 튀어 나갔다.
시원한 바람이 이애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흩날리게 했다.
“우와…….”
처음에는 불안함 마음이었지만, 이내 김서준이 능숙하게 차를 몰고 나가자 이애신은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멋져요.”
“해가 질 때는 더 멋진데. 아쉽네요.”
아침 비행기였던 터라 노을 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여기가 서준 씨가 음악으로 참여했던 영화에 나온 곳 맞지 않아요?”
“네, 맞아요. 영화 보셨나 봐요.”
“네. 재미있게 봤어요.”
김서준이 씩 미소를 지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문화재 일도 하고 영화도 보고. 바쁘게 사셨네요.”
“그런가요?”
김서준의 말에 이애신도 웃음을 지었다.
이곳까지 오게 된 일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즐거워요.”
즐거웠다.
너무 즐거웠다.
그녀가 평생 꿈에서나 그리던 일들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제게 잘해 주시는 거예요?”
하이웨이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이애신이 김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처음 김서준을 만났을 때.
미 해군사관학교 앞에서 곤란해 하던 자신을 도와 준 것도 김서준이었다.
그리고 초대받은 파티에 그녀를 데려간 것 역시 김서준.
굳이 안그래도 되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 보니 깨달았다.
그래서 꼭 다시 물어보고 싶었다.
그때 왜 그녀에게 그랬는지.
왜 호의를 베풀었는지.
“네? 잘 안 들려요. 다시 말해 주세요.”
“왜 저에게 잘해 주셨냐구요.”
워낙 빠르게 달리고 있었고 오픈카였기에 이애신의 목소리가 바람 소리에 묻혔다.
“아! 할 말이 있냐구요?”
그 말을 들은 이애신이 피식 웃었다.
“아니에요.”
“제가 애신 씨에게 궁금한 게 있어요.”
바람 소리가 컸지만 이애신은 김서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뭐가 궁금한데요?”
“아. 이런 것을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김서준이 잠시 말을 끌었다.
“말해 보세요.”
“로맨스가 뭐예요? 로맨스 해 보셨어요? 주변에 여자가 없어서요. 물어볼 사람이 없네요.”
김서준이 말을 하는 순간.
엔진이 불완전 연소를 하며 굉음을 내뿜었다.
그랬기에 김서준의 말을 이애신이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저 뒤에 들리는 말은 로맨스가 전부였다.
‘로맨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애신의 얼굴이 확 하고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