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뻥 뚫린 도로는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LA 국제공항 105번 도로와 110번 고속도로가 만나는 인터체인지로 진입하자 차들이 연신 경적 소리를 내며 멈추어 있었다.
그제야 김서준과 이애신이 탄 스포츠카도 심장을 진정시키며 바퀴 돌리는 것을 멈추었다.
“매연이 심하네요. 잠시만요.”
지이이잉
열려 있던 커버가 자동으로 덮혀지자 고속도로의 매연으로부터 실내가 차단되었다.
“이제 됐네요. 제가 매연을 좀 싫어해서.”
“저도…… 그래요.”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브레이크만 떼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차 속에서.
김서준이 침묵을 먼저 깼다.
“제 질문에 대답해 주시겠어요?”
“아! 네.”
다시 질문을 받은 이애신의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
제대로 듣지는 못하였으나 그래도 핵심 단어는 들은 상태.
‘로맨스? 나랑 로맨스를 하자는 건가? 아니면 뭐지?’
다시 물어봐야 했다.
“로맨스 말씀이세요?”
“네, 로맨스요.”
두근두근
이애신의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저보다는 대표님의 마음이 중요한게 아닐지…….”
“네? 제 마음이 중요하다구요?”
김서준이 되물었다. 그리고 이애신의 대답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로맨스에서 내 마음이 중요하다라. 그렇겠네. 결국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만 그 손 하나는 나의 손일 것이니까.’
김서준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네.”
이애신이 고개를 푹 숙였다.
김서준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확 들어올 줄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였나?’
지금까지 그녀에게 잘해 주었던 것들.
그것이 모두 로맨스를 위해서였다는 생각을 하니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김서준이 오른손으로 이애신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열은 없는데.”
열은 없었기에 김서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애신을 바라봤다.
혹시 비행 피로 때문에 몸살의 전조일 수도 있었다.
“아니에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요.”
“아니긴요. 얼굴이 빨개지셨는데요.”
김서준의 시선이 느껴지자 이애신은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를 가득 매운 차량들.
그들이 울리는 결적 소리가 마치 심장고동처럼 느껴졌다.
빠앙-!
빠앙-!
“또 다른 의견은 없으세요?”
“다…… 다른 의견요?”
“네. 잘 아실 것 같아서요.”
“제가요?”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질문에 이애신이 약간은 토라진 얼굴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저도 잘 모르거든요! 제가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데요!”
“아, 바쁘게 사셨지. 그래도 애신 씨라면 바쁘게 살아도 잘 알 거 같으셔서요.”
“몰라요!”
이애신이 토라지며 창문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그들이 탄 차는 고속도로를 빠져나갔다.
* * *
“오셨습니까?”
“네.”
호텔에 도착하자 입구에 소영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있었다.
“캐니언 박도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요?”
“네. 지금 유관처로 가서 총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합니다.”
“신났겠네요.”
김서준의 말에 소영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는 총이 없어서 늘 긴장했다고 하네요.”
평생을 미국에서 군 복무와 경호로 살아온 캐니언 박이었다.
그의 허리에는 늘 총이 걸려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그럴 수 없어 꽤 답답했나 보다.
드르륵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이애신이 차 뒤에서 캐리어를 꺼냈다.
“먼저 올라가 볼게요. 태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네.”
드르르륵.
이애신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캐리어를 끌고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
“화나 보이는데요?”
“그러게요.”
소영신이 눈을 작게 뜨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신 겁니까?”
“별소리 안 했습니다.”
“그런데 애신 씨 표정이 왜 그런지…….”
김서준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매연을 많이 마셨나?”
“설마요. 매연을 많이 마신다고 저런 표정을 짓겠습니까? 설마 대표님…….”
소영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왜요? 뭐요?”
“혹시 실수하신 거 아닙니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부하 직원한테……. 그러시면 안 됩니다.”
김서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이 실수한 것은 없었다.
“아닌데요. 제가 설마 그러겠습니까?”
“믿고 있습니다.”
“믿으시면 왜 그런지 알아봐 주십시오.”
김서준이 소영신에게 스포츠카의 키를 넘겼다.
“반납하러 오면 이 키도 내 주시구요.”
“알겠습니다.”
소영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되물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알려면 상황을 잘 알아야 하는데요.”
“그냥 로맨스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제가 이제 그 연기를 해야 하는데 제 주변에 여자가 없잖아요. 그래서 혹시 애신 씨라면 잘 알 것 같아서 물어봤습니다.”
“아! 그러셨구나.”
이해가 되었다. 김서준의 주변에 여자라고는 이은지밖에 없었는데 이은지는 한국에 있는 상태였다.
전화로 물어보기도 애매한 상태.
그런 와중에 잘 아는 이애신이 왔으니 김서준이 어떤 의도로 물어봤는지는 알 것 같았다.
“그러게요. 그게 화낼 만한 질문은 아닌 것 같은데요.”
소영신도 이애신이 왜 화가 났는지 쉬이 짐작되지 않았다.
“그럼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네. 그러면 부탁드립니다.”
* * *
“이게 뭐야? 내가 뭐 그렇게 연애를 많이 해 본 것처럼 생겼나?”
이애신이 침대에 털썩 누워 천장을 바라 보았다.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피곤했으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김서준의 말만이 맴돌았다.
“로맨스? 나랑 로맨스를 하자는 건가? 아니면 뭐야?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나? 그래서 그걸 나한테 물어보는거고?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어.”
이애신이 배개를 끌어 안은 채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괜히 자신의 속마음을 김서준에게 내비친 것 같아 부끄러웠다.
똑똑.
이애신이 그렇게 배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을 때.
누군가 호텔 방문을 두들겼다.
“네!”
벌떡 일어선 이애신이 방문을 열었다.
“밥 먹으러 가자. 졸려서 밥이라도 먹어야겠다.”
방문 앞에는 재단 직원 동료가 서 있었다.
“그럴까요?”
이애신이 동료를 따라 호텔 식당으로 향했다.
호텔 식당에는 이미 재단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밥을 먹고 있었다.
“와, 정말 격세지감이다. 그렇지?”
이애신과 함께 내려온 직원이 그 모습을 보고 아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번 미국에 왔을 때는 돈 한 푼 아끼려고 공유 숙소에서 이리저리 낑겨서 자고 밥도 최대한 싼 것만 먹었는데 말이야. 지금은 이렇게 좋은 호텔에서 좋은 밥을 먹고 있네. 그것도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말이야.”
“그러네요.”
이애신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지금이 현실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와 직원이 테이블에 앉았을 때.
그녀에게 소영신이 다가왔다.
“이애신 씨?”
“아! 안녕하세요. 아까 앞에서는 뵙고도 인사를 드리지 못했네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잠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저랑 이야기 좀 할 수 있으실까요? 잠깐이면 됩니다.”
이애신이 같이 온 직원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잠시 좀 다녀올게요. 먼저 드시고 계세요.”
“어, 그래.”
직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영신을 따라 이애신이 식당 앞으로 나갔다.
“제게 하실 말씀이……. 전달 사항이 있다면 팀장님에게 하셔도 되었을 텐데…….”
“아! 일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일이 아니라는 말에 이애신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영신이 자신에게 할 질문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먼저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순수하게 궁금해서 여쭈는 겁니다.”
“예, 물어보세요.”
소영신이 이애신의 눈을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대표님에게 화나신 부분이 있으신지요? 대표님께서 너무 궁금해하시면서도 걱정하시더라구요.”
“아!”
소영신의 질문을 이해한 이애신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걸 소 실장님에게 물어봐?’
도대체 김서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자신과의 로맨스 이야기를 왜 소영신에게 말했단 말인가?
“저…… 대표님이 로맨스를…….”
“아! 그렇군요. 역시 대표님이라면 그럴 줄 알았습니다.”
‘알아?’
소영신이 손뼉을 치며 이애신의 말을 가로막자 이애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세한 설명을 안 하셨구나. 그러면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지요. 이번에 대표님이 영화를 하나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음악 로맨스 장르라 아마 로맨스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주변에 여성분이 없어서 이번에 애신 씨를 보고 물어보고 싶으셨나 봅니다. 아무래도 로맨스는 남성보다 여성분들이 좀 더 민감하시니까요.”
“아!”
그제야 이애신은 김서준의 말 중 들리지 않았던 부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영화 때문에 물어본 것이었구나.’
이렇게 듣고 나니 자신의 반응이 김서준보다 더 웃겼다.
아니, 웃기다 못해 바보 같아 보였을 것이다.
“아, 그렇군요. 제가 오해했나 봐요.”
“오해요?”
“네. 제가 직접 사과드려야겠네요.”
“그런데 무슨 오해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소영신의 질문에 얼굴이 살짝 붉어진 이애신이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 네.”
고개를 꾸벅 숙인 이애신이 식당으로 들어가자 소영신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뭐야? 무슨 오해라는 거야? 하여간 둘 다 알 수가 없네.”
소영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서준이나 이애신이나 다 알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 * *
“네, 얀센. 오늘 다시 한번 들를게요. 네. 생각해 봤는데 제 생각이 맞나는 모르겠네요.”
호텔 앞 공원 벤치에서 얀센과 통화를 하고 있던 김서준은 호텔 로비를 나서는 이애신을 발견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방문해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김서준이 벤치에서 일어나 이애신에게 다가갔다.
“애신 씨.”
“아! 대표님.”
김서준을 발견한 이애신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 멈추었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아니에요.”
이애신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전에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김서준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김서준의 얼굴을 올려다보기가 쉽지 않았다.
“저, 어제 제가 실수를 한 것이 있다면 정말 미안합니다. 제 본의가 아니었어요.”
김서준의 사과에 이애신이 손을 휘휘 저었다.
누가 봐도 과장된 표정과 제스처였다.
“아니에요! 제가 오해한 거예요. 제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애신이 고개를 넙죽 숙였다.
그 모습에 김서준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해 주시니까 제 마음이 한결 편하네요. 오늘 스케줄 있으세요?”
“오늘요?”
“네, 오늘요.”
오늘은 스케줄이 없었다. 직원들의 피로도도 있었기에 일은 주말이 끝나는 다음 주부터 시작이었다.
“아무것도 없어요.”
“그럼 저랑 얀센 스튜디오에 가 보실래요? 저도 어제 애신 씨 기분을 상하게 한 것도 있으니 제가 좋은 구경 시켜 드릴게요.”
김서준의 제안에 이애신이 깜짝 놀랐다.
이애신은 공부와 대외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영화와 같은 것은 즐겨봤다.
당연히 얀센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얀센의 스튜디오에 방문할 수 있다니.
“정말요?”
“네. 같이 가시지요.”
지금까지 김서준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이애신은 신나는 표정으로 김서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