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얀센의 스튜디오에 사람이 붐비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얀센, 크리스.”
“서준, 어서 오게.”
얀센이 김서준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이내 김서준의 뒤에 서 있는 이애신을 발견하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감독 얀센입니다.”
얀센이 이애신에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런 얀센의 모습에 이애신이 살짝 놀라며 손을 잡았다.
“이애신이에요.”
“서준이 스튜디오에 여자를 데려온 것이 두 번째네요.”
얀센의 얼굴에 짓궂은 미소가 어렸다.
“두 번째요? 첫 번째는 누구였나요?”
얀센의 장난에 낚인 이애신이 미간을 좁히며 얀센에게 되물었다.
“그럼요. 재작년이었나요? 서준이 그 여인과 함께 이 스튜디오를 방문한 것이요.”
“그래서 그게 누군데요?”
장난기 어린 표정의 얀센이 조용히 커피 한 캔을 이애신에게 내밀었다.
“오! 애신. 애신이 서준과 무슨 관계인지 모르기 때문이 이 이상은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
그제야 이애신은 필요 이상으로 자신이 열을 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라 표정을 고쳤다.
“은지 이야기예요. 은지가 이곳에서 음악 연수를 받았었거든요.”
“아. 은지 이야기구나…….”
김서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애신이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어? 방금 한숨 쉰 거 아닙니까? 오호. 이번에도 혹시 연수를 위해 오신 분이 아닌가 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군요.”
얀센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이애신을 바라봤고 그 모습을 크리스 역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얀센. 장난은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 볼까요?”
“하하! 장난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원래 처음 만난 사람과 분위기를 풀기 위해 이런 농담을 한다면서요?”
그 말을 들은 이애신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럼요. 저도 이런 농담 좋아해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자 그럼 앉으시지요.”
활짝 미소를 지은 얀센이 김서준과 이애신을 스튜디오에 있는 소파로 안내했다.
아직 농담(?)의 여운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애신은 손에 쥔 커피 캔을 만지막거렸다.
“서준, 생각은 정리했는가?”
“네, 정리했습니다.”
얀센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서준이 이곳으로 찾아왔다는 것은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는 것과 동일한 말이었다.
“그래도 내 생각과 같은지 서준 자네의 입으로 듣고 싶네.”
“얀센의 조언대로 주연은 너무 부담스럽고 조연으로 하겠습니다.”
얀센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다시 한번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서준을 주연으로 하면 이슈는 될 수 있어도 그가 생각하는 영화가 어그러질 수도 있었다.
“잘 생각했네.”
“그러면 이제 무슨 내용의 영화가 될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김서준의 눈이 또렷하게 빛났다. 얀센에게 대충 듣기는 했으나 정확히 결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이후로 미루어뒀었다.
“알다시피 장르는 뮤직 로맨스라네.”
얀센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스토리를 말하는 얀센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이쪽 분야에서 얀센은 미국에서 거장이라고 불릴 만큼 인지도가 있는 상태.
그리고 그만큼 영화를 자주 찍지 않아서 얀센이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미국의 영화 팬들은 물론이고 배급을 담당한 회사의 주가도 급등하곤 했다.
‘찍고 싶은 영화만 찍는 사람으로 유명했지.’
“어떤가?”
스토리 설명이 끝나자 얀센이 눈을 빛내며 김서준에게 물었다.
“제가 전문가가 아닌데요 뭘. 그래도 한마디 첨언을 하자면 일단 스토리는 정말 좋습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전생에 김서준이 영화를 즐겨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얀센의 영화와 음악은 즐겨 듣곤 했었다.
‘이건 역사에 없었던 영화네.’
그랬기에 그가 무슨 영화를 냈는지 어떤 음악을 냈는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번 영화는 김서준의 기억에 없는 영화였다.
‘나 때문인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 이미 데미얼의 영화에 음악으로 참여한 적도 있었고 스마트폰을 통해 더 많은 미디어를 얀센이 접했을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총체적으로 지금의 영화에 작용했을 것이다.
김서준의 입장에서는 달가웠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든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입장.
얀센이 손대는 영화라면 보통 영화가 아닐 것이고 그 영화에 출연하는 것. 물론 주연은 아니지만 꽤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이 김서준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서준 자네가 좋다고 하니까 마음이 놓이는군.”
얀센이 씩 웃었다.
그는 김서준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김서준이 빈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음악은 이미 만드셨습니까?”
얀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왔지만 음악은 영화가 들어가면 제작이 시작될 걸세.”
“바쁘겠네요.”
“그래. 바쁘겠지. 지금도 크리스가 바쁘게 데모를 찍고 있네.”
그렇지 않아도 크리스의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나 보다.
얀센이 달달 볶고 있을 테니 피곤하지 않으면 그것이 비정상일 것이었다.
“제가 도울 것은 없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저는 시간이 조금 남습니다.”
김서준의 말에 얀센이 박수를 쳤다.
“오! 그렇지 않아도 그것을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네. 크리스가 잘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준 자네가 도와주면 더 잘 나오지 않겠는가? 기계음은 영 그래서 말이야.”
얀센은 기계음을 싫어했다.
기술이 발달해서 기계로 음악을 찍는 것도 훌륭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얀센은 기계음에는 소울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랬기에 영화에 들어가는 모든 음악은 사람이 모두 손으로 찍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에게 더욱 칭송받는 것이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김서준이 활짝 웃었다. 윈윈이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소영신이 같이 일 좀 하자면서 서류를 한 무더기 밀어 넣을 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정말 궁금하군. 이분과 서준의 관계는 어떻게 되시는가?”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되어 가자 얀센이 다시 이애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애신은 화살이 자신에게 향하자 급히 커피 캔을 내려놓았다.
“제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
얀센이 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서준에게 무슨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음악에서도 배울 것이 별로 없었고 사업이라면 더 말할 것이 없다.
이미 세계 굴지의 기업을 일구어 낸 김서준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김서준에게 아직 젊어 보이는 여성이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단 말인가?
“네. 제게 로맨스를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로맨스를 가르쳐준다는 말에 이애신의 얼굴이 다시 붉게 변했다.
‘그게 뭐야.’
로맨스 선생님이라는 단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단어다.
하지만 김서준의 표정은 진지했다.
눈에 보이는 그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이애신은 과연 김서준이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 로맨스도 배우는 시대로군. 내가 이제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야.”
얀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김서준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에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듯했다.
“제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동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길에 세 명이 지나가면 그중 한사람에게는 꼭 배울 것이 있다.”
얀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은 말이군. 맞네. 신인 가수나 작곡가, 감독들이 나를 찾아오곤 하면, 그중에는 나도 배울 만한 것들이 있곤 했지. 과연…… 그렇게 생각한다면 로맨스도 배울 만하겠군.”
얀센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서준의 말을 들을수록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시작할까요?”
김서준이 소파에서 일어섰다.
* * *
“어떻게 됐어? 확보됐어?”
통신 3사의 직원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아닙니다. 삼신에서 생산되는 전량이 제4 이통사로 향한다고 합니다.”
“제기랄.”
통신 3사의 직원들은 미칠 노릇이었다.
제4 이통사에서 4세대 이동통신을 선언하며 개국했다. 그에 발맞추어 통신 3사에서도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가면 싸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고객을 모두 빼앗겨야 했다.
통신 3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통신은 3세대 이동통신. 4세대 이동통신과 비교하면 매우 느렸다.
요금제라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지만 제4 이통사에서 내놓은 요금제는 그들과 비슷, 아니 오히려 더 저렴했다.
속도도 빠르고 더 저렴한 통신사가 있다?
그러면 고객들의 선택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랬기에 통신 3사의 대표들은 어떻게든 4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지금 당장이야 4세대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단말기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이제 고객들의 핸드폰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바꾸는 주기는 2년이다.
더 빨리 바꾸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보통 통신사에서 제시하는 약정 기준이 2년이었기에 약정이 끝나면 다시 할인을 받아 새로운 기기로 바꾸곤 했다.
“제4 이통사 상황은 어때? 소식 들어온 거 있어?”
“아 네. 이미 수도권에는 LTE망 구축이 끝났고 지방도 대도시는 완료, 중소 도시 구축 중이라고 합니다.”
절망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후발 주자가 불리한 판이 통신 판이다.
제4 이동통신사가 미리 망 구축을 끝낸 이후에 구축을 시작한다면 이미 모든 고객들을 다 빼앗긴다.
“이게 도대체 뭐야…… 이게 말이 되나?”
통신 3사의 직원들은 지금 이 상황이 아직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들 역시 처음 제4 이통사가 출범한다고 했을 때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막강한 자금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망 구축을 단박에 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미 제3 통신사에서 과반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 고객들을 빼앗아 가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됐다.
“이래서 SJ SJ 하는 건가 봐. 나도 그때 이직을 했어야 하나.”
통신 3사의 직원들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SJ에서 통신사에 손댄다고 했을 때 이직을 했어야 했다.
지금은 이직할 사람은 모두 이직을 해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들이 나가서 승진은 쉽게 했지만, 회사의 앞날이 밝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왜 이걸 우리 탓을 하는 거야…….”
실무자들은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한다. 위의 판단 미스로 모든 물량을 SJ에게 빼앗긴 상태에서 모든 욕은 실무자들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후. 그만둬야 할 때가 오는 건가.”
“팀장님! 팀장님!”
“왜?”
그렇게 신세를 한탄하던 중에 부하 직원이 달려오자 김팀장은 짜증 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LTE 시범 서비스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래?”
그 말에 김 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네. 먼저 강남구에서 먼저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사용 가능할 겁니다.”
“가자!”
김 팀장이 서둘러 사무실을 나섰다.
그의 손에는 LTE 통신을 지원하는 단말기가 들려 있었다.
‘확인해 봐야 해.’
정말 LTE 기술이 실제로 3G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기술인지 판단해야 했다.
이 판단에 따라 앞으로 통신 3사의 전략이 수정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