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어? LTE 터진다.”
“오늘부터 시범 서비스라더니 진짜였네?”
카페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학생 두 명이 갑작스레 핸드폰 상태창에 뜬 LTE 표시에 깜짝 놀라 했다.
“와, 긴가민가했는데 정말 빠르다. 이거 가입한 지 아직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그래? 한번 써 봐.”
LTE 폰을 들고 있던 사람이 유튜브에 접속하여 동영상을 클릭했다.
기존의 3G 통신이었으면 꽤 로딩이 길고 버퍼링 역시 심했겠지만, LTE 환경에서는 상당히 부드러웠고 화질 역시 높게 설정이 되었다.
“이야. 나도 LTE 폰 살까?”
“사! 지금 가입하면 LTE망이 전국적으로 깔릴 때까지 3G 요금제로 받는다잖아.”
“진짜? 그러면 우리는 이득 아니야? 지금 수도권은 잘 터지는 것 같은데?”
“그러게.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와. 진짜 빠르다.”
“와이파이보다 더 빠른 거 같은데?”
이때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무선 환경 이용에 두 가지 행태를 보였다.
하나는 주어진 데이터를 가지고 이용하는 부류.
또 하나는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신조를 만들어 내며 와이파이 신호를 찾아 이곳저곳을 떠도는 부류.
행태는 달랐지만 두 부류의 공통점은 있었다.
불만족.
3G는 느린 속도와 부족한 데이터가 문제였다. 동영상을 켜면 심한 버퍼링에 동영상을 제대로 시청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음악은 저음질로 들으면 그나마 들을 만했지만 저음질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는 무리였다.
그래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라면 느린 속도를 감수하고도 사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무제한 데이터는 요금이 비싸 사용하지 못하고 QOS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속이 터져서 화병이 날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와이파이라고 다를까?
와이파이는 그래도 3G보다는 속도가 나았다.
하지만 늘 문제는 신호의 강도였다. 와이파이 신호가 나오는 곳은 도서관이나 카페였다.
공유기에 가까이 위치하면 그래도 빠른 속도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었지만 거리가 좀 멀어지거나 동시 접속자가 늘어나면 3G보다 못한 속도를 보여 주곤 했다.
한국인은 빨리빨리의 민족.
그런 민족성을 가진 한국인에게 3G나 공용 와이파이는 도저히 참아 줄 수 없는 것이었다.
“김 대리. 빨리 속도 측정 단말기 가져와.”
“가져왔습니다.”
김 대리가 속도 측정용 단말기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후, 제발 별 차이 없어라.”
박 팀장은 그렇게 말하고도 자신이 없었다.
논문대로 속도가 나온다면 적어도 3G보다 몇십 배는 빠른 속도가 나온다.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늘 이론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대단한 것들도 실제로 구현하고 나면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다.
박 팀장은 제발 이번 LTE가 그러길 바라고 또 바랐다.
‘제발. 그래야 우리가 산다.’
그렇지 않아도 쪼임당하고 있는 회사 생활이 더욱 쪼여질 것이 분명했다.
“측정 시작하겠습니다.”
김 대리가 측정기로 신호를 잡자 측정기의 바늘이 움직이며 속도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다운로드 속도 150Mps 나왔습니다.”
“제기랄…….”
다운로드 속도는 거의 50배 차이다. 도대체 3G로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속도 차이다.
“그럼 업로드는?”
“측정 중입니다.”
바늘이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이내 멈추었다.
“업로드 속도는 50.31Mbs입니다.”
“하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연한 생각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두 눈으로 결과를 보고 나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3G는 LTE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이제 통신 3사는 사운을 걸고 LTE망을 구축해야 한다.
“당장 보고 올려야겠다.”
박 팀장이 급히 사무실로 향했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LTE 장비를 마련해야 했다.
* * *
“대표님! 대표님!”
“아! 소 실장님. 오셨습니까?”
소영신이 울상인 표정으로 김서준을 찾아 얀센 스튜디오로 왔다.
“도대체 여기에 계시면 여기에 계신다 말씀을 해 주셔야지요.”
“왜, 무슨 일 있으십니까?”
김서준의 말에 소영신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영신은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 온 재단과의 협업에 관한 업무도 일이 넘쳐나는 상황이었고 그것 외에도 안드로이드사와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에 관한 일이 넘쳐 나고 있었다.
이미 한국에서 들어온 실무진은 침식과 밤낮을 잊은 채 일에 몰두하고 있었고 안드로이드사에 소속되어 있는 직원들도 미친 듯 일을 하고 있었다.
어디 그것뿐이랴?
갑작스레 안드로이드사 지분을 구매하게 된 엔디비아사도 바쁜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런데 김서준이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이다.
당장 김서준의 결재가 있어야 진행되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결정권이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더 있다면 서류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흠흠, 소영신 북미총괄사장님.”
“그러셔도 소용없습니다. 그리고 공식 명칭은 지사장이지 총괄사장이 아닙니다.”
소영신의 얼굴은 단호했다.
“제가 지금 일을 하기 싫어서 이곳에 있는 줄 아십니까?”
“아니십니까? 그리고 농땡이를 피우려면 대표님만 피우시면 되지 왜 이애신 씨는 데리고 있으시는 겁니까?”
소영신이 확 째려보자 이애신이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제 선생님이십니다. 이애신 씨는 지금 제 업무를 돕고 있습니다. 제 업무가 끝나면 재단으로 복귀할 거니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라는 겁니까? 아무리 봐도 농땡이 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영신이 보기에는 그랬다.
그저 기타 하나를 들고 마이크 앞에서 연주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소영신도 김서준이 얀센과 영화를 하기로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조연으로 연기는 물론이고 OST에 참여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정확히 영화 제작이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굳이 여기에서 이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제가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는지 아십니까?”
“후…… 정말이십니까?”
소영신이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 아무리 봐도 그냥 시간을 죽이는 것으로 보였는데 김서준은 그게 영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란다.
소영신이 의심하는 것은 당연했다.
“아! 진짠데. 크리스도 없고 얀센도 없으니까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네.”
“아! 저는 모르겠습니다.”
소영신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럼 이거나 결재해 주시지요.”
소영신이 가지고 온 결재판을 김서준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제 4이통사 시범 운영 종료 및 정식 개국 서류입니다. 이 실장이 대표님 어디 계시냐고 노발대발 아주 시끄럽습니다.”
“고생 많으셨겠네요.”
김서준이 서류판을 받아 들고 사인을 했다.
“LTE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대박입니다. 벌써 냄새를 맡은 미국 및 유럽의 통신사에서도 삼신에 주문을 밀어 넣고 있다고 합니다.”
“그럴 겁니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김서준의 선택을 모험이라고 했다.
아직 3G 통신망이 구축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세대의 통신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이었다.
심지어 그것은 이제야 논문으로 갓 발표되고 상용화 검증도 되지 않은 기술.
하지만 김서준은 로비를 통해 그것을 국제 표준으로 등록함과 동시에 곧바로 삼신과 협업해서 상용화를 진행했다.
모험도 이런 모험이 없었다.
일부 구역 망 설치 후 테스트도 아니고 단숨에 전국에 대한 망 설치를 진행하다니.
만약 생각보다 성능이 좋지 않다면 천문학적인 돈을 그냥 허공에 뿌린 셈이 된다.
“도대체 무슨 선견지명이 있으신 겁니까? 저도 이제 미국 지사장을 달았으니 대표님에게 그 선견지명을 배울 때가 되지 않았겠습니까?”
소영신이 진지하게 김서준에게 물었다.
이건 단순히 도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었다.
도박꾼이 아무리 잘나가더라도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듯 한 번쯤은 미끄러져야 했다.
하지만 김서준은 미끄러지지 않았다.
그것도 사운을 걸고 하는 도박들에서 늘 승리했다.
김서준에게 그것들은 도박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김서준에게는 확신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확신에 익숙해질만도 했지만, 소영신은 가끔씩 소름이 돋을 때가 있었다.
“그럼 이제 신제품 출시도 서둘러야겠습니다.”
“네. 이미 각 제조사에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LTE를 지원하는 핸드폰 몇 종이 이미 시판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 반응이 파악되는 즉시 공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다행입니다.”
김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겁쟁이다. 사업 몇 개를 말아먹어도 괜찮은 대기업의 경우는 좀 덜했지만 규모가 덜할수록 사업가 특히 제조업을 하는 사업체들은 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이렇게 증명을 시켜 줘야 했다.
“흠흠. 그러면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저 일해야 합니다.”
축객령에 소영신이 다시 이를 꽉 깨물었다.
지금처럼 일을 해 주면 얼마나 좋단 말인가?
“미스터 소, 오랜만입니다.”
소영신이 몸을 부르르 떨고 있을 때.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며 얀센과 크리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때다.’
얀센과 아직 입도 안 맞추었을 테니 김서준의 거짓말을 깰 수 있을 기회였다.
“얀센. 반가워요.”
“미스터 소의 영어는 만날 때 마다 일취월장하고 있군요. 그나저나 여기에는 무슨 일입니까? 서준을 보러 왔나요?”
소영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이 여기에 일이 있다고 하시는데 진짜 대표님이 일을 하고 계신 건가요?”
소영신은 일부러 얀센과 김서준의 사이에 섰다.
둘이 눈빛을 교환하는 것도 차단하려는 것.
“네. 지금 서준에게 OST의 준비를 부탁했습니다. 서준이 맡을 배역의 주제곡이니 서준이 작업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서요.”
“아!”
소영신의 표정이 흔들렸다. 하지만 아직 포기한 것은 아니다. 미리 입을 맞추어 놓았을 수도 있다.
“아! 정말입니까?”
얀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빨리 이걸 처리하고 일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미스터 소가 노발대발할 것이라고요.”
그 말을 들은 소영신이 고개를 돌려 김서준을 바라봤다.
소영신의 눈이 흔들렸다.
‘대표님이 그럴 분이 아닌데.’
요즘 일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김서준이기에 설마 김서준이 그런 말을 얀센에게 했을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로 짤 시간도 없었는데 얀센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김서준이 직접 그 말을 했다는 것이다.
“제가 대표님을 오해했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소 지사장님. 이제라도 제 마음을 알아주셨다니 다행입니다.”
‘끄응.’
소영신이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었다.
‘분명 내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것 밖에는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없었다.
이미 소영신이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대비해서 얀센에게 말을 해 두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저 미소를 보니 확실하네.’
짐짓 근엄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서준을 보니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깨달은 소영신이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산더미와 같은 일을 생각하니 속에서 불이 나 견딜 수 없었다.
‘대표님. 다 좋은데 여자와 히히덕거리는 모습은 볼 수 없네요.’
어떻게든 김서준을 골탕 먹이기로 마음먹은 소영신이 입을 열었다.
“애신 씨, 재단 사람들이 찾으시던데요. 대표님에게는 제가 잘 말씀드릴 테니…….”
“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 지사장님. 이미 팀장님에게 허락 받았습니다. 이애신 씨는 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제 어시스트 스태프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남자고 경험도 미천하다 보니 여성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요.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익!”
김서준의 말에 소영신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도대체 한 번을 이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