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세계 최초 4세대 이동통신망 상용화 성공] [국제 표준을 이끄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기업!] [미국, 유럽, 중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배우러 온다] [제4 세대 이동통신의 성공을 이끈 3인방은 누구?]LTE 시범 서비스가 시작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언론에서는 LTE에 대한 찬양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SJ나 삼신에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한국에서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 LTE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의 발로였다.
“우리는 아직 3G도 구축이 안 끝났는데, 과연 한국입니다.”
유럽은 물론이고 북미 지역의 통신 관계자들도 입으로는 칭찬을 하고 있었지만 미간은 잔뜩 좁아져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한국으로 날아온 그들이다.
일정 구역에서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하면서 세계를 선도한다는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단말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서울 어디를 가든지 음영 지역이 거의 없어 보였다.
게다가 속도는 어떠한가?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세대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50배에 가까운 속도 차이는 그들로서는 믿기 힘든 수치였다.
“LTE 장비를 제조하는 국가가 어디입니까?”
각 국가에서 나온 통신 관계자들 중 눈을 빛내는 관계자들은 보통 2인자와 3인자들이었다.
아직 3세대 이동통신망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
선두 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3세대 통신망을 구비할 필요가 없다.
선두 주자보다 먼저 4세대 이동통신으로 갈아타면 그것으로 이기게 된다.
지금 눈으로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말만 같은 데이터 통신이지 완전히 다르다. 50배의 속도 차이는 완전 다른 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은 삼신전자에서만 만들고 있습니다.”
“당장 계약하고 싶은데 담당자와 연결해 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우리가 먼저…….”
단순히 현황 파악을 하러 온 그들이었지만 여기 와서 느낀 것은 간단했다.
이걸 본사에 보고하고 지시 사항을 기다리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한시라도 빨리.
경쟁사보다 빨리.
장비를 수주하는 것이 중요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생산 설비 증설에 들어갔으니 조만간 모든 국가에서 LTE 장비를 구매할 수 있을 겁니다.”
삼신 직원의 설명에도 통신 관계자들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대격변이다.
때를 기다리며 상황을 보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
3세대 이동통신을 구축할 때는 그래도 안드로이드 컨소시엄 단위로 움직여서 수월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적자생존. 각자도생.
먼저 4G를 구축하는 쪽이 국가의 통신망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줄을 대야 한다.’
애초에 그들은 공평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업체에서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모든 물량을 삼신에서 구매해야 한다.
공장의 생산량이란 결국 한계가 있었고 전 세계의 수요를 충족하기는 힘들 것임이 분명했다.
당장 한국에 들어가는 물량만 해도 어마어마한 물량.
그들의 차례까지 돌아오려면 얼마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로비.’
그러니 로비를 해야 했다. 어떻게든 삼신에 로비를 해서 먼저 장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국가의 대도시나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진행해도 된다.
그렇게만 하더라도 일단 시장을 장악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하. 저희도 생산량을 더 늘리고 싶지만 쉽지 않네요. 일단 원천 기술이 SJ 측에 있고 삼신은 위탁 생산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서요.”
‘위탁 생산? 어쩐지…….’
통신 관계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위탁 생산이었기에 이렇게 물량이 부족한 것이다.
“왜요? 다들 모르셨어요?”
관계자들의 표정이 묘해지자 삼신의 직원이 오히려 되물었다.
“아! 아닙니다. 그럼 저는 이만.”
“저도 이만 보고가 급해서요.”
직원들이 급히 전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진 방향은 달랐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같았다.
“지금 당장 SJ와 연락을 해야 합니다.”
“SJ 대표 위치 좀 수소문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장 출발하게요.”
그 모습을 보던 삼신의 담당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소용 없을 텐데.”
그의 말을 듣는 사람은 없었다.
* * *
“어떱니까?”
“좋은데요. 정말 좋은데 뭔가 아쉬워요.”
“그래요?”
불이 꺼진 얀센의 스튜디오.
녹음실 천장 작은 매립등 하나가 김서준과 이애신의 머리 위를 비추고 있었다.
“네, 다 좋아요, 정말 좋아요. 그런데 왜 아쉬움이 느껴질까요?”
이애신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아쉬운지 정확히 짚을 수 없어서 답답했다.
“그러게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저도 아쉽게만 느껴지네요.”
김서준이 기타를 내려놓았다. 며칠간 쉼 없이 기타를 쳐 와서 그런지 그의 손끝에는 다시 굳은살이 단단하게 박이기 시작했다.
‘아프네.’
손끝이 찌르르 아파 왔다.
기타라는 것이 그랬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두 번을 거치면서도 물론이고 자주 기타를 쳐 온 김서준이다.
그때마다 손에 굳은살이 박였지만, 기타를 좀 쉬면 손에 굳은살이 떨어져 나가고 다시 새살이 돋는다.
그랬기에 다시 이렇게 기타를 잡으면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처음부터 겪어야 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아프지 않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으음…….”
이애신이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하지만 명확하게 무엇이 아쉬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시 처음부터 짚어 볼까요?”
기타를 내려놓은 김서준이 펜과 종이를 들었다.
“먼저 이 노래는 작중 조연이 사랑하는 여자가 떠날 때 선물하는 노래예요.”
이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연은 아마 슬플 거예요. 사랑하는 여자가 떠나가니까요. 그러면서도 모순적으로 마음 한구석은 기쁠 것 같아요.”
“왜요?”
김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려운 형편의 조연을 떠나서 더 나은 삶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아…….”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얀센에게 받은 조연의 백스토리를 읽은 뒤였지만 서로 파악한 부분이 달랐다.
확실히 김서준보다 이애신이 그런 감정적인 부분을 파악하는 데 능했다.
‘도움이 되네.’
적당히 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적당히 해서도 안 되었다.
영화에서는 깐깐하기 그지없는 얀센이 대충 나온 노래를 통과시켜 줄 리 만무했다.
그리고 김서준도 그것을 원했다.
대충 해서는 대중들을 사로잡지 못한다.
“흐음…….”
김서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그 감정을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잘 모를 거 같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쎄요?”
김서준의 질문에 이애신이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저는 일단 하고 봅니다. 나가지요.”
“네?”
기타를 메고 김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갑작스러운 김서준의 행동에 이애신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김서준을 바라봤다.
“가요!”
“어딜요?”
되물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서준이 이애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갑작스레 끌려간 이애신의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다.
당황스러움 반.
그리고 설레임 반.
작업실을 뛰쳐나가자 도시의 네온사인과 겨울 LA의 선선한 바람이 훅 하고 덮쳐 왔다.
도시의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김서준이 이애신을 데려온 곳은 로스엔젤레스 메트로.
지하철이었다.
“여긴 왜요?”
“조연의 감정을 알 수 없다면 직접 느껴 보는 수밖에 없잖아요.”
달려온 탓에 숨이 차올랐기에 이애신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김서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뜻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아무리 굴려도 김서준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작중에서 조연과 여주인공이 헤어지기 전 밤 기억해요?”
“네. 아!”
그제야 이애신은 김서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작중과 똑같은 상황에 놓여 보자는 말이다.
이애신이 김서준의 얼굴을 바라봤다. 김서준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여기요.”
김서준이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건넸다.
“작중에서는 선이 긴 이어폰인데…….”
“아! 작중과 지금의 기술이 조금 다릅니다. 이건 블루투스예요.”
“블루투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블루투스 제품들도 확실히 많이 출시되고 있다는 것을 이애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아!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입니다. 회사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제품이에요.”
“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이애신은 김서준이 기업의 총수라는 것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김서준과 있다 보면 김서준이 거대 기업의 총수라는 것을 까먹곤 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이애신이 이어폰을 귀에 착용했다.
띠링.
귀에 이어폰을 집어넣자 띠링 하는 작은 알림음이 들려왔다.
싸아아아.
그리고 마치 거짓말처럼 주변의 소음이 모두 사라졌다.
“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깜짝 놀란 이애신이 이어폰을 귀에서 뺐다.
이애신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김서준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거 뭐에요? 뭐지…….”
마치 우주에 덩그러니 놓인 느낌이었다.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하는 겁니다.”
“노이즈 캔슬링? 아!”
음향 장비에 대해 잘 모르는 이애신이었지만, 정말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가 볼까요?”
이애신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마침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었다. 김서준과 이애신이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지하철에 올라탔다.
밤의 지하철은 사람이 없었다.
한국이라면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과 취객들로 붐볐을 지하철이지만 LA의 지하철은 달랐다.
지하철에 올라탔을 때. 김서준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재생시켰다.
김서준이 며칠간 열심히 만든 그 곡이었다.
무언가 아쉬운 그 곡.
이애신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여주인공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내일 이별한다.’
‘내일 이별한다.’
음악 때문일까?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울적해지고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옆에 앉아 있는 김서준이 지금이라도 훌쩍 자신을 떠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애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김서준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김서준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그 표정을 본 이애신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러갔을 때.
김서준이 이애신의 손목을 잡고 일어섰다.
예상하지도 못했던 움직임에 이애신이 단발마의 비명을 지른 채 딸려 일어섰다.
‘아!’
왜 그러냐는 소리를 하려는 순간. 이애신은 그것이 시나리오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랬기에 손에서 힘을 빼고 김서준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겼다.
시나리오대로라면 이 둘은 이대로 지하철을 빠져나가 도심을 달린다.
이애신의 예상대로 김서준은 이애신과 함께 지하철을 빠져나와 도심을 달렸다.
콧가에 스치는 도시의 비린내가 더욱 짙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숨이 차오를 때쯤.
김서준과 이애신은 한 재즈바 앞 벤치에 앉았다.
영화에서도 이럴 것이다.
음악이 절정에 이를 때쯤 김서준이 이애신을 바라봤다.
이애신 역시 고개를 돌려 김서준의 두 눈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이애신의 두 눈이 사정없이 떨려 왔다.
잠시간의 눈빛 교환 후.
김서준과 이애신이 천천히 이어폰을 뺐다.
그리고 김서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