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으응?”
이른 시각 스튜디오에 출근한 얀센이 미간을 좁혔다.
묘한 냄새와 분위기가 느껴졌다. 얀센은 머리를 굴려 이 냄새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튜디오는 꽤 넓었고 구획화되어 있었기에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탁!
얀센이 스위치를 눌러 스튜디오의 불을 켰다.
“어?”
스튜디오의 소파에 누군가 담요를 덮고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애신?”
덩치가 작은 것으로 보아 김서준은 아니고 이애신임이 분명했다.
“응?”
피곤했나 보군이라는 생각을 하며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쳐 놓은 얀센의 눈에 이애신의 귀에 꽂혀 있는 것이 보였다.
생긴 것은 이어폰인데 선이 없었다.
‘무선 이어폰?’
가끔 몇몇 회사들에서 무선 이어폰을 출시하고는 했지만, 사용 가능한 기기도 별로 없었고 음질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기에 얀센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 보는 물건이네.”
잘 쓰지 않더라도 대충 어떤 제품들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애신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은 그도 처음 보는 이어폰이었다.
“궁금하군.”
음향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많은 얀센이었다.
하지만 자고 있는 이애신의 귀에서 이어폰을 뺄 수는 없었기에 얀센은 스튜디오 내부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코너를 돌자 녹음실이 보였다.
녹음실에는 작은 간접등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간접등 아래에서 김서준이 기타 연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음. 바뀌었군.”
김서준의 연주를 들으며 얀센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퇴근하기 전에 김서준이 작곡했던 곡을 들었던 그다.
지금 연주하고 있는 곡과 유사했지만 달랐다.
마치 빠져 있던 조미료가 들어간 느낌이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정확히 말하지는 못하지만 바뀌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응?”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얀센은 김서준의 귀에도 이어폰이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애신의 귀에 있는 것과 동일한 제품이었다.
특이한 디자인에 회사 로고도 박혀 있지 않은 물건.
“시제품인가 보군.”
보통 저런 제품은 시제품이다. 그리고 김서준이 그런 시제품을 들고 있다는 것은 SJ 혹은 삼신에서 출시 준비 중인 제품이라는 말이다.
궁금했다.
김서준이 들고 오는 물건은 하나같이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저 이어폰은 또 얼마나 신기한 물건인지 얀센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김서준의 연주가 끝났을 때 얀센이 녹음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할 말이 많았다.
“서준.”
“아! 이 밤에 다시 출근하셨습니까?”
김서준이 손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내며 웃음을 지었다.
‘밤?’
얀센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은 이미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시간이었다.
“서준 설마 밤을 새운 건가? 지금 아침이야.”
“아!”
김서준이 깜짝 놀라 스마트폰을 꺼내 시계를 바라봤다.
얀센의 말처럼 벌써 아침이 된 후였다.
“몰랐네요.”
김서준이 머쓱한 표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데 휴식도 연습의 일환이라네.”
“명심하겠습니다.”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얀센의 말이 그냥 하는 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스포츠 선수에게 휴식이 훈련의 일환이듯 뮤지션에게도 휴식은 재충전과 동시에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행위였다.
무작정 오랜 시간을 연습한다고 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서준. 귀에 끼고 있던 그것은 무엇인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말이야.”
“아, 이거 말씀이십니까?”
김서준이 얀센에게 이어폰과 이어폰을 담는 작은 케이스를 내밀었다.
“그래. 이거 말일세.”
얀센의 눈이 빛났다. 가까이에서 보니 꽤나 콤팩트한 디자인이다.
“무선 이어폰입니다. 이번에 SJ에서 삼신을 통해 출시할 신제품입니다. 한번 사용해 보시겠습니까?”
마다할 리 없었다.
얀센이 이어폰 케이스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응?’
귀에 이어폰이 들어가자 띠링 하는 알림음과 함께 갑자기 이 세상에서 혼자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앞의 김서준을 바라보자 김서준이 웃음을 지었다.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웃음.
게다가 입까지 뻐끔이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해진 얀센이 귀에서 이어폰을 빼냈다.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노이즈 캔슬링입니다.”
“노이즈 캔슬링? 소음을 차단해 준다고?”
“네, 그렇습니다.”
얀센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음악을 한 곡 틀어 주게.”
말로 듣기에는 놀라웠으나 직접 경험해 봐야 했다.
음향 기기는 소음 차단 이런 기능보다 일단 기본인 음질이 좋아야 한다.
김서준이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음악을 재생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얀센이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평소 고가의 하이엔드 헤드셋을 쓰던 터라 얀센은 음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음향 기기의 음질이야 리시버의 크기에 비례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니까.
하지만 얀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작은 크기의 이어폰이 꽤 준수한 소리를 내 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노이즈 캔슬링의 효과인지 주변의 잡음이 하나도 들리지 않으니 음악에 더욱 몰입되는 느낌이었다.
“좋군.”
솔직히 마음에 들었다.
매번 큰 헤드셋을 쓰고 있는 것이 영 거추장스러웠던 얀센이었다.
“이거 언제 출시되는가?”
“이번에 새로운 삼신 스마트폰 플래그십이 나오면 그때 같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놀랍군.”
얀센은 오랜만에 구매 욕구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좋으시면 제가 하나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겠는가?”
눈이 번쩍 뜨였다. 아직 제품 출시가 되지 않은 상황.
이게 막상 출시가 되더라도 미국에서 출시된 후 손에 들어오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김서준이 보내 준다고 하면 곧바로 받을 수 있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고맙네.”
얀센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연주는 어땠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조연의 테마곡으로 쓸 곡을 만들어 봤습니다.”
“좋군, 아주 좋아. 이전에 들었던 것보다 훨씬 좋은데 무슨 깨달음이라도 있었나? 어제와 오늘이 너무 다르군.”
입발린 칭찬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미세한 차이였지만 그것이 곡의 느낌과 완성도를 확연하게 바꾸어 놓았다.
이런 것은 단순히 오래 연습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음악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건 천재의 영역이 아닌 감성의 영역. 김서준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음이다.
“제가 직접 해 봤습니다.”
“응? 해 봤다니 무엇을?”
얀센은 김서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직접 해 봤다는 말인가?
“감독님이 주신 시나리오에 있는 대로 조연을 따라 해 봤습니다.”
“뭣이?”
깜짝 놀랐다.
그 방법은 배우들의 방법이다. 몇몇 배우들이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그 배우처럼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배역에 몰입해서 그 배우가 되는 것.
누가 알려 준 것도 아닐 것이 분명한데 김서준은 그것을 따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음악에도 영감을 주다니. 얀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서준은 늘 나를 놀라게 하는군.”
“하하, 과찬이십니다.”
김서준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말이야.”
“네?”
얀센이 눈을 좁히면서 되물었다.
“조연은 사랑하는 사람과 지하철을 타면서 음악으로 감정의 교류를 나누지.”
“네, 그렇지요.”
김서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연의 테마곡 역시 그 때 가장 고조가 된다.
“그런데 말이야. 서준 자네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데 단순히 지하철에서 주인공을 따라 한다고 이런 음악이 나올 수 있는지 해서 말이야.”
얀센의 좁혀진 눈은 펴지지 않았다.
“음…… 뭐라고 설명을 드려야 할지.”
얀센이 김서준과 거실에서 자고 있는 이애신을 번갈아 봤다.
“흐음. 수상해. 수상해.”
“뭐가 수상하십니까?”
“서준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말이야. 저번에 왔던 은지 양은 아닌 것 같고 역시….”
“역시라니요?”
김서준이 되물었을 때.
부스럭.
거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흠. 그 역시가 깨었나 보군. 하여튼 서준의 마음은 잘 알았네. 난 늘 서준을 응원한다네.”
“아…… 네.”
“그럼 좀 씻고 쉬고 오게. 그래서는 될 음악도 안 되겠어.”
“알겠습니다.”
김서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로 걸어 나갔다.
“어? 일어나셨네요?”
거실에 나가자 이애신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네…….”
김서준의 말에 이애신이 고개를 숙이며 작게 대답했다.
왜 이애신이 작게 대답을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 김서준이 해맑게 말을 덧붙였다.
“밥이나 먹으러 나가지요. 여기 LA에 유명한 순두부집이 있어요.”
“네, 그래요.”
이애신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 형! 그런 것이 있으면 진즉 나에게 말했어야지!”
이인영은 전화에 대고 울상을 지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전화를 하고 있는 이인영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 형! 지금이라도 내가 투자하면 안 될까?”
전화를 이어 가던 이인영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아…… 알았어. 나도 공부해야지……. 안 그래도 할머니한테 잔뜩 혼났어. 형은 수능 미리 봐서 전국 수석을 했는데 너는 뭐 하는 애냐고. 응…….”
이인영이 어두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이인영은 스마트폰을 조작해 메일에 접속했다.
새로운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인영아. 미국이 그리울 너를 위해 보낸다.]김서준이 보낸 메일이었다. 메일에는 고용량의 음악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인영의 손가락이 파일 다운로드를 눌렀다.
상당히 고용량의 파일이었지만, 몇 초 되지 않아 다운로드가 끝났다.
“힝. LTE가 빠르긴 하네.”
파일을 내려받은 이인영이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음악.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듣는 이인영의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졌다.
“인영아, 뭐 들어?”
이인영이 한참 음악에 몰입하고 있을 때. 이인영의 학교 친구들이 옆으로 다가왔다.
“아! 서준이 형이 보내 준 음악 듣고 있었어.”
“우와! 진짜? 나도 들을래!”
“나도 나도!”
이인영의 친구들은 김서준의 음악이라는 말에 너도나도 나섰다.
하지만 이어폰은 하나. 사람은 여럿. 모두가 들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스피커로 틀어 주면 음악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메일 보내 줄게. 듣고 바로 지워야 해. 알았지?”
“그래그래!”
이인영이 친구들의 메일에 음악을 전송하였다.
메일을 받은 친구들이 들뜬 마음으로 다운로드를 눌렀다.
“야! 너무 오래 걸리는데?”
“그래? 난 금방 되던데?”
이인영의 폰에서는 금방 이루어지던 다운로드가 친구들의 폰에서는 극히 느리게 진행되었다.
“뭐야? 너희 3G야?”
“어. 너는?”
“나는 LTE지. 그러니까 느리나 보다.”
다운로드를 기다리던 친구들은 이내 속이 터질 것 같았는지 취소 버튼을 거칠게 눌렀다.
“아! 다운로드 안 돼! 인영아 니 거로 좀 듣자!”
“그래! 나도 답답해서 못 받겠어!”
친구들이 이인영에게 때를 썼다.
“너희도 LTE 하라고! 왜 나한테 이래!”
친구들의 비명을 즐기면서 이인영이 소리쳤다.
한성 그룹에서 LTE를 서비스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나 이인영은 왠지 김서준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