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김서준 찾았어?”
“네, 찾았습니다.”
“어디 있어?”
“할리우드에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 통신 업자들은 급했다. LTE 장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단 SJ와 접촉해야 했다.
다른 기업들도 LTE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나 이제 개발에 들어간 정도이기에 실제 생산까지는 빨라야 몇 달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SJ는 달랐다.
SJ에게 라이센스만 획득한다면 그 기술, 이미 증명된 것을 바탕으로 빠르게 위탁 생산을 맞기면 된다.
기술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과 SJ와 라이센스 이용 협약을 맺는 것.
어떤 것이 더 빠를 것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할리우드에서 또 뭘 하고 있는 거야? 거기에 사업할 꺼리가 있어?”
“영화를…… 찍으려는 것 같습니다.”
“그럼 빨리 알아 와. 투자사, 배급사는 어디고 감독은 누구인지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통신사의 직원들이 후다닥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 싸움이었다.
상대방이 먼저 접촉하기 전에 김서준과 SJ에게 잘 보여야 한다.
* * *
얀센의 스튜디오에는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그들 앞에서 얀센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니, 이게 지금 뭐 하시는 짓들 입니까?”
얀센의 눈이 그 사람들의 얼굴을 훑었다. 그들은 얀센도 익히 아는 사람들이었다.
미국 유명 투자사의 직원들. 그들은 연신 웃음을 띠며 얀센에게 아부를 하기 시작했다.
“감독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번에 새로 영화를 하신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달려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오게 되었습니다.”
투자사 직원들은 어떻게든 얀센에게 한마디라도 더 건네 보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모두 돌아가시오. 아니면 여기 있는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한마디도 나누지 않겠소. 돌아가서 절차를 지켜 주시오.”
투자사 직원들은 얀센이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발걸음을 돌려 스튜디오에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이 모두 떠나고 나자 그제야 얀센은 한숨을 돌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서준 혹시 자네가 부탁한 것인가?”
얀센의 시선이 김서준에게 향했다.
김서준은 손을 휘휘 저으며 부정했다. 지난번 데미얼의 영화야 데미얼에게 투자할 사람이 없었기에 이인영을 통해 상부상조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애초에 얀센이 투자사를 구할 수 없을 리 만무하기도 하였으니 굳이 그가 나서서 투자사를 모을 필요가 없었다.
“그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냔 말이야. 서로 투자를 하겠다고 난리니 이거 살 수가 있나. 서로 전액을 다 투자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어. 전액 투자가 말이 되는가 말이야. 우리가 무슨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닌데 전액이라니.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해.”
“이상하긴 하네요.”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제작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모르는 김서준이더라도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영화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생각한다.
거장이 만들더라도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영화는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랬기에 투자사들은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단독 투자보다는 여러 투자사들을 모아서 리스크를 분산시켰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마라.
그것이 이쪽 투자의 기본이었으니까.
그랬기에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얀센 역시 투자사들 여럿을 물색해 둔 상태였다.
그들에게 분할 투자를 받는다면 투자 금액을 채우는 것은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아침부터 얀센의 핸드폰은 쉼 없이 울렸다.
투자를 하겠다는 연락들이다. 그런 역락은 당연히 올 수 있었다. 그가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제안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제안이었다.
전액을 투자하겠다는 제안. 그것도 예상 제작비보다 몇 배의 돈을 투자하겠다는 제안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제안이었다.
리스크 관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영화 예산이 늘어나면 물론 퀄리티가 좀 더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예산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도 투자사들에서는 예상 제작비의 몇 배가 되는 돈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걸려 오는 전화를 무시하며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그는 사무실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투자사 직원들을 마주해야 했다.
그들은 마치 영화에 투자를 해야 하는 사명감이 있는 사람들처럼 투자 의향서를 들이밀며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이런 역사가 있었는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도 이런 상황은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단 말이야.”
소파에 몸을 묻은 얀센이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김서준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투자를 받으면 좋지 않습니까?”
그 말에 얀센이 고개를 돌려 김서준의 두 눈을 바라봤다.
“저 돈은 내 영화를 보고 오는 돈이 아니야. 내가 모를 리 없지. 그럼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 돈이라는데 그런 돈으로 영화를 만들어 봐야 뭐가 나오겠나?”
“그럼 모두 거절하세요.”
“거절?”
“네. 차라리 모두 거절하세요. 말씀하신 대로 저 돈이 이유가 있는 돈이라면 투자를 받으면 분명 무언가를 해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겠지. 그것이 나를 향한 것이든 아니면 서준을 향한 것이든 말이야.”
얀센이 사업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세상을 살아오면서 얻은 눈치라는 것이 있었다.
김서준이 영화에 참여 하는 것을 알게 된 다른 회사들이 무언가 얻기 위해 투자사들에게 로비를 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농후하다고 생각했다.
“흠…….”
하지만 고민할 것은 많았다. 결국에는 투자를 받아야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누가 진짜 투자자이고 누가 목적이 있는 가짜 투자자인지 구별이 어렵게 되었다.
“이렇게 된 거 저희가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가장 깔끔하겠네요. 다른 의도 역시 없고.”
“SJ에서?”
김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SJ가 돈은 있었으나 어떤 영화에 투자를 하기에는 관련 업무를 진행해 본 적이 없었다.
영화는 당장 제작이 되어야 하는 것. 그 인원을 모으고 절차를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아니요. 이번에도 한성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성과 저는 사업적 연결 고리도 없고 한성에서 저에게 원하는 것도 없으니 적당할 겁니다.”
결자해지다.
결국 김서준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었다.
“한성에서? 한성에서는 이번에 투자 의향서를 넣지 않았는데 가능하겠는가?”
얀센도 흥미를 보였다.
지금에서는 김서준의 말을 따르는 것외에는 답이 없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김서준이 씩 미소를 지었다.
* * *
이인영은 요즘 죽을 맛이었다. 김서준이 영화 촬영을 위해 미국에 갔다는 것을 안 이후부터 도저히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성적이 좋으면 미국에 다시 보내 준다고 송혜령 회장이 약속했지만 방학까지는 아직 남은 시간이 길었다.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던 그때가 생생했다.
잊을 수가 없었다.
“하! 그때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어차피 결정권도 없었지만 이인영은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지이이이잉.
침대에 누워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고 있을 때.
이인영의 휴대폰이 진동을 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스마트폰 액정에 떠오른 김서준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이인영이 전화를 후다닥 잡았다.
“형!”
이인영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맨날 이인영이 먼저 전화를 걸었지 지금처럼 김서준이 전화를 먼저 건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형! 바쁘다고 연락이 없었잖아.”
이인영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김서준이 평소에 연락을 잘 하지 않아 서러웠던 탓이다.
“그런데 왜? 무슨 일 있어? 혹시 영화가 잘 안 되는 거야? 그게 아니면 혹시 주연 배우가 도망갔어? 그것도 아니면 형이 다시 주연을 하기로 했나?”
투정은 잠시였고 김서준이 왜 자신에게 연락을 했는지 궁금했던 이인영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냈다.
-인영아. 영화에 투자 한번 또 해 볼래?
“영화?”
뜬금 없는 영화소리에 이인영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영화. 이 상무님에게 바로 말하면 네가 삐질까 봐 너한테 먼저 말하는 거야.
이인영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져 나갈듯 기쁨으로 부풀어 올랐다.
“물론이지! 상무 삼촌하고 할머니한테는 내가 말할게! 얼마든지 투자 가능할 거야!”
이인영이 기쁜 얼굴로 방 이곳저곳을 뛰어 다녔다.
“그러면 나도 미국 가도 돼? 투자가 진행되면 좀 상황도 보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이인영의 눈이 빛났다.
마음은 벌써 미국까지 날아간 듯했다.
하지만 전화에서 들려오는 김서준의 말은 그의 기대와는 좀 달랐다.
-아! 너는 학교 다녀야지. 이번에 개근상 못 타면 미국 못 온다며? 송 회장님이 걱정이 많으시더라.
“아…….”
이인영의 어깨가 축 처졌다. 김서준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당장 미국으로 가는 것은 어렵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또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방학이 되면 다시 미국으로 날아가서 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이인영의 가슴은 부풀어 올랐다.
“알았어 형! 내가 상무 삼촌하고 할머니한테 말해 놓을게!”
-고맙다. 잘 지내고 방학 때 미국에서 보자.
“응 형!”
전화가 끊기자 이인영은 환호성을 지르며 침대에 고개를 푹 파묻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일이.
다시 일어난 것이다.
* * *
얀센이 투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은 금세 투자자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이 영화에 투자를 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직원들은 얼굴에 암담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들이 얀센의 영화를 통해 김서준에게 어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되자 이제 투자자의 가면을 쓰지 않고 통신사의 임원들이 직접 김서준을 찾아왔다.
“할 말이 있습니다. 잠시 제 말을 들어 주십시오.”
그들은 스튜디오로 출근하는 김서준을 붙잡고 늘어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LTE 장비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김서준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이미 한국에서 보고를 받았기에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외국 통신사의 LTE 장비 구매 의사 타진에 대한 보고]그들이 세계 최초로 LTE를 상용화를 경험해 보기 위해 한국으로 올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경험한다면 당장이라도 망을 구축하기 위해 장비를 사려 들 것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SJ는 장비 생산량을 일부러 조절하고 있었다.
‘어차피 팔아야 할 물건이다. 중국의 업체들이 생산을 시작하기 전에 파는 것 역시 나쁘지 않지.’
이 정도면 충분이 무르익었다. 어차피 제4 이통사가 사용할 양은 충분히 발주가 되어 있는 상태.
지금부터 생산량을 늘려 해외로 판매를 타진하는 것이 가장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향이었다.
“흐음.”
김서준이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통신사 임원들이 눈망울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좋습니다. 주변 카페로 가시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침의 할리우드 거리에서.
여러 명의 백인 남성들이 동양인에게 땡큐를 외치면서 감사해하는 모습은 미국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