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소영신 실장님.”
“네,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에단과 만난 직후 김서준은 즉시 소영신에게 전화를 했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에단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인공지능 연구소 진행 사항은 어떻습니까?”
-네?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부지 선정이 끝났습니다.
예상했던 속도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에단이 절치부심한 이상 지금 속도로는 부족했다.
더욱. 그리고 더 빨리 치고 나가야 한다.
김서준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없었다.
인공지능이 미래 산업을 이끌 산업이라는 것.
4차 산업에 핵심이라는 것을 짚어 줄 수는 있어도 어떤 인공지능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는 김서준은 알지 못한다.
그랬기에 인공지능은 시간 싸움이었다.
에단은 전생에 스스로 그 산업을 꽤 크게 이루어 냈다.
전생에 비한다면 아직 근 5~6년의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에단은 김서준에게 자극을 받은 상태였다.
게다가 김서준으로 인해 촉발된 스마트폰과 빅데이터의 개념은 에단의 사업을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시간을 지체한다면 에단에게 잡힐 위험이 있었다.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한다.
에단이 가장 먼저 인공지능의 시대를 연다면 김서준은 세상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못한다.
이제 김서준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더 서두르세요. 예산을 초과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시킵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평소 장난기가 많은 김서준이지만서도 이번만큼은 목소리가 달랐기에 소영신은 되묻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김서준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건가? 에단 셰틀러가?”
어이가 없으면서도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올랐다.
* * *
“대충 제 분량은 마무리가 된 것 같네요.”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 LA의 날씨도 살짝 춥다고 느껴질 정도가 되었을 때.
김서준과 소영신이 할리우드의 카페에 마주 앉았다.
두 달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서준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다행입니다. 이제 잠은 조금 주무실 수 있겠네요.”
소영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간 걱정 많이 했습니다. 무슨 바람이 들으셨는지 영화 촬영과 동시에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에 대해 그렇게 많은 일을 하실 줄은요. 지금에야 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왜 그러신 겁니까?”
소영신은 진정으로 궁금했다. 미국에 온 이후부터 일하는 것을 좀 피하던 김서준이 갑자기 어느 순간 일에 미친 사람처럼 굴었다.
덕분에 인공지능 연구소는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소영신에게도 대부분의 권한이 있기는 했으나 그래도 김서준이 참여하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의 속도 차이는 꽤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시간요?”
소영신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아직 김서준은 젊다. 아니 젊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리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부족하다니?
순간 소영신의 마음에 걱정이 팍 치고 들어왔다.
‘혹시 건강이 좋지 않으신 건가?’
그럴 수도 있다.
옛날부터 천재는 박명이라 요절한다고 하였다.
김서준은 소영신이 본 그 어떤 천재들보다 뛰어난 사람.
그렇다면 옛말에 따라 요절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혹시 최근에 병원 가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요. 없습니다만.”
소영신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럼 오랜만에 병원에 가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병원은 왜 가 봅니까?”
이번에는 김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요 몇 년을 과로하시기도 했고. 아무리 젊다 하더라도 몸은 꾸준히 검사해 봐야 합니다.”
장난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김서준은 미간을 좁혔다.
“혹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 때문에 그러십니까?”
“아…… 아닙니다!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영신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김서준에게 듣기 싫었다.
“잘 들으세요. 제가 왜 서두르는지 말입니다.”
“대표님…….”
김서준이 목소리를 낮게 깔자 소영신이 자세를 바로하고 김서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래, 알고는 있어야지. 그래야 대비할 수 있지.’
마른침을 꿀꺽 삼킨 소영신이 주먹에 힘을 꽉 쥐었다.
‘대표님이 만들고 일구신 사업. 절대 무너지게 두지 않겠습니다.’
“제가 일을 서두르려는 이유는…….”
꿀꺽
소영신의 목을 타고 마른침이 넘어갔다.
“에단이 절 찾아왔었습니다. 두 달 전에요.”
“네?”
생각했던 답이 아니었기에 소영신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안도의 한숨.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네? 에단이 절 찾아온 게 다행이란 말입니까?”
“아! 저는 대표님이 무슨 불치병이라도 걸려서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소리인 줄 알았습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죄송합니다.”
소영신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도 소영신은 안도의 한숨을 계속 내쉬었다.
“그런데 에단이 왜 대표님을 찾아왔답니까? 이야기는 한국에서 다 끝난 게 아닙니까?”
그제야 평정심을 되찾은 소영신이 김서준에게 물었다.
“크게 화를 내고 갔습니다. 아마 제가 영화를 찍는 것이 못마땅했던 모양입니다.”
“흐음.”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소영신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아마도 에단은 저를 라이벌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아아!”
쉽게 이해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으나 소영신은 그래도 어렵사리 이해할 수 있었다.
에단은 자존심이 강하다고 들었다. 자존심 강한 에단이 김서준을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김서준은 사업은커녕 영화를 찍고 있었으니 무시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대표님이 잘못하셨네요. 자업자득입니다.”
그랬기에 김서준이 달린 것이다.
에단이 앞서 나가기 위해 불철주야 열정을 다하고 있을 것이니까.
김서준이 늘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말.
세상은 1등이 아니면 기억해 주지 못한다.
그리고 인공지능 영역에서는 1등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체제가 될 것이다라는 말.
에단이 달리기 시작한 이상 김서준도 달려야 했다.
“저야 뭐 그래서 좀 편해지긴 했지만요.”
소영신이 커피를 홀짝홀짝 마셨다.
한국에서야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셨는데 이곳에서는 에스프레소가 대다수라 영 먹어도 적응이 되지는 않았다.
“인력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전방위적으로 공고를 내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던 연구원들이 몰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개념이 아니었다.
인공지능의 시작은 1950년 앨런 튜링의 계산 기계와 지능이라는 논문에서 학습하는 기계에 대해 서술하였다. 그리고 이 기술은 현대 컴퓨터 구조의 표준이 되었고 학계에서는 이것을 인공지능의 시작이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 전기 스위치처럼 온 오프 하는 기초 기능의 인공신경을 그물망 형태로 연결하면 인간의 뇌를 아주 간단하게나마 흉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이후 꽤 오랜 시간 인공지능 연구는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2000년대 이르러 딥러닝 기술에 관해 조금씩 연구가 더 이루어지게 된다.
김서준의 전생에서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되어서 2015년에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되었었다.
“그 연구원들을 모조리 영입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싸움은 결국 시간과 돈의 싸움이다.
에단이 먼저 그것을 움켜쥐느냐 아니면 김서준이 움켜쥐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었다.
‘딥마인드.’
전생에서 구글은 딥마인드라는 회사를 4억 달러에 매입한다.
후에 딥마인드가 가진 가치를 생각해 보면 헐값이라고 해도 무방한 돈.
하지만 김서준은 그 딥마인드를 살 생각이 없었다.
아직 딥마인드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거니와 굳이 딥마인드가 만들어지길 기다렸다가 살 필요도 없었다.
더욱 먼저 앞서 나가면 된다.
“인재 영입에 서둘러 주세요. 특히 저번에 말씀드렸던 영국의 데미스, 셰인, 술레이만 이 세 명의 영입을 서두르셔야 합니다.”
다른 인공지능 학자들도 많았지만, 이 세 명이 나중에 딥마인드를 세우게 된다.
이들을 영입하면 딥마인드라는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음과 동시에 인공지능 연구소에 큰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네. 이미 접촉 중에 있습니다.”
덥썩 물 것이다.
천재들이란 원래 그랬다.
천재들 중 에단처럼 사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천재들은 연구를 좋아하지 사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업은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김서준은 그런 사람들을 대가를 주고 데려올 생각이다.
“준비해 주세요. 에단에게 보여 주는 겁니다.”
“뭘 보여 줍니까?”
“에단의 라이벌은 제가 아니라 소 실장님이라는 것을요.”
“네?”
소영신이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소 실장님이 대부분의 실무를 맡아서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에단의 라이벌은 제가 아니라 소 실장님이시지요. 소 실장님!”
“네, 대표님.”
“앞으로도 화이팅.”
무슨 말을 하나 했다. 소영신이 표정을 구긴 채 김서준을 바라봤다.
“아! 소 실장님 말씀대로 요즘 과로를 좀 했더니 피로하네요. 그럼 저는 좀 쉴 테니 소 실장님은 이만 돌아가 주세요.”
“끄응…….”
소영신이 앓는 소리를 냈다.
김서준을 오해한 탓에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 버렸다.
“알겠습니다….”
“라이벌…… 화이팅. 저는 가 보겠습니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소영신의 어깨를 두들긴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감독님.”
“서준 왔는가?”
얀센이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를 보며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무슨 걱정 있으세요?”
“몇몇 장면이 걱정이야.”
영화 촬영은 빠르게 마무리되어 갔다. 넘치는 돈이 인력과 장비 그리고 장소를 수월하게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주연배우가 여기에서 심하게 고민을 하고 있어.”
얀센이 김서준에게 모니터를 보여 주었다.
마지막 주연배우가 무대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
애절한 눈빛과 함께 여인이나 성공이냐 하는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장면이었다.
그 내면의 연기와 함께 음악이 어우러져야 하는 장면.
연기는 훌륭했으나 음악이랑 같이 나오니 영 사이즈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이 장면은 더빙으로 처리할 수도 없는 부분이었다.
동시녹음의 현장감이 들어가야만 화룡점정이 완성되는 장면.
배우도 그것을 알았기에 어떻게든 라이브 연주를 진행했으나 어찌 그것이 쉬우랴.
얀센의 고민은 그것이었다.
영상을 본 김서준도 얀센과 같은 생각이었다.
“제가 만나 봐도 될까요?”
“서준 자네가?”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나야 고맙지.”
얀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곧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씬 73. 23회 차입니다.”
탁!
슬레이트가 내려쳐지고 무대에 음악이 깔리기 시작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라이브로 밴드가 연주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연주에 맞추어 주연배우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했다.
많은 조연들이 무대 앞에서 주연배우를 연호하기 시작하자 촬영장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게 아니야!”
연주가 한참 무르익어 갈 때 쯤. 주연배우가 기타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감독님 죄송합니다.”
“잠시 휴식.”
주연배우가 자리에 주저앉자 얀센이 급히 휴식을 선언했다.
“니콜. 자네 괜찮은가?”
머리를 감싸 쥔 채 니콜이 괴로워하자 얀센이 무대로 올라가 물었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제가 잘해야 하는데 느낌이 살지 않습니다.”
“혹시 도움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떤가?”
“도움요?”
주연배우 니콜이 천천히 고개를 올려 얀센을 바라봤다.
“그래, 도움. 그런데 자네 자존심이 좀 상할 수도 있네.”
“누구기에…….”
“자네도 아는 사람일세. 연기는 비록 신인이지만,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톱이라고 해도 무방한 사람이지.”
얀센이 무대 아래로 고개를 돌렸고 니콜 역시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김서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