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시사회는 미국 영화계에 큰 파문을 남기며 종료되었다.
[아카데미, 칸을 예약하다] [시대에 획을 긋는 음악 영화] [얀센. 건재함을 과시하다] [주연 니콜. 배역과 완벽한 혼연일체를 선보이다] [주연 같은 조연 그는 누구인가?]시사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기자들은 멀티플랙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 들고 원고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어땠어요?”
기자들을 뒤로한 채 김서준과 이애신이 천천히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몸은 상영관 밖으로 나왔지만 아직 마음은 영화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애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단해요. 지금까지 얀센 감독님이 만든 그 어떤 영화보다 훌륭한 것 같아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러면 제 연기는 어땠어요? 처음 연기하는데 떨려 죽을 뻔했어요.”
김서준이 이애신을 바라봤다. 촬영장에서는 모두 좋다 좋다 했지만 시청자의 의견은 다를 수 있었다.
얀센이 자신이라고 봐줄 사람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라는 것이 있었다.
“정말 서준 씨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배우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대단했습니다.”
이애신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정말요? 하, 다행이다.”
김서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지하철 씬…….”
예전의 일이 생각난 이애신이 부끄러운듯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예?”
“그 지하철 씬이 가장 좋았어요.”
이애신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그녀의 얼굴을 김서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그 장면을 볼 때 김서준과의 일이 생각난 것이다.
“같이 가요!”
이애신이 앞서 나가자 김서준이 급히 이애신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김서준이 문앞에 도착하기 전. 기자들이 김서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안녕하십니까. 인터뷰좀 가능할까요?”
“제공된 필모를 보면 이번이 연기 첫 도전이신데…….”
김서준의 앞이 가로막히자 순식간에 기자들이 김서준을 둘러쌌다.
그들에게 김서준은 큰 관심사였다. 어차피 주연인 니콜은 시사회장 무대에서 질의응답을 받고 있었기에 상관없었고 새롭게 등장한 김서준을 인터뷰하길 바랐다.
김서준이 기자들 사이로 이애신을 바라봤다.
“잠시만요. 인터뷰는 얀센 감독님을 통해 진행해 주세요.”
“조금만 인터뷰해 주시지요.”
김서준이 기자들을 헤치고 지나가려고 했지만, 취재 열기에 불타는 기자들을 뚫고 지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서준이 난감한 표정으로 이애신을 바라봤을 때.
이애신이 무어라 말을 했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고 오세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김서준이 자세를 바로 했다.
“10분간만 질문 받겠습니다. 먼저 이쪽 분부터요.”
김서준이 질문을 받겠다고 하자 기자들이 그제야 좀 진정하며 천천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번 영화에 삽입된 곡들 중 상당수를 직접 작사 자곡 하신 것이 맞습니까?”
“네. 얀센 감독님의 지도아래 제가 작사 작곡 했습니다.”
“본업이 무엇입니까? 필모그래피를 보건대 이전에 찍은 영화는 하나도 없었는데요. 어떻게 이번 영화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실 수 있으셨습니까?”
“정말 죄송하게도 제 본업은 배우가 아닙니다.”
“배우가 본업이 아니시라고요?”
기자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봐도 김서준의 연기는 본업이 배우가 아닌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그러면 무엇입니까? 가수? 가수겠지요?”
가수가 본업이면 이해가 된다.
드문 케이스는 아니었다. 원래 연예인들은 끼가 넘치는 편이다.
가수가 연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배우가 노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가수이기도 합니다만…… 제 본업은 사업가입니다.”
“사업가?”
이건 또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린가 싶은 표정으로 기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네. 저는 사업가입니다.”
여기서 가수나 배우라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김서준은 미국에서 그의 포지션을 사업가로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가 김서준의 이미지가 올라간다.
배우 김서준.
가수 김서준의 이미지가 올라가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렇게 사업가 김서준의 브랜드 밸류와 이미지를 상승시켜 놓아야 닥쳐올 폭풍을 견뎌 낼 수 있게 된다.
“어? 그러고 보니…….”
김서준의 말을 듣고 나서야 몇몇 기자들이 미간을 좁히며 김서준의 얼굴을 바라봤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봤을 것이다.
미국 미디어에 자주 출연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김서준의 얼굴은 인터넷에서 꽤 알려진 편이었다.
안드로이드 발표 행사나 삼신의 스마트폰 컨퍼런스를 진행한 이력이 있었기 때문.
연예부 기자들이라 곧바로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기자라 그런지 김서준의 얼굴을 기억해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가 가장 먼저 기억을 떠올린 기자가 소리쳤다.
“아! 안드로이드사의 최대 주주 미스터 킴!”
“아!”
“오!”
기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안드로이드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애플사와 더불어 두톱을 달리는 신흥 IT 강자였다.
아직 기업공개가 되지는 않았지만 기업공개가 된다면 주식시장이 요동칠 것이라고 누구든 말하든 그런 기업.
그런 기업의 최대 주주가 이번 영화에 조연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연기도 잘했지만 그것의 유무를 떠나서 그냥 연예계에서 회자될 일이었다.
“그럼 이번 영화의 투자는 미스터 킴이 맞으신 겁니까?”
“아닙니다. 저는 이번 영화 투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사업가 김서준이지만 이번 영화에는 배우 김서준, 뮤지션 김서준으로 참가한 겁니다.”
“오오!”
기자들은 김서준이 하는 말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기 바빴다.
“스마트폰은 쓸 만하십니까? 애플사의 스마트폰도 보이는군요.”
“하하하!”
김서준이 애플사의 휴대폰을 쓰는 기자를 향해 농을 던지자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휴대폰에 비하면 많이 부족합니다.”
애플사의 스마트폰을 쓰던 기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렇게 로비 앞에서의 작은 기자회견은 그렇게 마무리되어 갔다.
* * *
시사회가 끝난 얀센의 영화는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동시 개봉을 하였다.
얀센의 영화가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이 월가에서는 다른 주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벌써 몇 번째지?”
“셀 수도 없습니다.”
“흐음.”
거대 투자사들은 속속 올라오는 보고서에 이마를 찌푸리고 있었다.
중소 투자사들이 폐업을 하기 시작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직 윗선에서는 이번 사태를 그렇게 크게 보지 않았다.
물론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팔던 몇몇 중소 투자사들이 파산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아직 작은 움직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주목은 필요했다.
“중소 투자사들이야 굳이 이번이 아니더라도 자주 파산하고는 했지. 지난 통계와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변화가 있어?”
“지난 통계가 없습니다. 통계를 작성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투자 매니저들이 표정을 찡그렸다. 팀장의 얼굴을 보니 그들의 야근은 거의 확정적인 것 같았다.
“만들어. 이전의 파산률과 지금의 파산률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말이야.”
팀장의 명령에 부하 매니저들이 울상을 지었다.
“팀장님,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지금도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 나갑니다. 몇몇 중소 업체들의 파산에 이렇게 민감하게…….”
“이게 몇몇이야? 처음 몇몇 투자사들을 그런 셈 칠 수 있지. 그들의 자본금이야 원래 적었으니까.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것이 문제야. 그것도 급속도로. 그것들이 우리 회사에 영향을 안 줄 것이라고 생각해?”
준다.
분명히 준다.
포트폴리오로 묶인 채권은 한 회사에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리스크 분산을 위해 여러 회사가 엮여 있다.
지금 대형 회사들은 그 정도 타격에 별 위험을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책임을 같이 져 줄 회사들이 사라져 간다면 부담이 가중될 것은 사실이었다.
“괜히 욕먹기 싫으면 미리미리 해 두자고.”
그렇게 말하는 팀장도 사실 그렇게 큰 걱정까지는 하지 않았다.
팀장의 걱정은 그들의 회사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아니었다.
미리 이런 보고서도 올리지 않았냐는 상사의 질책이 더욱 두려웠다.
* * *
[수상한 시장] [경제 위기 사실이 되나?]시간이 좀 더 지나자 미국의 경제계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계층들이 부채 상환을 포기하며 디폴트를 선언하자 시장에 막대한 양의 부동산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부동산 매물이 쏟아져 나오자 당연히 집값 거품은 한번에 꺼지기 시작했다.
집값이 떨어지니 은행들과 투자사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었는데 이제 그들이 채무불이행 선언을 하자 집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매물이 워낙 많아 집이 나가지도 않았거니와 나간다고 하더라도 빌려준 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그 손실이 그대로 투자사와 은행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겁니다.”
김서준과 소영신이 카페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김서준의 얼굴에는 쓴웃음마저 감돌고 있었다.
“몇몇 일하는 관리자급 직원들은 보고서 작성이나 기타 의견 표출을 통해 리스크를 알려 왔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중국 등 아시아의 돈맛을 본 회사는 그 보고서를 모조리 무시할 겁니다.”
“대표님 말이 사실이었네요.”
소영신은 다시 한번 놀랐다. 김서준이 여유 자금을 모두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몰락에 베팅했을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였다.
김서준이 지금까지 보여 준 능력이 있었기에 믿기는 하였지만 이렇게 호황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 몰락할 것이라고는 쉽사리 납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몰락하기 시작했다.
그 몰락은 물밑 깊숙한 곳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수면으로 올라와 거대 투자사들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된 겁니까?”
소영신의 질문에 김서준이 친절하게 대답했다.
“이건 누구의 책임이라 짚어 말하기 힘듭니다. 시장과 정부 양측 모두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습니다. 정부는 시장을 너무 믿고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것이며 시장 역시 돈벌이에 급급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한 겁니다. 웃기는 일이지만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 채권 중 자기가 기르는 강아지 혹은 이미 죽은 사람의 명의로도 대출이 나온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모럴 해저드 역시 중요한 문제점임을 보여 주지요.”
소영신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단순히 시장의 그런 모럴 해저드나 리스크 외면만 문제가 아닙니다. 서브프라임 계층의 사람들은 일이 없으면 집을 팔아 갚으면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김서준이 커피를 천천히 들이켠 뒤 말을 이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돈을 갚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단! 집값이 이전과 같이 높았을 때라면요. 미국 법은 담보가 있는 대출은 담보를 회수하고 나면 다른 자산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까요.”
“모든게 종합적으로 얽혀 있네요.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기 힘든…….”
김서준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되고야 맙니다. 그리고 잃는 사람이 있으면 버는 사람도 있고요.”
김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김서준은 이번 기회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이번 사태 그리고 이어질 큰 사태를 통해 김서준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벌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은 김서준이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가는 데 중요한 자본금이 될 것이었다.
“일하러 가 볼까요? 이제 슬슬 시장에서는 우리의 정체를 궁금해할 겁니다.”
“네, 대표님.”
김서준과 소영신이 천천히 카페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