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
음악천재 재벌3세 18화
음악천재 재벌3세 18화
지이이잉
이은지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진동벨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제가 가져올게요!”
이때다 싶어서 이은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커피 두 잔이 담긴 쟁반을 받아 오면서도 이은지는 도대체 김서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혹시 요즘 유행한다는 캐스팅을 빙자한 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기꾼치고는···.’
자리로 돌아가면서 이은지가 김서준의 모습을 쓱 훑었다.
사기꾼치고는 너무 말끔히 생기긴 했다. 게다가 노래 실력도 대단했다.
온갖 생각에 잠긴 채 이은지가 쟁반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이게 아메리카노?’
가장 저렴해서 시킨 아메리카노. 이은지는 아메리카노를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친척 집에서 구박받는 천덕꾸러기가 아메리카노를 사 먹을 여유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 봐야 커피겠지라는 생각에 이은지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우욱.”
순간 올라오는 쓴 향에 이은지가 당황해서 김서준을 바라봤다.
아무리 맛이 없어도 상대가 사준 상황.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참기에는 아메리카노가 너무 썼다.
‘이걸 돈 주고 사 먹는다고?’
이해할 수 없었다.
“바꿀까요? 아직 입 안댔는데.”
김서준이 자신의 음료를 이은지에게 내밀었다.
“아! 아니에요.”
“사실 제가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어서요. 잘못시켰네요.”
“그···. 그래요? 그럼 바꿀게요.”
이렇게까지 말하니까 이은지도 더 거부할 수 없었다.
애초에 잘못시켰을 리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괜한 부끄러움에 이은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생각해봤어요?”
“가수···. 하고 싶지요. 그러니까 이렇게 오디션을 보고 다니잖아요.”
“그럼 저랑 계약하시지요.”
계약이라는 말에 이은지가 김서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사기일 거야.’
오디션이라는 오디션에 다 떨어지는 자신에게 이렇게 매달리는 이유는 사기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죄송해요. 제게 좋은 제안 해주시는 것은 감사한데 솔직히 말해서 사기 같아요. 그럼 먼저 일어나 볼게요. 잘 마셨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은지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
“이씨···.”
달동네로 향하는 길을 터벅터벅 오르던 이은지가 울상을 지었다.
“뭐라고 말하지?”
고모에게 사정사정해서 받았던 버스비였다.
온갖 욕을 먹으면서 오디션에 온 건데 또 떨어졌다고 하면 무슨 말을 들을지 뻔했다.
“다녀왔습니다.”
끼이이익
낡아서 거친 쇳소리를 토하는 문을 열고 들어온 이은지가 안채의 눈치를 살폈다.
“결과는?”
잘 다녀왔냐는 안부도 묻기 전에 안채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해요···.”
쾅
죄송하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채의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리며 흉신악살처럼 표정을 구긴 고모가 얼굴을 내밀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어린 애가 공부는 안 하고 노래 바람이 나서!”
그리고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고모부의 비웃음 섞인 말도 들려왔다.
“재가 연예인 되기 전에 내가 백만장자가 되겠어. 연예인은 아무나 하냐고.”
“네 돈 대느라 돈을 많이 썼으니까 오늘 저녁은 걸러라.”
고개를 푹 숙인 이은지가 방으로 들어갔다.
방이라고는 했지만 작은 창고를 개조한 탓에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곳에서 이은지는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저년 때문에 속상해 죽겠어. 제 집안 돈 거덜 낸 것도 모자라서 내 돈도 거덜 내려고 한다니까?”
‘그만.’
잔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속으로 그만하라고 소리쳤으나 그 소리가 고모에게 들릴 리 만무했다.
소리치는 것만으로는 성이 안 풀렸던 것일까?
덜컹
고모는 이은지의 방문을 확 열어 재끼고는 연신 독설을 쏟아 냈다.
“뭐 잘한 게 있다고 그러고 있어? 당장 바퀴벌레 안 잡아?”
“자···. 잡을게요.”
“내가 바퀴벌레처럼 한 번 해봐? 제 어미 찾아가라니까 왜 내 집에 얹혀사는지 모르겠어.”
쾅
다시 한번 쾅 닫히는 문.
이은지가 소매를 들어 차오른 눈물을 닦아냈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
노래라도 부르지 않으면 눈물이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누구세요?”
이은지가 슬슬 일어나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할 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은지가 살짝 문을 열고 밖을 바라봤다.
밖에는 양복을 잘 차려입은 남성이 서 있었다.
딱 봐도 인텔리해 보이는 것이 어디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 분명해 보였다.
이은지에게는 기고만장하던 고모와 고모부도 그 남자 앞에서는 기가 죽는지 몸을 잔뜩 웅크렸다.
“여기 이은지양 집 맞습니까?”
“그런데요?”
이은지라는 이름이 나오자 고모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이은지 양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이은지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
“은지는 왜 찾아요? 내가 은지 보호자니까 나한테 말해봐요.”
고모의 얼굴에 탐욕이 차올랐다. 돈 냄새를 맡은 것이 분명했다.
“은지양에게 전해야 하는 말입니다.”
“혹시 뭐 딴따라 기획사에서 나온 거면 돌아가요. 우리 은지는 딴따라 안 하고 공부할 거니까요.”
고모는 상대가 순순히 응하지 않자 심통을 부리며 문을 닫으려고 했다.
“진심이십니까?”
“그래요! 우리 은지도 이제 노래 안하고 공부하기로 했어요. 당신 뭐해? 어서 이 사람 밖으로 안 내보내고?”
고모의 성화에 고모부도 몸을 일으켜 성큼성큼 현관으로 다가왔다.
“은지양. 대표님께서 말씀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은 사기꾼도 아니고 그저 은지양이 노래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한 명의 팬이라고요. 보석은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빛나는 법이라고 하셨습니다.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보석은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벌컥
이은지가 문을 벌컥 열었다.
“얘 뭐해? 안 들어가? 어서 들어가!”
이은지의 모습에 고모가 호통을 질렀으나 이미 그 말은 이은지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갈게요.”
“이게 뭐라고 하는 거야!”
고모가 이은지의 손을 홱 낚아채려 할 때.
문 앞에 서 있던 남성이 고모의 팔을 잡았다.
“이거 놔! 경찰 불러? 내가 은지 보호자인데 감히 나한테 이러는 거야?”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습니다. 계속 이렇게 폭력적으로 나오시면 이쪽에서 법적으로 처리하겠습니다.”
단호하고 깔끔한 일 처리에 이은지의 고모와 고모부는 말문이 막혔다.
“은지양. 챙기실 짐 있으시면 챙겨 나오시지요.”
“네!”
뭐에 홀린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는 사기꾼 같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지금은 왜 따라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은지는 지금 자신의 느낌을 믿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챙길 짐도 많이 없었기에 작은 캐리어에 짐을 구겨 넣은 이은지가 남성을 따라나섰다.
“너 이번에 나가면 진짜 끝이야! 고모랑 끝내고 싶어?”
이은지의 뒤통수로 고모의 악이 들려왔다.
“어차피 절 바퀴벌레처럼 생각하셨잖아요. 그 바퀴벌레가 나가준다는데 왜 그러세요?”
혹시 모를 콩고물이 아쉬워서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은지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
“크리스.”
“아. 감독님.”
녹음실에서 기타를 품에 안은 채 땀을 식히고 있던 크리스는 자신을 부르는 얀센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그가 녹음할 때는 그 누구도 녹음실에 들어올 수 없었으나 오직 그를 발굴하고 키워준 얀센만은 그의 녹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크리스. 자네는 노력과 재능 중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뜬금없는 질문에 크리스가 기타를 벽에 기대었다.
“글쎄요. 감독님.”
어렸을 적 크리스는 분명 재능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스스로 음악을 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분명 재능은 존재하지만, 재능을 뛰어넘는 것은 노력이라는 것.
그것이 크리스가 얻은 답이었다.
“크리스. 이 영상을 한 번 보지.”
얀센이 녹음실 컴퓨터에 USB를 꽂아 넣자 녹음실 벽에 달린 LCD 화면에서 영상이 재생되었다.
‘학생?’
교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학생이 분명했다.
교복을 입고 있는 아시아 학생 몇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학교 축제 영상 같군요.”
“일단 한번 봐보게.”
침묵 속에서 영상이 재생되었다.
간단한 밴드 공연이었지만 크리스의 얼굴은 심각하게 변한 후였다.
크리스의 얼굴을 본 얀센이 작은 미소를 띠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그냥 연주를 꽤 하는 사람의 영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여학생들의 연주는 딱 학생 레벨이었지만, 왼쪽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동양인 학생의 실력은 달랐다.
“감독님. 솔직히 좀 놀랍네요.”
“어때 보이는가?”
“나이에 비해 특출나요. 기교가 많이 드러나는 곡은 아니지만···.”
크리스가 말을 끌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기타 주법. 그리고 특히 가슴을 울리는 감정어린 선율은 학생의 레벨에서는 흉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면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나?”
“노력을 많이 했을 수도 있잖습니까?”
크리스의 말에 얀센이 고개를 저었다.
“오! 크리스. 이 영상은 한국의 영상이야. 한국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는지 모르고 있나? 아마 이 학생도 아침부터 밤까지 교과서를 붙잡고 있느라 바쁠거야.”
얀센의 말이 일리가 있었기에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 사는 그였지만 텔레비전에서 한국 학생들의 공부량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았기에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게다가 아직 학생이다.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기획자들이 탐낼 인재군요. 아니. 이미 걸출한 스승이 있어서 그를 가수로 키우고 있을 수도 있고요.”
낭중지추라.
날카로운 송곳은 주머니에 있어도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법이다.
이 영상이 미국까지 퍼졌다면 이미 한국에서는 그를 잡기 위해 난리가 났음이 분명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얀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번 가볼 생각이네. 크리스. 잘하면 자네의 사제가 생길지도 모르겠군.”
말을 마친 얀센이 녹음실을 빠져나갔다.
*
웅성웅성웅성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동작 고등학교 강당 앞은 사람으로 붐볐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학교 강당임에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카메라! 정신 안 차려? 빨리 찍으란 말이야.”
케이블 음악 채널 N-NET의 조감독 양수찬은 몰려드는 참가자들을 보며 진땀을 빼고 있었다.
1차 예선인 전화, 영상 예선에 지원한 사람의 숫자를 보고 2차 현장 예선도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몰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덕분에 조감독인 그는 메인 PD의 성질을 그대로 받아야만 했다.
감독의 성질을 받아내느라 기분이 상하기는 했으나 여러 참가자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그의 가슴속에는 이 한마디만 가득했다.
‘대박이다.’
“아쉽지만 탈락입니다.”
“아! 뭐야? 내가 왜 탈락이야.”
자신의 탈락을 인정하지 못하는 몇몇 참가자들의 과격한 행동.
겉보기와는 다른 실력을 지닌 반전 참가자까지.
“야. 조감독. 저쪽 잡아봐.”
그리고 감독의 눈에 가장 그리고 좋을 그림이 보였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
만약 그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실력까지 좋으면 장면 뽑기는 가장 좋았다.
“예!”
감독의 명을 받은 조감독 양수찬이 카메라를 들고 감독이 지목한 참가자를 향해 뛰어갔다.
“참가자 이름이요?”
“김서준입니다.”
지잉-
심사위원 앞에서.
카메라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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