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이자 거대 금융 그룹인 리먼사의 회의실에는 아침부터 고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될 동안 돈만 받아 처먹고 뭣들 한 거야?”
“죄송합니다.”
리먼사의 매니저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명백한 실책이었다.
리먼사는 다른 투자사들에 비해 레버리지가 굉장히 높았다.
게다가 다른 투자사나 은행들에 비해 채권 및 모기지 관련 투자가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잘 팔릴 때는 큰돈을 벌 수 있었으나,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지자 그만큼 손해가 막심했다.
“그래도 얼마 가지 않아 진정되지 않겠습니까?”
한 매니저가 의견을 내자 고성을 지르던 관리자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연준이나 다른 은행에서도 이번 사태를 그냥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지켜보고 있지 않으면?”
관리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미간을 좁히자 매니저가 자신의 의견을 이어 나갔다.
“이번 일로 자사가 타격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미리 이 사태를 예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미 자사의 구조가 레버리지와 모기지에 중점을 두고 있었던 만큼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매니저가 씩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미국 경기 역시 우리 리먼사가 휘청거리면 더 크게 휘청거리게 되어 있습니다. 속된 말로 리먼사가 망하면 미국이 망한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지금 사태가 장기화되면 연준에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으음.”
관리자가 고민에 빠졌다.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딴 소리를 듣자고 회의를 소집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자네들이 신경 쓸 문제는 아니지. 자네들이 신경 쓸 문제는 바로 이거야. 바로 어떻게 손해를 최소화할 것인가.”
관리자의 말에 매니저들이 표정을 찡그렸다.
“일단 모기지 파생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습니다. 그리고…….”
매니저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리먼사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고객들의 피해를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뭐?”
팀장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
매니저들도 불만이 생길수밖에 없었다. 팀장 역시 매니저들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다만 그 말을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이다. 책임 소재를 모두 매니저들의 선택에 떠넘기기 위한 저급한 술책이었다.
회의록은 남아 있게 되는 만큼 이번 일의 책임은 모두 매니저들이 지게 되리라.
물론 팀장도 멀쩡하지는 못하겠지만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었다.
“대금 지불을 유예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금 지불을 유예하면 다른 중소 회사들이 쓰러질 겁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 리먼사의 부담을 조금은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이미 어쩔 수 없음을 느낀 매니저들의 입에서 온갖 방법이 쏟아져 나왔다.
대금 지불을 유예하는 것은 신용에 그다지 좋지 않았으나 당장 유동성을 확보하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회사가 청산 절차에 들어가고 언젠가는 줘야 할 돈이겠지만, 그 유동성으로 당장은 버텨 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담보부 증권을 대량으로 매각해야 합니다.”
이 말에 관리자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회사의 밥줄인 서브프라임 담보부 증권을 대량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것은 자산의 순손실을 의미했다.
지금 서브프라임 담보부 증권은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는 상황.
이것을 내다 팔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팔아야 합니다. 그래야 충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후우.”
관리자가 한숨을 쉬었다. 담보부 증권을 상각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안 좋은 해석을 낳을 여지가 충분했다.
“꼭 그래야만 하나?”
매니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말한 연준의 방어와 기타 도움을 바라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자사가 아무런 출혈도 없이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받을 수 있는 도움도 받을 수 없어질 것이었다.
“그건 내가 건의 올려 보지.”
관리자가 서류 가방에 서류를 천천히 집어넣은 뒤 회의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본 매니저들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다가 우리도 인원 정리하는 거 아니야?”
“흐음. 설마?”
지금 월가에서는 대규모 인원 정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리먼사의 라이벌사인 베어스턴스에서는 전 인력의 5퍼센트 감원에 나섰고 유동성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CEO가 경질되기도 하였다.
아직 리먼사는 그런 움직임은 없었지만 언제든 그럴 수 있음이다.
“잠시 해프닝이길 바라야지.”
매니저들의 한숨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 * *
[경제 대공황의 시작인가?] [미국 월가 붕괴 초읽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그 문제는 무엇이었는가?] [짐 싸는 월가의 매니저들] [무엇이 월가를 이렇게 만들었나?]뉴스 매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번 경제 위기를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여러 이유를 분석하는 내용이 다수였고 시장이 문제 없음을 내세우는 매체들도 있었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시장은 그들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그들이 그런 뉴스를 아무리 내보내더라도 투자사들과 은행에서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거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추가 감원에 나섰습니다.] [베이스턴스는 추가 감원과 더불어 임직원의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겠다……] [S&P는 베어스턴스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하고 있으며……]“결국 이렇게 돼 가네요.”
“자업자득입니다. 애초에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한 채 당장의 이득에 급급하여 모기지 파생 담보 증권을 판매한 것이 잘못입니다.”
김서준의 말에는 단호한 힘이 실려 있었다.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김서준이 거액을 투자한 역베팅에서 수익이 들어올 것이다.
이미 많은 은행들이 환매를 시작했다.
“월가에서도 지금쯤 알아차렸을 겁니다. 우리가 왜 역베팅을 했는지 말입니다.”
“시선 돌리기에 당할수도 있겠군요.”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쉽게 불타오른다. 지금은 월가의 부실과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지만 공황이 길어지고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되고 나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월가에서는 다른 희생양을 찾고자 할 것이다.
‘너희들이 잃은 돈으로 누군가는 큰 부자가 되었다.’
‘비윤리적이다.’
‘우리의 고통이 SJ에게는 환호가 되었다.’
실제로 김서준의 전생에서 역베팅으로 돈을 번 회사와 개인에게 쏟아진 비난이었다.
물론 그만큼 유능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평도 있었고 실제로 이후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이득을 보았기도 했다.
하지만 비난 때문에 문을 닫은 기업들도 있었으며 개인들도 모습을 감추고 은둔해야 했다.
“괜찮을까요?”
김서준의 말에 소영신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서준의 말대로 진행된다면 SJ와 김서준은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그것도 국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비난.
이미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었다.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된 남미가 먼저 휘청이고 있었고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의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아직은 김서준과 SJ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겁니다.”
“이제야 제대로 이해가 되네요.”
소영신은 김서준의 큰 그림을 이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이미지가 낮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려면 낮아지더라도 어느 정도 고점을 유지할 수 있게 이미지를 올려놓는 작업.
막대한 금액이 투자되고 있는 재단 사업은 물론이고 바쁜 김서준이 굳이 시간을 내서 진행한 영화까지.
모두 김서준의 이미지를 위한 작업이었다.
벌써 국내에서는 김서준과 SJ에 대한 찬양이 날로 높아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왕 물건을 살 것이면 다른 회사의 것보다는 SJ의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브랜드 이미지다.
SJ의 이름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봉사와 이타적인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브랜드 이미지는 한번 구축이 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번 사건으로 타격이 어느정도 있을 지언정 긍정적인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문제는 해외인데…….”
국내에서야 재단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해외에서는 아니었다.
해외의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것 역시 어느 정도 진행은 하고 있었지만 해외의 모든 사람들이 알기에는 역부족이고 더 돈을 투자한다 하더라도 국내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는 없었다.
“영화로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만?”
“네, 맞습니다. 그래서 더 준비하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네? 더요?”
소영신이 머리를 굴렸다. 김서준이 자신 몰래 무엇을 더 준비하고 있었나 궁리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자신이 김서준과 늘 붙여 다녔으니 애초에 소영신 모르게 무엇을 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인공지능 연구소 말입니다.”
“네? 그게 왜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한국과 다름을 이해야 합니다. 미국은 프론티어의 나라입니다. 주택의 주차장을 개조하여 사업체를 일으켜 지금의 대기업이 된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정도는 소영신도 알고 있었다.
“미국은 그렇기에 혁신과 도전을 좋아합니다. 혁신과 도전을 하는 사람을 찬양하지요.”
그렇게 사람들의 찬양을 받는 기업가들도 있었다.
남들이 모두 안 된다고 할 때.
과감하게 도전하여 혁신을 이루어 내고 성공을 이루어 낸 사람들.
“저는 미국에서 혁신과 미래 사업을 이루어 낼 겁니다. 그 시작은 인공지능 사업이겠지요. 한번에 모두 진행할 생각은 없습니다. 한 번에 모두 할 능력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괜히 여러 개를 동시에 벌여서 모두 실패하는 우는 범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소영신의 목을 타고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그러면 인공지능 사업 외에…….”
이건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인공지능 사업이야 소영신도 김서준에게 많은 것을 듣고 배웠기에 그러려니 했다.
스마트폰이 빅데이터를 수집해 주고 그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통해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는 구상.
그것까지는 그래, 그렇다 친다.
그러면 무슨 혁신이 더 있을 것이며 그 어떤 혁신에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손을 들고 환호할 것인가?
그건 도대체 아무리 생각을 해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인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음…….”
김서준의 질문을 받고 소영신이 머리를 굴렸다. 안 그래도 많은 생각을 하느라 열이 받아 있던 머리가 새로운 고민을 하자 더욱 지끈거렸다.
“글쎄요? 이렇게 말하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소영신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딱 어울리는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 것은 저곳으로 귀결됩니다.”
김서준이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김서준의 손가락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소영신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하늘요? 아! 우주구나!”
그제야 깨달음이 온 소영신이 손뼉을 쳤다.
“저는 조만간 전기, 태양열, 인공지능, 우주 등 이 모든 것을 합한 프로젝트를 발표할 겁니다.”
파도는 더 큰 파도에 휩쓸린다.
김서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실거렸다.
“아…… 네.”
그 넘실거리는 자신감 앞에서 소영신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