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김 대리, 뉴스 봤어? 와, 진짜 욕 많이 먹더라.”
“하…… 그러게요. 들고 있는 주식이 바닥 친 거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나네요.”
여의도 출근길에 직장인들은 커피 한 잔씩을 들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음을 재촉했다.
“주식이 바닥이면 다행이지. 조만간 문 닫는 회사들이 늘어날 거다. 특히 우리 같은 파리 목숨이 가장 먼저 날아가겠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직장인들이 미간을 좁혔다.
“하, 그러게 왜 그런 거래를 해 가지고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데요?”
직원들 사이에서 직원 하나가 불만을 토했다.
“뭐가?”
“SJ요. SJ 때문에 지금 상황이 더 이렇게 된 거 아니에요?”
그 생각에 동의하는 직원이 꽤 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상당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직원 몇몇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나? SJ가 무슨 상관이겠냐? 미국의 부동산 버블의 규모를 보면 SJ가 있든 없든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지. 게다가 SJ 때문에 먹고사는 직장인들이 수천 수만 명이다, 국내에만. 그런데 무슨 SJ 탓을 하고 있어?”
“그런가요? 그냥 인터넷에서 그렇게 말하길래요…….”
김 대리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
“하여간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다 모였다니까. SJ가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했냐? 다른 기업들이 생색내기처럼 할 때 SJ가 봉사에 대규모로 돈을 쏟아부었잖냐?”
“그건 그러네요.”
직원들의 수긍은 빨랐다.
그들도 처음 SJ의 선행을 들었을 때 과연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하며 고민에 빠졌었다.
규모 자체가 달랐다.
후원을 받아 찔끔찔끔 돕는것이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재단을 만들어 대규모로 대민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미 SJ 장학생이라고 불려도 될 만한 가난한 학생들이 유치원을 비롯해서 초중고, 대학교까지 들어간 상태였다.
어디 그것뿐일까?
미혼모는 물론이고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까지.
기존의 취약한 사회 계층에서 SJ의 도움을 받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힘들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정부에서도 SJ에 극히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나라님을 도와주는 대기업이 있으니 사회복지에 관한 예산 절약은 물론이고 실제적인 복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SJ가 이번에 돈 번 게 뭐 어때서? 외국 놈들 돈 벌어서 국내로 가지고 왔으면 그것 또한 애국이지. 어차피 이번 일은 터질 일이었고 외국 놈이 가져갈 돈 국내로 가져온 거면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지.”
“그런가요?”
처음에는 SJ에 부정적이었던 국내 여론이 어느샌가 긍정적인 여론으로 바뀌고 있었다.
[근데 SJ가 잘못한 게 뭐임? 콧대 높고 세상을 지네 놀이터로 보던 월가 놈들 한 대 패 준 거밖에 더 있음?] [여기서 SJ 욕하는 놈들은 10만 원이라도 남에게 기부했겠지?]인터넷에서는 현실보다 좀 더 드라마틱하게 여론이 전개되고 있었다.
몇몇 신문사에서 SJ의 윤리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네티즌들이 달려가 해당 신문사를 물어뜯었다.
그런 일이 지속되자 신문사에서도 더는 SJ에 대한 안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애초에 삼신과 SJ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언론사는 없었으며, 광고를 받지 않고 운영할 것이면 모를까 대기업의 심기를 거스를 언론사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여론마저 SJ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가니 언론사에서는 SJ에게 더 이상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도 SJ에게 우호적인 상황.
그건 야당이고 여당이고를 가리지 않았다.
여당에서는 SJ 덕분에 복지 예산 절감은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 및 다양한 이득을 보고 있었으니 당연히 호의적이었다.
야당에서는 다음 대권을 노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SJ와 좋은 연을 만들어 놔야 했다.
삼신과 SJ에서 내는 법인세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두 기업이 창출해 내는 일자리는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돌파구였다.
게다가 여론마저 SJ에게 호의적이니 그 어떤 정당, 정치인도 SJ에게 적의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각 지자체의 경우 도지사나 시장등이 끊임 없이 김서준을 만나기 위해 연락을 취해 왔다.
“제발 한 번만 만나게 해 달라니까요? 최대한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 본사는 수원으로 가신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장이나 다른 연구소 같은 것은 다른 지방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수원에만 뭉쳐 있어도 지역 형평성…….”
“아니! 물론 귀사에서 지역 균형 발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옮기신다면 법인세 절감은 물론이고 다양한 메리트가…….”
“네. 그러면 한번 뵙도록 하겠습니다.”
SJ 본사 직원들은 하루에도 이런 전화를 수십 통씩 받아야 했다.
어떻게 한 번이라도 업무 등 무엇이라도 얽혀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연줄을 만들기 위해 전화를 돌렸다.
처음에는 뿌듯했다.
‘아, 내가 이렇게 인정받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구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안 그래도 SJ는 업무량이 많기로 유명했는데 거기에다가 지자체나 다른 기업들의 전화가 겹치면서 업무가 심하게 과중되기 시작했다.
“아! 저희는 모른다니까요. 보도 자료 나오면 그걸로 기사 쓰세요.”
삼중고였다.
김서준의 일이 터진 이후에는 언론사의 전화까지 받아야하니 전화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후우, 정말 미치겠다.”
잠시 숨을 돌릴 틈도 없었다.
전화를 내려놓고 나면 핸드폰이 울리고 핸드폰을 내려놓으면 다시 전화가 울렸다.
* * *
“바쁘지 않으세요?”
“바쁘죠.”
“그렇게 일이 많으신데 여긴 왜 오셨어요?”
이애신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 지금 제 일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일이라서요.”
김서준이 연탄을 들어 옮겼다.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고 오긴 했으나 연탄재가 묻어 시커멓게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 그냥 쉬고 있지 왜?”
이애신의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굳이 이곳까지 온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괜히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기자들에게 보이면 괜한 질문 공세를 견뎌야 하니까.
그런데.
그냥 여기 오고 싶었으면 와서 쉬면 되지 힘들게 땀을 뻘뻘 쏟아 가며 연탄이나 쌀 등의 식량을 나를 필요가 있나 싶었다.
괜히 김서준이 연탄을 나르니까 다른 직원들도 눈치를 보며 연탄을 날랐다.
SJ의 재단은 직원들이 연탄과 쌀 그리고 다른 생필품을 나르며 사진을 찍는 그런 형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인력을 고용해서 효율적으로 작업을 했다.
평소 사무 일만 하던 사람들 보다는 몸을 쓰던 사람들이 훨씬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런 인력 또한 사회의 차상위 계층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을 고용도 하며 어려운 사람들도 돕는 일석이조의 행정.
하지만 김서준이 와서 물건을 나르기 시작하니 재단의 직원들도 물건을 나를 수밖에 없었다.
직속상관까지는 아니라지만 전 그룹의 대표가 일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같이 일을 하지 않을 직원들은 없었다.
“대표님, 좀 쉬시지요.’
“아닙니다.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다른 직원분들은 각자의 업무를 하시지요.”
김서준의 말에 직원들이 보이지 않게 미간을 좁혔다.
그 모습을 본 이애신이 김서준에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이 그렇게 일하고 있는데 누가 쉴 수 있어요? 대표님이 먼저 쉬셔야죠.”
“흠.”
김서준이 허리를 펴고 땀을 닦았다. 그렇지 않아도 몸에 묻어 있던 연탄재가 땀을 만나자 김서준의 얼굴을 검게 물들였다.
“그러면 지금부터 지침을 내리겠습니다. 이래서야 인부들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여러분도 눈치 보느라 맡으신 업무를 하지 못하니까요.”
직원들이 눈을 빛내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자신에게 분장된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하는 사람은 근무 태만으로 징계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물론 제가 징계를 하는 게 아니라 재단장께 여쭈는 형태가 되겠네요.”
“아, 네.”
직원들의 얼굴에는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과연 일하는 김서준을 두어도 되나 고민을 했지만 징계라는 말을 듣자 그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일을 하러 발걸음을 떼었다.
“이제 됐네요.”
“참으로 별나요.”
“누가요, 직원들이요?”
“아니요, 대표님요.”
이애신이 작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예전에 김서준의 이런 모습을 보았을 때는 그냥 독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냥 재벌 3세의 장난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김서준을 꽤 오래 보면서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김서준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어쩔 때는 재벌 3세 같았다. 특히 일을 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했으며 누구보다 재벌 같았다.
하지만 또 어쩔 때는 그냥 친구 같은 평범한 느낌이었다.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이 김서준이었으니까.
“저는 연탄 좀 가지고 올라갈게요. 좀 쉬어요.”
김서준이 지게에 연탄을 가득 싣고 계단을 올랐다.
이애신이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 *
“후우, 후우, 그래도 젊음이 좋기는 좋아.”
계단을 오르며 거친 숨을 몰아 쉰 김서준이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젊음이 좋았다.
물론 전생에 죽기 직전에도 젊다면 젊은 축에 속했다.
100세 시대라는 지금 30대 후반이라면 매우 젊은 축에 속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전생에 이 정도 계단을 올랐으면 지금쯤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애초에 운동과 먼 삶을 살았고 죽을 때까지 책상 앞을 오래 떠나 본 적이 없는 삶이었으니까.
물론 현생이라고 딱히 무슨 운동을 특별히 더 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쁘다면 더 바쁜 삶이었다.
하지만 젊었다.
젊다는게 달랐다. 아직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신체는 이 정도 계단을 올라도 그다지 숨이 차지 않았다.
살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하아.”
연탄을 내려놓고 허리를 펴자 상쾌한 공기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기분 좋게 흐른 땀은 마음까지 씻겨 주는 느낌이었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려 몸을 돌린 김서준의 눈에 계단 한편에서 눈을 반짝이며 김서준을 보고 있는 소년이 보였다.
“안녕?”
김서준이 웃으면서 인사를 하자 소년이 약간은 긴장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허리가 조금 아팠던 참이기에 김서준은 조금은 쉴 마음으로 소년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김서준이 다가오자 소년이 약간은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 나쁜 사람 아니야.”
“알아요.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닌 거.”
아저씨라는 말에 김서준의 눈썹이 잠시 떨렸지만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알았어?”
“예전에 왔던 아저씨들하고는 달라요.”
김서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가 달라?”
“예전에 왔던 아저씨들은 대충 나르는 척하고 사진만 찍고 갔단 말이에요. 근데 아저씨는 열심히 일하잖아요. 그리고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날라 주고 있고요.”
어린 나이치고 또박또박 제 말을 하는 어린아이가 대견해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김서준은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직 어린아이다.
세상의 좋은 것만 보고 자라도 모자랄 나이.
그런데 벌써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린아이에게도 이 삶이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아저씨 아니고 형이야. 그래, 네 이름이 뭐야?”
“김현이요. 형.”
꼬마가 또박또박 대답하자 김서준이 웃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혹시 간식이라도 있으면 줄까 해서였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