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그간 보이지 않았더니 달동네에?] [잠적중인 SJ 대표 김서준이 나타난 곳은?] [달동네의 작은 콘서트.]다음 날 아침 인터넷 뉴스는 김서준의 이야기로 시끄렀다.
최근 인터넷 신문의 가장 많은 트래픽을 차지하는 사림이 누구냐고 물으면 모든 언론사는 김서준과 SJ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간 김서준이 잠적을 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건질 수 없었다.
모든 언론사들이 김서준이 어디 있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았으나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간간이 목격담은 들려오고 있었으나 그런 것은 루머 수준이라 기사로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김서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캬, 난놈은 난놈이야.”
“잠수하는데 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네.”
사람들은 뉴스에 뜬 김서준의 모습을 보며 꽤 놀라 했다.
김서준의 옷과 얼굴은 연탄 검댕이로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정치인들이 보여 주기식으로 봉사 활동을 하는 것과는 보여지는 모습부터가 달랐다.
검댕이가 묻어 있음에도 김서준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그리고 한 아이를 옆에 앉혀 두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골목에 몸을 숨긴 채 노래를 듣는 아저씨.
대놓고 계단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타는 사람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현실의 모습이라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김서준은 이런 사람이라니까? 지금까지 이런 사람 있었어? 외화를 벌어 와도 지랄이야 지랄이.”
그렇지 않아도 김서준에게 우호적이었던 여론은 이 보도를 통해 완전히 김서준의 편으로 돌아섰다.
김서준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이었고 이 영상의 진정성을 본 관련 없는 사람들도 김서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김서준에게 가진 호감은 SJ에게로 옮겨 갔다.
일반적으로 회사 CEO의 일탈이 회사의 이미지를 해치는 경우는 많았다.
마약이 그랬고 도박이나 폭행이나 성추문이 그랬다.
CEO가 뉴스에 나오면 대부분 그런 일이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달랐다.
김서준이 뉴스에 나오자 SJ에 대한 호감도가 극도로 올라갔다.
그 어떤 광고보다 더욱 큰 효과.
평소 기업들은 기업의 브랜드 밸류를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한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돈이 많은 기업의 경우에는 브랜드 광고를 제작하는 방법까지 쓰기도 한다.
브랜드 광고가 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었으나 그렇게 해서 조금의 효과라도 보기 위한 방편이었다.
지금 김서준처럼 등장만으로 이런 효과를 본 적은 없었다.
“이게 될놈될인가 봐, 형.”
김서준의 스튜디오 소파에 이인영이 반쯤 몸을 기댄 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아 먹으며 말했다.
“될놈될이 뭔데?”
처음 듣는 소리였기 때문에 김서준이 되물었다.
“될 놈은 뭘 해도 된다고. 형은 진짜 될 놈이야.”
“뭐? 어디서 그런 말을 다 배워 왔어?”
“형, 스마트폰으로 뭐 해?”
“나?”
“어.”
이인영의 말에 김서준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김서준의 스마트폰은 본연의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스마트폰은 전화이기에 전화의 기능을 잘 수행하다는 의미였다.
“전화하고 문자, 톡만 하면 되지.”
아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이 전화, 문자, 톡 그리고 가끔 인터넷일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야 SNS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의 특별한 기능들을 잘 사용할 테지만 말이다.
김서준의 말을 들은 이인영이 혀를 내둘렀다.
“누가 들으면 형이 중년인인 줄 알겠다. 아저씨 아줌마들이나 그렇게 쓰지 어떤 젊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그렇게 써?”
이인영의 말에 김서준이 순간 뜨끔해서 시선을 돌렸다.
“어? 왜 시선을 피해? 진짜야?”
이인영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아니야, 인마.”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스마트폰이 전화만 잘되면 됐지…….’
입맛이 씁쓸해진 김서준이 탕비실로 가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형,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잠수할 거야?”
“잠수?”
“응. 형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사람들 눈을 피해야 해? 여론도 엄청 좋아졌는데 이제 나서도 되지 않을까?”
김서준이 스튜디오나 사람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만 다니자 오히려 답답해진 것은 이인영이었다.
“인영아.”
“어?”
“소나기가 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우산을 써야지.”
이인영이 뭐 그런 것을 물어보냐는 말투로 대답했다.
“네게 우산이 없다면? 아니면 우산을 써도 다 젖을 것 같이 비가 세차게 온다면?”
이인영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을 했다.
“비를 피해야지.”
“그래. 나는 지금 비를 피하고 있는 거야. 소나기라는 것이 그래. 잠시 세차게 내릴 때는 피해야 돼. 괜히 우산이 튼튼한 것을 믿고 밖으로 나갔다가는 옷이 다 젖고 말지.”
이인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듯 되물었다.
“그런데 지금은 비가 그친 것 같은데?”
“그럴 때가 가장 위험할 때야. 소나기라는 것은 갑자기 오고 갑자기 그치지. 그리고 그쳤다고 생각했을 때 또 내리는 경우가 있어.”
이인영이 골똘히 생각했다.
지금까지 소나기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김서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오히려 지금은 여론이 좋더라도 더 자중하고 있는 편이 낫다고 느껴졌다.
“그러면 언제까지 쉴 거야?”
“글쎄? 충분히 쉰 거 같기는 한데…….”
김서준이라고 마냥 쉬는 것이 좋지는 않았다.
지금 그가 쉬고 있는 이 시점에도 미국에서 에단은 김서준을 잡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에단은 천재다.
그런 천재가 노력까지 하고 있으면 벌써 얼마나 사업이 진전되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모르면 몰라도 전생보다 더욱 진행이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SJ도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간 소영신이 현지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루빈과 드레이크도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부족했다.
김서준이 직접 미국으로 가서 진두지휘하는 것만 못하다.
자금도 더 필요했다.
SJ가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또 투자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신사업은 돈을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모든 성과가 돈을 갈아 넣는것과 비례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곡선을 공유하기는 한다.
투자 없는 성과는 정말 드물다.
그리고 돈을 많이 갈아 넣을수록 더 좋은 성과가 나올 확률이 높았다.
“이번 경영인의 밤.”
“어?”
김서준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번 경영인의 밤에 나가려고.”
이인영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 보니 올해 경영인의 밤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재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중이었기에 이번 경영인의 밤은 전년보다 더 빨리 열리게 되었다.
그리고 경제가 힘든 만큼 정계는 물론이고 각계각층에서 경영인의 밤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좋네.”
이인영이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었다.
* * *
대한민국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었다. 무너진 것은 미국의 부동산 경제였지만 그 파급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특히 미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비명 소리가 나고 있었다.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 말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 방어에 나섰지만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했다.
재계의 참여 없이는 한계가 뚜렷한 정책들.
정부에서는 이번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인의 밤 행사에 고위 관료를 보냈다.
관련 부처의 장관은 물론이고 청와대의 실세라 불리는 비서관. 그리고 여당은 물론 야당의 실세 정치인들이 모두 참여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출석 인원이 화려한 경영인의 밤은 없었다.
그러나 행사 자체는 작년보다 소박했다.
시선을 의식한 것이다.
경제가 힘든데 화려한 행사를 진행하면 일반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입장하십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날 때마다 경연인들이 파티장으로 입장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비장한 기운이 감돌았다.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이번 경제 위기를 피해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국가와도 협력을 해야 이번 파도를 피해 갈 수 있었다.
“삼신 그룹의 김건환 회장님 입장하십니다.”
삼신의 이름이 불리자 사람들이 자리에서 모두 일어났다.
삼신은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에서 부동의 1위 기업이었다.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 삼신의 사세는 더욱 커져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태.
그랬기에 김건환 회장의 이름은 그만큼의 무게가 있었다.
“어? 김서준이 없네?”
김건환 회장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은 김건환 회장의 아들인 부회장뿐이었다.
작년까지는 모두 김서준이 함께였다.
그런데 오늘은 김서준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도 칩거 중인가 본데?”
“사실 무슨 죄라도 지은 거 아니야?”
“그런가? 그런 게 없으면 안 나올 리 없지.”
분명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텐데 김건환 회장은 표정의 변화 없이 그의 자리를 찾아 갔다.
그리고 김건환 회장이 자리에 앉았을 때.
툭툭.
사회자가 마이크를 두드린 다음 말을 이었다.
그 소리를 듣자 다른 경영인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매번 마지막 입장은 삼신에서 장식했다.
김건환 회장이 입장했으니 다음 입장은 없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사회자의 입에서는 모두의 예상과는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SJ의 김서준 대표님이 입장하십니다.”
“오오오!”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건환 회장도 뿌듯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를 바라봤다.
김건환 회장의 눈은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그의 손자는 벌써 일가를 이루었다.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이룩한 것이다.
스타트업을.
벤처기업을 성공시키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그들의 성공도 박수쳐 줄 만했다.
하지만 그들과 김서준을 대었을 때.
감히 비교가 되지 않았다.
김서준은 이미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다.
충분히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었다.
김서준이 카펫을 걸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마련된 카메라 연신 셔터 소리를 내었고 사람들은 김서준이 지나갈 때마다 작게 인사를 건넸다.
아직은 젊은.
젊어도 너무 젊은 사업가가 받기에는 과분한 인사였다.
하지만 그것이 김서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김서준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인사들을 받으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네 자리에 가지 왜 여기로 왔느냐?”
김서준이 향한 자리는 김건환 회장의 옆이었다.
“아직은 여기가 편한 것 같네요.”
김서준이 머쓱게 머리를 긁었다. 등장까지는 좋았으나 김서준은 일단 김건환 회장 옆에 앉는 것을 택했다.
이것이 더 좋았다.
혼자 자리에 앉는 것은 사절이었다.
이런 간단한 이유였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김서준의 행동이 다르게 보였다.
‘삼신과 함께 가겠다.’
“허어, 삼신과도 대화를 해야는구나.”
이곳에 온 몇몇은 김서준이 등장할 때 잠깐 기뻐했다.
삼신을 통하지 않고 SJ와 사업 논의를 하려는 사람들.
통신 삼사의 수장들 같이 SJ와 적대를 하는 기업들.
그들은 SJ와 삼신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금 김서준이 김건환의 옆자리에 앉으며 그들의 생각은 모두 수포가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경영인의 밤을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위기 속 경영인의 밤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