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경영인의 밤은 사람들의 예측대로 흘러갔다.
정부 관료들을 포함한 정치인들 그리고 각계각층의 경영인들은 모두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삼신과 SJ.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는 삼신과 SJ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둘과는 큰 상관 없는 업종인 완성차 업계의 CEO, 문화 산업의 CEO들도 김서준과 김건환 회장에게 모여들었다.
지금의 시대는 한 가지만 잘해서는 날아오르기 힘든 시간이라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모두가 김서준과 김건환 회장에게 잘 보이려고 안달을 하는 와중에서도 더 마음이 다급하고 똥줄이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은 꼭 받아 내야 합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미 상당히 많은 점유율을 빼앗겼어요.”
통신 3사의 수장들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있었다.
처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그들이었다.
요금이나 찔금찔금 내리면서 고객에게 혜택을 준다면 점유율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어차피 약정이 있었고 그 약정에는 위약금이 크게 붙어있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소비자들은 현명했다.
약정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은 위약금을 물더라도 제4 이통사로 갈아탔다.
그리고 심지어 위약금이 많이 남은 소비자들도 보조금을 지급받아 쉽게 통신사를 옮겼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엑소더스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기존의 통신 3사에서 제4 이통사로 이탈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통신 3사는 국회에 로비를 통해 보조금을 억압하고자 했으나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통신 3사의 로비보다 국회나 정부에서 SJ와 삼신의 눈치를 보는 것이 더 컸기 때문이다.
지금 SJ와 삼신이 여당에게 적대적으로 나선다면 다음 총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은 힘들어질 것이 뻔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와 민심을 이끌어 가는 것은 정치권이 아니라 SJ와 삼신이었으니까.
단군 이래로 이렇게 대한민국의 기업이 세계를 호령한 역사가 없었다.
게다가 그 기업이 친국민적, 친국가적인 성향을 보인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대기업을 혐오하던 일반 국민들이 SJ에게는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SJ를 비난하는 뉴스라도 나온다면 일반 국민들이 달려들어 언론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지금까지 이런 기업은 없었다.
“어쩌겠습니까? 일단 LTE 장비를 납품받는 게 우선인걸요. 중국에서도 슬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흠흠. 중국 제품을 믿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생산 시기가…….”
중국 측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통신사 대표가 헛기침을 했고 그런 그를 다른 통신사 대표들이 흘겨 바라봤다.
지금까지 그를 믿고 중국 측에 줄을 댄 덕분에 이렇게 뒤처진 것이다.
진즉 SJ에 굽히고 장비를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만 믿고 장비 생산을 기다리고 있었다가 너무 늦어졌다.
중국이 장비를 늦게 생산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둘러 생산한 장비는 문제가 꽤 있었다.
도저히 상용화를 하기 힘들 정도의 품질. 게다가 보안 이슈까지 있었던 탓에 중국산을 도입하지 않았다.
“갑시다. 이제 다시 결판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통신 3사의 대표들이 다가가자 다른 기업인들이 눈쌀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들은 자리를 비킬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기우는 해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통신 3사는 대한민국 재계 서열에서 꽤 높은 위치에 속해 있었다.
“하하, 이렇게 오랜만에 뵈니 반갑습니다.”
통신 3사의 대표들이 웃는 얼굴로 김서준의 맞은편에 앉았다.
“김 회장님도 정정해 보이시는 것이 앞으로 10년은 무리 없으실 것 같습니다.”
“고맙네.”
“건강을 유지하시는 비결이 있으시면 좀 전수해 주시지요. 저도 요즘 허리가 많이 쑤셔서요.”
김건환 회장이 작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요놈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통신 3사와 삼신은 그다지 친하게 지내는 편이 아니었다.
삼신에서도 핸드폰을 만들기는 했으나 통신사와는 그냥 그런 협력 관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통신 3사는 스마트폰에 자사의 기본 앱부터 시작해서 시그니처 폰을 자사에 독점으로 넣어 달라는 둥 다양한 협업을 제시해 왔다.
리베이트가 있었기에 구미가 당긴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김서준이 그 선택을 만류했다.
-소비자는 똑똑합니다. 국내 고객을 호구로 만들면 안 됩니다. 똑똑한 고객들은 결국 국산 휴대폰을 해외에서 역수입해서 쓰게 될 겁니다. 그러면 오히려 삼신의 이미지만 나빠집니다.
맞는 소리였다.
당장 눈앞의 돈에 욕심을 내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었다.
실제로 삼신을 제외한 몇몇 회사들이 만드는 스마트폰은 통신 3사의 제안을 받았다가 지금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고사양으로 가고 있었으나 아직까지는 메모리 등 각종 사양이 그런 기본 앱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본 앱이 늘어날 수록 스마트폰은 초기 상태에서도 버벅이는 모습을 보여 줬다.
초기에도 버벅이는데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더욱 버벅이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삼신보다 인력과 자금의 부족으로 최적화 및 다양한 부분에서 부족한 회사들의 스마트폰들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였다.
공격적인 보조금으로 그래도 어느 정도 고객을 잡고는 있었으나 보조금이 빠지면 다들 삼신으로 옮겨 타거나 옮겨 타겠다고 말하는 분위기였다.
“그나저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경제가 어렵지 않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본론만 하지.”
김건환 회장이 미간을 좁히며 말을 끊었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말을 들어서 앞의 말들은 빼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말을 멈췄던 통신 3사의 대표들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SJ에서 라이센스를 가지고 삼신에서 생산 중인 4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싶습니다. 물론 해외 수출 일정 등 다양한 것이 잡혀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일단 내수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입 발린 말이었다.
김서준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속으로는 쓴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이들에게서 대한민국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 것이 넌센스였다.
이들은 국민들의 삶이 어렵다고 통신요금을 인하하거나 그런 역사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것저것 핑계를 대고 계속 비싼 요금제를 내놓으면 내놓았고 말이다.
그런 입에서 대한민국의 위기 극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조금 역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을 얼굴에 티를 낼 정도로 어수룩한 김서준이 아니었다.
“흠. 그건 나보다는 서준이와 이야기해야 할 것 같군.”
김건환 회장이 김서준에게 바통을 건넸다.
어차피 이 일은 김건환 회장이 나설 일이 아니었다.
“중국에서의 일이 잘 안 풀리신 모양입니다.”
“흠흠, 뭐 그렇다기보다는 말한 것처럼 국내 기업끼리는 서로 도와야 하지 않겠냐라는 생각이지요.”
핑계는 좋았다.
중국산을 사지 않고 SJ와 삼신의 것을 사서 국내 기업끼리 돕자.
말은 좋았다.
하지만 아직은 대체품이 없는 4세대 이동통신 장비다.
“좋습니다, 팔겠습니다. 생산 라인을 증설해서라도 팔아야지요.”
김서준의 말에 통신 3사 수장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게 정말입니까?”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 기업들끼리 좀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통신 3사의 수장들은 하하호호 웃으면서 몇마디를 더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들을 보낸 뒤 김건환 회장이 김서준에게 말했다.
“잘 생각했다.”
“역시 할아버지는 제 생각을 모두 아시네요.”
김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김건환 회장이 김서준에게 잘했다고 말한 의미를 김서준 역시 알고 있었다.
어차피 반년 정도 흐르면 중국에서 4세대 이동통신 중계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것이다.
그것이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상관 없었다.
가격은 저렴할 것이고 고객들은 자세히 그것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니까.
‘다른 제품을 쓰지 못할 것이다.’
김서준은 더 큰 그림을 그렸다.
그들이 중국산을 사기 전에 SJ의 장비를 모두 뿌릴 생각이었다.
물론 비싼 값에.
통신 3사는 기쁘게 장비를 구매할 것이다.
물론 전 국토에 통신망을 구축할 생각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당장 수도권과 주요 대도시의 커버리지를 구축할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SJ의 통신 장비는 다른 회사의 장비들과 공유가 되지 않는다.
일부러 그렇게 설계를 했다. 만약 통신 3사에서 급하지 않았다면 절대 SJ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후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SJ의 중계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수도권과 대도시 그리고 지방 중소 도시의 통신망에 다른 장비를 써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들은 점점 경쟁력을 잃어 갈 것이다.
“핏줄이 어디 가겠느냐?”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 경영인의 밤은 김건환 회장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김건환 회장의 어깨는 무거웠다.
그의 큰아들이 꽤 훌륭하게 후계자로 자라났지만 그는 수성에 능한 자.
수성에만 능해서는 기업을 글로벌하게 키워 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다음 대로 김서준의 가능성을 확인하다 못해 대한민국의 모든 곳에 각인을 시켰다.
정치인과 관료 들이 끊임없이 김서준과 김건환 회장의 테이블에 몰려들었다.
그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자랐느냐?’
살짝 후회되기도 했다.
그가 만약 막내아들 김태군과 연을 끊지 않았다면.
김서준을 더 어렸을 때부터 케어를 했다면.
김건환 회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다.’
오히려 그가 케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자란 것이다.
다른 기업의 3세, 4세들을 보더라도 그 답은 나온다.
어려서부터 아무리 좋은 교육, 좋은 선생,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한다 하더라도 김서준처럼 되는 사람은 없었다.
적다는 것이 아니다.
아예 없었다.
“허허.”
김건환 회장이 기쁜 얼굴로 샴페인 잔을 들었다.
평소 샴페인을 즐겨 마시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기쁘게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이제 총알받이가 필요합니다. 여론이 너무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경영인의 밤이 열리고 있을 때.
미국에서도 한창 대책 회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터진 곳을 막고는 있었으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미 경기 침체는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이제 다음 일을 생각해야 했다.
관료들은 이 후폭풍을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에 대해서.
문제는 책임을 물을 사람이 없었다.
이미 투자사나 은행들은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들을 미리 만들어 둔 후였다.
그러면 그 원망의 화살을 정치권이 모조리 감당해야 한다.
그러기는 싫었다.
그들에게는 총알받이가 필요하다.
그들 대신에 원망을 받아 낼 사람.
“그자로 하지요.”
“그자라면?”
“빅쇼트로 돈을 쓸어 간 그 동양인 말입니다.”
관료들의 얼굴에 화색이 떠올랐다.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도 가벼웠다.
“그렇게 합시다. 당장 여론을 조성하겠습니다.”
관료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