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한국에서의 일은 생각보다 빨리 정리가 되었다.
통신 3사에서 수주받은 장비의 양은 생각보다 많아서 당분간 삼신의 파운드리는 생산 라인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통신 3사 외에도 다른 해외 기업들에게서도 주문이 속속 밀려 들어와 삼신의 파운드리는 연신 기쁨의 비명을 질러야 했다.
“이것으로 중국의 추격은 늦출 수 있을 겁니다.”
삼신 파운드리 관계자와 만난 김서준이 입을 열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SJ가 독점 납품을 포기하고 다른 업체에게도 물건을 배분하게 되면서 중국이나 다른 국가 업체들의 추격을 늦출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을 주면 안 된다.’
전생에서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중국은 시간만 있으면 선진 기술들을 흡수해서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혀 올 것이다.
전생에서는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경각심이 적었기 때문에 많은 기술을 흡수당했고 중국에 기회가 갔지만 지금 김서준은 그렇게 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랬기에 모든 공장과 연구소 등 사업장을 대한민국과 미국에 짓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인건비와 기타 이유로 금액적 상승은 있을 것이었지만, 더 미래를 바라본다면 이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지금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에 사업장을 늘리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아직 발생하지는 않은 일이지만, 사업적 이슈 외에 국제 정치적 이슈로 중국이 한국에게 경제적 보복을 하는 시기가 분명이 찾아올 것이므로 그것까지 대비하는 셈한 것이다.
“대표님, 이제 가실 시간입니다.”
김서준이 파운드리 공장을 더 둘러보고 있을 때.
이소연 실장이 굳은 표정으로 김서준에게 말을 건넸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한국에 돌아와서 겨울을 보냈다.
이미 전 세계에서는 김서준의 이름이 떠들썩한 상황이었다.
일전에 이인영에게 말했던 대로 소나기가 펑펑 내린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소나기가 아니었다.
SJ가 잘못한 것은 없지만 이미 미국을 비롯해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번 경제 위기의 책임의 일부가 SJ에게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물론 해당 국가의 공식적인 채널에서 그런 소문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암묵적으로 여론을 묵인함으로써 시민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시키고 있었다.
“조금 피해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비록 국내 업무를 담당하는 이소연이었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지금 김서준이 미국으로 건너간다면 성난 미국 사람들은 김서준을 물어뜯기 위해 난리가 날 것이다.
국내에서야 워낙 SJ가 이미지도 좋고 그간 물밑 작업을 해 둔 것이 있어서 무사히 넘어갔지만 미국에서는 어림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잖아요. 시간이 흐르고 나면 미국에서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적의도 희석될 거예요. 그때 가시면 안 될까요?”
이소연의 말에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단순히 일이 많아지거나 그런 것이 싫은 것이 아니었다.
아직은 어린 김서준이 사람들의 악의를 마주했을 때 느낄 그것이 싫었던 것이다.
이소연이 보는 김서준은 아직 어렸다. 물론 하는 행동과 업적을 보았을 때는 어리지 않다.
하지만 절대적인 나이가 어리다 보니 아직 사회의 때를 제대로 맛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태에서 악의들과 절망들을 마주하면 김서준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무너지지 않더라도, 지금과는 다른 김서준이 될까 걱정이 되었다.
이소연은 지금까지의 김서준이 좋았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서준이 웃음으로 대답했다. 이소연의 걱정이 느껴졌기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이번에는 부디 조심하셔야 해요.”
“물론입니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실장님도 몸조심하세요.”
“네, 그럴게요.”
이소연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김서준이 차에 올라탔고 그 차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 * *
“대표님이 오실 때가 되었는데…….”
LA 국제공항에서 소영신이 초조한 표정으로 입국장을 바라보았다.
김서준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출발하였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공항으로 달려온 소영신이었다.
“아…… 이거 큰일이다.”
예상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서준의 입국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몇몇 미국인들이 피켓을 든 채 입국장으로 모여 들고 있었다.
피켓의 내용은 자극적이었다.
[네 나라로 돌아가라!] [수많은 노동자들을 지옥으로 보낸 악마!]피켓만 들고 있으면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계란 등과 같은 것들도 들고 왔다.
딱 보더라도 그것을 김서준에게 투척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였다.
“막아야 하는데…….”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그런데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다른 직원들을 이끌고 왔지만 그 직원들을 동원해서 군중을 해산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미국에서 그런 짓을 했다가는 출동한 경찰들에게 제압될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표님이 나오시면 모두 둘러쌉니다. 어떻게든 보호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소영신의 말에 미국 지사 직원들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서 우산을 준비한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게 긴장된 시간이 지나고 있을 때.
입국장 상단에 달린 상황판에 한국에서 비행기가 도착해서 승객들이 내렸다는 표시가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시위대가 천천히 입국장으로 다가왔다.
“준비합니다.”
시위대가 준비하는 동안 소영신도 준비를 마쳤다.
김서준이 모습을 드러내면 당장 뛰어나갈 준비를 다했을 때.
입국장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적 불경기였지만 미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김서준의 모습이 보였다.
시위대는 곧바로 김서준에게 반응하지 못했다.
일단 미국인들은 동양인의 얼굴을 쉽게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틈을 이용해서 소영신과 미국 지사의 직원들이 재빨리 튀어 나갔다.
“대표님을 모셔요.”
“네.”
소영신과 직원들이 김서준을 둘러서 시위대와 차단했다.
그제야 김서준이 들어온 것을 눈치챈 시위대들이 일행에게 몰려들었다.
“물러가라!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붙여?”
“너 때문에 생계를 잃은 노동자들을 책임져라!”
준비해 온 피켓을 흔드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김서준은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
“카메라를 보시면 안 됩니다. 빨리 통과하겠습니다.”
대놓고 사진을 찍고 있지는 않았으나 시위대들 사이에 꽤 많은 카메라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웃을 수도 없었다.
여기에서 웃음을 지으면 김서준의 이미지가 더 바닥으로 처박힐 것이다.
그들은 준비해 온 계란 역시 김서준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이미 직원들이 벽을 세우고 있었기에 김서준에게 닿는 계란은 없었다.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오자 소영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항의 경비 인력들이 시위대의 소란을 막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따라오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소 실장님, 아니 소 지부장님. 오랜만이네요.”
“그렇습니다, 하하.”
지부장이라는 단어가 어색한 소영신이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캐니언 박은 왜 안 나왔습니까?”
김서준이 고개를 돌리며 직원들 사이에서 캐니언 박을 찾았다.
김서준 역시 이런 일을 대비해서 캐니언 박을 미리 미국으로 보내 놓았다.
“이제 올 겁니다.”
소영신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형 SUV들이 김서준 앞에 멈춰 섰고 그곳에서 캐니언 박이 내렸다.
총상을 모두 회복한 캐니언 박의 모습은 이전과 변함이 없어 보였다.
“모시겠습니다.”
“든든하네요.”
김서준이 웃으며 캐니언 박과 악수를 나누었다.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일전에 박용두 의원 사무실에서 고용한 깡패들을 제압한 것이 캐니언 박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미국에서 정리할 것이 있어 미국으로 건너간 상태였다.
“잠시만요!”
김서준이 차에 타려고 할 때.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한 여성이 김서준에게 달려왔다.
워낙 급작스러운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소영신을 비롯한 다른 직원들이 반응할 틈이 없었다.
하지만 캐니언 박은 반응했다. 순식간에 김서준의 앞을 가로막으며 달려든 여성을 제압했다.
“아앗! 저는 기자예요! C.daily의 김아랑 기자입니다.”
한국말이었다.
“놓아주세요.”
김서준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캐니언 박이 김아랑 기자의 팔을 놓아주었다.
꽤 고통스러웠는지 김아랑 기자가 팔을 어루만진 채 울상을 지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미안하면 인터뷰 하나만 해 주세요.”
김아랑 기자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생각보다 더 젊잖아?’
어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김서준은 생각보다 더 젊었다.
이제 대학 신입생과 같은 모습.
물론 성장이 끝나서 체격은 성인의 그것과 비슷했지만 얼굴에서 나타나는 나이는 숨길 수 없었다.
“인터뷰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정신을 차린 소영신이 김아랑 기자의 앞을 막아섰다.
시야가 차단되자 김아랑은 고개를 이리저리 내밀며 김서준에게 소리쳤다.
“잠깐이라도 좋아요! 이번에 인터뷰 못 따면 인턴에서 잘릴 거예요! 제발 도와주세요!”
다급함이 섞인 김아랑 기자의 외침에 김서준이 차에 타려던 움직임을 멈췄다.
“1분 정도만 하지요.”
“대표님.”
소영신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인턴에서 잘린다잖아요.”
“그래도요.”
소영신의 눈이 떨렸다. 고작 그런 이유로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빠르게 합시다.”
“네!”
김아랑이 수첩을 빠르게 뒤적였다.
질문을 고민하는 것이 분명했다. 분명 질문을 여러 개 하면 시간상 잘릴 것이다.
‘아!’
수첩을 읽는 순간에도 시간이 가는 것을 느낀 김아랑 기자가 소리쳤다.
“왜 오셨나요?”
“질문이 상당히 추상적이네요. 제가 와야 하니까 왔습니다. 인터뷰 끝났습니다.”
김아랑 기자가 뭐라 거 물으려고 했지만 이미 김서준은 차에 올라탄 뒤였다.
“와야 하니까 왔다라…….”
김아랑 기자가 그 말을 곱씹었다.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이었다.
부족했지만 그러면서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 * *
김서준이 도착한 날 저녁.
샌프란시스코의 지역 일간지에서는 김서준의 과거 사진과 함께 인터뷰 내용이 실렸다.
[SJ의 대표 김서준 LA 국제 공항을 통해 입국하다] [내가 와야 하기 때문에 왔다] [부정 거래에 대한 대답인가?] [세무 당국 움직임 없어] [당국 부정 거래 조사 실시하지 않아]한국과 다르게 미국의 여론은 좋지 않았다.
미 당국에서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은 부정 거래나 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지만 사람은 누구든 탓할 사람이 필요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 타깃은 김서준이었고 그런 김서준이 미국에 입국하였다.
몇몇 성질이 폭급한 사람들은 김서준을 찾아다니며 죽이겠다고 공언을 하기도 했다.
“절대 혼자 나가시면 안 됩니다.”
호텔에서 캐니언 박이 김서준에게 말했다.
“네, 그래야지요.”
김서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론이 좋지 않을 것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좀 더 심해 보이긴 했다.
호텔은 또 어떻게 알았는지 몇몇 사람들이 공격적인 얼굴로 모여들었다.
“캐니언 박만 믿을게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캐니언 박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미국에 온 이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캐니언 박의 보호가 필수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