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
음악천재 재벌3세 19화
음악천재 재벌3세 19화
지역 예선이었기에 유명한 심사관은 없었다.
유석호도 중견 기획사의 관계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역 예선에서는 유석호 정도의 식견이면 충분했다.
‘제길. 왜 날 찍고 있어.’
유석호가 옷 매무새를 매만지며 카메라를 의식했다.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참가자가 잘생긴 탓임이 분명했다.
‘이런 놈들은 실력이 부족하다고. 딴 곳 가서 찍어!’
하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외모만 뛰어나더라도 연예판에서는 꽤 먹히는 그림이다.
하지만 외모도 잘생기고 실력도 좋은 사람은 드물다.
대충 김서준도 그럴 것으로 생각한 유석호가 대충 눈을 감고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일 준비를 했다.
-추억만을 간직한 채 떠나기는 너무 아쉬워.
일반적으로 노래는 첫 소절만 들어도 그 사람의 실력이 판가름 난다고 한다.
유석호도 그 말을 믿는 사람 중 하나였다.
첫 소절이 시작되자마자 감겨있던 유석호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발성, 딕션 그리고 가창력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놀란 것은 유석호 뿐만이 아니다. 그 장면을 찍고 있던 조감독 양수찬도 처음 등장한 실력자에 깜짝 놀랐다.
‘됐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오지 않아 감독의 눈치가 보이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그림을 조감독인 그가 단독으로 잡고 있었다.
감독보다 좋은 장면을 잡아 세게 한 방 날려 줄 기회다.
“더 부릅니까?”
“아···. 아닙니다. 합격입니다.”
일 절이 끝날 때까지 유석호가 노래를 듣고만 있자 김서준이 물었다.
“여기 합격 목걸이입니다. 이차 예선은 방송국에서 따로 연락 갈 겁니다.”
합격자들에게만 주워지는 작은 목걸이를 건네는 유석호.
조감독은 그 모습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혼신을 다해 카메라 앵글을 잡았다.
‘됐다. 대박이다.’
양수찬의 얼굴에 환희의 빛이 차올랐다.
*
“은지양이 생활할 곳입니다.”
“제가 뭐라고 부르면 돼요?”
“소실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오피스텔은 작았지만, 냉장고와 전자렌지 등 있어야 할 옵션은 모두 있었다.
“좁은 방이지만 혼자 지내시기에는 괜찮으실 겁니다. 혹 불편하시면 대표님께 말씀드려 방을 옮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영신의 말에 이은지가 손을 휘휘 저었다.
넓었다.
창고를 개조한 탓에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바퀴벌레도 지나다니던 방보다는 백배 아니 천 배 훨씬 나은 방이었다.
과연 이렇게 좋은 방에 머물러도 좋을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아니에요. 소실장님.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급히 방을 수배하느라 혹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소영신의 말에 이은지는 더욱 부담됐다.
살면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 없었기 때문에 이은지는 그녀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걱정이 되었다.
“이제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시면 할게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여기에 머물러도 되는지 걱정돼요.”
이은지의 말에 소영신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대답은 대표님께서 해주실 겁니다.”
이은지가 입을 꾹 다물었다. 충동적으로 소영신을 따라나서기는 했으나 과연 그녀가 이럴 가치가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아! 지금은 이해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그랬습니다. 대표님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대표님의 선택은 틀린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믿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은지양의 무엇인가를 보셨을 겁니다.”
소영신의 말에 이은지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녀 스스로도 모르는 무엇인가를 타인이 본다는 것이 말이 될까.
“앞으로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저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소영신이 서류봉투 하나를 이은지에게 내밀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소영신이 떠나고 나서 이은지는 서류봉투를 열어 보았다.
봉투 속에는 핸드폰과 명함 그리고 검은색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식사와 생활비는 법인카드로 해결하시면 됩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법인카드가 분명했다.
“드디어 나도 핸드폰이 생겼네.”
다른 친구들은 모두 핸드폰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중학생이 되면 핸드폰을 하나씩 가지던 친구들.
하지만 집에서 눈칫밥만 먹던 이은지에게 핸드폰은 언감생심 꿈에서나 가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띠리리링
이은지가 핸드폰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을 때.
요란한 벨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울렸다.
*
성북동 자택은 오랜만에 사람으로 붐볐다.
“아버님. 저희 왔어요.”
김태주와 그의 아내 조미란 그리고 영우가 손에 무얼 바리바리 싸 들고 성북동 자택으로 들어섰다.
“아줌마. 이거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거니까 저녁상에 내와요.”
조미란이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음식을 가정부에게 넘겼다.
“오셨어요.”
김건환 앞이라 환하게 웃고 있던 조미란은 이내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김서준을 보고는 표정을 구겼다.
“서준이 너는 방학인데 공부도 안 하고 왜 여기에 있는 거니? 아! 지방 학교는 방학 때 따로 공부 안 하나 봐? 우리 영우는 방학이라고 아주 학교에서 더 열심히 공부시키던데.”
조미란의 얼굴에는 시기가 가득했다.
성북동 자택에 머물기 위해서는 김건환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학교 성적은 잘 나오니? 그렇게 밖으로 돌기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안 된다.”
“애미는 조용히 하거라. 서준이는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는다.”
전교 일등이라는 말에 조미란은 더욱 기세가 등등해졌다.
“아이고. 아버님. 지방의 고등학교하고 서울에 있는 명문고하고 똑같나요? 비록 우리 영우가 전교 일등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방 학교 일등보다는 훨씬 낫지요.”
조미란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얘. 서준아. 너 이번 모의고사에서 전국 석차 몇 등이나 했니?”
조미란은 제 자식 김영우가 더 나은 성적을 받았을 거라 철썩같이 믿었다.
당시 학생들이 학원이나 다니는 것으로 끝날 때 김영우는 고가의 과외까지 받고 있었으니 당연히 김영우의 성적이 더 좋을거라 생각한 것이다.
김영우도 약간은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김건환과 김서준을 바라보았다.
눈빛을 보니 꽤 공부를 열심히 한 모양이었다.
‘시험 잘 보면 다시 미국에 보내준다고 했으니 열심히 했겠지.’
기억났다.
미국에서의 생활을 잊지 못한 김영우는 시험 성적을 잘 받는다면 다시 미국에 보내준다는 말에 단 한번 시험을 잘 본 적이 있었다.
물론 미국가서는 다시 마약과 여자에 빠져 방탕한 삶을 살게 되지만 말이다.
지금이 그때인가보다.
“우리 영우는 이번에 전국에서 구천 등 정도 했지 뭐에요? 참 장하다니까요.”
이 당시 모의고사 구천 등이면 대충 상위 2% 정도 되는 성적이었다.
평소 김영우의 행실을 보면 2% 성적이 나오는 게 신기한 일이었지만, 훗날 미래와는 다르게 이때는 내신보다는 정시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제법 노력했나 보구나.”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김건환의 칭찬에 얼굴이 밝아진 김영우가 뿌듯한 표정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서준이는 몇 등이나 했니?”
“삼등 했습니다.”
“뭐? 반에서 삼 등 했다고? 그러니까 공부 좀 열심히 하라니까.”
삼등이라는 말에 조미란이 비웃음을 지었다.
“전국 삼등 했습니다.”
“뭐?”
전국 삼등이라는 말에 조미란의 얼굴에 불신이 가득해졌다.
사실 일등이 세 명인 탓에 삼등이라고 말한 것이었지만 굳이 그걸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없었기에 김서준은 더 말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어. 학원도 안 다니고 과외도 할 형편도 아닐 텐데···.”
“서준이의 성적은 이미 내가 확인했다. 그러니 애미는 조용히 하거라.”
김건환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다.
그리고 김건환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괜히 죄 없는 김영우를 날카롭게 노려본 조미란이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어색해진 분위기가 잠시 지나고 저녁 식사자리가 이어졌다.
“태주야.”
“예. 아버지.”
“다음 주가 경영인의 밤이다.”
“예. 이미 한경련에서 보내온 공문을 확인했습니다.”
김건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모임에는 나와 너 그리고 서준이가 갈 것이다.”
이 말이 불러온 파급은 꽤 컸다.
사레가 걸린 조미란이 급히 물을 마셨으며 김태주는 불신 가득한 눈으로 김건환을 바라봤다.
“왜 그렇게 바라보느냐?”
“경영인의 밤은 경영인 삼 대가 참석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너와 나 그리고 서준이가 간다는 것이다.”
확실한 것이 있었다.
김건환은 이미 김영우보다 김서준을 더 높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영인의 밤에는 늘 김영우가 참석했었다.
“아버지.”
“아버님!”
조미란과 김태주가 간절한 목소리로 김건환을 불렀다.
“태주야.”
“예. 아버지.”
“난 너를 남 부럽지 않게 가르쳤다. 그리고 너 역시 남부럽지 않게 제 역할을 잘 해주고 있고.”
김태주가 입을 꾹 다물고 김건환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건환의 말처럼 김태주는 다른 기업의 2세들과 비교해서 떨어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경영의 측면에서는 그들보다 훨씬 나았다.
“그런데 자식 교육은 태군이보다 영 아니구나.”
“아버지. 영우가 아직 성적이 올라오지 않아서입니다. 서준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은 맞으나 갑자기 영우가 아니라 서준이가 경영인의 밤에 가면 잡음이 들려올 겁니다.”
김건환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넌 네 자식도 모르는구나.”
김건환의 말을 들은 김서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미 이 시기에도 김건환이 김영우의 일탈을 알고 있었음이다.
‘그때는 대체재가 없었지만, 지금은 있다는 말이구나.’
전생에는 김영우의 일탈을 알고도 어쩔 수 없었다면 지금은 김서준이라는 훌륭한 대체재가 있었다.
“크흠.”
김태주가 불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식사가 끝나고 이 층으로 올라온 김서준에게 김영우가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네가 말했어?”
“뭘?”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네가 말했냐고!”
조미란에게 대차게 혼났는지 김영우는 과거의 교훈도 잊어버린 채 김서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화가 났다고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단박에 김영우의 머리를 침대에 박아 넣은 김서준이 인상을 구겼다.
“내가 아는 사실을 할아버지가 모를 거로 생각한 거야? 넌 삼신의 정보력을 아주 돼지 거시기로 보는구나?”
“이익···.”
김영우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이 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당장 할아버지가 숙부님께 말할 생각은 없어 보이시니까.”
“어···. 어떻게 해야 하지?”
“뭘?”
“어떻게 하면 무사히 넘어갈 수 있겠냐고. 아빠가 알면 정말 큰일 나는데···.”
경영인의 밤에 가지 못한 것은 아무런 걱정이 아니라는 듯 김영우가 몸을 떨면서 물었다.
“살고 싶냐?”
“방법이 있어?”
김서준의 말에 김영우가 고개를 들었다.
“다 방법이 있지. 알고 싶으면 먼저 경영인의 밤에 참가하는 재벌 3세에 대한 정보. 좀 털어놓아 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 하였다.
친목의 장이라는 것은 허울 좋은 명분이었다.
그 내부에서 온갖 암투와 견제가 있을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아쉽게도 김서준은 전생에서 단 한 번도 경영인의 밤에 참석했던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김영우를 통해 미리 정보를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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