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김서준이 미국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에단이 미간을 좁힌 채 카메라 앞에 섰다.
“네. 21세기 최고 혁신 중 하나인 안드로이드사의 최대 주주가 김서준 씨잖아요. 단순히 최대 주주가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스마트폰의 선구자가 김서준 씨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에단도 분야는 다르지만 미국 혁신의 아이콘 중 하나이신데 생각이 어떠신지 듣고 싶습니다.”
밝은 조명이 눈을 찔러 오자 에단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 말이 맞습니다. 지금 미국, 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도 서준만큼 혁신적인 사람은 찾기 힘들지요.”
에단이 누군가를 칭찬한다는 것에 놀란 기자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는 솔직히 왜 사람들이 화를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준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요? 평소 시민들의 등골을 빼먹던 건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아니었는지? 서준은 그들이 하던 방식대로 그들에게 돈을 번 것인데 그것이 그렇게 욕을 먹을 일인가 싶습니다.”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자 기자가 급히 말을 돌렸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에단에게 다른 질문을 드릴게요. 지금은 에단과 김서준 씨가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무방한 상황인데요. 아직까지는 서로의 영역이 겹치고 있지는 않습니다. 혹시 에단이 김서준 씨와 겹쳐서 경쟁하는 시대가 올까요?”
질문을 듣는 순간 에단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될 겁니다. 동양에는 만류귀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혁신이 혁신을 이루다 보면 결국에는 서로 영역이 겹치게 될 겁니다.”
“오오.”
확신에 찬 에단의 말에 인터뷰를 진행하던 기자가 탄성을 질렀다.
“그렇다면…….”
“무조건 제가 앞서 나갈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라이벌이라 부른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은 단 한 사람, 김서준 그가 유일한 내 라이벌입니다.”
꽤 큰 충격이었다.
오만한 천재 에단이 라이벌로 인정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김서준의 가치가 크단 말이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기자가 마이크를 거두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미국에 입국한 SJ 대표 김서준. 두문불출] [왜 입국했나?] [미국에서의 사업 계속 가능할지에 대해……]처음에는 지역 신문에서 시작되었던 김서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한 내용이 시간이 더 흐르자 전국 단위의 언론사에서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사람들의 시선은 김서준에게 향했다.
본래 이런 일로 전국 단위의 언론사가 집중하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 세계는 물론이고 미국의 모든 주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한정된 지면에서 다뤄야 하니까.
하지만 이미 미국 당국과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리먼사에서는 이번 일의 화살을 최대한 SJ에게 돌리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화살의 중심에 서 있는 김서준이 호텔 유리를 가리고 있는 커튼을 슬쩍 밀어 밖을 확인하며 말했다.
“화려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피곤한 얼굴의 소영신이 김서준의 뒤로 다가오며 말했다.
소영신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피곤한 얼굴 사이에서도 그의 눈빛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힘들 때마다 가끔 투정을 부리던 소영신이었지만, 지금 투정과 그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컨펌은 제가 하겠습니다. 한 치의 실수도 있으면 안 됩니다. 실수를 보인다면 적들은 우리의 뼈와 살을 뜯기 위해 달려들 겁니다.”
“물론입니다, 대표님.”
소영신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단숨에 반전시켜야 합니다. 단숨에.”
“물론입니다.”
다시 한번 소영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열흘입니다. 내일 모든 언론사 및 유관 회사, 인플루언서들에게 초대장을 돌리세요.”
“열흘…… 알겠습니다. 열흘이면 충분합니다.”
인사를 한 소영신이 급히 호텔 밖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만난 김서준과 회포라도 풀고 싶었지만 지금 회포를 푸는 것은 둘에게는 사치였다.
“흐음.”
커튼 틈 사이로 보이는 호텔 밖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호텔 앞을 지키고 있는 시위대와 기자들만 없었으면 김서준도 소영신을 따라 일을 하러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남은 작업은 서류 작업이 아니었다.
지금은 김서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열흘 뒤.
그곳에서 모든 것을 쏟아 낼 준비만 하면 된다.
* * *
“와, 진짜 지독하네. 어떻게 한 번을 안 나오냐?”
김서준의 호텔 앞에 모인 기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미국의 난다 긴다 하는 톱스타들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얼굴을 가리든 해서 밖으로 나오고자 한다.
벌써 호텔에 칩거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갔다.
“호텔에 머물기 위해 온 것도 아닐 텐데. 뭐 특별한 사람들이 오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몇몇 직원들은 올라간다고 합니다.”
기자가 귀를 후비적거렸다.
“방에는 아예 접근을 못 해?”
“네. 사설 요원들이 붙어 있기도 하거니와 몇 개 층을 아예 통으로 빌렸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 운행도 안 합니다.”
“아주 대통령 납셨네.”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게 조치가 되어 있자 기자들은 마음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어뜯기는 쉬웠으나 새롭게 물어뜯을 무언가가 없으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걸 노리는 건가? 너무 무식한데?”
기자들이 입맛을 다셨다.
사실 이렇게 나가면 체력전의 양상인 것이다.
기자들의 체력도 빠지지만 상대의 체력도 빠진다.
그리고 그 상대가 밖으로 나왔을 땐 더 강하게 물어뜯길 것이다.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제깟 것이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조만간 나오겠지요.”
다음 날이 되었을 때. 교대로 밤을 새워 피곤함에 찌들어 있는 기자들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초대장?”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스마트폰도 동시에 울린 것으로 보아서 아마 전 언론사에 뿌린 초대장으로 보였다.
그 초대장은 단순한 초대장이 아니었다.
초대장에는 SJ라는 이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미래로 초대합니다.]광오한 제목의 초대장이었다.
“이날 모든 것을 이야기할 생각인가 보구나.”
기자들의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 차올랐다. 한 달간 준비한 것이 이런 기자회견이라니.
오히려 이런 상황은 그들에게 이득이었다.
기자회견 날자가 잡혀 있었고 이제 김서준은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한다.
굳이 이곳에서 그에게 한마디라도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긴 하다.
남들보다 특종 한 줄을 더 써야 하는 입장이니까.
하지만 마음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 인원 줄여. 동태나 파악하고. 이러려고 미국에 들어왔구먼.”
기자들은 김서준의 입에서 어떤 해명이 나올지 궁금했다.
* * *
“으음…….”
초대장의 소식은 한국에도 전해졌다.
한국의 언론사도 초대들 받았기도 하거니와 관련 유관 기업에도 초대장이 발부되었다.
“서준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화려한 초대장은 마치 신제품 발표회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그건 아닐 것이다.
지금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하면 SJ는 욕만 오지게 먹을 것이 분명했다.
“저번에 말한 그것 아니겠습니까?”
김건환 회장의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인우 비서가 입을 열었다.
“하아, 박 비서.”
“네, 회장님.”
“이제 내가 낡은 것인가?”
“아직 한창이십니다.”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나타났다.
솔직히 김건환 회장은 김서준의 말을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 사업들을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사업들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도대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인공지능의 필요성도.
신재생 에너지의 필요성도.
우주 사업의 필요성도.
도대체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스마트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필수품을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
그것이 성공한다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였으니까.
하지만 김서준이 말하고 간 것은 조금 궤를 달리했다.
그것들이 과연 돈을 가져다줄지 알 수 없었다.
천문학적인 투자금과 천문학적인 인력이 투입되고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사업인 것이다.
그런 사업에 명운을 걸겠다는 것을 어떤 사업가가 좋아할까?
“회장님이 낡으신 것이 아닙니다. 다만 서준 도련님이 너무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가끔 의심스럽네.”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박인우 비서가 김건환 회장 쪽으로 귀를 좀 더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과연 서준이가 내 핏줄이 맞나 하는 생각 말이야. 내 핏줄의 생각을 내가 알 수 없으니 이것 참…….”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 않습니까? 태군 도련님에게도 지셨으니 그 아드님이신 서준 도련님에게도 지는 것이 순리 아니겠습니까?”
진다는 말을 듣고도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이렇게 말해 놓고도 기분이 좋았다.
어느 부모가.
어느 할아버지가.
그것을 싫어하겠는가?
내 핏줄이 나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말이다.
청출어람 청어람이라는 말이 있다.
스승의 기쁨은 자신의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했다.
김건환 회장 역시 복잡한 심정 가운데 그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기업 공개를 한다고 했지?”
“네. 아마 그것 역시 준비 중일 겁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이 소식을 아는 사람은 회장님이 유일할 겁니다.”
김서준이 미래에 살고 있다면 김건환 회장은 지금에 살고 있다.
그러면 지금에 사는 사람의 방법대로 김서준을 도와줄 수 있다.
“관련 부서에 연락해서 현금 준비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김건환 회장은 공개되는 김서준 관련 기업들의 주식을 쓸어 담을 생각이었다.
증거금은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스마트폰 사업 이후 투자도 늘었지만 그만큼 쓸어 담는 돈도 많았다.
그 돈을 단박에 풀 생각이었다.
보이차를 들이켜는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어렸다.
* * *
웅성웅성.
캘리포니아 컨퍼런스 센터에는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붐볐던 적이 없었다.
이런 인파는 대선 유세 때나 볼 수 있는 인파였다.
“와, 이게 다 기자야?”
컨퍼런스 홀을 찾은 기자들은 혀를 내둘러야 했다.
프레스 카드를 받기는 했으나 별 의미는 없을 것 같았다.
프레스 카드를 받은 기자들만 수백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자리다툼에 벌써 머리가 아파 왔다.
“기자들 말고도 기업, 블로거 등 다양한데요?”
“뭐야? 그냥 기자회견 아니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부른 이유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자회견이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부르지 않아도 된다.
기자들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기업과 블로거, 유튜버들은 왜 불렀단 말인가?
“일단 들어가 보면 알겠네요.”
기자들이 서둘러 센터 안쪽으로 들어갔다. 지금부터 들어가야 앞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 *
“여기 다 모였네요.”
루빈과 드레이크가 고개를 휘휘 돌리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자들의 얼굴은 잘 모른다.
하지만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대표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유명한 사람들 위주로 말이다.
지금 루빈과 드레이크의 눈에 보인 사람들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일단 애플사의 대표인 밥.
그리고 에단은 물론이고 세계 어딜 가도 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 총출동했다.
단순히 초대장을 받았기 때문에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너무나 궁금했을 것이다.
도대체 김서준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판을 벌였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