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이 컨퍼런스 센터로 모여들고 있을 때.
컨퍼런스 홀 뒤편에는 긴장감이 넘실거렸다.
일절 실수가 있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수많은 기자들과 수많은 눈들이 오늘에 집중하고 있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 무사히 준비되었습니다. 열 차례 이상 검수를 하였고 오탈자는 물론이고 프로세스상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눈이 퀭하게 들어간 소영신이 김서준에게 말을 꺼냈다.
김서준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모습 오랜만이네요.”
그런 김서준을 보며 소영신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요?”
김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소영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네.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대표님을 오래 봐 왔다고 자부합니다. 대표님이 첫 무대에 섰을 때 이런 표정이셨습니다.”
정확할 것이다.
지금 현생에서 김서준을 가장 오래 봐 온 사람은 소영신일 테니까.
김서준 그가 모르는 것도 소영신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긴장을……?’
처음에는 떨렸다.
처음 고등학교에 돌아왔을 때. 축제 무대에 올라 사람들 앞에 섰을 때.
그리고 슈퍼보이스 코리아 무대에 나가 수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무대를 보일 때.
그래. 긴장했을 것이다.
김서준 역시 사람이었으니까 긴장하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늘 잘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의심했으니까요.”
“뭘 의심하셨습니까?”
“대표님이 사람인가 의심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젊은 사람이 누구보다 능숙하게, 누구보다 자신 있게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었는지 늘 고민했으니까요.”
“그랬습니까?”
소영신은 진심이었다.
처음 김서준을 만났을 때. 소영신은 자괴감을 느꼈다.
팽이구나.
국내 최고라는 삼신의 전략기획실에서 재벌3세의 따까리로 좌천되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얼마 가지 않았다.
모든 일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해내는 김서준을 보며 그의 생각을 수정했다.
나에게 찾아온 다시없는 기회다.
소영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리고 김서준의 뒤를 따라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다이아 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오를 수 없으리라 여겼던 자리까지 오르는 데 몇 년 걸리지 않았다.
모두 김서준의 뒤를 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위대하게만 보였던 김서준이 긴장하고 있었다.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후우,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요?”
“이제 30분 남았습니다.”
30분.
지금처럼 긴장되는 30분은 처음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 사이에서 김서준은 홀로 멈춰 있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우주 속에 혼자 있는 느낌.
심장 박동소리가 귓가에 크게 울려 퍼졌다.
마치 심장을 뽑아서 귓가에 대고 있는 기분이다.
그런 30분이 흘러가고.
“이제 시작합니다.”
탁.
무대 뒤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컨퍼런스 센터의 조명이 꺼지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이제 시작이다.
“가겠습니다.”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시작하나 보다.”
“뭔데 이렇게 준비를 했대?”
기자들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단순한 기자회견이 아니라는 것은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알 수 있었다.
마치 신제품 발표회 혹은 컨퍼런스 콜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탁조명이 꺼지고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핀 포인트 조명이 무대의 입구에 쏴졌다.
핀 포인트 조명을 받으며 김서준이 무대의 중앙으로 걸어 올라왔다.
작게 고개를 숙인 김서준이 좌중을 둘러보았다.
조명이 꺼진 탓에 모두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으나 간간이 깜빡이는 카메라의 붉은 점멸등이 사람이 있음을 알려 주었다.
“이 숫자가 뭔지 아십니까?”
김서준이 말을 시작하자 대형 스크린에 0이 무수하게 붙은 숫자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그 숫자를 바라봤다.
“여러분이 궁금해하시는 수익금입니다.”
좌중을 둘러본 김서준이 말을 이어 갔다.
“이번에 제가 빅쇼트를 통해 벌어들인 돈 말입니다.”
웅성웅성.
설마 이렇게 모든 것을 깔지 몰랐다.
당장이라도 질문을 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에 제 비윤리성에 대해 성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 역시 알고 있었다. 이번에 김서준과 SJ가 운이 좋지 않게 걸린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김서준이 운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물어뜯을 거리가 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었다.
“제가 이 돈을 벌어서 뭐 하겠습니까? 저 혼자 사탕이라도 사 먹기에는 너무나 많은 돈이네요. 아! 이제 술도 사 먹을 수 있겠네요. 성인이 되었거든요.”
“하하하.”
김서준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성인이 되었다는 말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그들은 가슴 한편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업적을 이루어 낸 사람이 이제 성인이란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믿기 힘든 말이었다.
“그럼 이 숫자는 무엇일까요?”
대형 스크린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가 떠올랐다.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숫자였다.
“저는 제가 이 돈을 벌어서 미국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의 경제를 악화시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벌든 누가 벌든 누군가는 벌었을 돈이고, 결국에는 금융회사들의 모럴 헤저드가 이 위기의 원인이었으니까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SJ가 아니라 금융회사의 모럴 헤저드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인정하기 힘든 현실이라 그런 것이지.
“이 숫자는 제가 미국에서 창출할 고용입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디테일한 숫자와 함께 데이터가 제시되었다.
“오오…….”
모두 깜짝 놀랐다.
화면에 표시된 각종 사업은 그들이 처음 보는, 아니 익숙하지 않은 사업들이었다.
“미래는 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촉발한 제4차 산업혁명은 이미 사람들의 삶을 충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는 사람 있으십니까?”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 스마트폰은 그들의 삶에 깊숙히 파고들었다.
단순히 결제를 하는 일부터 인터넷을 이용하는 일.
그리고 업무의 영역까지.
스마트폰이 파고들지 않은 생활 분야는 없었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과거에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인류의 발전은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 대비해야 합니다. 먼저 인공지능.”
화면이 빠르게 바뀌었다.
“인공지능은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한 숙원 사업입니다. 스마트폰이 생산하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자료들이 차례대로 넘어갔다.
인공지능은 인류의 삶을 위해 꼭 필요했다.
단순히 시뮬레이션과 계산을 해 주는 컴퓨터를 넘어서서 스스로 학습하고 더 창의적이고 인간을 닮아 가는 인공지능.
그 인공지능은 인간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꼭 필요한 기술이었다.
이미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었고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대학과 산학 협력에 관한 사항이 나오자 기자들의 손가락은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흐음. 그런데 인공지능 연구소만으로 저런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나?”
김서준이 발표한 인공지능 연구소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긴 했으나 그 숫자를 모두 채우기에는 상당히 부족해 보였다.
그렇게 인공지능 연구소의 설명이 끝났을 때.
이번에는 로켓의 모습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이건 로켓입니다. 모두 로켓 아시지요?”
김서준이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저는 우주로 갑니다.”
보통 일이 아니다.
지구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주로 가겠다는 것.
그것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여러분의 생각은 알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시겠지요? 하지만 말이 됩니다. 이미 저 말고도 이 사업을 계획, 진행 중인 사람이 있으니까요.”
김서준의 시선이 에단에게 향했다.
무대 아래 VIP석에서 에단 역시 김서준을 바라봤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 들어갔다.
도발적인 시선이었다.
하지만 에단의 눈은 흔들려만 갔다.
“네. 저는 후발 주자입니다. 그리고 이 사업은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따라잡기 힘든 영역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굳이 따라잡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영역으로 넓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김서준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상업 궤도 운송 서비스 등을 하기에는 늦었다.
SJ에서 그 기술을 개발하면 이미 에단은 더욱 멀리 갔을 테니까.
그래서 김서준은 생각을 바꾸었다.
다른 방면으로 우주 산업을 넓혀 가기로.
아이디어도 있었다.
탓!
새롭게 화면이 바뀌며 스크린에는 지구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는 통신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받고 있는 이 혜택을 아직도 지구의 절반은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아프리카나 그외 빈국에서는 통신망을 누리지 못한다.
정보의 불균형 그것은 계속적인 빈부 격차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저는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할 생각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김서준이 좌중을 둘러봤다.
“어떻게요? 바로 이렇게입니다.”
스크린의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지구를 촘촘하게 감싸는 궤도가 표시되었다.
“소형 인공위성으로 저는 전 세계에 무료로 무선통신을 제공할 겁니다.”
쿵.
기자들은 열심히 손을 옮겼고 다른 기업인들 중 몇 명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했다.
평소 혁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이 놀랄 정도로 엄청난 프로젝트였다.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김서준의 발표는 몇 시간이고 더 이어졌다.
* * *
“에단! 에단!”
“제인.”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카페테라스에 앉아 있는 에단에게 제인이 긴 머리를 휘날리며 다가왔다.
“오늘 어땠어?”
“뉴스 안 봤어?”
제인이 고개를 저었다.
“어, 급하게 오느라 볼 시간이 없었어. 김서준은? 어떻게 됐어? 잘 넘어갈 것 같아?”
“아니.”
에단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와, 진짜 뭐 잘못해서 번 것도 아닌데 너무들 하네.”
“그게 아니야.”
에단의 뜻은 그게 아니었다.
“이미 김서준이 얼마를 벌었는지는 모두 잊었어.”
“왜?”
제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기자들을 불러 놓고 해명을 하려고 한 자리일 텐데 왜 얼마를 벌었는지 잊었단 말인가?
“하아…….”
에단의 입에서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왜? 말해 봐, 뭔데?”
“뉴스를 보는 게 빠를 거야.”
말을 하는 에단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김서준을 만나고 나서 김서준을 어느 정도 알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타 링크…….”
생각을 아예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했기에 가슴속 깊이 묻어 둔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김서준이 들고 나왔다. 마치 에단 그의 가슴을 열고 그 생각을 훔쳐보기라도 하듯 말이다.
에단이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뉴스를 확인한 제인이 스마트폰을 툭 떨어뜨렸다.
“대박…….”
제인의 눈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정말 이 사람 뭐야?”
“호랑이도 제 말 하니 오는군.”
제인이 에단에게 물었을 때.
에단의 눈은 다른 곳에 향해 있었다.
카페를 향해 김서준이 다가오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