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서준.”
“에단.”
에단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서준을 맞이했다.
에단의 얼굴에는 복잡 미묘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일전에 한국을 떠날 때 에단의 표정에는 분노가 가득했었다.
당연히 자신과 같은 길을 걸으며 동업을 할 것이라 생각한 김서준이 그와 대척점에 설 것이라는 것은 그에게는 받아들이기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서준을 동지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이번 뉴스를 접하면서 에단은 김서준을 걱정했다.
이번 미국에서 일어난 경제 위기가 김서준이 개화를 하기도 전에 꺾어 버리는 것은 아닐지 말이다.
동지는 아닐지라도 라이벌이라고는 생각했으니까.
에단이 지금 미친 듯 일을 하는 이유도 김서준이라는 모티베이션이 있어서였다.
“오늘 어땠습니까?”
“꽤 놀라웠어.”
에단은 입바른 말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에단이 놀랍다고 하면 진짜 놀라운 것이다.
“그러면 생각은 어떠십니까?”
“생각이라…….”
김서준이 묻는 것은 하나였다.
스타링크 프로젝트.
그 미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은 로켓을 발사하는 기술이다.
SJ에서 단시간에 그 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단의 회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말이다.
물론 아직 에단의 회사도 그럴 능력은 없었다.
로켓 재사용 기술은 물론이고 각종 문제가 남아 있는 상태였다.
“확실히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입맛이 씁쓸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김서준의 아이디어를 빼서 에단이 직접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단은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자신도 없었다.
만약 SJ가 그것을 빌미로 로켓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고 애초에 김서준보다 그것을 잘 해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당장 추진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아직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다.
구상만으로는 힘들었다.
“지금 스페이스사의 투자가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
“으음…….”
에단이 침음을 내었다.
혁신의 아이콘 중 하나로 꼽히지만 에단에게는 최대 단점이 있었다.
이전의 성공으로 벌어 두었던 돈은 이미 여러 창업을 하면서 모두 흩어진 후였다.
그 이후로는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 투자를 받아야 했다.
처음에는 수많은 투자금을 모았다.
그의 성공을 지켜본 수많은 투자자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조금 입장이 달랐다.
처음 투자를 받은 이후로 근 8년이 지났다.
에단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았지만 에단 혼자 달려간다고 일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제반 기술도 따라와야 하고 유사 분야의 다른 연구도 마찬가지로 따라와야 한다.
게다가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
많은 돈.
좀 더 많은 돈.
혁신에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 혁신도 세계를 변화시키려면 돈이 필요했다.
특히 우주로 나가는 것은 더더욱.
8년이 넘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에 거금을 투자할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모기지발 경제 위기로 더더욱 찾기 힘들어졌다.
“제가 투자하겠습니다.”
“흐음.”
에단이 앓는 소리를 냈다.
김서준의 투자를 받으면 확실히 일은 쉬워진다.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고 시험 발사 역시 이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존심이 내키지 않았다.
‘아니다.’
하지만 에단은 자존심을 접기로 했다. 단순히 김서준이 라이벌이기에 투자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에단은 누구와 경쟁하기 위해 이 판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라이벌과도 협업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받는 관계는 아니지.’
쓴웃음이 지어졌지만 지금 김서준의 제안을 받는 것이 옳은 일이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 보지.”
에단이 자세를 바로 했고 눈빛이 바뀌었다.
제인은 그것이 에단이 일을 할 때 나오는 눈빛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불타오르는 눈빛.
이런 눈빛을 하고 있을 때는 에단의 연인인 그가 옆에서 옷을 다 벗고 있어도 시선 하나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 또 나만 재미없어.”
어깨를 으쓱한 제인이 커피를 홀짝였다.
“알다시피 우주 사업에는 많은 돈이 필요해. 얼마나 투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벌여 놓은 것만 수습하려고 할지라도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할 텐데?”
에단의 눈이 말하는 것은 하나였다.
돈 있냐?
투자도 돈이 있어야 한다. 공수표만 남발해서는 그 누구도 일을 해 주지 않는다.
“물론 지금 보유하고 있는 돈 그리고 리먼사에서 받은 돈으로도 어림없겠지요.”
“그러면 다른 방법이 있어? 투자자를 모집할 건가?”
만약 김서준이 투자자를 모집한다면 어려운 와중에도 투자사들이 몰릴 것이다.
그만큼 김서준이 보여 준 것은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래서는 에단 시즌 2가 될 확률이 있었다.
김서준이 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맞습니다. 투자자 없이 일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지요. 그리고 아까 프레젠테이션을 잘 듣지 않으셨나 보네요.”
“어?”
에단이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곡을 찔렀다.
에단은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들은 이후로 프로젝트에 집중하지 못했다.
김서준이 내민 자료와 계획을 분석하느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상태였다.
“저는 제가 대표로 있고 지분으로 지배 관계에 있는 모든 회사를 기업공개할 겁니다.”
쿵!
이번에도 에단은 놀랐다.
미국에서도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안드로이드사를 비롯한 SJ에 속한 기업들의 기업공개였다.
이 기업들의 주식을 사고 싶어도 도저히 살 수가 없었던 탓.
게다가 공개가 되지 않아 정확한 파악은 힘들었지만 밖에서 추산한 수치만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기업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상태였다.
그 모든 기업들을 공개하면 투자금은 쉽게 마련된다.
물론 지분은 좀 처분해야겠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단박에 천문학적인 돈이 생기는 상황.
“그 돈이면…….”
“꿈이 아니지요.”
꿈이 아니다.
인공지능 연구소는 물론이고 스타링크, 전기차 등 김서준이 추진하는 모든 사업이 꿈이 아니게 된다.
전 세계의 대학들은 모두 SJ와 연구를 하고 싶어 할 것이고 SJ는 그들에게 막대한 연구비를 쥐어 줄 수 있게 된다.
“후우, 이거 내가 더 힘을 내야겠군.”
에단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비록 스페이스사는 협력을 하더라도 다른 사업은 아니다.
비록 김서준의 금력이 더 좋다고는 하지만 에단도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불이 붙은 김서준과 에단이 수많은 이야기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카페는 순식간에 어느 기업의 회의실 같은 모습으로 변해 갔다.
* * *
“허어.”
“서준이가 인물은 참 인물이야. 응? 그렇지?”
“그렇지.”
김건환 회장이 보이차를 마시며 먼 산을 바라봤다.
그 옆에서는 송혜령 회장이 연신 웃음을 지으며 김서준을 칭찬했다.
“서준이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영특할꼬? 응? 김 회장, 누구야?”
“누군 누구야? 핏줄이 어디 가나?”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도 뿌듯함이 가득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송출되었다.
인터넷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기까지 했다.
그 이후 전 세계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신사업의 청사진을 공개한 것도 의미가 있었고 그것에 열광하는 사람도 엄청 많았지만 SJ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기업공개와 상장이 더욱 큰 화제를 가져 왔다.
특히 지금까지 비밀에 가려져 있고 몇몇 기업들이 나누어 먹고 있던 안드로이드사의 기업공개는 전 세계 은행들과 투자자들의 심장이 불을 지폈다.
어디 그뿐일까?
이제는 쓰지 않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들어진 톡과 SNS 역시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모든 것이 공개가 된다면?
“두렵기까지 해.”
“그러게 말이야. 김 회장이 평생 일군 것을 단숨에 따라잡고도 남은 것 같으니까 말이야.”
당장은 삼신이 나을지 모른다.
하나하나 비교해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 기업들을 합치면 삼신의 모든 계열사를 합쳐도 비교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대를 이어서 한 것도 아니었다.
하나의 혁신에서 시작된 것이 이런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허어. 하지만 기쁘구만.”
“부러워. 나도 그런 새끼들 좀 있으면 좋겠는데.”
송혜령 회장의 말 속에는 진심이 섞여 있었다.
한성의 자제들도 열심히 하고 있었고 꽤 좋은 모습도 보여 줬지만 김서준에 비교한다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으응?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가?”
김건환 회장은 송혜령 회장의 눈빛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번에 말했던 것 잊지 않았지?”
송혜령 회장의 말에 김건환 회장이 미간을 좁혔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열심히 머리를 돌리고 또 돌렸다.
“에이, 또 모르는 척하네. 김 회장. 손자 손녀끼리 묶어 주자는 그 이야기 말이야.”
“어허!”
그 말을 듣자마자 김건환 회장이 기함을 했다.
“왜? 우리가 뭐 어때서? 응?”
송혜령 회장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없었다.
김서준을 다시 낳을 수는 없으니 사위로라도 얻어 가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사람아. 서준이가 내가 그러라고 하면 그러겠어?”
“그건 그래.”
송혜령 회장이 입맛을 다셨다.
김서준에게 무엇을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워낙 주관이 뚜렷한 아이니까.
“그래도 한번 자리는 마련해 줘.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송혜령 회장의 부탁에 김건환 회장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정도는……. 험험.”
이어지는 헛기침.
김건환 회장의 표정은 무덤덤했으나 속으로는 기쁨이 차오르고 있었다.
비단 송혜령 회장뿐 아니었다.
내로라하는 국내의 대기업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혼담이 들어오고 있었다.
“크흠.”
김건환 회장의 만족스러운 헛기침이 성북동 자택을 가득 메웠다.
* * *
“부동산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습니다.”
“경제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아닙니다. 오히려 호재입니다.”
김서준의 컨퍼런스가 끝난 이후에 각국에서는 회의가 연신이었다.
특히 미국 연준과 경제 관료들의 나날은 회의로 더욱 바빴다.
“급등까지는 아니지만 SJ 관련주가 오르는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마 상장이 되면 더 오를 테니까요.”
관료들의 얼굴은 밝았다.
일단 주가가 오르면 여당의 입장에서는 좋았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이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것뿐 아니었다.
“실제로 SJ에서 미국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할까요?”
정치인들의 질문에 관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타당성 검사 등 미국 각지에서 부지 선정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투자를 하지 않을 생각이면 이렇게 하지 않지요. 조만간 당국에도 문의가 들어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인공지능 연구소는 벌써 문의도 들어왔고 허가도 난 상태입니다. 착공만 하면 됩니다.”
“오오.”
희망적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저앉고 있는 미국 경제에 이것보다 큰 호재는 없었다.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그로 인한 파급력 역시 엄청날 것이다.
“천재 한 명이 세상을 바꾼다더니 정말인가 봅니다.”
모두가 김서준을 칭찬하고 있을 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그럼 여론전은 멈춥니까?”
모두의 시선이 그 사람에게 쏠렸다.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표정들이었다.
“당연하지요. 이제 김서준을 밀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선거도 바라볼 수 있어요. 그리고 애초에 김서준 잘못도 아니지 않습니까?”
말 바꾸기를 여반장으로 하는 정치인들답게 그들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