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불경기 속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인가?] [미국 전역에서 공장 유치를 위한 구애 시작되어] [법의 기준을 넘어서는 혜택 과연 이대로 두어도 될까?] [경쟁사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법적 검토 중]“다음은 어디입니까?”
“실리콘밸리입니다. 인공지능 연구소 발족식이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가장한 컨퍼런스가 끝난 이후 김서준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빴다.
컨퍼런스 이전까지 웅크려 있던 것이 마지막 휴식이었다는 듯 김서준은 오늘은 서부에 내일은 동부에 홍길동마냥 동분서주해야 했다.
“인공지능 연구소의 발족식에 미국 유력 정관계 인사들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흐음, 어쩔 수 없네요.”
김서준이 미간을 좁혔다.
한국 같았으면 대충 넘겨도 되었을 것이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삼신과 SJ를 건들 수 있는 정치인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미국은 본래부터 정치가 대기업을 공중분해시킬 수 있을 힘이 있는 나라다.
“사진이나 찍다 가라고 하세요.”
“분명 다른 요구도 있을 겁니다.”
미국의 유력 인사들이 참여한다는 것은 그냥 인공지능 연구소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흠.”
소영신의 말처럼 분명 다른 요구 사항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가 봐야 알겠지요.”
“네.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소영신이 차량의 문을 열어 주었고 김서준이 올라탔다.
“소 실장님.”
“네.”
김서준이 운전을 하는 소영신에게 말을 걸었다.
소영신은 또 김서준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여 귀를 쫑긋 세웠다.
“이렇게 매번 운전하기 힘들지 않습니까?”
“힘들어도 어쩔 수 있습니까? 아직 미국에서 개인 헬기를 타고 다닐 준비도 안 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여기서 실리콘밸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없으니까요.”
김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니라 차에 타면 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면 어떨까를 물어보는 겁니다.”
“어제 영화 보셨습니까?”
소영신이 피식 웃었다가 3초 정도 흐른 뒤 눈을 껌뻑였다.
“아…….”
김서준이 늘 이렇게 장난처럼 던진 말들은 꼭 현실이 되었다.
스마트폰 때도 그랬다.
셰일도 그랬다.
툭툭 말을 던졌다는 것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말과 똑같았다.
“에이, 대표님. 장난치지 마십시오.”
“장난요?”
김서준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고 그럴수록 소영신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소 실장님은 인공지능으로 무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소영신이 머리를 굴렸다.
이미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을 주도하면서 많은 배움이 있었다.
딥러닝.
인공지능 연구소를 만들며 컨택을 했던 연구원들은 대부분 딥러닝 쪽에 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김서준의 질문은 그것을 말하라는 의미가 아닐 것이 분명했다.
“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딥러닝이 성공한다면 사용처는 무궁무진하겠지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한참 아득하게 뛰어넘을 테니까요.”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율주행도 그것에 포함될 것입니다. 근미래까지는 자율주행은 단순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르면 필수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그 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꿀꺽.
핸들을 잡고 있는 소영신이 마른침을 삼켰다.
상상이 잘 가지는 않았다.
운전은 변수가 많다.
차선의 변경부터 노선의 상태.
그것뿐 아니라 주변 차량과 사람들과의 복합적인 관계도 생각해야 했다.
인간이야 그것을 경험과 판단에 준거해서 처리할 수 있지만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이 반응할 수 있을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곧바로 반응하지 않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영신의 머리가 복잡해졌을 때. 둘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인공지능 연구소 부지에 도착했다.
아직 모든 건물이 지어진 것은 아니었고 기존에 있던 건물 몇 개를 재활용하는 수준이었지만 빨리 연구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기에 서둘러 발족을 하게 되었다.
“오셨습니까?”
김서준이 탄 차량이 도착하자 현지 직원들이 후다닥 달려와 차 문을 열어 주었다.
“고맙습니다. 문 정도는 제가 열어도 됩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직원들의 얼굴이 의외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보통 기업의 대표들은 이런 의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서양보다 동양의 기업인의 경우에는 그런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하지만 김서준은 달랐다.
단순히 겸양을 떠는 말이 아니라 그 진심이 느껴졌다.
“시작하기 전에 유력 인사들에게 인사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김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기업이 커질수록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김서준이 직접 발로 뛰면 되었다.
기획을 하고 실행을 하며 몸으로 뛰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져야 했다. 실무는 실무자들에게 넘기고 김서준은 다른 일을 해야 했다.
사람을 만나는 일.
정치인을 만나고 다른 기업인을 만나며 경영에 도움이 될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김서준이 해야 할 일이었다.
“오! 미스터 킴.”
김서준이 나타나자 미국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이 환하게 웃으며 김서준에게 다가왔다.
그들 사이에는 캘리포니아의 주지사도 섞여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김서준입니다.”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동양에서는 고개를 숙이는 것이 예의였지만 미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었다.
김서준이 손을 내밀자 사람들이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린 나이에 당당함을 보여서가 아니었다.
김서준이 손을 유력 후보 순으로 내밀고 있었다.
누가 참석하는지 정확한 명단을 모르고 있었을 텐데 순서대로 손을 내미는 것은 보통이 아니었다.
미리 공부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미국의 유명 기업인에게 하라고 해도 틀릴 수 있는 일이었다.
“하하. 미스터 킴이 공부를 좀 했나 봅니다.”
정치인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작은 것 하나부터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더욱 큰 사람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것이다.
“모두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SJ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커요.”
정치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인공지능 연구소를 여는 데 무슨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김서준이 추진하는 사업들 중 많은 부분이 규제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규제가 있는 상태에서는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지 못한다.
그 규제를 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 사람들도 표를 얻기 위해서는 SJ의 사업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더욱 수월하게 진행하려면 도움이 필수였다.
모두가 배석하고 발족식이 시작되었다.
단상에 올라간 김서준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의 시선이 김서준에게 와닿았다.
‘한국이였으면 누구누구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야 하겠지.’
한국은 아직도 그랬다.
이런 행사가 있으면 누가 와 주셔서 감사하고 누구누구 또 누가 감사하다.
이런 말로 시간이 다 잡아먹어야 한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보면 미국이 오히려 사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됐다.
“세상은 오늘을 기억할 겁니다. 오늘이 세상에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
미래의 일이었지만 세상은 정말 오늘을 기억하게 된다.
학교에서 인공지능을 배울 때. 모두 오늘을 배우게 되었고 더 훗날에는 오늘이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공지능의 날로 기념되게 된다.
* * *
“다음은 어디입니까?”
“후, 정말 바쁘네요. 다음에는 게임사입니다.”
“아!”
김서준은 그제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처음 실리콘밸리에 왔을 때, 열정 넘치는 프로그래머들을 만났었다.
그들은 그들의 게임에 투자를 해 줄 투자사를 찾고 있었다.
김서준은 그들에게 투자를 했었다. 그 이후 워낙 바빴기에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답니까?”
김서준의 기억에 따르면 그 게임은 향후 십여 년을 부동의 1등을 기록하며 전 세계 게이머를 사로잡는다.
“오늘 큰 회의가 있다고 해서 참석을 하기로 했습니다.”
“벌써 출시를 했습니까?”
소영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출시되자마자 미국, 유럽에서 큰 돌풍을 일으켰고 내년부터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서비스된다고 합니다. 대박입니다.”
그럴 것이다.
매출도 상당할 것이고 투자한 금액은 우숩게 회수하고도 남을 것이다.
“가시지요. 좋은 기회입니다.”
게임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임의 이용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제 곧 기업들은 광고 효과를 노리고 스폰서를 하겠다고 나설 것이 분명했다.
SJ에게도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개발은 한국에서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계약 조건에 그게 있었을 텐데요.”
소영신이 웃음을 지었다.
“네, 맞습니다. 본사는 한국에 있습니다. 다만 브랜든과 마크가 대표님을 뵙고 싶어 해서 약속을 잡았습니다.”
“저를요?”
“네.”
호텔에 도착하자 호텔에는 이미 브랜든과 마크가 나와 있었다.
몇년 전 봤던 것과 다르게 이제 그들에게서는 노련하고 능숙한 프로그래머의 냄새가 났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
김서준이 차에서 내리자 브랜든과 마크가 고개를 숙였다.
한국식 인사다.
그 인사를 본 김서준이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크입니다.”
“브랜든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들어가시지요.”
호텔 카페에 앉아 메뉴를 고른 뒤 김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먼저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아닙니다. 대표님이 투자해 주시지 않았으면 이 게임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브랜든의 말에 마크가 맞장구를 쳤다.
“개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니 오히려 과분하다고 느낄 정도의 투자였습니다. 정말 편하게 개발할 수 있었고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을 것이다.
김서준이 프로그래머 일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프로그래머들의 고충은 알고 있었다.
돈.
프로그래밍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갈아 넣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부족함 없는 돈은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게 했고 돈에 구애되지 않는 게임을 나올 수 있게 했다.
“타이틀은 레전드 오브 리그입니까?”
“오! 역시 관심을 가지고 계셨군요. 맞습니다.”
김서준이 투자하는 방향으로 갔지만 게임의 타이틀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과 역시 바뀌지 않으리라.
김서준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를 보고자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 다름이 아니라 염치없는 부탁을 한 번 더 하려고 왔습니다.”
“네. 한번 들어 보지요.”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브랜든이 서류를 몇 장 내놓았다.
언뜻 보기에도 투자 관련 서류임이 분명해 보였다.
“이게 뭡니까?”
“1회 차 월드챔피언십 관련 투자 서류입니다.”
김서준이 서류를 살펴보았다.
“흠. 이 정도 대회는 자체적으로도 가능할 텐데요?”
상금의 규모가 컸다.
‘100억?’
그래도 100억이 큰돈이긴 했지만 스폰서 회사를 구한다면 내지 못할 돈은 아니었다.
“사실 다른 스폰서사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 대회의 메인 스폰서는 SJ에서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아.”
마크와 브랜든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담겼다.
“이거 안 될 것 같습니다.”
김서준이 서류를 덮으며 말을 끊었다. 김서준이 이렇게 나오자 당황한 것은 마크와 브랜든이었다.
“네?”
“상금이 너무 적습니다. SJ가 스폰서라면 더 크게 가야지요. 200억으로 갑시다.”
그 말을 듣고서야 마크와 브랜든의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아깝지 않지.’
단순히 첫 대회라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정도 임팩트의 대회에 200억이면 싸게 광고를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