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부족한 것 같나요? 역시 좀 더 올리는 게 맞나?”
김서준의 말에 브랜든과 마크가 손을 휘저었다.
“아닙니다. 사실 100억도 심사숙고하여 최대치를 부른 겁니다. 200억이면 충분하고 넘칩니다.”
지금까지 어떤 게임도 이런 상금과 준비 금액을 가지고 시작한 적이 없었다.
첫 세계 대회부터 역대급 무대로 장식할 예정인 듯했다.
“모든 지원은 본사 차원에서 아끼지 않겠습니다. 마크와 브랜든은 최고로 진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크와 브랜든의 얼굴에는 환희가 가득했다.
“좋은 게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서준의 말에 브랜든과 마크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대표님이 투자를 해 주지 않으셨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훈훈한 말들이 좀 더 이어지고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브랜든과 마크가 호텔을 떠나고 소영신이 김서준에게 물었다.
“광고 효과가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게임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즐기는 장르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게임은 교육뿐 아니라 각 분야에 자주 활용될 것이고 게임의 영향력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겁니다.”
게임을 즐겨 하지는 않지만 소영신은 김서준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집중력이 가장 높아지고 문제 해결 능력이 상승할 때가 게임을 할 때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게다가 지루해하는 공부 역시 게임과 접목해서 진행할 시 더욱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혹시 정치권에서 게임을 독으로 규정하고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거든 바로 저에게 알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소영신은 되묻지 않았다.
원래 한 분야가 잘나가게 되면 주변에서 태클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유는 하나, 돈.
돈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정치권에서는 놓치지 않는다.
로비를 받을 좋은 기회이기 떄문이다. 규제를 걸겠다고 엄포를 놓기만 하더라도 그 산업 전반에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로비를 해 온다.
그 맛을 아는 정치인들이 게임 산업도 그냥 둘 리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모바일 게임 영역으로도 확장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규제가 생긴다면 골치가 아파질 수 있으니 미리 관리하라 전하겠습니다.”
“네. 이 실장님한테 꼭 전해 주십시오.”
소영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외의 일이야 소영신이 담당하고 있지만 국내의 일은 이소연이 총괄해서 담당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런 일은 이소연이 특별하게 잘하는 편.
이소연에게 전달만 한다면 알아서 잘해 둘 것이었다.
“이제 당분간 일은 없습니다.”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미국에서의 일을 거의다 끝냈다.
“그렇습니까?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고생이 더 많으시겠지만 말입니다.”
“사서도 하는 고생인데요 뭐. 저는 돈받고 하는 고생이니 그것도 좋습니다.”
김서준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자기 말고도 사서 고생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조금 웃기기도 했다.
“소 실장, 아니 소 지부장님도 며칠 쉬시지요. 며칠 쉬고 한국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랜만의 휴가였기에 소영신의 얼굴은 밝았다.
* * *
“흐음.”
소영신이 떠나가자 김서준은 알 수 없는 적막을 느꼈다.
미국에 도착한 직후부터 거의 1년을 눈코 뜰 새 없이 보냈다.
게다가 미국 땅덩이가 워낙 넓은가?
서부에서 일을 본 다음 날 동부에서 일이 있고 동부에서 일을 보고 나면 또 남부에서 일이 있었다.
그리고 미국 정치, 관료 유력 인사들이 초대하는 파티나 회의에도 꼬박꼬박 불려 나갔다.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김서준이 선택한 일이다.
실무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누군가는 회사를 위해 바깥을 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SJ가 미국에서 일을 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소영신을 보낸 뒤 호텔에 늘어져 있던 김서준이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호텔에 있기에는 시간이 좀 아까웠다.
삐삑.
호텔 주차장으로 내려간 김서준이 스마트 키를 눌렀다.
스마트 버튼이 눌리자 주차장 구석에 있던 차량이 삐빅 소리와 함께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오랜만이네.”
김서준이 성인이 되자마자 한 일 중 하나가 운전면허를 딴 것이었다.
어차피 실력이야 전생의 그것이 있으니 따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르르릉.
“좋네.”
차의 엔진이 시동이 걸림과 동시에 웅웅 울리자 김서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전생에서 김서준에게 취미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딱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음악.
그리고 운전.
음악과 운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김서준의 취미였고 그랬기 때문에 전생에서는 운전기사도 두지 않았다.
호텔을 빠져나와 간선도로를 달렸다. 소영신이 운전하는 차를 탈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소영신이 운전하는 차는 어쩔 수 없이 고급 세단이어야 했다.
차는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라 차 안에서 휴식도 취하고 간단한 업무도 볼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세단 외에는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개인 차는 이야기가 달랐다.
스포츠카.
일전에 이애신과 함께 탔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 김서준은 곧바로 미국과 한국에 차량 한 대씩을 주문했다.
‘언제 한국에 가면 할아버지 차를 타 봐야겠네.’
김서준이 씩 미소를 지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김건환 회장의 취미가 슈퍼카를 모으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피는 속일 수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김건환 회장도 차를 좋아하고 김서준 그도 차를 좋아한다.
전생에서는 그렇게 무섭고 미웠던 김건환 회장이었지만, 이렇게 되고 나니 자신이 김건환 회장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없이 차를 몰고 가다보니 날이 어두워졌다.
날도 어두워졌고 차에 기름도 떨어졌기에 김서준은 가까운 주유소로 차를 돌렸다.
미국의 주유소는 작은 휴게실을 겸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한국과 비슷하지만 한국의 휴게소들은 대부분 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주유소와 작은 슈퍼마켓 수준 혹은 작은 식당을 겸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사람이 없는 휴게소인가 싶었지만 건물 안쪽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한국이었으면 사람들이나 직원들로 붐볐겠지만 이곳은 미국이다.
김서준이 천천히 휴게소 건물로 걸어갔다.
달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서 오세요.”
그제야 김서준을 발견했는지 직원 하나가 김서준에게 웃으며 다가왔다.
“오늘 영업 하시나요?”
“아! 기름?”
“네. 기름도 넣고 식사도 좀 할까 하는데요.”
직원의 얼굴에 난감한 표정이 떠올랐다.
“주유는 가능한데 지금 식당 영업은 끝나서요. 오늘은 파티가 있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주변을 둘러보니 자그마한 파티 준비가 한창이었다.
“제시, 무슨 일이야?”
제시가 김서준과 함께 서 있자 주방에서 수염이 장비처럼 난 중년 사내가 걸어 나왔다.
“오! 손님이로군.”
중년 남성은 김서준을 보더니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샌드벅일세.”
“김서준입니다. 편하게 준이라고 불러 주시지요.”
김서준의 유창한 영어에 샌드벅이 활짝 웃었다.
“영어가 정말 유창하군. 근데 이걸 어쩌지? 오늘 영업은 끝났는데…… 원래 사람이 자주 오지 않는 휴게소라 오늘도 안 올 줄 알았는데 말이야.”
샌드벅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기름만 넣고 가겠습니다.”
김서준이 손을 휘휘 저었다.
“아! 그래도 어떻게 그래? 오늘 첫 손님이기도 하고 이것도 인연인데. 준도 시간 괜찮으면 같이 파티에 참여하는 건 어때? 말이 파티지 그냥 식사라고 봐도 무방하네.”
‘그럴까?’
사실 지금은 휴가나 다름없었다.
1년간 바쁘게 달려왔으니 이렇게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 각자 음식 하나씩을 가져오기로 했는데 준은 준비가 안 되었으니 그냥 참여해도 되네.”
“감사합니다.”
샌드벅이 다시 한번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언제나 새로운 사람은 환영이지!”
김서준이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휴게소 안으로 삼삼오오 들어오기 시작했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다.
샌드벅과 김서준을 합쳐봐야 겨우 열 명이나 되는 수준.
하지만 그들에게서는 평소 볼 수 없는 미국 로컬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신기하네.’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미국에 오래 있으면서도 늘 비즈니스적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자! 그러면 이렇게 모여 줘서 고맙고, 일단 새로운 사람을 소개하지. 우연찮게 파티에 참여하게 된 준이네.”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샌드벅이 김서준을 소개했다.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편하게 준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없었다. 그들 역시 사람을 좋아하는지 김서준이 연신 박수를 치며 김서준을 환영해 주었다.
“그럼 모두 파티를 즐겨 보지! 먼저 내가 한 곡 뽑겠어. 컨츄리의 샌드벅!”
“오오! 또 샌드벅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니 역시 오늘은 괜히 왔어.”
몇몇 사람들이 장난스레 표정을 찡그리며 귀를 막았지만 샌드벅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크 앞으로 다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오! 로키산맥의 아침에서!”
다른 참가자들의 평과 다르게 샌드벅의 노래는 들어 줄 만한 수준이었다.
워낙 울림통이 컸던지라 성량도 풍부했고 울림도 좋았다.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이 작게 박수를 쳤다.
“좋아! 다음은 누구지?”
샌드벅이 무대 위에서 내려오면서 물었다.
아직 술이 덜 들어간 탓인가 샌드벅 다음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처음이기도 하고 저는 음식도 준비하지 못한 터라 노래라도 불러 보겠습니다.”
자칫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걱정된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오! 준!”
사람들의 얼굴에 흥미롭다는 표정이 나타났다.
“어?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김서준이 밝은 무대로 올라가자 몇몇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지 않았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자세히 보니까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누구지?”
“글쎄? 준? 처음 들어보는데?”
하지만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고, 그들이 수군거리고 있을 때 김서준이 천천히 마이크를 잡았다.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부디 제 노래가 음식만큼의 값어치가 있기를 바랍니다.”
기타가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다행히 스피커는 있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스피커 단자에 연결한 김서준이 플레이리스트를 쭉 훑었다.
다행히 이전에 녹음을 할 때 썼던 음원들이 남아 있었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사람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해졌다.
“오! 이거 그 영화 OST잖아?”
얀센 감독의 영화가 미국에서 꽤 흥행을 했던 터라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김서준이 무슨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나를 단지 꿈과 환상에 사로잡힌 소년으로 보지 말아요.”
오랜만에 부르는 노래였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마치 어제 부르던 노래를 다시 부르듯 김서준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무대를 장악해 나갔다.
처음에는 수군거리던 음성도 김서준의 노래가 시작되자 모두 잦아들었다.
사람들은 음식과 술을 먹는 것도 잊은 채 김서준의 노래에 집중했다.
“내 손을 잡고 바라봐요.”
그리고 마침내 김서준의 노래가 끝났을 때.
휴게소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