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아라 씨.”
“네!”
김서준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오던 이아라가 힘차게 대답했다.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이아라는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그녀의 눈 밑에 있는 다크서클은 숨길 수 없었다.
이전까지는 한국에서의 일정도 소영신이 담당했지만 이제 소영신은 미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그랬기에 소영신의 후임으로 들어온 이아라가 김서준의 한국 일정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소연은 자기가 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이소연의 업무는 소영신과 마찬가지로 과부하 상태였다.
도저히 김서준을 수행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분장해서 나누어 주자니 그럴 수도 없었다.
이소연은 SJ의 국내 업무를 대부분 관장하는 위치에 있었고, 그것을 분장해도 결국 이소연에게 모두 쏠리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 그리고 대표님.”
“네.”
차로 걸어가면서 이아라가 수첩을 뒤적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어제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경찰에서요?”
경찰과 엮일 만한 일을 하지 않았기에 김서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 그거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박용두 의원 건에 대한 내용요.”
“아.”
이제야 기억이 났다.
너무 바빴기에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끝난 일이 아니었다.
“윤 비서관이 잡혔답니까?”
이아라가 고개를 저으며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아니요. 아직까지 행방불명 상태라고, 수사가 더 길어질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차에 탄 김서준이 몸을 시트에 푹 뉘었다.
“흠…….”
보통 이런 것은 박용두 의원이 구속되는 시점에 끝났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윤 비서관은 도주를 선택했다.
도주를 선택한 것도 이해는 되었다. 지시는 박용두 의원이 내렸다고 하지만 늘 그 수단은 윤 비서관이 선택한 것.
증인을 없애려고 한 것도.
감금을 한 것도.
박용두 의원이 단순히 교사라면 윤 비서관은 그 일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정치권은 물론이고 검경도 삼신과 SJ에 극히 우호적인 상황에서, 구속이라도 된다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든지 아니면 다 늙어서야 바깥 공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잡히지 않고 도주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해외로는 아직 못 나갔을 거라고 하는데요. 일단 대표님도 조심하라는 연락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설마 저에게 다시 오겠습니까?”
“혹시 모르잖아요.”
김서준이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풍기가 잔뜩 섞여 있는 말투였기에 진지한 말이 아님은 이아라도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제가 말입니다. 미국에서 갱단들이 샷건을 겨누면서 협박을 하는데 이렇게 총을 팍 잡아서…….”
“아. 네.”
이미 귀에 딱지가 내리게 들었던 말이기에 이아라가 대충 들으며 흘려 보냈다.
“하, 진짠데.”
김서준이 입맛을 다셨다.
장난스레 말하긴 했으나 그 모든 것이 진짜이긴 했다.
아직도 비가 오는 날이면 허벅지가 쑤셔 오곤 했다.
수술이 잘 끝나서 망정이지 수술이 좀 더 늦었거나 총알이 1cm만 옆으로 향했더라도 평생 다리를 절어야 했을지도 몰랐다.
“대표님 군대 다녀오셨어요?”
“아니요.”
“에이, 군대도 안 다녀오신 분이 어떻게 그렇게 총을 팍팍 피하고 팍팍 쏘고 그래요?”
이아라의 말을 들은 김서준이 입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닫아졌다.
‘아, 군대.’
생각해 보니 이제 군대를 가야 할 나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군대였다.
물론 재벌 3세라든지 권력자의 자식이라든지 하는 사람들은 군대를 어떻게든 빼내곤 했지만 김서준은 그러면 안 되었다.
SJ의 사업이 이미지에 따라 갈리는 사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김서준의 이미지가 SJ의 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브랜드 밸류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이 발 벗고 전국을 뛰고 있는 상황.
이 상황에서 SJ의 대표가 군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면 안 되었다.
게다가 당장은 군 문제를 뺌으로써 2년의 시간은 절약할 수도 있고 일신의 안위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 일이년 하고 말 것도 아니고 향후 몇십 년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조금 편하자고 소탐대실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 죄송해요. 제가 괜한 이야기를 했네요.”
“아닙니다.”
고개를 저은 김서준이 소파에 몸을 푹 묻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끼이이익
차량이 급정거를 했고 김서준의 몸이 앞으로 크게 쏠렸다.
“괜찮으세요?”
이아라가 뒤를 돌아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누가 골목에서 튀어나와서요. 부딪치지는 않았는데…….”
이아라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김서준도 창밖으로 밖을 바라봤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코트를 입은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화상이라도 입었나?’
일반적으로는 저렇게 전신을 가리지는 않았다.
뭐 부딪치지는 않았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한 김서준이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같은 생각이었기에 이아라도 뭐라뭐라 말을 한 뒤 다시 차에 탔다.
“출발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니에요.”
다시 차가 앞으로 나아갔고 그 순간 김서준의 등골에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전율이 흘러내렸다.
“아!”
김서준이 급히 고개를 돌려 뒷편을 바라보자 이아라가 물었다.
“왜요 대표님?”
다시 확인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 중년인은 어디론가 사라진 이후였다.
‘윤 비서관?’
잠깐 모자 틈 사이로 본 것이 전부였지만, 윤 비서관임이 틀림없었다.
고생을 꽤 했는지 얼굴에 주름이 늘어 있었지만 김서준은 그가 윤 비서관이 맞다고 확신을 했다.
‘왜?’
만약 윤 비서관이 맞다면 왜 나타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
우연일 수 있었다. 숨어 다니는 윤 비서관을 우연찮게 만났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우연을 믿지 않았다.
분명 이유가 있어서 눈에 띈 것이 분명했다.
“흐음.”
“왜 그러세요? 혹시 아시는 분이에요?”
“아닙니다. 일단 가시죠.”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김서준은 이제 그 이유를 파악해야 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윤 비서관의 의도를 파악하면 아무런 위험이 없을 것이었다.
‘복수겠지.’
사실 뻔한 이야기였다.
어차피 지금 김서준에게 빌어 봤자 안 된다는 것은 똑똑한 윤 비서관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라 씨.”
“네, 대표님.”
“소 지부장님에게 연락 달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아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제기랄. 날 못 봤겠지?”
김서준의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었다.
골목길에서 숨을 헐떡이며 윤 비서관이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 김서준이 쫓아오기라도 했을까 가슴이 쿵덕쿵덕 뛰었다.
김서준의 차를 가로막은 것은 운이 좋지 않아서였다.
김서준이 탄 차가 맞는지 살피쳐고 했는데 차의 선팅이 생각보다 짙었고 게다가 속도도 꽤 빨랐기 때문에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랬기에 가까이 가서 살핀다는 것이 그만 인도 밖으로 나가 버린 것.
차가 그대로 지나가도 사고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김서준이 탄 차는 기어코 멈춰서 그를 확인하려고 했다.
“후우, 못 봤을 거야. 이런 실수를 하다니.”
치명적인 실수였다.
김서준을 노리고 있으면서 김서준의 눈앞에 나서다니.
“모를 거야. 그래 몰라.”
윤 비서관이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김서준이 그를 알아봤으면 당장 쫓아왔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경찰에 신고를 해서 경찰들이 출동했을 것이다.
걱정이 되었기에 멀리 도망치지도 않았다.
경찰이 오나, 김서준이 오나를 확인하느라 근처 골목까지 도망친 다음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윤 비서관 그를 쫓아오지 않았다.
“감히 날 이렇게 만들어?”
걱정이 한결 사라지고 나자 분노가 더욱 차올랐다.
보통 이런 일은 그의 아래에 있던 건달들이 하던 일이다.
근데 이제 건달에게 손을 벌릴 수 없는 입장.
돈이라도 많이 남아 있으면 건달을 부리기라도 할 텐데 이미 그의 계좌는 모두 압류가 된 상태라 남아 있는 돈이 거의 없었다.
분노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죽인다, 꼭 죽인다. 내가 뭘 잘못했어? 서로 좋자고 하는 일인데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분노가 이성을 지배하면 사람은 더 이상 논리적인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윤 비서관은 지금 그가 이렇게 된 것이 모두 김서준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원래 하던 대로 국회의원에게 좀 몸을 낮춰 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깟 광고가 뭐라고.
그깟 계급이 낮은 놈들을 좀 쓰는 게 뭐라고 일을 이렇게 키웠는지 쉬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 실행만 남았어.”
김서준이 매일 다니는 루트도 알아놨고 몇 시에 출퇴근을 하는지도 알았으니 이제 실행만 하면 되었다.
* * *
윤 비서관은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기회는 한 번뿐일 것이다.
만약 한 번의 시도가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계획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는 체포되어 수감될 것이 분명한 상태.
이 한 번의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중요했다.
“긴 칼은 중요하지 않아.”
여관 방에서 철물점에서 사 온 물건들을 점검하며 윤 비서관이 중얼거렸다.
긴 칼은 사용하기가 힘들다.
몸에 숨기기도 힘들뿐더러 느리다. 아직은 젊은 김서준이 공격을 피할 확률이 꽤 높았다.
그렇다고 너무 짧은 칼은 좋지 않다. 공격에 성공하더라도 목숨을 빼앗지 못할 수 있었으니까.
“총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총기를 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돈이 많다면 무엇이든 못 구하겠냐만은 지금 윤 비서관에게 그런 돈은 없었다.
“사시미가 답이구나.”
절충선은 사시미였다.
날이 짧지도 길지도 않으며 날카로웠다.
괜히 옛날에 깡패들이 사시미로 그렇게 서로 찌르고 썰어 댄 게 아니다.
숨기기도 좋고 살상력도 좋았으니 윤 비서관에게도 가장 좋은 무기였다.
“일단 차를 멈춘 다음에 김서준이 내리면…….”
윤 비서관은 다시 한번 계획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계획은 완벽했다.
푹 푹.
계획을 점검한 이후 윤 비서관은 정육점에서 사 온 돼지고기 덩어리에 사시미를 쑤셔 박기 시작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사람을 찔러 본 적 없었기에 실수가 있을 수도 있는 법.
일단 사람은 아니지만 다른 고기를 찌르면서 최대한 각을 익히고자 했다.
그렇게 이틀을 찔렀을 때.
윤 비서관은 드디어 한 번에 돼지고기 덩어리를 찔러 낼 수 있었다.
“이제 됐다.”
이걸로 된 것이다.
눈을 빛낸 윤 비서관이 천천히 여관을 나섰다.
신변을 정리할 필요는 없었다.
* * *
“대표님. 대표님! 서두르셔야 해요. 요 며칠 출근을 안 하셔서 스케줄이 밀려 있어요.”
이아라의 표정에는 다급함이 가득했다.
김서준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며칠 일을 쉰 것이다.
그리고 말도 없이 갑자기 다시 출근하겠다고 한 것.
김서준이 대표였기에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만 전화를 직접 받아야 하는 이아라는 죽을 맛이었다.
“가시지요.”
김서준이 집에서 내려왔을 때.
이아라의 눈이 커다랗게 뜨여졌다.
“대…… 대표님.”
이아라의 입이 열리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라는 표정이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