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2
음악천재 재벌3세 2화
2화
교무실로 돌아온 임찬우는 성적표를 보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실력 테스트로 진행한 시험은 꽤 어려운 난이도였다. 변별력을 위해 특목고 학생들도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섞어서 출제했다.
“백 점이라···.”
그런데 백 점이 나왔다. 반 평균은 오십 점 정도. 그 정도가 딱 임찬우가 의도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 중 백 점이 있었다.
“김서준.”
임찬우가 중학교 성적이 적혀있는 생활기록부를 펼쳐 들었다.
별 특별할 것 없는 성적이었다. 물론 방학 때 공부를 했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 발전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임 선생 뭐해?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어? 그거 뭐야?”
“수준 좀 파악하려고 시험을 좀 봤습니다.”
일학년 수학 담당 김택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또 봤구만. 첫날부터 시험 보는 담임을 누가 좋아하겠어? 매년 임 선생의 악취미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게다가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내면 누가 풀겠나?”
“백 점이 있습니다.”
“또 삼 사십 점이나 나오겠지. 그거 다 애들 기 꺾는 거라니까? 뭐? 백 점?”
임찬우의 말에 김택주가 화들짝 놀랐다.
임찬우가 내는 문제의 난이도를 알고 있었기에 놀라움 또한 컸다.
“도대체 누구야?”
“김서준입니다.”
“김서준이 누군데? 그렇게 똑똑한 학생이 왜 우리 학교에 와?”
김택주의 말처럼 지방에서 똑똑하다는 학생들은 모두 자립형 사립고나 외고, 과고로 진학을 하지 일반고에 진학하지 않는다.
몇몇 우수한 학생들이 수시를 노리고 오기는 하지만, 그들의 수준으로는 백 점을 맞기는 무리였다.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임찬우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
김서준의 기억에 있던 고등학교는 칙칙한 회색빛이었다. 재미있었을 턱이 없었다.
삼신그룹의 지시에 부응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쉼 없이 공부에만 매진했다.
그랬기에 고등학교의 추억이랄 것이 없었다.
“야. 넌 어디에 들어갈 거야?”
봄날의 따스한 햇볕을 즐기던 김서준의 귀에 아직은 옛 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익태.’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기억났다.
매일같이 공부만 하던 김서준에게 매번 스스럼없이 다가오던 유일한 친구였다.
“뭐가?”
유익태가 손에 들린 종이를 흔들다가 김서준의 앞에 내려놨다.
“뭐긴 뭐야! 고등학교에 들어왔으면 고등학교의 꽃 부 활동을 정해야지!”
부서활동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기에 김서준은 잠시 미간을 좁히고 기억을 뒤졌다.
하지만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다른 것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공부만 했던 전생이었기에 부서활동 역시 하지 않았던 탓이다.
“의무냐?”
“아니. 의무는 아니지만!”
“그럼 됐다.”
“왜? 재미있을 거야. 같이 하자. 그리고···.”
유익태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뭐?”
“부활동은 남녀가 섞여서 한다고!”
고등학생쯤 되면 피가 뜨겁다 못해 끓고 있을 나이다.
게다가 지금 다니는 학교가 남녀공학이긴 하지만 남자반 여자반이 나누어져 있었다.
그런데 부 활동은 남녀가 혼성으로 한다니 유익태가 저리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딱히 부 활동을 해도 상관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굳이 그럴 마음은 들지 않았다.
평범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전생에서 후회하며 그토록 원했던 삶이다.
물론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삶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몰랐다.
그랬기에 지금은 그저 조금 더 이 여유를 누리며 무얼 할지 알아가고 싶었다.
“일단 생각은 해볼게.”
“할 거면 꼭 나랑 하자고!”
유익태가 활짝 웃으며 자리를 떠나갔다.
‘부 활동이라···.’
피식 웃음이 났다. 전생이었으면 꿈도 꾸지 않았을 일이었다.
*
“여보.”
“왜요?”
오전에 들어온 제품을 창고에 쌓아둔 김태군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슈퍼마켓으로 들어왔다.
“서준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서준이가 왜요?”
사뭇 진지한 김태군의 음성에 강길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 행동이 좀 달라지기는 했으나 특별히 이상한 것은 없었다.
“당신 말대로 서준이가 철이 든 것 같은데. 요즘 학교에서 돌아오면 하지 않던 공부도 하고.”
“그러게나 말이에요. 집에 오면 딴짓만 하던 아이가 드디어 철이 들었지요.”
그녀 역시 아들의 그런 변화가 기꺼웠기에 강길옥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심각한 표정으로 뜸을 들이는 김태군. 그런 그를 강길옥이 의아함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봤다.
“서준이를 아버지께 맡길까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요?”
착
깜짝 놀란 강길옥이 들고 있던 걸레를 놓쳤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그래요.”
이 세상에서 김태군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강길옥이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김태군이 얼마나 그의 아버지와 대면하기 싫어하는지도 잘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했기에 지금의 가난한 삶도 아무 불평 없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지금 그런 김태군이 그의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고 한다.
“비록 나는 스스로 가난을 선택했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강길옥. 왜 모르겠는가. 비록 재벌가의 서자였지만 그녀가 아니었으면 김태군은 지금쯤 동네 슈퍼마켓 주인이 아닌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 역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김태군이 애틋한 눈으로 강길옥을 바라봤다.
“비록 나는 후회하지 않지만, 이 가난을 서준이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아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
김태군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개천에서 나는 용들은 모두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는 그들이 허락해줘야 날 수 있었다.
그렇게 난 용들도 결국 그들에게 이용만 당하며 그들의 충실한 도구로 살 뿐이었다.
재벌가에서 살아왔던 김태군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의 아들 김서준이 아무리 이 자리에서 노력한다 한들 지금의 가난을 그대로 대물림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가난했을지언정.
아들에게도 가난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가 선택했듯 아들 또한 선택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여겼다.
“내가 서준이에게 말할게요.”
“그래요···.”
강길옥이 힘없이 대답했다. 지금 이 결정을 내리기 위해 김태군이 어떤 고민을 했을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다녀왔습니다.”
이제 일학년에 학기 초였기 때문에 야간 자율학습이 없었다.
김서준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부모님이 일하는 슈퍼마켓으로 가 일을 돕기 시작했다.
“서준아 이리 와보거라.’
김서준이 가방을 내려놓고 박스를 나르기 시작했을 때.
김태군이 무거운 얼굴로 김서준을 불렀다.
“예. 아버지.”
진지한 김태군의 부름에 김서준이 박스를 내려놓고 다가갔다.
“학교는 다닐 만하니?”
“예.”
김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얼마 전에 담임선생님께 전화도 받았다. 혹시 첫 시험에서 만점을 맞았다고 하더구나.”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런 일이 있었으면 이 아비에게 말을 했어야지. 그랬으면 이 아비가 시내에 학원이라도 보내줄 것 아니더냐?”
학원이라는 말에 김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고등과정은 물론이고 대학과정까지 머릿속에 빠삭하게 들어 있는 상태였다.
지금 학원에 다니는 것은 돈 낭비밖에는 되지 않는다.
“왜. 이 아비가 학원 하나 못 보내줄 것 같으냐?”
“아니요. 그게 아니라 딱히 필요한 거 같지 않아서요. 학원 안 다녀도 공부 잘 할 수 있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서준은 그의 집안 환경에 학원은 언감생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김서준의 말에 김태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생각해봐도 아들이 철 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의 마음 또한 더욱 확고해졌다.
“서준아. 이 아비가 할아버지에 대해 말 한 적 있더냐?”
할아버지라는 말에 김서준은 내심 놀랐다.
‘왜?’
상황은 전생과 달랐다. 하지만 김태군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아니요.”
김서준이 고개를 젓자 김태군이 천천히 이야기를 꺼내 갔다.
과거에 있었던 일부터 지금의 가난한 삶까지.
하지만 이야기를 해가는 김태군의 얼굴에는 그 어떤 후회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너를 그곳에 맡기고자 한다. 물론 서준이 네 선택이 제일 중요하겠지. 네가 싫다고 하면 강요하지는 않으마.”
“아버지.”
“서준이 네 선택을 존중하마. 하지만 나는 이 가난을 네게 물려주고 싶지 않구나. 그러니 한 번 할아버지를 만나보지 않겠느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 만나지 않겠다고 못 박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고민으로 이런 말
을 꺼냈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거부한다면 김태군은 몇 번이고 다시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겠지.
전생에도 그랬으니까.
그냥 삼신그룹의 회장이자 자신의 할아버지인 김건환을 만나 담판을 지으면 될 일이었다.
“만나볼게요.”
“잘 생각했다.”
*
“박비서.”
“예. 회장님.”
쪼르륵
김을 내는 보이차가 쪼르륵 소리를 내며 찻잔에 담겼다.
“태군이에게 연락이 왔다지?”
“그렇습니다. 회장님.”
삼신그룹의 회장 김건환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겼다.
“여전히 슈퍼마켓을 하고 있던가?”
“예. 사업에 몇 차례 실패하고는 쭉 슈퍼마켓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건환이 찻잔을 들어 다향을 음미했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제 생각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모든 것은 회장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김건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자네 생각을 듣고 싶군.”
“제 생각은 회장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이미 만나시기로 결정하신 것 아니십니까?.”
“하하. 내가 이래서 박비서를 좋아한다니까.”
김건환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수십 년간 자신을 보필해온 비서 박인우는 이미 그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김서준군에 대한 자료입니다.”
박비서가 김건환에게 문서 몇 장을 내밀었다.
자료를 받아든 김건환이 안경을 고쳐 쓰며 자료를 살폈다.
“벌써 고등학교에 들어갔군. 세월이 참 빨라.”
자료를 쓱 훑어본 김건환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한번 올라오라고 전해.”
“예. 회장님.”
박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
학교생활은 평온했다. 수업이야 지루했지만 그런 지루함마저 전생에서 쉴 틈 없이 달려왔던 김서준에게는 소중하게 다가왔다.
“김서준! 축구 하자!”
“난 안 하련다.”
“그러지 말고 한 번 차자!”
“다음에.”
사내놈들이라 그런지 개학이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벌써 점심시간에 몰려다녔다.
봄이었지만 제법 햇볕이 따가웠기에 땀을 흘리기 싫었던 김서준은 축구를 하자는 제안을 거절한 채 복도를 천천히 거닐었다.
“어?”
창밖을 바라보며 한참을 거닐다가 김서준의 발은 문이 조금 열려있는 한 교실 앞에서 멈추었다.
“학교에 이런 게 왜 있지?”
열린 문틈 사이로 기타와 드럼은 물론이고 베이스와 건반 등 다양한 악기가 눈에 들어왔다.
문득 흥미가 동한 김서준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갔다.
“음악이라···.”
한때 음악을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재능도 없었고 삼신의 투견으로 살기 위해 그 꿈은 마음 한편으로 버려야 했다.
쓴웃음을 지으며 김서준이 기타를 잡았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코드를 잡고 현을 튕기는 순간.
김서준의 세상이 멈추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