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20
음악천재 재벌3세 20화
음악천재 재벌3세 20화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려거든 경영인의 밤에 참석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영인의 밤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경영인들은 모두 모이는 행사였다.
그 명성에 걸맞게 행사는 대한민국의 간판 호텔인 호텔 시즌에서 진행되었다.
아직 경영인의 밤이 열릴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연회장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어떻게든 대기업 회장들의 눈에 들고 싶은 중견, 중소기업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한 명의 고객이 아쉬운 금융권의 사람들도 나왔다.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들의 가슴에는 날카로운 칼을 하나씩 품고 있었다.
‘사업이라는 것이 그렇다. 내가 올라가려면 남을 밟아야 하지.’
겉으로는 동업자, 고객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밟고 올라가야 할 적이다.
재계는 야생과도 같았다.
대한민국 기업의 특성상 대기업들은 서로 사업 분야가 겹치기 마련이었다.
그랬기에 상대방이 향후 어떤 패를 낼지 미리 파악하고 그에 대비해야 한다.
야생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들보다 순위가 높은 기업의 사람들이 나타나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몸을 비켰다.
“김회장님. 오랜만입니다. 그간 건강하셨습니까?”
“박회장. 오랜만이네. 이 늙은이야 뭐 늘 똑같지.”
“하하. 겉보기에는 십 년은 더 젊어지신것 같습니다. 뭐 드시는 것 있으시면 좀 알려주십시오.”
특히 삼신가의 김건환 회장과 김태주, 김서준이 나타나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리고 김회장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김부회장도 오랜만일세.”
“예. 회장님.”
김건환만큼이나 차기 삼신의 회장으로 거론되는 김태주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김태주 옆에 있는 것이 김태주의 아들 김영우가 아닌 김서준임을 발견했다.
그리고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같이 오신 분은 누군지 여쭈어도 될까요?”
“처음 뵙겠습니다. 김서준이라고 합니다.”
재계의 내로라하는 회장들 사이에서도 김서준이 기가 죽지 않자 눈썰미가 좋은 몇몇은 눈에 이채를 띠고 김서준을 바라봤다.
어차피 전생에서 닳고 닳도록 봐온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한 장소에 모아놓은 것에 불과했다.
떨릴 이유가 없었다.
당당한 김서준의 모습에 김건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김태주 역시 인상을 살짝 찌푸리기는 했으나 김서준의 당당한 태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건환 회장을 따라 처음 경영인의 밤 행사에 왔을 때 김태주는 얼마나 가슴을 졸이며 떨었던가.
‘크흠.’
속으로 헛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의 아들 김영우 보다 김서준이 더욱 뛰어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모자란 놈.’
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랐지만, 김태주 역시 삼신에서 부회장을 맡을 깜냥이 되는 인물이었다.
그런 것이 표정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제 조카입니다. 이번에 영우 대신 경영인의 밤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오! 부회장님 조카시구나! 아니 김회장님. 이렇게 헌양한 손자가 또 있으시면서 왜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순식간에 관심은 모두 김서준에게 향했다.
“뭐야?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
물론 그것을 고깝게 여기는 사람들 또한 있었다.
“김영우는? 이번에 못 나온 거야?”
“어리바리한 게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이미 패거리를 이룬 재벌 3세들은 새롭게 등장한 김서준을 보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김영우가 못 나오면 김영호가 나와야지? 왜 저놈이 나왔어?”
그것이 의문이었다.
명목상으로는 계급이 없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였지만 적어도 재벌가에서는 아니었다.
장남과 차남의 차이가 분명했으며 적장자와 서자의 차이 또한 명백히 존재했다.
삼신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그런데 김영우한테 다른 사람이 있다는 말 들어본 사람?”
아무도 없었다.
재벌 3세끼리는 나름대로 커뮤니티가 있었고 그곳을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는 했다.
기밀을 누설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김서준의 존재가 기밀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김영우는 단 한 번도 삼신에 다른 3세가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김영우가 입이 무거운 스타일은 아니었으니 답은 하나였다.
김영우도 몰랐다.
다른 재벌 3세들이 씩 웃었다.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그 뜻은 각자 달랐다.
누구는 삼신의 재벌 3세를 잡아먹을 기회라 여겼고 누구는 새롭게 삼신의 3세와 친해질 기회라 여겼다.
*
금년도 경영인의 밤을 주최한 한성그룹 송혜령 회장이 등장하자 장내는 빠르게 정리되어갔다.
사람들은 각자 자리에 앉은 채 눈을 빛내며 송혜령 회장을 바라보았다.
“모두 이번에도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송혜령입니다.”
간략한 인사에도 좌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최근 내수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성장을 하고 있는 그룹이 한성이었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송혜령의 개막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경영인의 밤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고 몸이 두 개여도 모자라게 된 김건환과 김태주를 뒤로 한 채 김서준은 회장 옆으로 빠졌다.
*
“여러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분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음악 감독 얀센이십니다. 오랜만에 방한하셨다기에 이렇게 모셨습니다.”
송혜령의 소개에 수많은 사람이 얀센에게 악수를 청했다.
얀센은 이런 자리가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지만, 평소 교분이 있는 송혜령의 요청이었기에 내심 쓴웃음을 머금고 재계의 인사들과 악수를 하였다.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었다.
한국에 따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모를까 얀센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송혜령 회장밖에 없었다.
재계의 사람들은 얀센이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다만 송혜령 회장이 초대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악수를 청할 뿐이었다.
‘재벌이라는 사람들이 영어가 시원찮군.’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재벌이라는 사람들의 영어 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들이 영어까지 능통했으면 아마 얀센은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인사가 모두 끝나고 나서야 얀센은 재벌 사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은 얀센은 연회의 흥을 돋우기 위해 곡을 연주하고 있는 밴드 앞으로 향했다.
“재벌들과 어울리느니 차라리 한국 밴드의 음악을 듣는 게 낫겠군.”
밴드의 음악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를 들으며 웃음을 지어야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런데 얀센 외에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지 이미 밴드 앞에는 한 청년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청년의 옆자리에 앉은 얀센.
그 청년은 김서준이었다.
‘얀센?’
김서준은 얀센을 보자마자 그가 헐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 감독인 얀센임을 바로 알아보았다.
지금의 상류층은 클래식이 제일인 줄 알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팝 쪽으로도 저변이 넓어지게 된다.
전생의 김서준도 그 시류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팝 쪽으로 많은 공부를 한 상태였기에 얀센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얀센 감독님이시지요?”
“저를 아십니까?”
능숙한 영어로 자신을 부르자 얀센이 살짝 놀라며 김서준을 바라보았다.
통역을 제외하고는 그가 한국에 와서 들은 가장 완벽한 영어 발음이었다.
“평소 감독님 영화와 음악을 즐겨 보고 들었습니다.”
“그것참 고맙군요.”
얀센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제 이름은 김서준이라고 합니다.”
“오! 서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다시 소개하지. 얀센이오.”
먼 타국에서 자신의 팬을 만난 얀센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밴드를 보고 있었소?”
“예.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져서요.”
얀센의 눈에 비친 김서준은 뭔가 달라 보였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재벌 3세들은 어떻게든 인맥을 쌓으려고 안절부절못하였다.
분명 눈앞의 김서준도 재벌 3세가 분명할 텐데 그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
디링-
무대에서 기타의 현을 튕기고 있던 백상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대한민국 밴드 계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경영인의 밤 무대에서 연주를 할 수 있었다.
별로 떨리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이미 그는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모인 무대에서도 떨지 않고 연주를 마친 경험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수천수만이 모인 홀보다 더 떨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신 차리자.’
다시 한번 속으로 숨을 가다듬은 백상수의 손가락이 기타의 현을 누볐다.
디링-
‘도대체 왜 여기에 얀센 감독이 있는 거냐고!’
평소 한번 만나보기만을 바라고 바라던 얀센을 이 자리에서 만나다니.
다른 자리였으면 바로 바닥에 머리 박은 채 절이라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곡을 연주하고 있는 무대였다.
이건 마치 얀센에게 그의 연주를 평가받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겨우 숨을 고른 백상수의 손가락이 끊임없이 현을 누볐다.
‘좋아. 아주 좋아!’
필사의 집중력을 발휘한 탓일까?
백상수는 그의 연주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얀센은 한국에 왜 오신겁니까?”
그런 백상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얀센과 김서준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사람을 하나 찾으려고 왔소.”
“유명한 사람이 아닌가 봐요? 유명한 사람이면 인터넷이나 전화로 찾아도 무방할 텐데요.”
얀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넷에서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소. 그래서 송혜령 회장에게 도움을 받고 있지.”
“송회장님이 맨입으로 부탁을 들어주실 분은 아닐 텐데요.”
그 말에 얀센이 작게 웃었다.
“맞소. 송회장은 미국에서 유학할 때부터 그랬지. 기브앤테이크가 정확한 사람. 그게 바로 송회장이오.”
얀센은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을 미국에서 뼛속 깊숙이 배웠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하지?’
얀센의 말에 너무 집중했던 탓일까?
백상수는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해버렸다.
물론 각자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재벌가의 사람들이 그걸 알아볼 리는 만무했다.
그저 코드의 진행에서 선 하나가 제대로 울림을 토해내지 못한 것에 불과했으니까.
그러나 백상수는 그 순간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실수했네?’
백상수는 소년의 눈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내가 너무 많은 시간을 뺏은 것 같소. 서준을 찾는 사람이 많으니 이만 나는 일어나 보겠소.”
김서준은 얀센과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미 김서준의 근처에는 다른 재벌 3세들이 모여있는 상태였다.
“앞으로 또 뵈었으면 좋겠네요.”
“물론이오. 나 또한 서준과의 대화가 즐거웠소.”
다시 악수를 나누고 얀센이 어디론가 향했다.
그의 뒷모습을 본 김서준이 재벌 3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꼬맹이들을 상대해 볼까?’
훗날 이들 중 일부는 노회한 뱀처럼 변한다.
지금 2세들보다 더 능구렁이처럼 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이들은 아직 제대로 부화하지 못한 병아리들이다.
훗날을 위해서 지금 이들과 교류할 필요가 있었다.
아군과 적을 구분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반갑다. 김서준이다.”
김서준이 한껏 웃으며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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