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한여름 한낮의 막사는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평일이 아닌 주말이었기에 병사들은 간편한 생활복 차림을 하고 있었고, 짬 좀 찬 상병장들은 생활복 상의를 탈의한 채 메리야스만 입고 돌아다녔다.
머리를 빡빡 민 김서준이 침상에 누워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김 상병이 티브이에서 나오는 아이돌을 보며 입을 벌리고 있을 때, 생활관 문이 열리며 일병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충성. 김 상병님.”
“어, 왜?”
김 상병이 손으로 엉덩이를 벅벅 긁으며 대답했다.
“당직사령님이 일광소독 하라고 하십니다.”
일광소독이라는 말에 김 상병이 표정을 와락 구겼다.
“아, 저번 주에도 했는데 뭘 또 해.”
“그러게 말입니다.”
구시렁거리면서도 김 상병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후. 가자.”
“제가 하겠습니다. 김 상병님은 싸지방이라도 가시지 말입니다.”
“송 일병.”
“일병 송민태.”
김 상병이 쓰레빠를 신은 다음 송민태 일병을 바라봤다.
“내가 뭐라고 그랬지?”
“자……자기의 일은 스스로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송민태 일병이 약간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제야 만족했는지 김 상병이 관물함 밑에 위치한 모포와 매트리스를 쭉 빼내었다.
“가자.”
“네, 김 상병님.”
김 상병이 앞장섰고 그 뒤를 송민태 일병이 뒤따랐다.
막사 옆 공터에서는 이미 다른 병사들이 모포와 매트리스를 널어놓고 있었다.
“하, 이게 다 뭐냐.”
김 상병이 구시렁거리며 매트리스를 삼각형 모양으로 세운 뒤 그 위에 모포를 널었다.
모포를 다 널은 김 상병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들었다.
“민태야.”
“일병 송민태.”
“담배 피러 가자.”
“네, 알겠습니다.”
송민태가 김 상병의 뒤를 졸졸 따라 흡연장으로 향했다.
“후우우우.”
흡연장에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은 김 상병이 송민태에게 물었다.
“민태야, 담배 안 피우지?”
“네, 그렇습니다.”
“후우우우.”
김 상병이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나도 사회에 있을 때는 안 피웠다.”
“그러셨습니까?”
송민태 일병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그래, 넌 이런 거 피우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송민태가 자세를 바로 한 채 대답했다.
“그런데 김 상병님.”
“왜?”
송민태 일병이 주춤거리며 말을 꺼냈다.
“사회에서 뭐 하시다 오셨습니까?”
“모르냐?”
“네,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김 상병이 왼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나는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네?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김 상병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나 재벌3세야. 아니, 이제 재벌1세인가?”
“네?”
송민태 일병이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하지만 이내 불신의 눈초리로 김 상병을 바라보는 송민태 일병.
“에이, 놀리지 마십시오. 재벌3세가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이런 최전방으로 오겠습니까? 게다가 만약 진짜 김 상병님이 재벌3세였으면 이미 부대가 난리가 나도 한참 전에 나지 않았겠습니까?”
송민태 일병의 말에 김 상병이 미소를 씨익 지었다.
“다 방법이 있다, 요 녀석아.”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버린 김 상병이 다시 막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송민태 일병이 쪼르르 따랐다.
웅성웅성.
그렇게 담배를 피우고 나왔을 때, 부대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야, 김 상병, 그 이야기 들었냐?”
김 상병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부대의 병장들이 김 상병에게 다가왔다.
“충성. 무슨 소식 말씀이십니까?”
“우리 부대에 한성그룹의 재벌3세가 전입 온댄다. 신병으로. 그것 때문에 지금 부대가 난리가 났어. 사단장님도 방문하신다고 하고 아주 시끄럽다. 치약 미싱한다고 하니까 준비해.”
치약 미싱이라는 말에 김 상병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리고 재벌3세라는 이야기를 들은 송민태 일병이 은근한 표정으로 김 상병을 바라봤다.
“김 상병님, 같은 재벌3세가 온다는데, 혹시 아는 사람입니까? 이야, 전방으로 오는 재벌3세가 또 있네.”
약간은 놀리는 말투.
송 일병은 김 상병이 재벌3세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조용히 하고 미싱이나 하자.”
김 상병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송 일병은 그것이 치약 미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쓱싹쓱싹.
치약 미싱이 거의 끝났을 때, 부대 내 스피커를 통해 방송이 흘러나왔다.
[치익- 치익- 상황실에서 전파드립니다. 금일 오후 16시부터 군단장님 및 사단장님을 비롯해 외부 인사의 부대 방문이 있습니다. 전 병력은 이에 유의하고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하아, 이게 무슨 난리냐. 황금 같은 휴무일에…….”
병사들의 표정은 이미 귀찮음으로 얼룩져 있었다.
갑작스러운 대청소와 미싱은 그들에게 짜증만을 안겨 줄 뿐이었다.
어차피 사단장이든 군단장이든 부대를 방문한다고 해서 병사들에게 이득 될 것도 없었고 오히려 지적받은 사항이 있으면 그것을 고치느라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그렇게 생활관에서 조용히 대기하던 병사들의 귀에 다시 한번 방송이 들려왔다.
[상황실에서 전파드립니다. 전 병력 생활복 차림으로 연병장으로 집합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알려 드리겠습니다.]“아오!”
병사들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입으로는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병사들은 연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불평은 하더라도 일단 군단장을 비롯한 사단장이 오고 있다.
괜히 트집을 잡힌다면 남은 군 생활이 괴로워질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연병장에 병사들이 집합하자 대대장이 헐레벌떡 단상으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모두 방송은 들어서 알고 있겠지? 오늘 잘 넘기면 다음에 전투휴무 하루 챙겨 줄 테니까 모두 잘 부탁한다.”
대대장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넘쳐흘렀고 전투휴무라는 말에 병사들의 얼굴에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오십니다.”
당직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병소를 통과한 차량 여러 대가 대대 쪽으로 부드럽게 달려왔다.
“부대 차렷! 추우우웅성!”
“어, 편히 쉬어.”
별이 떴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다 합쳐서 10개 가까운 별이.
그리고 그 뒤로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민간인들이 보였고 그 사이에 더플백을 메고 있는 어리바리한 신병이 있었다.
부동자세에서도 병사들은 힐끗힐끗 눈을 돌려 그쪽을 쳐다보았다.
‘어휴, 고생길이 훤하네. 말년에 이게 뭐 하는 거야?’
병장들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재벌3세 신병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겪어 보지 않았어도 알 수 있었다.
괜히 말이라도 함부로 했다가 밖으로 새어 나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안에서도 지옥, 밖에서도 지옥.
그리고 일이병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대놓고 하는 가혹 행위는 많이 사라졌다지만 아직도 갈굼과 약간의 구타가 있는 병영 생활이었다.
그런데 재벌3세, 그것도 한성그룹의 재벌3세를 그렇게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김 상병님, 아시는 분입니까?”
“크흠, 조용히 해라.”
“역시입니다.”
부동자세에서도 송민태 일병은 김 상병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재벌3세는 무슨.’
그보다 선임병이었기에 대놓고 웃지는 못했으나 속으로는 웃음이 계속 터져 나왔다.
하필 거짓말을 해도 재벌3세가 뭔가?
“저기 있었네.”
그때 군단장 뒤에서 곱게 늙은 여성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시는 분이십니까, 회장님?”
군단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여성에게 되물었다.
“아! 그렇게 신신당부하더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모양이네요. 머리도 저렇게 밀어 놓으니 알아볼 수 없는 것도 당연하지요. 군대 간다고 이름도 바꿨으니까요. 뭐, 전역하면 다시 예전 이름을 쓴다고는 했지만 말이에요.”
군단장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도대체 눈앞의 한성그룹 회장 송혜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 아이 좀 불러 주시겠어요?”
“저 상병 말씀이십니까?”
“네, 맞아요.”
군단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대대장이 급하게 김 상병에게 달려왔다.
“김 상병, 너 아는 분들이셔?”
“아……. 그렇습니다.”
김 상병이 난처한 표정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보며 송 일병의 턱은 아래로 빠질 듯 밑으로 향했다.
‘지……진짜인가?’
“서준아! 이 녀석아, 연락이라도 좀 하지 그렇게 가 버리면 어떻게 하니.”
“충성. 송 회장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김서준이 경례를 한 뒤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웅성웅성.
송 회장의 입에서 서준이라는 말이 나오자 순식간에 부대는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김서준? 김 상병이 김서준이야?”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닮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야, 이름이 김서준이 아닌데 좀 닮았다고 어떻게 알아.”
병사들은 물론이고 간부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가 여기로 와서 인영이 녀석이 그렇게 여기로 오겠다고 떼를 쓰지 뭐니? 내가 이분들에게 미안해서 아주…….”
송혜령 회장의 말에 군단장이 급히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전방에 오고 싶어 하는 병력 자원이 부족했던 터라 두 손 벌려 환영하는 바였습니다.”
빵모자 아래에서 이인영의 눈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김서준과 눈이 마주친 이인영이 싱긋 웃어 보였다.
훈련소에서 꽤 고된 훈련을 받았는지 이인영은 이전의 그런 꼬마의 느낌이 나지 않았고 남자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런데…… 회장님, 김 상병이…… 혹시 그 김서준 씨가 맞습니까?”
군단장과 사단장이 마른침을 꿀꺽 삼킨 채 송혜령 회장에게 물었다.
“어머어머, 내가 또 실수했네. 서준이가 그렇게 비밀이라고 했는데. 내가 너무 반갑다 보니……. 뭐, 이미 알게 되셨으니 말해도 되겠지요. 네, 맞아요. 이 아이가 김서준이에요.”
송혜령 회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군단장이 사단장을 힐끔 째려봤고 사단장은 또 부하 간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뭐 했나?’라는 시선.
“제가 진즉에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 아니네. 요즘 군 기피 문화가 확산되는 와중에 이렇게 훌륭한 청년들이 최전방에서 국가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군.”
군단장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으나 그것을 내색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 갔다.
지금도 뒤에서 기자들이 녹음기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상태.
이미 재벌3세의 군 입대가 밖에서 이슈가 된 상황이었기에 여기서 다른 모습을 보여 주면 안 되었다.
“그리고 이런 특별한 기회를 만들어 주신 것에 대한 보답으로 제가 장병들에게 간식이라도 돌리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편한 대로 하십시오.”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은 귀찮고 힘든 일이었지만, 병사들은 간식이라는 말에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반 간식이 아닐 것이 분명했다.
간식을 주겠다고 한 사람이 대한성그룹의 회장이 아니던가?
“지……진짜……였다니.”
송 일병은 지금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와 함께 병영 생활을 하며 방금 전까지 담배를 피웠던 사람이 SJ의 대표이자 유명 연예인인 김서준이라니.
도저히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짝. 짝.
손바닥으로 자신의 뺨을 때리며 현실을 파악하던 송 일병은 지금이 현실임을 깨닫고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 * *
[사라졌던 SJ의 대표 김서준 씨가 최전방 부대에서 군 복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한성그룹의 3세인 이인영 씨도 이번에 최전방 부대로 입대해서 이슈가 되었는데요. 재벌 및 정치인 자녀들의 군 복무 회피가 논란이 되는 시점에서 재계 서열 최상위에 위치한 이들의 최전방 군 복무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다음 뉴스입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민간 스페이스 셔틀 발사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번 민간 스페이스 셔틀 발사는 기존의 우주선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입니다. 민간 우주선 발사와 함께 SJ에서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와 동시에 SJ와 관련된 주식이 급등하여…….]2013년.
뜨거운 태양이 한반도를 달구던 어느 날의 뉴스였다.
음악천재 재벌3세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