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21
음악천재 재벌3세 21화
음악천재 재벌3세 21화
김서준을 중심으로 재벌 3세들이 눈을 빛냈다.
같은 또래인 것이 분명한데 김서준의 말은 사람들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었다.
“챗. 삼신 그룹이 아니었으면 별것도 아닌 것이.”
“너무 마음 쓰지 마. 말 그대로 삼신의 이름이 아니었으면 별 것 아닌 놈이니까.”
단박에 재벌 3세들을 휘어잡은 김서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특히 STE 그룹의 3세를 중심으로 소규모 그룹을 이루고 있는 자들이 더욱 그러했다.
“일수야. 네가 본때를 보여주는 건 어때? STE면 삼신에 비해서도 꿀리지 않잖아?”
“닥쳐. 임마.”
패거리를 이끄는 강일수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지난번 김영우는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었다.
아니 제압이라는 말도 웃기긴 했다. 김영우의 깜냥으로는 싸움에서 밀렸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김서준은 척 보기에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놈.”
김서준이 등장하자마자 그에게 쏠려 있던 3세들의 관심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강일수다.
‘내가 빼앗길쏘냐?’
그간 3세들의 리더 역할을 하며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있던 강일수였기에 그 자리를 김서준에게 넘길 생각은 없었다.
“비켜봐.”
이대로 있다가는 죽도 밥도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강일수가 다른 3세들을 해치고 김서준에게 갔다.
그리고 김서준 앞에 턱하고 앉는 강일수.
그 모습을 본 다른 3세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떠올랐다.
‘시작됐군.’
새롭게 참여하는 3세가 있으면 늘 강일수가 나서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리고 결정해야 한다.
강일수 패거리에 들어올 것인지.
아니면 외로운 늑대로 살 것인지.
많은 3세가 강일수 패거리에 합류하는 것을 선택했다.
재계는 인맥이 중요한 곳.
다른 3세들과 인맥을 만드는 것이 훗날 그들이 경영을 이어받았을 때 중요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
강일수가 차가운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
“서준이 형이 어땠느냐고요?”
경영인의 밤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한성그룹의 3세 이인영은 제 할머니가 물은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너무 다른 사람이었어요. 아! 오해는 하지 마시고요. 제 말은 일반적인 재벌 3세가 가지고 있는 그런 냄새가 안 난다는 말이에요.”
“냄새가 안 나?”
송혜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예. 다른 재벌 3세들은 어떻게든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어하는데 서준이형은 그게 없었어요.”
“그래?”
“근데 또 그런 모습이 이상하게 끌렸어요.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다른 3세들도 서준이 형에게서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삼신 그룹의 손자라 그런 게 아니라?”
이인영이 고개를 저었다.
“에이. 삼신 그룹 3세라는 게 좋은 명함이긴 하지만 그걸 별로 신경 안 쓰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
송혜령 회장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더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궁금하세요?”
김서준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자 이인영의 입은 쉴 줄 몰랐다.
“뭔데?”
“STE 그룹의 강일수라고 있는데요.”
“그런데?”
“서준이 형하고 내기를 하기로 했어요.”
내기라는 말에 송혜령 회장이 더욱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재벌 3세끼리 내기를 하는 경우는 많았으나 그런 시시껄렁한 내기였으면 이인영이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다음 경영인의 밤까지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단! 조건이 있어요. 투자를 받아서 하면 안 되며 자본금은 오백만 원 미만으로요.”
꽤 빡빡한 조건이었기에 송혜령이 살짝 놀랐다.
“누가 그런 조건을 걸었어?”
“당연히 서준이 형이 걸었죠.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강일수 역시 그 조건을 받았고요”
재벌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장사꾼이다.
그 장사꾼의 3세라고 한다면 오백만 원으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재미있겠구나. 그런데 내기의 대가는? 대가 없는 내기는 없을 것 아니니.”
이인영이 신나는 얼굴로 대답했다.
“다음 경영인의 밤에서 무대에 나가 공개적으로 패배를 인정하기에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자존심을 굽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재벌 3세는 말 그대로 그 그룹을 이끌 차기.
만약 공개 석상에서 사과한다면 그 그룹이 숙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이 이야기를 STE의 회장이 들으면 난리가 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강일수를 이기게 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지.
하지만 별수 없을 것이었다.
500만 원을 자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고 섣부르게 개입했다가는 오히려 망신만 당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미 송혜령 회장은 SJ인베스트에 투자를 한 상태라 김서준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강회장이 골치 좀 썩겠군.’
결과가 뻔히 보이는 대결이었다.
“할머니.”
“왜 그러니?”
이번에는 이인영이 송혜령을 빤히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서준이 형하고 친해요?”
송혜령이 미소를 지었다.
김서준과 친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김서준과 가깝다고는 말할 수 있었다.
“그건 왜 물어보니?”
“서준이형하고 친해지고 싶어서요. 친해지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많아서 대화를 별로 못 나눴거든요.”
송혜령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어린 이인영이 김서준과 친하게 지낸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것이다.
“이 할미가 소개시켜줄까?”
“정말요?”
“그럼. 우리 인영이가 원한다면 소개시켜 줄 수 있지.”
“좋아요!”
이인영이 활짝 웃었다.
*
노래에 목숨을 걸어라!
1세부터 99세까지!
기존 10대 아이돌 위주의 오디션에서 벗어나 나이! 지역! 외모! 계층! 차별 없이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오디션.
오직 실력만 본다!
쇼파에 편하게 앉아 감자칩을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TV를 보는 이은지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 저런게 있었네.”
달동네 고모의 집에 얹혀살 때는 인터넷은커녕 TV도 쉽게 보지 못했던 이은지였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보금자리에 있는 LED TV는 신문물과도 같은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프로그램.
슈퍼보이스 코리아.
“나도 나갈 수 있을까?”
하지만 이미 접수 날짜가 지났음을 본 이은지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 거고 오디션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의 실력 역시 궁금했기에 이은지는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
-내가 왜 탈락이야! 이거 완전 개판이네!
탈락을 인정하지 못하고 성질을 부리는 참가자.
-저는 신북 초등학교 삼학년 이요리 입니다!
그리고 슬로건에 걸맞게 나이가 어린 참가자부터.
-올해 여든입니다. 내 동년배들이 무슨 노래냐고 타박을 줘도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지긋하게 노인까지.
남녀노소 나이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잘 부르는 사람은 없네.”
아직 1화라 그런지 아니면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은 참여하지 않았는지 아직 실력이 좋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서울 지역 예선입니다.
-그때! 예선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 참가자.
-잘 생겼습니다.
나래이션과 함께 카메라가 참가자에게 다가갔을 때.
이은지는 감자 칩을 손에서 놓쳤다.
카메라에 잡힌 참가자는 김서준이었다.
“어? 대표님?”
김서준이 왜 저기에 나갔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추억만을 간직한 채 떠나기는 너무 아쉬워.
김서준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카메라는 김서준에게 고정되었다.
그리고 비치는 것은 다른 참가자들의 시선과 놀란 심사관의 표정.
-드디어 나타난 실력자.
-합격 목걸이 드리겠습니다. 일차 예선 통과하셨고요. 이차 예선은 제작진에서 연락 드릴 겁니다.
“와아아···.”
이은지가 탄성을 터뜨렸다.
그렇지 않아도 잘생긴 사람이 텔레비전으로 보니까 더 잘생겨 보였다.
지이이이잉
이은지가 놀라고 있을 때.
그녀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여···. 여보세요?”
아직도 핸드폰이 익숙하지 않은 이은지가 폴더폰을 손으로 들어 올린 뒤 통화 버튼을 눌렸다.
“네. 지금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은지가 급히 외투를 걸치고는 집을 나섰다.
*
미래에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솔로 여가수가 되실 분이라 미리 이렇게 모셨습니다. 라는 말을 하면 얼마나 미친 사람처럼 보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시길 바랍니다. 그에 필요한 모든 지원은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런 말을 한다면 덜 미쳐 보일까?
김서준은 이 두 말을 모두 했다.
“이은지양에게 바라는 건 없습니다.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이곳에서 마음껏 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은지양이 대한민국에서 최고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말문이 막힌 것은 이은지였다.
“제게 원하는 것이 없다고요? 그리고 제 어디를 봐서 대한민국에서 최고가 된다고 하시는 건지···.”
이은지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비참한 현실에 일단 소영신 실장을 따라나서긴 했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혹시 그거일지도 몰라···.’
2005년 당시 대한민국 연예계에는 기묘한 유행이 있었다.
누드집.
가수든 배우든 가리지 않고 누드집을 찍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누드집이 유행하고 있었다.
이은지는 혹시 김서준이 데뷔를 미끼로 누드집을 찍어 파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자신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줄 리가 없을 것 같았다.
“혹시 누드집인가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기로 마음먹은 이은지.
“아닙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니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김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서류를 꺼낸 뒤 이은지에게 내밀었다.
“계약 조건입니다. 변호사의 자문은 받았으며 혹 다른 변호사의 자문이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받으셔도 됩니다. 비용은 모두 제가 지불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비록 한 번도 계약을 해본 적 없었기에 계약에 대해 무지한 편에 속했던 이은지였지만 귀동냥으로 들은 것은 있었다.
지금 김서준이 그녀에게 제시한 조건은 최고였다.
“수익은 8:2로 배분할 겁니다. 물론 회사가 2입니다. 그리고 최고의 작업실을 제공할 것이며 기본급으로 월 250만 원을 책정했습니다. 앨범 제작 비용 등 음악 활동에 필요한 돈 역시 회사가 부담할 것이고요.”
과연 연예계에서 이런 조건으로 계약을 한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김서준의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다.
몇 년만 지나면 이은지는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가수가 된다.
전생에서도 2010년부터 이은지가 가져가는 수익이 백억을 훌쩍 넘었다.
그리고 만약 전생에서 이은지가 되지도 않는 트렌드를 따라 댄스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그 시기는 더욱 빨라졌을 것이다.
이은지를 케어하는데 들어가는 돈 대비 훗날 얻을 이익을 생각하면 그 어떤 테마주보다 남는 장사가 될 것이 분명했다.
계약서를 살피던 이은지가 물었다.
“근데 대표님은 나이가 몇 살이에요?”
“열일곱 살입니다.”
“어? 동갑이네요.”
이은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계약서에 추가하고 싶은 조항이 생겼어요.”
“말씀하시지요.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표님과 말 놓기. 그게 제 조건이에요.”
이은지가 환하게 웃으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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