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22
음악천재 재벌3세 22화
음악천재 재벌3세 22화
피로했다.
지역 예선 통과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김은실 작가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그렇지 않아도 방송국 작가라는 직업은 피로한 직업이었다.
부족한 인력에 과도한 업무는 늘 작가들의 어깨를 과로로 짓눌렀다.
그런데 이번 슈퍼보이스 코리아는 더욱 심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예선 참가자들을 데리고 대본을 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예선 합격자가 어떤 사연을 가졌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을 일일이 인터뷰를 해야 했다.
‘하아. 이걸 가지고 또 언제 스토리를 만드냐.’
김은실 작가가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들어오세요.”
끼익
문이 열리고 서울 지역 통과자 중 하나가 방으로 들어왔다.
“기본적인 질문을 좀 할게요. 방송 대본에 필요한 것들이라서요. 혹 거북하거나 그러시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기계적으로 질문을 던진 김은실 작가가 고개를 들었다.
‘어?’
김은실 작가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녀의 앞에 앉은 통과자는 그녀 역시 눈여겨봤던 사람이다.
‘김서준이라고 했던가?’
이미 김서준을 두고 위에서 온갖 이야기가 나온 상태였다.
어떻게든 스토리를 만들어봐라.
캘 수 있는 것은 다 캐라.
김서준을 잡는 것이 초반 흥행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서준씨 맞지요?”
“네. 맞습니다.”
피곤한 와중에도 김은실 작가는 눈을 빛냈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열일곱입니다.”
“와. 생각보다 어리시네요.”
김은실 작가는 순수하게 놀랐다. 눈앞의 김서준이 학생일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고등학교 일학년생인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집은 어디세요?”
“전주가 집입니다만, 방학 동안은 서울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머물고 있습니다.”
김은실 작가가 눈을 다시 한번 빛냈다.
“할아버지가 서울에 사시는구나. 그러면 학교 이야기 좀 들어볼게요.”
피로에 절어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기찬 목소리로 김은실 작가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
“야. 김작가는 뭐 하길래 이렇게 사람을 밀리게 만들어?”
방송국 대기실에 참가자들이 몰려 있자 슈퍼보이스 코리아 감독이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작가들 역시 표정을 구겼으나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감독에게 대답했다.
“중요한 참가자라고 다른 참가자는 알아서 해달라고 하네요.”
“도대체 누구길래 그래?”
감독의 짜증 섞인 말에 작가들이 대답했다.
“모르세요? 저번에 서울 예선에 왔던 참가자요. 김서준이요.”
김서준이라는 이름을 듣자 감독이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그놈 때문에 망신 당한 것을 생각하면···.’
김서준이 지역 예선에 참여하는 그 장면을 자신이 찍었어야 했는데 조감독이 찍었다.
윗선에서도 상당히 그림이 좋다고 칭찬을 한데다가 그걸 자랑하는 조감독 때문에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던가.
“김서준이면 뭐? 어? 뭐가 달라? 빨리 다른 참가자들 처리 안 해? 이게 슈퍼보이스 코리아지 슈퍼 김서준 코리아야? 다들 정신 안 차려?”
감독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자 다른 스태프들이 수군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뭐래. 이미 김서준이 초반 흥행의 열쇠인 것은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데. 자존심만 쌔가지고. 그러니까 농땡이 피우지 말고 일을 해야지. 일을 다 스태프한테 맡겨 놓으면 자기는 뭐 한다고 감독직을 달았데?”
“아서라. 괜히 감독 귀에 들어갈라.”
“능력도 없는 게 왜 감독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
스태프들의 말소리가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감독은 연신 스태프들을 채근하는 데 열중했다.
*
인터뷰를 마친 김서준에게 SC엔터의 이수철 대표가 찾아왔다.
“그간 키가 더 크신 것 같습니다.”
“그래 보입니까?”
이수철의 말대로 김서준의 키는 아직 모두 자라지 않은 상태였다.
김서준의 키는 고3 때까지 자라며 최종적으로 187cm까지 자라게 된다.
고1인 지금은 아마 183cm 정도 될 것이었다.
“예선은 잘 봤습니다. 제 생각보다 더욱 잘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처음 방영된 슈퍼보이스 코리아의 예선 편은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센세이션했다.
일단 민간인이 참가하는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 컨셉 자체가 신선했다.
게다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 참가자들.
첫 화가 방영되고 난 후 두번 째 편은 케이블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7%가 나오며 전국적으로 이슈 몰이를 하는 상황이었다.
“벌써 김서준이 누구냐는 질문이 인터넷에 폭발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수철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그의 말대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는 이미 김서준의 정체를 캐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장 큰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 조심해야 할 일이 많으실 겁니다. 그리고 날파리들도 많이 붙을 것이고요.”
뻔한 이야기였다.
나이가 어린데 전도유망해 보이는 새싹이 보이면 온갖 것들이 꼬이기 마련이었다.
사기를 치려는 놈부터 등쳐먹으려는 놈까지.
그리고 그런 김서준을 시기하여 인터넷에는 온갖 악플이 달릴 것이 분명했다.
“다음 촬영은 언제입니까?”
“오늘입니다.”
커피를 다 마신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
슈퍼보이스 코리아 촬영장은 붐볐다.
“본선이라고 볼 수 있는 슈퍼위크 때까지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때까지만 불편하더라도 좀 참아주세요.”
스태프들은 강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참가자들을 다독이며 돌아다녔다.
“오늘 심사는 세 분이서 하십니다. 그리고 모든 심사가 카메라에 잡힐 것이니까 돌발 행동은 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스태프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렇지 않아도 성격이 개차반 같은 감독인데 혹 참가자 중 돌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히스테리가 터질 것이 분명했다.
물론 뒷감당은 스태프들이 하는 것이고.
“참가번호 이십 번. 들어가세요.”
“아자아자! 파이팅!”
세 명으로 이루어진 남성들이 힘차게 기합을 내뱉은 뒤 심사실로 들어갔다.
강당에 설치 된 스크린에서는 그들의 심사 모습이 보여지고 있었다.
열창을 하긴 했으나 긴장을 한 탓인지 음정과 박자가 불안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심사위원 중 하나가 손을 들어 노래를 멈췄다.
“김해 트리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김해에서 올라온 김해 트리오입니다!”
심사 위원의 표정을 보지 못했는지 김해 트리오가 밝은 목소리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아. 소개는 됐고요.”
차가운 심사 위원의 말에 김해 트리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 말 없이 뒷 짐을 진 채 심사 위원을 바라보는 김해 트리오.
“열정은 좋았지만, 실력은 좀 부족하네요. 오늘은 여기서 돌아가셔야겠습니다.”
“아!”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김해 트리오가 밖으로 나왔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들의 생각보다 심사가 빡세 보였다.
“다음은 이십 일번. 김서준씨.”
웅성웅성
김서준이 호명되자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리고 그 웅성거림을 잡기 위해 카메라가 열심히 돌기 시작했다.
“여러분 김서준입니다. 하나도 놓치지 말고 다 잡아야 하는 거 아시죠?”
“조감독님. 감독님이 김서준 너무 많이 잡지 말라고 하셨는데···.”
카메라 감독 중 하나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촬영장의 넘버 원은 감독이었다.
조감독이 넘버 투라고는 하지만 감독과는 힘 차이가 존재했기에 촬영팀에서는 조감독의 말에 난색을 표했다.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다 잡아요.”
책임을 진다는 말까지 나오고 나서야 촬영팀이 김서준에게 붙었다.
이 모습을 보면 감독이 불호령을 내릴 것이 분명했지만, 지금 감독은 무대 뒤에서 관계자들과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촬영하러 왔으면 촬영을 해야지 정치에 관심이 더 많다니.’
감독 생각에 조감독이 인상을 구겼다.
실력보다는 정치력으로 감독자리를 꿰찬 감독이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김서준씨. 들어갑니다. 삼. 이. 일. 스탠바이. 큐.”
김서준이 심사실로 들어가자 카메라가 붉게 점멸하며 돌기 시작했다.
“김서준씨?”
“네. 제가 김서준입니다.”
심사위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그 사람이야. 요즘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아! 정말 잘생겼네. 키도 저만하면 큰 편이고.”
“노래도 잘한다면서?”
카메라가 돌지 않았으면 사람을 앞에 세워둔 채 저런 말을 나누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대한 방송 분량과 이슈 거리를 뽑아내야 한다는 것을 심사위원들도 알고 있었다.
“아. 미안해요. 그럼 준비한 곡부터 들어볼게요.”
시작 사인이 떨어지자 스태프가 김서준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녹음된 전주가 흘러나오자 심사위원들이 살짝 놀랐다.
“이 노래 여자 노래 아니야?”
“맞는데···. 어떤 식으로 부르려나? 어 편곡?”
“편곡된거 맞는거 같은데?”
심사위원들이 한 번 더 놀랐다.
여자 노래를 선택한 것도 놀라웠는데 심지어 그 노래를 편곡까지 해서 가져왔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전주가 끝나고 김서준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저 바라보고 있었어. 한참동안 네 옆에 그 사람까지도.
여가수 특유의 고음이 살아있으면서도 애절하고 절절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이 정도로 편곡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스태프들도 입을 떡 벌린 채 김서준의 노래에 집중했다.
사실 지금 이 무대에 음향시설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니 나쁜 편이라고 하는 게 맞았다.
애초에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세트가 아니다.
그랬기에 참가자들의 보컬 실력이 더욱 드러나보였다.
실력이 부족하거나 어중간한 사람들은 모두 음치 아니냐는 혹평을 받을 만한 조건.
하지만 이런 악조건에서도 김서준의 노래는 빛이났다.
감정선이 잘 들어나면서도 과하지 않은 표현력.
극히 안정된 가창력까지.
김서준의 노래가 끝나자 심사위원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잘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심사위원들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꺼내지 못했다.
뭐라고 평가를 해야 할 지 감히 잡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치직. 개인적인 질문 좀 부탁드립니다.
심사위원들이 대단하다는 말만 하자 인이어를 통해 조감독이 급히 오더를 내렸다.
그제야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심사 위원들이 하나 둘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김서준씨는 이제 열 일곱살이라는데 사실인가요?”
“네. 맞습니다.”
“와. 열 일곱 살이면 이제 고등학생 아니야?”
“맞네.”
심사위원들은 순수하게 놀랐다.
“편곡은 어떻게 했어요? 누가 해줬어요? 아님 스스로?”
“제가 했습니다.”
“와우···.”
탄성을 지르긴 했으나 불신의 표정이었다.
일절만 들었지마는 편곡의 수준이 아마추어 레벨을 넘어선 것으로 보였다.
“정말이에요? 어차피 나중에 다 들통날 텐데 지금 거짓말할 필요는 없어요.”
“맞아요. 어차피 편곡이 아니더라도 서준 학생은 합격이에요. 다시 한번 물을게요. 스스로 편곡한 거 맞아요?”
김서준이 씩 웃었다.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당당한 김서준의 모습에 심사위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김서준씨. 합격 드리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이내 심사위원들은 그들의 본분을 생각해 내고 합격 팻말을 들었다.
-컷!
인이어를 통해 조감독의 컷 신호가 들어왔다.
조감독의 얼굴에는 환희가 차 있었다.
그림이 나와도 보통 제대로 나온게 아니다.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진 참가자.
그런 참가자의 편곡에 의문을 제기하는 심사위원.
마지막으로 당당하고 자신있게 심사위원에게 대답하는 김서준.
2화 오프닝으로 쓰기에도 손색이 없는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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