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24
음악천재 재벌3세 24화
음악천재 재벌3세 24화
“이게 좋네.”
백화점으로 들어온 이은지가 이것저것 여러 옷을 김서준의 몸에 대보았다.
“이건 어때?”
이인영도 이은지와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여기서 저기서 옷을 가져다가 김서준 옷 위에 대보았다.
그러자 피곤해지는 것은 김서준이었다.
“집에 옷 많아. 굳이 안 사도 돼.”
“형! 무슨 소리야. 앞으로 TV에 나올 텐데 옷을 잘 입고 다녀야지.”
이인영의 눈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누가 문화 산업의 대모인 송혜령 회장의 손자가 아니랄까봐 패션에 관해서는 양보가 없어 보이는 이인영이었다.
‘후우.’
한숨이 나왔고 이들이 골라오는 옷이 김서준의 눈에는 촌스럽게 보였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이 시기에는 이런 패션이 베스트다.
한때 대한민국에 힙합 열풍이 불었을 때가 있었다.
통이 큰 바지를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면서 힙합을 외쳤던 시절.
그때는 그것이 멋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그 패션이 그다지 멋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2000년도부터 2006년도까지는 속된 말로 대한민국 패션의 암흑기라고 불릴 정도였다.
복고랍시고 고고장에서나 봤을 법한 펑퍼짐하고 땡땡이가 과하게 들어간 패션부터 마치 나비라도 된 것처럼 나풀거리는 옷까지.
2020년 설문조사에 이런 것이 있었다.
패션은 돌고 돌지만, 다시 유행하지 않았으면 좋을 패션은?
그때 뽑힌 패션이 2000년대에서 2006년 사이에 유행했던 패션이었다.
“후우. 잠깐. 멈춰.”
그런데 이인영과 이은지는 그런 옷을 김서준에게 입히려고 작정한 상태다.
절대 입어 줄 생각이 없었다.
“옷은 내 마음대로 하게 놔둬.”
“형!”
이인영이 안타까운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하지만 김서준은 결코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저걸 입고 TV에 나가야 된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다. 저런 옷을 입고 방송에 나가느니 차라리 SC와의 계약을 재검토하고 만다.
“옷은···. 내가 고른다. 대신 밥사줄게.”
“아···.”
“히잉.”
아쉬운 소리가 나왔지만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대신 옷 사는 것은 봐야겠다며 끝까지 쫓아오는 이인영과 이은지.
김서준이 고른 옷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플한 옷이었다.
옥스퍼드 셔츠에 슬랙스. 그리고 로퍼.
너무 아저씨 같다고 딱딱하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청바지에 심플한 후드까지.
지금 이 시대의 시선으로는 별로일지 몰라도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김서준의 패션이 대세가 되는 시점이 온다.
‘설마 이런 게 거치적거릴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과거로 돌아왔을 때.
걱정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살지?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크게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스마트폰이 없어서 불편하기는 했으나 다른 즐거움 역시 많았으니까.
하지만 패션과 같이 사소한 것이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 아쉽네.”
“그러니까요. 아쉽네요.”
이은지와 이인영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간단한 쇼핑이 끝나고 일행은 백화점 옆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여기 한성에서 하는 곳 맞지?”
“형도 알고 있네? 요즘 할머니가 밀고 있는 곳이야.”
한성에서는 당연히 음식 쪽으로도 사업 분야를 확장해가고 있었기에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도 소유하고 있었다.
기존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경양식이나 양식을 흉내낸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양식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깨진 시점에서 한성은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내세웠다.
진짜 양식.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경양식을 찾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친구끼리 분위기 좋은 식당을 찾을 때 한성이 런칭한 식당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김서준이야 전생에 레스토랑에 많이 다녔기에 익숙했고 이인영은 제벌 3세답게 이런 곳이 편했지만, 이은지는 아니었다.
이은지가 눈을 멀뚱멀뚱 뜨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봤다.
“누나. 왜?”
이은지가 주변을 둘러보자 이인영이 왜 그러냐는 말투로 물었다.
“나 이런 곳 처음이야.”
“어?”
이인영이 김서준을 바라봤다.
김서준의 친구라고 했으니 이은지 또한 꽤 사는 집안의 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 그럼 내가 메뉴 추천해줄게!”
이은지의 말에도 이인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인영의 행동은 재벌 3세 답지 않았다.
보통 재벌 3세라고 하면 안 좋은 이미지가 있었다.
물론 이미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많은 재벌 3세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
안하무인의 수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모습.
하지만 이인영에게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건 김서준도 놀란 부분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은지와 이인영은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친한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다.
‘잘된 일이지.’
이은지가 나중에 가수로 이름을 날리고 더욱 뻗어 나가려면 한성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금 이인영과 친해진다면 훗날 더 편해질 것이다.
“형. 근데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물어봐.”
한창 음식을 먹다가 이인영이 김서준에게 물었다.
이인영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언제부터 노래를 그렇게 잘하게 된 거야?”
이건 이은지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김서준은 매우 바빠 보였다.
도대체 언제 음악을 연습하는지 궁금하던 차였다.
“그건 비밀로 묻어두자.”
설명할 방도가 없었다.
아니, 설명한다 해도 이은지와 이인영이 그것을 이해할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면 그건 알려줄 수 있어 형?”
“이번에는 또 뭔데?”
“경영인의 밤에 했던 내기 있잖아. 강일수랑 했던 내기.”
떠올랐다.
500만 원 미만의 자본금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 이기는 내기.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을 이인영이 되살려 준 것이다.
“그거 어떻게 할 거야? 너무 궁금해서 잠도 못 자고 있어.”
이인영은 장사꾼의 피를 타고 태어났다.
그랬기에 김서준이 500으로 얼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궁금해서 잠을 청하기도 어려워했다.
“궁금해?”
“어. 정말 궁금해.”
김서준이 씩 웃었다.
500으로 얼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까? 사업 밑천이 500이라면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김서준에게는 아이템이 있었다.
일 년이면 충분히 가시적인 수익을 내고도 남는다.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지금 말하면 재미없잖아.”
“아! 형. 나 정말 스트레스받아.”
“대신 그때 너도 같이할 수 있게 해줄게.”
“정말?”
같이 하게 해준다는 말에 이인영은 순수하게 기뻐했다.
‘크게 될 놈이다.’
기뻐하는 이인영을 본 김서준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인영은 분명 크게될 놈이었다.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1의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 김성후입니다.”
화려하게 돌아가는 조명 아래에서 얼마 전 프리 선언을 한 아나운서 김성후가 카메라를 보며 열심히 멘트를 토해냈다.
“전국 지역 예선과 서울 1차 예선을 통과한 129명이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김성후가 멘트를 이어갈 때 카메라가 참가자들을 비추었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한 참가자들이 굳은 얼굴로 김성후와 심사 위원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꽤 있네.’
그사이에 섞여 있는 김서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김서준이 아는 얼굴이 몇 있었다.
전생과는 다르게 슈퍼보이스 코리아가 몇 년 일찍 개최되었지만, 그때 참여했어야 할 사람들도 몇 보였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총 칠십일만삼천오백이 참가를 해주셨고 지역 예선과 본 예선을 거쳐서 129명이 이렇게 올라와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129명 중 또 89명이 탈락할 예정입니다.”
안타까운 음성으로 김성후가 말하자 참가자들이 더욱 긴장하며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칠십만 명을 뚫고 올라왔는데 또 89명이 떨어진다고 하자 절로 긴장이 된 것이다.
“먼저 심사위원을 공개하겠습니다.”
김성후의 멘트가 끝나자 심사 위원들이 앉아있는 의자에 핀 포인트 조명이 떨어졌다.
“먼저 대한민국 가요계의 영원한 보컬 이성환!”
오오오오오!
이성환이라는 이름이 외쳐지자 참가자들이 놀람의 환호성을 터뜨렸다.
환호성이 마음에 들었는지 김성후가 분위기를 잡으며 멘트를 이어갔다.
“슈퍼보이스 코리아의 참가자들을 심사하려면 아무나 심사위원으로 모실 수 있겠습니까? 이성환씨 정도는 돼야지요.”
김성후의 말에 이성환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음 심사 위원! 대한민국의 영원한 디바! OST의 여왕 박지연씨입니다!”
“안녕하세요. 박지연입니다.”
“와 대단한데?”
“이성환과 박지연이라니···.”
참가자들은 하나 같이 놀란 상태였다.
그들이 언제 이성환과 박지연에게 평가를 받아보겠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 작곡 작사로는 최고라고 불리시는 분이시죠. 김인아씨 모셨습니다.”
이성환과 박지연에 비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가요계에 몸담은 사람이면 김인아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꽤 많은 메가 히트곡의 작곡 작사를 맡은 김인아는 가수들이 곡을 받고 싶어하는 작곡가 일 순위에 꼽히곤 했다.
“안녕하세요. 김인아입니다.”
“자! 그러면 이번 미션에 대해 김인아씨가 소개해주시겠습니다.”
김인아가 차가운 시선으로 참가자들을 쓸어 보았다.
그리고 미션카드를 들고 읽어나갔다.
“오늘의 미션은 무반주입니다. 어떤 악기를 가지고 오셨든, 밴드이든 아니든 모든 참가자분들은 무반주로 미션을 치르셔야 합니다.”
웅성웅성
무반주라는 말에 참가자들이 인상을 찌푸리거나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거렸다.
가창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이때만 하더라도 가수는 가창력 제일이라는 인식이 있었지.’
가창력이 가수의 유일한 덕목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때는 가수의 다른 덕목보다는 가창력이 가장 중요시되는 시기였다.
‘TV로 보여주는데 가창력만 한 것도 없지.’
게다가 일반 대 중에게 보이는 것은 가창력.
가창력을 기준으로 뽑는 것은 적절한 미션이었다.
“자!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심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다른 미션에 비해 무반주는 참가자의 실력이 곧바로 드러났기 때문.
첫 소절만 부르고도 탈락하는 참가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무슨 미션이야? 어? 가수가 무반주로만 노래 불러?”
탈락한 참가자 중에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참가자도 있었다.
물론 그 모습은 여지없이 카메라에 담겼고 이내 얼굴을 붉힌 참가자가 대기실을 떠나는 거로 마무리가 되었다.
“김서준씨.”
몇몇 합격자가 나오고 어느새 김서준의 순서가 돌아왔다.
김서준이 무대에 오르자 카메라가 몇몇 참가자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기 시작했다.
김서준의 등장에 긴장하는 참가자들이라는 자막이 붙을 게 분명해 보였다.
“어?”
김서준을 본 이성환이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이성환이 놀라자 박지연과 김인아가 이성환에게 물었다.
“아니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냥 잘생겨서요.”
‘편파심사.’
그렇지 않아도 이런 오디션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편파심사 논란이었기에 괜히 여기서 김서준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자. 시작하세요.”
고개를 끄덕인 박지연이 콜을 하자 조명이 꺼지고 김서준에게 핀포인트 조명이 떨어졌다.
무반주.
반주는 없었지만, 마음속 메트로놈으로 박자를 맞춘 김서준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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