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26
음악천재 재벌3세 26화
음악천재 재벌3세 26화
매앰 – 매앰 – 매앰 –
여름이 깊어갈수록 매미의 울음소리도 더욱 커져만 갔다.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N-NET의 사옥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였지만, 녹화를 준비하는 스태프들의 얼굴에서는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빨리 움직여! 곧 녹화 시작한다. 대본 모두 숙지했지?”
“네!”
스태프들은 조감독의 지시에 빠릿빠릿하게 반응하며 움직였다.
“아! 이렇게 바쁜데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조감독은 메인 감독이 보이지 않자 다시 한번 짜증을 냈다.
꼭 이렇게 바쁜 순간에는 어딜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조감독님 내버려 둬요. 지금 방송국 높은 사람이 왔다잖아요. 아마 꼬리 흔드느라 바쁠 거에요.”
“후우. 내가 미안하다. 괜히 너희만 고생하는구나.”
스태프의 말에 조감독이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감독이 이상한 행동을 할 때마다 고생하는 것은 스태프들이었는데, 그게 조감독 자신의 잘못만 같았다.
“에이! 이게 왜 조감독님 잘못이에요. 꼭 나중에 감독 명찰 달고 저희 좀 잘 이끌어줘요.”
“꼭 그러마.”
조감독은 자신 있었다.
이번 슈퍼보이스 코리아가 그의 방송 커리어에 큰 획을 그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케이블이 7퍼센트라고!’
케이블은 시청률 2퍼센트만 넘겨도 대박이라는 소리가 나오던 시절이었다.
미래에는 IPTV와 종합편성채널 등 다양한 채널이 생겨나 케이블 방송의 시청률이 공영방송보다 더 잘 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직은 그런 시절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지금 슈퍼보이스 코리아가 기록한 시청률 7퍼센트는 압도적 수치였다.
만약 이 수치를 계속 이끌어갈 수 있으면 조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이번에 땔 수 있을 것이다.
“참가자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지난 무반주 예선에서 129명 중 89명이 탈락하고 40명이 남았다.
129명보다는 적었지만 그래도 40명이 넘는 참가자들을 인솔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남은 40명은 하나같이 실력자들.
괜히 그들을 소홀하게 대했다가는 다음에 뒷말이 나올 수 있었다.
“후우. 작가들도 죽어나겠네.”
다음 미션을 알고 있는 조감독은 작가들도 머리가 빠질 것을 알고 있었다.
차라리 이렇게 더위에서 발로 뛰는 것이 나을 거라는 것도.
조감독의 예상대로 방송작가들은 회의실에 모여서 연신 갑론을박을 하고 있었다.
“김서준하고 서인수를 묶어둔다고요?”
김은실 작가가 언성을 높였다. 지난 예선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사람은 김서준과 서인수였다.
이 둘을 묶으면 화재성이 충분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편파적 조 편성이라는 꼬리가 붙어 다닐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둘이 합격할 것은 뻔한데 나머지 사람들은 무조건 탈락해야 하잖아요. 한 조당 최대 2명이 진출할 텐데 그럼 다른 사람들은 들러리밖에 안 돼요.”
김은실의 말에 다른 작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위에서 내려온 오더가 있었다.
‘최대한 시청률 뽑아!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지.’
그 말대로 하면 김서준과 서인수를 묶는 게 맞았다.
둘이 한 조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분명 최고의 무대가 탄생할 것이 분명했다.
“공정하지 않잖아요.”
김은실 작가가 마지막까지 주장했으나 다른 작가들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은실아. 우리라고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감독님이 직접 지시한 거잖아.”
“아니···. 그래도···.”
김은실이 생각을 굽히지 않자 메인 작가가 책상을 쾅 내리쳤다.
“그럼 네가 책임질 거야? 왜 계속 딴지를 걸어?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후우···.”
김은실이 열을 식히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 이런 판이지.’
어쩔 수 없는 판이었다. 작가 나부랭이 하나가 바꿀 수 있는 구도도 아니었고.
“알았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김은실이 주장을 굽히자 메인 작가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은실아. 너도 언제까지 보조작가로 있을 거야. 이번 일만 잘 풀리면 너도 메인 작가 자리를 꿰찰 수 있을걸?”
‘그놈의 메인 작가···.’
자신이 메인 작가였다면 절대 이런 조 편성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 김은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는 보조작가에 불과한 것을.
*
무대는 이전과 달랐다.
음악방송에서나 쓸법한 무대가 만들어졌고 조명 또한 화려해지고 음향 시설도 콘서트장처럼 완벽하게 구성되었다.
“자. 카메라, 음향, 조명 모두 집중하고. 김성후씨 준비해주세요.”
“예. 준비됐습니다.”
프리 아나운서 김성후가 넥타이를 바로 잡으며 인이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시작합니다. 셋 둘 하나. 고.”
조감독의 사인이 떨어지자 김성후가 무대로 걸어나갔고 조명이 그를 비추었다.
“자! 지난 예선에서 89명이 탈락하고 지금 이 무대에는 40명만이 남았습니다. 칠십만 명이 넘게 지원해주신 도전자 중 이제 40명만 남은 건데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만큼 모두 남다른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셨을 겁니다.”
긴장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성후는 능숙한 멘트로 진행을 이끌었다.
“지금 제 뒤에는 마흔 명의 참가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는 그들을 심사할 세 명이 심사 위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성후의 멘트에 맞춰 카메라가 심사 위원 셋의 모습을 비추었다.
“이번 미션은 이성환 심사 위원께서 설명해주시겠습니다.”
멘트가 끝나자 이성환의 마이크가 켜졌다.
“안녕하세요. 이성환입니다. 지난 무반주 미션을 두고 저희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성환의 말은 사실이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의 미션을 두고 인터넷 카페와 포탈 등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아니 무반주 미션이 도대체 뭐냐.] [가수가 노래만 잘 부르면 되지 무반주 상태에서도 잘 불러야 하는 거냐.] [가창력이 주특기가 아닌 가수는 가수도 아니냐]ㄴ[가수가 가창력이 주특기가 아니면 배우는 연기력이 주특기가 아닐 수도 있는 거냐. 말이 되는 소리 좀.]
ㄴ[실력파 가수, 연기파 배우, 요리파 요리사.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하지만 제작진은 그런 반응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근래에 사람들이 가장 찬양하는 가수가 누구인가.
속칭 김나박이라고 불리는 가수들이 탑티어로 꼽히고 있다.
그들의 특징이라고 하면 가창력이다.
반주가 있든 없든.
무대 상태가 어떻든 그들은 늘 최고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이번 슈퍼보이스 코리아에서 추구하는 방향도 그와 비슷했다.
그랬기에 무반주 무대를 미션으로 넣은 것이었다.
이제 거기서 걸러진 사람들을 데리고 다른 부분을 검증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가수는 혼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도 솔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언제든 다른 사람과 협연은 물론이고 밴드를 이루어 무대를 꾸밀 수 있지요. 그래서 이번 미션은 바로 그룹 미션입니다.”
웅성웅성
“참가자들 잡어.”
그룹 미션이라는 말과 동시에 카메라가 참가자들을 비추었다.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무반주도 당황스러웠는데 이제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그룹 미션을 수행하라니.
무반주보다 더욱 당혹스러웠다.
밴드라는 것은 서로 마음과 합이 잘 맞는 사람들도 좋은 곡을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
“아 이게 뭐야.”
솔로만 해왔던 참가자들은 당황했지만 밴드를 해왔던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역력했다.
오히려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 것이다.
“참고로 팀은 제작진에서 임의로 구성하였습니다. 각 참가자분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팀입니다. 지금부터 팀을 호명하겠습니다. 먼저 1팀.”
이성환이 팀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서로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참가자들은 팀원의 이름을 듣고도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김서준, 서인수, 양일홍, 이경림, 신미애.”
웅성웅성
하지만 그런 참가자들도 알아듣는 이름은 있었다.
김서준과 서인수.
지금까지 예선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참가자다.
“어어···.”
심사 위원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설마 김서준과 서인수를 같은 조에 배치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 잠시만요. 이거 논의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성환이 마이크를 내려놨다.
“조감독님.”
이성환의 부름에 조감독이 해드셋을 벗고 급히 달려왔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 조 배치가 나가면 난리가 날 거 몰라서 이래요?”
“하. 나라고 어떻게 하겠어? 성환씨가 좀 이해해 주고 넘어가면 안 될까? 윗선에서 노발대발이야.”
조감독이 손을 들어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건 안 되요. 이거 그대로 하면 욕 왕창 먹고 프로그램 난리 납니다.”
조감독이 고민에 빠졌다.
이성환의 말이 맞았다. 김서준과 서인수가 한 조가 되면 이슈몰이는 하겠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큰 덕목인 공정성을 해치게 된다.
“그리고 서인수와 김서준이 떨어져야 라이벌 구도도 만들 수 있고 좋지 않겠어요?”
조감독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듯 무전기에 손을 올렸다.
“조 배치 바꿉니다. 서인수 참가자 다른 조로 보내요.”
촬영이 끝나고 감독이 난리 부르쓰를 추겠지만 조감독은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마음 먹었다.
*
조 배치가 끝나고 각자 배정된 연습실에 조원들이 모여들었다.
긴장된 얼굴로 어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팀원들.
“안녕하세요. 김서준입니다.”
김서준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나섰다.
어차피 경쟁이 아닌 팀전이었다. 괜히 어색한 분위기를 길게 가져갈 필요는 없었다.
“안녕! 여기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은 것 같으니까 말 놓을게 난 신미애야.”
김서준을 시작으로 팀원들이 하나씩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우리 팀이 가장 약체네? 서준이만 빼면 말야.”
소개가 끝나고 신미애가 살짝 자조적인 음성으로 말했다.
신미애의 말은 사실이었다.
애초에 김서준과 서인수를 돋보이게 만들 팀 구성이었기에 떨어져도 무방할 실력이 좀 떨어지는 사람들을 몰아넣었었다.
서인수를 대신해서 새롭게 참여한 김우신도 무반주를 통과하긴 했으나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특색이 없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팀 미션이잖아요. 개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팀플레이를 잘 하면 다른 결과가 있을 겁니다.”
축 처진 분위기가 연출되자 김서준이 손뼉을 치며 분위기 환기에 나섰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될 것도 되지 않았다.
지잉
그런 모습이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모두 녹화되었다.
덜컥
김서준이 분위기를 다잡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보조작가가 들어왔다.
“팀 과제 드리겠습니다.”
보조작가가 가장 앞에 있던 김서준에게 카드를 건넸다.
“팀장을 정한 뒤. 밴드를 구성해서 곡을 연주하라. 구성은 자유.”
“하아. 역시 밴드 곡이었네요.”
밴드 곡이라는 말에 몇몇이 고개를 무릎에 파묻었다.
“여기서 혹시 악기 다룰 줄 아는 사람 있어요?”
“제가 드럼을 조금 칠 줄 알아요.”
“나는 보컬밖에···.”
대다수가 보컬이 전문이었다.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이경림이 전부였다.
김서준의 머리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제게 방법이 있어요.”
그리고 잠시간의 숙고가 끝난 후.
김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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