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27
음악천재 재벌3세 27화
음악천재 재벌3세 27화
“무슨 방법이 있다는 거야?”
신미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공연은 오늘부터 일주일 후에요.”
“그렇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한 곡을 연습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다섯 명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다섯 명이 오늘 처음 만난 사이다.
각자 특기가 뭔지도 모르고 실력도 모른다.
그런데 김서준은 방법이 있다 말하고 있었다.
“일단 모두 모여보세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팀원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아야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먼저 제가 여러분의 실력을 알아야겠어요. 죄송한 말이지만 제가 방송을 다 챙겨보지는 않았거든요.”
“뭐 다 그렇지.”
“괜찮으시다면 여기서 여러분의 장기 좀 보여주시겠어요? 그래야 제가 뭘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팀원 대부분이 김서준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양일홍은 김서준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손을 들었다.
“김서준씨. 서준씨가 노래를 잘한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노래를 잘하는 것하고 이거는 별개 같은데. 먼저 서준씨가 우리를 납득 시키는게 먼저 아닐까요?”
양일홍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팀원들이 눈을 빛내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숨겨놓은 패가 있으면 보이라는 뜻이다.
“아! 제가 성급했네요.”
자리에서 일어난 김서준이 기타 앞으로 다가갔다.
“때마침 여기 악기들이 많네요.”
디링- 디링-
가볍게 현을 쓸어내리며 음을 조율했다.
“오. 역시 남자는 기타지.”
기타를 조율하고 있는 김서준을 보며 신미애가 눈을 빛냈다.
디링-
김서준의 하얀 손가락이 구리색 현을 가볍게 누볐다.
초크가 없었지만, 현에서는 맑은소리가 났고 쓸어내리는 스트로크에서 아르페지오의 전환은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나를 사랑했던 사랑아.
간단히 노래가 끝나자 팀원들의 눈이 흔들렸다.
기타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 예사롭지 않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보컬 실력만큼이나 기타 실력도 뛰어났다.
“그리고 피아노도 있네요?”
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번에는 피아노 앞으로 향한 김서준이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피아노의 건반을 가볍게 눌렀다.
“아아···.”
이경림과 신미애의 입이 벌어지며 탄성이 흘러나왔다.
지금 이 순간 김서준의 머리 위로 조명이 떨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좁은 연습실에서 이루어지는 연주였지만 팀원들의 정신은 이미 넓디넓은 무대로 향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주가 끝났을 때.
입을 여는 팀원은 없었다. 그저 연주의 여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꿈틀거릴 뿐이다.
“더 보여드리고 싶은데 악기가 이것밖에 없네요.”
김서준의 말이 들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양일홍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했습니다.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실력이네요. 다만 우리도 여기에 인생을 걸고 나왔으니 그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양일홍은 순순히 김서준에게 사과했다.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김서준이 미소지었다.
“아니에요. 제가 설명이 부족했어요.”
의외였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이 셌다. 음악적 견해가 선 사람들은 남의 말은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랬기에 이렇게 팀원들이 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김서준이었다.
‘가능성이 좀 높아지겠네.’
가능성.
나머지를 들러리라고 생각했던 관계자들과 다른 참가자들에게 한 방 먹여줄 가능성이 생겼다.
*
“가족들 인터뷰 진행해.”
슈퍼보이스 코리아는 새로운 포맷으로 진행되는 오디션이었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이 아닌 케이블에서 진행되는 오디션이었다.
케이블에서 방영한다는 것은 지상파 방송에 비해 큰 장점이 있었다.
자극성이다.
“이제 슬슬 시청자들이 참가자들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어. 좋은 떡밥이니까.”
조감독이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에 대고 연신 지시를 내렸다.
“특히 10인 본선에 진출할 거라고 생각되는 참가자들 인터뷰는 최대한 길게 따.”
말을 마친 조감독이 김서준이라는 이름이 적힌 종이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전주 도착했습니다.”
“최대한 현장감을 살려야 하니까. 부모님께는 미리 연락하지 마.”
“예? 그래도 될까요?”
“되니까. 연락하지 마.”
미리 짜놓고 하는 인터뷰는 긴장감이 없다.
“후우. 가자.”
김서준의 인적사항에 적혀있는 주소에 도착한 촬영팀이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낡은 골목.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들에서는 부유함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곳에 살고 있다고? 겉보기에는 꽤 부티 나던데?”
명품을 걸치고 있지는 않았으나 가난한 동네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음악이지 않은가?
음악은 돈이 없으면 하기 힘든 분야다.
“에이. 조감독님 요즘은 이런 곳에도 부자들 많아요.”
“이놈아. 여기가 서울이냐?”
집값이 비싼 서울이면 모를까 이런 지방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촬영팀은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을 지나 김서준의 집 앞에 도착했다.
“서준슈퍼라. 제대로 찾은 것 같군.”
낡은 간판과 과일이 깔린 매대.
조감독과 카메라맨이 슈퍼 안으로 들어갔다.
“계십니까?”
조감독의 목소리가 슈퍼에 울렸다.
“예.”
얼마 지나지 않아 슈퍼 안쪽 창고에서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분명 낡은 슈퍼의 주인일 뿐인데 조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카메라는 또 뭐고···.”
카메라라는 말에 정신을 차린 조감독이 서둘러 준비한 말을 꺼냈다.
“아! 인터뷰 때문에 왔습니다. 이번에 김서준씨가 슈퍼보이스 코리아 본선에 진출하셔서요. 가볍게 인터뷰를 할까 하는데 가능하실까요?”
“서준이가요?”
조감독의 말에 김태군이 이건 또 무슨 일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먼저 아버지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라는 말에 김태군과 강길옥이 제법 옷차림을 갖추고 내려왔다.
“먼저 김서준씨와는 어떤 관계이신가요?”
“제가 서준이 아비입니다.”
“제가 엄마에요.”
약간 어색하긴 했으나 김태군과 강길옥의 얼굴은 굳지 않았다.
‘김서준도 그렇더니 긴장하지 않는 것은 이 집안 유전인가?’
“김서준씨가 칠십만 명을 뚫고 본선에 진출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우리 서준이가 본선에 진출했다니 아비로서 기쁜 마음입니다.”
“김서준씨는 어떤 아들입니까?”
“아주 착한 아들입니다. 친구들이랑 놀고 싶을 것이고 게임도 하고 싶을 텐데 학교가 끝나면 늘 이곳에 와서 가게 일을 돕곤 했습니다. 해준 것도 없이 혼자 자란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네요.”
카메라가 김태군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찍었고 조감독은 혹시 김태군의 말을 놓칠까 봐 열심히 메모했다.
“그러면 어린 시절 김서준씨는 어땠습니까? 분명 노래와 악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겠지요?”
뻔한 질문이었지만 물었다.
그런 실력은 어려서부터 연습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실력이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서준이가 악기를 다루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노래하는 것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서준이가 노래하며 악기를 다루는 것은 몇 달 전에 본 것이 처음입니다.”
“컷. 잠시만요.”
조감독이 잠시 촬영을 멈추었다.
“아버님. 여기서 거짓말을 하시면 안 됩니다. 방송으로 나갈 거예요.”
조감독의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것은 김태군이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예? 그럼 정말 김서준씨가 음악을 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조감독의 물음에 김태군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혼자서 연습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보시다시피 집이 그다지 넓지도 않고 따로 학원을 보내지도 않아서 그럴 확률은 적어 보이긴 합니다.”
조감독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조감독.
하지만 이내 그는 다시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눌렀다.
*
첫 만남 이후로 팀원들은 매일 같이 N-NET 스튜디오에 마련된 연습실로 출근했다.
“우신이형하고 일홍이형이 기타를 칠 거에요.”
“기초적인 것밖에 못 하는데?”
“나도.”
김우신과 양일홍은 기타를 치라는 말에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음악을 한다는 사람이 기타 같은 대중적인 악기도 다루지 못하는 것이 살짝 부끄러웠다.
해외와는 다르게 대한민국의 경우 보컬 지상주의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몇몇 기획사에서 밴드 형식의 보이 그룹을 데뷔시키기는 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밴드의 형식을 빌렸을 뿐 실력까지 밴드의 그것은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몇 가지 코드만 반복하면 되는 쉬운 연주에요.”
“그···. 그래?”
쉽다는 소리에 김우신과 양일홍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쉽다고까지 했는데 해내지 못한다면 면목이 없는 것이다.
“우린 뭘 하면 될까?”
김서준이 김우신과 양일홍의 자세를 잡아주고 난 후. 이경림과 신미애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경림이 누나는 드럼을 다룰 줄 아시니까 드럼으로 가실 거고요. 미애 누나는 메인 보컬로 가실 거에요.”
“정말? 내가 메인 해도 돼?”
메인 보컬이라는 말에 신미애가 반색했다.
아무래도 밴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메인 보컬이었으니까.
“메인 보컬이라고 해도 어차피 형평성을 위해 모두 고르게 분배할 거예요.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헤헤. 그래도 메인이다!”
신미애가 신난 얼굴로 소리쳤다.
“그럼 일단 악보부터 드릴게요.”
김서준이 가방에서 준비해 온 악보를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다.
악보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코드 진행만 쓰여 있었기에 알아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럼 코드 잡는 것부터 알려드릴게요.”
김서준이 바쁘게 움직였고 팀원들 역시 그런 김서준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따랐다.
*
“히야. 이거 정말 그림 나오겠는데?”
“뭐야? 같이 봐.”
각 연습실에서 녹화된 영상을 편집하던 스태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팀은 정말 열심이네.”
“그러게요. 하루도 비는 날이 없어요.”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짧은 시간이었기에 참가자들은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연습량을 보이는 팀이 있었다.
“캬. 김서준이 캐리하네.”
“그러게요. 뭘 저렇게 가르치는 거지?”
“설마 악기를 일주일 만에 가르치겠다고?”
스태프들의 얼굴에 불신이 차올랐다.
상식적으로 악기를 일주일 만에 연주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뭘 그렇게들 보고 있어?”
스태프들이 녹화된 테이프를 돌려 보고 있을 때 조감독이 편집실로 들어왔다.
조감독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40명이 넘는 참가자들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인터뷰하는 것은 체력적 부담이 상당한 일이었다.
“아! 오셨어요? 조감독님 이거 보셨어요? 김서준 팀 연습하는 거요.”
“아니. 못 봤어. 잘 해?”
조감독의 물음에 스태프가 해드셋을 벗어서 조감독에게 건넸다.
“이건 꼭 소리까지 들으셔야 해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조감독이 헤드셋을 썼다.
영상 편집 스태프도 야근과 과로에 시달렸는지 해드셋 이어폼이 기름에 쩔어 있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게 첫날이고···.”
스페이스 바를 누르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첫째 날 녹화된 영상이 끝나고.
둘째 날.
그리고 셋째 날.
날이 지날수록 조감독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이게 가능해?”
“이번 화도 대박입니다. 조감독님!”
조감독이 헤드셋을 벗었다.
“대박인 건 알겠는데. 이게 가능한가?”
“가능하니까 저러고 있지 않겠습니까?”
“하아. 나도 이제 모르겠다.”
묘한 표정으로 조감독이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 속에는 김서준과 팀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하는 화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악기 초보자들을 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음악을 시작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사람이?”
헤드셋에서 작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위로.
조감독의 혼잣말이 덮어씌워 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