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31
음악천재 재벌3세 31화
음악천재 재벌3세 31화
-들어갈게요. 준비하시고 셋 둘 하나! 슛.
“안녕하십니까? 슈퍼보이스 코리아의 진행을 맡은 김성후입니다.”
아나운서 출신답게 김성후는 생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긴장하지 않고 능숙하게 진행을 이끌었다.
“오늘부터 슈퍼보이스 코리아는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라이브로 시청자 여러분과 마주하니 또 기분이 색다르군요.”
맨트를 마친 김성후가 힘차게 몸을 돌리며 힘차게 소리쳤다.
“소개합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의 생방송을 이끌어갈 열 다섯명의 참가자!”
-한명씩 차례대로 무대로 올라갑니다.
김성후의 소개가 끝나자 참가자들이 착용하고 있던 인이어에서 조감독의 지시가 흘러나왔다.
지시를 들은 참가자들이 한명씩 무대위로 올라갔다.
“지난 미션에서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서준 참가자부터 입장하고 있습니다.”
김서준을 선두로 열다섯 명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섰다.
눈 부신 조명 탓에 처음에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나 이내 눈이 적응하자 관객석을 꽉 채운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이 김서준에게로 향했다.
-야! 조감독! 내가 서인수부터 올리라고 했지.
김서준이 가장 앞장서 무대를 오르기가 무섭게 조감독의 인이어에서 감독의 노발대발한 목소리가 들렸다.
-감독님 뭐라고요? 이거 감도가 안 좋네.
“자! 신경 쓰지 말고 모두 실수하지 않게 집중해.”
“네.”
스태프들이 진중한 표정으로 조감독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심사위원 잡고. 조명 신경 써.”
카메라와 조명이 심사위원들의 모습을 비추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이성환이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말을 시작했다.
“이경림 참가자. 지난 방송이 나가고 반응이 어땠어요? 좀 달라졌어요?”
이성환의 질문에 이경림이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네. 많이 달라졌어요. 이제 밖에서도 절 알아보는 사람도 생기고 친구들도 신기하다면서 연락이 오고 그랬어요.”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좋은 말로 뮤지션이지 그것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불리는 단어는 단 하나다.
팔자 좋은 백수.
하지만 슈퍼보이스 코리아에 나오면서 그 불리는 호칭이 바뀌었다.
가수님.
일등을 한 것도 아니었고 앨범이 나온 것도 아니었는데,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다.
이경림뿐만이 아니었다.
동네에서 그냥 노래 잘하는 형.
동아리 에이스 선배.
어렸을 때부터 노래만 부르던 친구.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경림과 마찬가지로 바뀐 것이다.
그랬기에 참가자들의 눈은 더욱 불타오르고 있었다.
앞으로 한 계단 더 올라갈 때마다 그들을 향한 시선과 대우가 더 바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의 눈에서 이전과 다른 욕망과 욕심이 느껴지는군요. 좋은 자세입니다.”
이성환의 말에 참가자들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 속에서도 긴장감은 숨길 수 없었다.
“이쯤 해서 그만하고 다음 미션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발표는 김인아 심사위원께서 해주시겠습니다.”
이성환이 뒤로 물러섰고 김인아가 카드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무표정에 가까운 김인아의 표정을 본 참가자들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작곡 미션인가?’
김인아의 직업은 작곡가.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작곡가였다.
그녀가 주는 미션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이성환 심사위원이 이미 간이라는 간은 다 봤으니 저는 간을 보지 않고 바로 말하겠습니다. 이번 미션은 편곡 미션입니다.”
편곡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냄과 동시에 김인아는 김서준을 바라봤다.
지난 팀 미션에서 김서준이 직접 편곡했다고 말한 곡이 생각난 것이다.
‘그 실력이 진짜라면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겠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김서준의 말이 진실이었는지 거짓이었는지 드러날 것이었다.
웅성웅성
김인아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편곡미션이라는 말을 들은 참가자들의 웅성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보컬에 치중되어 악보도 겨우 보는 참가자들의 경우에는 그 웅성거림의 정도가 심했다.
-김성후씨 진정시켜주세요.
생방송에서 이런 웅성거림이 지속되는 것은 좋지 않았다.
“자! 모두 진정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룰을 마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규칙이라는 말에 참가자들이 모두 입을 닫고 김성후를 바라봤다.
“오늘부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슈퍼보이스 코리아. 오늘의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룰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다.
간단한 공연을 한 뒤 관객들이 투표를 통해 순위를 정한다.
그리고 일위를 한 참가자가 다음 공연의 순서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후우.”
모두가 긴장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연 순서는 꽤 중요한 편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많은 공연이 한 번에 치러진다.
초반부에 아무리 훌륭한 공연을 하더라도 후반부의 공연보다는 기억에 남지 않는 법.
그랬기에 마지막에 무대를 서는 것이 유리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슈퍼보이스 코리아! 첫 생방송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채널! 고정!”
김성후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갔다.
*
딩-딩-딩-
“어?”
연습실로 출근하는 이은지의 귀에 낯익은 악기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의아한 것이 있었다.
이은지 그녀가 연습하고 있는 연습실은 그녀 혼자 사용하는 연습실이었다.
그녀만의 개인 연습실은 아니었으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연습하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지?”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동생을 만나고 온 며칠 사이에 새로운 뮤지션이라도 영입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 대표님. 아니 서준아.”
“왔어?”
연습실을 쓰고 있는 사람은 의외의 사람이었다.
기타 앞에 김서준이 앉아 있었고 그의 주변으로 수많은 종이 뭉치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게 다 뭐야.”
메고 온 기타를 바닥에 내려놓은 이은지가 종이 뭉치를 살폈다.
종이는 그냥 종이가 아니었고 오선지였다.
주변에 쌓여 있는 종이가 모두 악보였다.
이은지는 악보를 들고 자세히 살폈다.
싱어송라이터를 지망하는 이은지였기의 악보를 보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어? 어디서 본 곡들인데?’
처음 보는 곡은 아니었다.
하지만 악보에 적힌 곡들은 미묘하게 원곡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중 몇은 원곡의 느낌을 제외하고는 아예 뜯어 고쳐진 것도 있었다.
“서준아. 네가 편곡한 거야?”
“어. 이번 미션이 편곡이야.”
그제야 생각났다.
고향에 방문해서 동생을 만나고 오느라 슈퍼보이스 코리아를 챙겨보지 못했지만, 버스를 타고 오면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기는 했다.
그때 다른 승객들이 말하는 편곡이 무슨 의미인가 싶었는데 슈퍼보이스 코리아 미션 이야기였나보다.
“한번 들어볼래?”
김서준이 펜을 놓고 기타를 잡았다. 밤을 새웠는지 얼굴에 피로감이 역력했지만 김서준의 눈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이은지가 의자에 앉았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전에 SC의 사옥에서 김서준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냥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기타를 잡는 김서준의 모습을 보니 단순히 노래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복싱 선수는 잽 하나만 봐도 수준을 알 수 있고 농구선수는 자유투를 던지는 폼만 봐도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기타도 마찬가지였다.
기타를 잡고 손으로 현을 파지하는 자세만 봐도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은지는 지금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기타를 잡은 김서준의 자세에서 큰 압박감을 느꼈다.
저 자세에서 어떤 소리가 나올지 궁금해서 가슴이 떨려왔다.
그리고 그 압박감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김서준이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코드를 잡는 왼손이 비단처럼 부드럽게 움직였고 현을 쓸어내리는 오른손은 마치 바람처럼 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였다.
디링- 디링-
-바람에 날려간 나의 노래도.
-휘파람 소리로 돌아오네요.
이은지도 익히 알고 있는 노래였다. 1976년에 작곡되고 1987년에 세상에 소개된 곡이었다.
하지만 이 곡이 국내에서 명성을 얻은 것은 김광석의 리메이크 앨범에 수록되고 난 이후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꽤 오래 잊혀진 곡이었다.
이은지도 이 노래를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 김서준이 부르기 전까지는 기억 저 너머에 묻어둔 곡이었다.
‘같은 곡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분명 같은 곡이었다. 하지만 느낌이 완전 달랐다.
곡이 끝나고 나서도 이은지는 입을 열지 못했다.
“어때?”
“대표···. 아니 서준아 네가 편곡한거야?’
“어. 왜 이상해?”
이상했다.
아니.
곡이 이상하다는 말이 아니다.
김서준의 편곡 능력이 이상하다는 말이었다.
“혹시 전문적으로 음악 배운적 있어?”
이은지는 스스로 말해놓고도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배워서 이렇게 할 수 있으면 누구나 학원이나 학교에 진학해서 음악을 배울 것이다.
이건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상해? 역시 이 부분이 조금 오버였나?”
“오버? 오버가 뭐야?”
이은지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자 김서준이 악보를 구겨서 뒤로 던진 채 다시 쓱쓱 그려가기 시작했다.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은지는 새삼 김서준이 다르게 보였다.
*
퍽
N-NET 사옥 슈퍼보이스 코리아 제작팀 사무실에서 욕설과 함께 고성이 오갔다.
“야 이 자식아. 내가 만만해 보여?”
“아닙니다.”
조감독과 다른 스태프들 모두 본부장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감독한테 말 안 들었어? 내가 서인수 위주로 판 짜라고 했지?”
“본부장님 하지만 그렇게 하면 프로그램이···.”
퍽
다시 한번 조인트가 까이는 조감독. 정강이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고통에 조감독이 표정을 잔뜩 찡그렸다.
“조감독. 내 말 못 알아들어?”
본부장이 조감독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가 나 하나 잘 되자고 이러는 거야? 조감독만 이 프로그램이 잘 되길 바라는 줄 알아?”
“아닙니다.”
조감독이 고개를 숙였다.
“투자자들은? 어? 이 프로그램을 찍는 것은 우리지만 이걸 찍을 수 있게 돈을 대준 사람은 투자자들이란 말이야. 어? 그래 안 그래?”
“그렇습니다.”
본부장이 다시 한번 조감독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조감독. 말 좀 잘 듣자. 조감독도 이제 감독으로 올라가야지 언제까지 그 자리에만 있을 거야? 어?”
본부장의 말을 들으며 조감독이 이를 꽉 깨물었다.
‘빌어먹을.’
상상 이상이었다.
감독이 돈을 받아먹고 압박을 넣는 줄 알았는데 감독보다 더 높은 선에서 내려온 압박이었다.
“똑바로 해. 우리 방송국에 조감독이 너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마지막으로 엄포를 놓은 본부장이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본부장이 사라지자 조감독이 의자에 털썩 앉으며 모자를 벗었다.
“하아.”
“조감독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나도 모르겠다.”
조감독이 눈을 감으며 의자에 몸을 푹 묻었다.
“본부장님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파리 목숨 아닙니까? 그냥 본부장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그 말이 일리가 있었다.
감독이면 어떻게든 비벼볼 수 있었겠지만, 본부장은 무게감이 달랐다.
조감독은 물론이고 스태프들의 인사권까지 쥐고 있으니까.
“오늘은 먼저 퇴근해.”
“네. 알겠습니다.”
스태프들이 피곤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을 때도.
경비가 사무실의 불을 하나씩 소등할 때도.
조감독은 의자에 앉아서 일어설 줄을 몰랐다.
똑똑.
“들어와.”
그렇게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누군가 사무실의 문을 두들겼다.
“상무 삼촌. 여기가 슈퍼보이스 코리아 사무실 맞죠?”
“그렇습니다. 도련님.”
아직은 앳된 목소리와 그 뒤에 들리는 절도 있는 목소리.
조감독의 시선이 사무실 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활짝 웃고 있는 학생 한 명과 그를 수행하는 듯한 중년 남성 한 명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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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천재 재벌3세 3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