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32
음악천재 재벌3세 32화
“누구···십니까?”
‘학생?’
어려 보이는 학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간에 저런 학생이 방송국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다.
게다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방송국의 고위 인사라면 이미 어느 정도 조감독 역시 다 알고 있다.
비록 메인 감독은 아니었으나 조감독까지 올라오려면 방송국의 높은 사람들의 얼굴 정도는 다 외워놓아야 했다.
“안녕하세요.”
앞에 서 있던 학생이 조감독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 그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인사에 조감독이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인사를 받았다.
“조감독 되시지요?”
“아. 네. 제가 조감독입니다만···.”
학생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볼 때.
상무 삼촌이라 불린 중년인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조감독에게 건넸다.
“헉.”
명함을 본 조감독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상무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추태를 깨닫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N-NET의 조감독 양수찬입니다. 한성의 상무님께서 여기까지 오실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조감독 양수찬은 정신이 없었다.
지금 그에게 명함을 건넨 사람은 그냥 고위급 인사라고 부르기에도 미안한 사람이었다.
만약 먹이사슬이 존재한다면 그 최정상 부근에서 놀고 있을 사람.
N-NET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한성그룹의 상무였다.
“그러면 저분은···.”
이제 학생이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조감독 양수찬은 조금 전 학생에게 반말한 것이 가슴에 사무치도록 후회가 되었다.
“그것까지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저분이 궁금하신 것이 많으시다 하니 성심껏 대답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상무가 그분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사람은 별로 없다.
꿀꺽
마른 침이 넘어갔다.
“얼마든지 질문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아는 한도에서 최대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슈퍼보이스 코리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조감독 양수찬이 방긋 웃었다.
거짓 웃음이 아니었다.
양수찬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양수찬은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모르는 바보는 아녔다.
“그래요?”
양수찬의 말에 학생이 호기심이 동했는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
“어. 성환이 왔냐?”
“형.”
“짜식이 노크 좀 하고 들어오라니까. 그게 에티켓이야 임마. 에티켓 몰라?”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쇼파에 몸을 던진 이성환을 이수철이 나무랐다.
“사실대로 말해봐. 형.”
“뭘 또 사실대로 말해. 넌 할 일도 없냐? 오늘은 녹화 없어?”
이수철의 표정을 본 이성환은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수철과 그가 함께 해 온 시간만 근 이십 년이었다.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단 하나였다.
뭘 숨기고 있을 때.
“사실대로 말해봐. 김서준이가 뭐 숨기고 있지?”
김서준이라는 말에 이수철이 의자를 뒤로 확 젖히며 천장을 바라봤다.
그런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웃네? 맞지? 내 말이 맞지?”
“푸하하하. 그래. 네 말이 맞다.”
웃음을 숨길 수 없었던 이수철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형이 김서준 영입한 거야?”
“성환아.”
“빨리 말해봐. 영입한 거야?”
이수철이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입이 아니다.
“이번에 그룹 두 개 출격하는 거 알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 걸그룹들을 이성환이 보컬 트레이닝 시켰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그 돈이 어디서 났을까?”
“뭐야? 형 지분 판거야?”
“팔았다기 보다는 정확히 말하자면 투자를 받은거지.”
이성환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판 거지 뭐야? 지금까지 누가 경영에 개입하는 거 싫다고 지분을 애지중지 지켜오더니 왜 갑자기 판 거야? 그리고 그게 김서준이랑 뭔 상관이고? 설마 김서준이 산 거야?”
“어. 김서준이 샀어.”
이수철의 대답에 이성환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아직은 학생에 불과한 김서준이 지분을 샀다는 말이 비현실적으로 들려왔다.
“단순히 판매가 아니야.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는 우호주로 활용되는데 동의하였고 혹 나중에 지분을 매매할 때는 우선 처분권도 설정해놨지.”
안전장치였다.
해당 장치가 없었으면 이수철은 절대 지분을 팔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전부야?”
이성환의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다.
“야. 그게 전부라니. 김서준이 얼마나 이득 봤는지 알아? 김서준이 투자하고 나서 슈퍼보이스 코리아 영향으로 SC의 주가가 연신 상한가를 치고 있어. 그 정도면 충분하지.”
고개를 저은 이성환이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 그게 전부냐고.”
“푸하하하하. 성환아 너 촉 좋다. 맞아. 이번에 슈퍼보이스 코리아가 끝나고 김서준이랑 앨범 하나 하기로 했어.”
이제 이수철이 지분을 넘긴 이유를 알게 된 이성환이었다.
“네가 보기에 어때? 김서준이 일등 할 거 같아?”
“일등?”
이번에는 이성환이 피식 웃었다.
“왜? 아니야? 방송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잘 하던데?”
몸을 앞으로 굽힌 이성환이 말했다.
“일등이 문제가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인데?”
씩 웃은 이성환이 대답했다.
“그 이후에 김서준을 누가 데려가냐가 문제지.”
“푸하하하.”
다시 한번 이수철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기획사들은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것이다.
어떻게든 김서준이 혹할만한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 잡았지.”
비록 전속이 아니라 앨범 하나에 대한 계약이었지만, 일단 잡은 건 잡은 것이다.
이후 어떻게든 김서준을 눌러 앉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아래에 있는 기획사들이 치고 올라오며 SC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었는데 이번 슈퍼보이스 코리아가 끝났을 때.
그들에게 누가 업계 최고인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성환아. 물론 김서준이 알아서 잘 하겠지만, 알지?”
이수철의 은근한 말에 이성환이 손을 내저었다.
“어림도 없는 소리. 슈퍼보이스 코리아 평가 기준이 뭔지 알아?”
“뭔데?”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였기에 이수철이 눈을 빛냈다.
“심사위원 판정 40에 문자투표 60이야.”
그 말에 이수철이 반색했다.
“40이나 되네. 어차피 김인아나 박지연이나 네 말을 따를 거 아냐?”
“아직 모르는구나?”
이수철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내가 뭘 몰라?”
“심사위원 하나 더 들어와. 다음 방송부터.”
새로운 심사위원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기에 이수철이 미간을 좁혔다.
“누군데?”
“형도 알면 놀라서 뒤로 넘어갈걸?”
알려줄 생각이 없다는 표정으로 이성환이 미소를 지었다.
*
“얀센. 어서 와요.”
“오. 이렇게 불러주시니 영광입니다.”
“아니에요. 얀센이 한국에 있음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 봐 미안해요.”
송혜령 회장이 웃으며 얀센을 맞았다.
“이렇게 신경 써주시는 것만 해도 고맙지요. 특히 한옥 호텔이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얀센. 사람이 좀 변했네요. 원래 이렇게 예의 차리는 성격 아니잖아요.”
얀센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는 우리 둘 다 젊었으니까요.”
젊었을 적 얀센의 앞에서 까불던 모습이 기억났는지 송혜령이 작게 웃었다.
“그나저나 얀센 한국에서 목표는 이루었어요?”
고개를 저었다.
한성그룹의 도움을 받아 영상의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실마리도 잡지 못했다.
영상의 화질이 너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이제 슬슬 영역을 넓혀갈까 생각 중입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수소문하는 정도로 찾고 있지만, 이제 기획사들을 돌아다니며 찾아봐야 하겠지요.”
약간의 피로감이 감돌았다.
비록 대한민국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작은 나라였으나 그래도 인구가 오천만에 육박하는 나라였다.
화질이 좋지 않은 영상을 가지고 사람 하나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영상이길래 이렇게 얀센이 애를 태우는 거예요? 내가 봐도 될까요?”
송혜령의 궁금한 표정에 얀센이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의 서류가방을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려놨다.
“혹시 여기 무선인터넷 됩니까?”
“네. 되요.”
“다행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무선인터넷 찾기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
서류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낸 얀센이 능숙한 손길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이내 한 파일을 내려받기 시작했다.
“USB에 넣어온다는 것이 깜빡해서요.”
무선인터넷이라 다운로드가 느렸던 탓에 짧은 순간이었지만 얀센과 송혜령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실제로 둘의 사이가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원래 친한 사람끼리 있어도 어색한 침묵은 가끔 흐르는 법이었다.
“아! 드디어 다 됐네요.”
얀센이 트랙패드로 커서를 쓱쓱 움직여 파일을 더블클릭했다.
동영상 플레이어가 켜지자 얀센이 노트북을 송혜령이 잘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하드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노트북 화면에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노트북 스피커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소리가 찢어지기는 했으나 송혜령이 알아보고 듣기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어?”
영상을 보다가 송혜령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 혜령도 알고 있는 사람입니까?”
송혜령의 반응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얀센의 얼굴이 밝아졌다.
“네. 당연히 알지요.”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영상 속 주인공은 김서준이었다. 김서준이 학교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
‘와. 이 영상이 미국까지 퍼진 건가?’
송혜령은 솔직히 내심 놀랐다.
한국에서는 이 영상이 유행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김건환이 어찌 자랑을 많이 했는지 귀에 딱지가 내려앉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동영상이 바다를 건너 얀센에게까지 보였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혜령. 말해주세요. 이 사람을 알고 있나요?”
“네. 알고 있어요.”
송혜령이 알고 있다고 하자 얀센이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당장 만나고 싶습니다.”
“얀센!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송혜령이 방긋 웃었다.
기브앤테이크.
한성그룹의 총수답게 송혜령은 공짜로 뭘 해줄 생각은 없었다.
*
“조감독. 정신 차려. 본부장님 만났지? 오늘도 조감독 멋대로 하면 정말 재미없어. 이거 빈말 아니야. 알지?”
촬영이 시작되기 전 감독은 조감독을 불러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본부장에게 고자질한 것이 감독임을 확신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아. 예. 그럼요.”
조감독 양수찬이 씩 웃었다.
양수찬이 웃자 감독이 미심쩍어하며 미간을 좁혔다.
“알아서 잘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믿을게 조감독. 이번 일만 잘 끝나면 조감독도 대우가 달라질 거야.”
말을 마친 감독이 조감독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생방송 이 분 전.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
조감독이 무대로 내려와 스태프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참가자들도 긴장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생방송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시작 십 초 전! 오 초 전! 자. 생방송 들어갑니다.”
무대에 ON AIR 신호가 켜짐과 동시에 김성후가 무대 위로 걸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김성후입니다. 사십만 명이 넘게 도전한 참가자 중 이제 남은 사람은 고작 열다섯 명.”
-참가자 비춰.
조감독의 지시에 따라 지미집이 참가자들이 앉아있는 곳을 비추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은 서바이벌 오디션의 긴박함과 긴장감을 잘 전달했다.
“그런데 이 열다섯 명 중 두 명이 오늘 탈락합니다. 그 두 명의 탈락자는 시청자 여러분의 문자투표 60% 심사위원들의 평가 40%를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시청자 여러분이 선택하는 합격자. 과연 시청자 여러분이 선택할 참가자는 누가 될까요! 자 이제 시작합니다. 슈퍼 보이스 코리아!”
김성후가 손을 앞으로 쭉 내뻗자 관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첫 공연에 앞서 새로운 심사위원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이분이 누구신지 아는 분이라면 놀랄 수밖에 없을 건데요.”
김성후가 은근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세계적인 음악 감독!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음악 감독! 빈센트 얀센 감독이십니다.”
오오오오오!
관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심사위원석에서 얀센이 일어나 인사하자 박수 세례가 이어졌다.
“할리우드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슈퍼보이스 코리아. 여기서 우승한다면 그 우승자의 미래는 탄탄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자 그러면 첫 번째 공연 시작합니다.”
조명이 꺼지고.
무대에 긴장감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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