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33
음악천재 재벌3세 33화
음악천재 재벌3세 33화
첫 번째 공연이 누구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화의 슈퍼보이스 코리아 방영분에서는 김서준이 순서를 고르는 장면만 나왔지 그게 누구인지는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당연히 김서준이 마지막이겠지. 마지막이 가장 유리하잖아.]많은 사람이 김서준의 마지막 공연을 예상했다.
[시간 없으니까 마지막에 틀어서 김서준 공연만 봐야겠다.] [김서준도 김서준인데 서인수도 죽이지 않냐? 상업성은 서인수가 더 나을듯. 김서준은 아무래도 좀 어려서···.] [오늘 문자투표 조진다.]인터넷 포털과 카페에서는 슈퍼보이스 코리아에 관한 내용으로 뜨겁게 불타올랐다.
“아! 이거 예상외입니다. 첫 번째 공연의 주인공은 김서준 참가자입니다.”
웅성웅성
김서준이 무대 위로 올라왔을 때.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다른 참가자들도 놀람을 숨길 수 없었다.
이런 경쟁 공연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임팩트 있는 공연이 후반부에 나온다면 앞선 공연들은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잊히기 마련이었다.
그런 것은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는 듯.
기타를 메고 무대 위로 올라온 김서준이 의자에 몸을 반쯤 걸쳐 앉았다.
툭툭
손으로 마이크를 툭툭 친 뒤 기타를 허벅지 위에 올리고 자세를 잡는 김서준.
수백 쌍의 눈동자가 김서준의 손과 입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송출되었다.
마이크를 두드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긴장감에 다른 참가자들은 물론 관객들까지 마른 침을 삼켰다.
“시작하겠습니다.”
왼손이 살포시 Am 코드를 짚었고 초크를 잡은 오른손은 현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아!”
전주를 들은 심사위원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설마 이 곡을 들고나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정말 오래된 곡인데. 선곡 참 특이하네요.”
일반적으로 오래된 곡은 편곡이 힘든 편이었고 그 곡에 대한 대중들의 추억을 이겨낼 정도로 임팩트가 있지 않으면 오히려 욕을 먹기 십상이다.
하지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편곡만 제대로 해낸다면 대중들에게 그만큼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바하의 선율에 젖은 날에는 잊었던 기억들이 피어나네요.”
연주가 시작되자 웅성거림이 완벽하게 잦아들었다.
“음향팀. 좋아요. 잡음 없이 노래 완벽하게 따고요. 촬영팀. 카메라 모두 김서준에게 돌려.”
혹시 잡음이 마이크에 들어갈까 걱정하며 조감독이 연신 스태프들을 부렸다.
“역대급이다. 역대급이야.”
김서준의 무대를 보는 조감독의 눈은 사정없이 떨려왔다.
N-NET은 음악 전문채널이었기에 조감독은 수많은 음악 무대를 꾸몄고 촬영해왔다.
그랬기에 수많은 가수의 라이브를 눈앞에서 봐왔다.
그런 조감독의 눈에도 김서준의 무대는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충격과 감동은 조감독의 몫만이 아니었다.
“서준?”
처음 김서준이 무대로 올라왔을 때.
얀센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경영인의 밤에서 봤던 김서준이 아니던가.
‘재벌 가문의 사람이 이런 무대에···.’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재벌들과도 친분이 있는 얀센이었기에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생소한 광경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남들의 앞에 나서는 것을 그렇게 즐기지 않았다.
‘그리고 단순히 재벌가의 자제인 줄만 알았건만···.’
재벌가의 자제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것도 놀랄 일이었지만 얀센을 제대로 놀라게 한 것은 김서준의 연주가 시작된 다음이었다.
전주를 듣는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얀센의 머리가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그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전신에 소름이 돋으며 절로 몸이 떨려왔다.
‘찾았다.’
설마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우연히 찾게 되었다.
지금이 공연 중이 아니었다면 얀센은 당장 무대로 뛰어나가 김서준을 끌어안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생방송이라는 것을 깨달은 얀센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김서준의 무대를 유심히 감상했다.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듣는 것이 백번 좋지.’
영상을 보고 무작정 한국으로 오긴 했으나 마음 한구석에는 의심이 남아있긴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얀센은 그 의심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진짜다! 진짜야.’
진짜배기가 나타났다. 음악천재가 많다는 미국에서도 저 나이에 저런 연주와 노래를 보여주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하루가 멀다고 나름 천재라고 불리는 학생들이 얀센을 찾아온다.
하지만 얀센은 그들의 음악을 듣고는 매번 실망을 반복했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없고 김서준에게는 있는 것이 있었다.
빛나는 것.
지금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김서준에게서는 빛이 났다.
빛나는 재능이다.
김서준에게는 빛나는 재능이 있었다. 그것도 개화에 가까운 재능이다.
얀센은 김서준의 재능을 개화시키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얀센이 김서준에게 빛을 보고 있을 때.
노래는 어느새 종장을 향해 달려갔다.
조감독과 얀센 그리고 관객들. 모두 다른 곳에서 오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그들의 생각은 같았다.
‘황홀하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라고 한다.
지금 김서준은 음악으로 공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
쾅 쾅 쾅
뒤편 컨트롤 룸에서 방송을 보고 있던 감독이 분에 차서 주먹으로 책상을 힘차게 내려쳤다.
“조감독 이 새끼 밥 빌어먹기 싫나보구나.”
분명 서인수 위주로 방송을 잡으라고 본부장까지 와서 난리를 쳤건만 오늘 생방송도 김서준 일색이었다.
“후우. 후우. 이제 말로 해서는 안 되겠어.”
마음을 먹은 감독이 촬영장을 빠져나갔다.
“조감독. 너 실수한 거야. 감히 내 경고를 무시해?”
분이 풀리지 않은 감독이 본부장이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지금 생방송 중이던데?”
사무실 직원들이 갑자기 찾아온 감독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인사 좀 처리할 것이 있어서. 신경 쓰지 마.”
컴퓨터를 켠 감독이 인사관리 시스템에 접속했다.
그리고 본부장 결제로 조감독을 다음 방송부터 면직시키는 서류를 올렸다.
본부장은 진즉 조감독을 바꿔야 하는것 아니냐고 말하던 사람이었으니 아마 내일이면 처리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내게 울고불고 빌어도 소용없다. 이게 사람 무서운지를 몰라?”
비릿한 미소를 지은 감독이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하. 어떤 놈을 집어넣지?”
감독의 머릿속은 벌써 어떤 사람을 조감독 대신 집어넣어서 슈퍼보이스 코리아를 만들지 고민으로 가득 찼다.
“하. 그래도 양수찬이 이놈이 실력은 좋았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말 안듣는 인재보다는 말 잘 듣는 범재가 낫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마지막 공연까지 잘 봤습니다. 아! 이거 심사위원님들 고민이 많으시겠는데요.”
마지막 공연까지 끝나고 김성후가 무대 위로 다시 올라왔다.
“문자투표가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번 문자투표 결과와 심사위원 점수를 합쳐서 가장 하위에 있는 두 명이 집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오늘 무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몇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손을 모은 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그들의 모습을 비추자 그들의 긴장감과 절박함이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자! 문자투표가 취합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문자투표를 발표하기 전에 심사위원님들의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얀센 감독님. 어떻게 들으셨어요?”
김성후의 질문에 얀센의 마이크가 켜졌다.
“정말 놀랍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 심사를 하러 오면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무대는 그런 제 태도를 반성할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특히 미션이 편곡이었음에도 각자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각자의 장점을 살린 편곡을 한 것 같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로 이루어진 평가라 관객이나 다른 참가자들이 곧바로 알아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감을 봐서 절대 나쁜 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얀센 감독님의 의견에 동의해요. 사실 편곡 미션을 냈을 때 저도 많은 기대는 없었어요. 편곡이라는 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거든요.”
작곡에 관해서는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김인아의 말이었기에 다른 참가자들과 관객들도 아!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면에서 참가자 여러분들이 일주일간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눈에 선합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이후 이성환의 평가까지 끝나고 김성후가 대형 화면을 가리키며 무대에 올라왔다.
“지금부터 시청자 투표 발표하겠습니다. 아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실시간으로 시청자 투표를 받은 것은 슈퍼보이스 코리아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성후가 잠시 뜸을 들이자 대형 모니터에서는 숫자가 촤르륵 소리와 함께 올라갔다가 내려가길 반복했다.
“먼저! 이번 공연에서 시청자 투표 1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보통 이런 공연무대는 마지막에 연주한 사람이 유리한 것이 일반적인데요.”
그게 맞았다.
사람들은 잘 잊는다.
특히 음악 무대와 같은 임팩트가 큰 것들은 더욱더.
“하지만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번 시청자 투표결과 대망의 1위는!”
모두의 시선이 김성후의 입으로 쏠렸다.
“바로 첫 번째로 무대를 열어준 김서준씨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첫 번째로 공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득표수의 67%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짝짝짝짝짝
결과가 발표되자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
과반수가 넘는 득표였지만, 아무도 그 사실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만큼 김서준이 보여준 무대는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를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첫 무대였음에도 불구하고 김서준의 무대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그 뒤에 있던 모든 무대가 빛이 바랬다.
김서준의 투표수가 발표된 이후 다른 참가자들의 투표도 발표되었다.
하지만 이미 김서준이 과반수를 차지했던 탓에 다른 참가자들이 나누어 가진 표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랬기에 이제 중요한 것은 심사위원들이 주는 점수.
이것으로 이제 참가자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었다.
“발표하겠습니다!”
김성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졌다.
*
방송은 성공적이었지만 감독의 미간은 좁혀져 있었다.
“어제 생방송 대박이었다면서요? 축하드려요.”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직원들이 감독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넬 때마다 감독의 미간은 더욱 좁혀졌다.
“빨리 확인해야지.”
지금 그의 마음을 풀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만 필요할 뿐이었다.
조감독을 제거하는 것.
어제 서류를 올렸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본부장이 서류를 처리했을 것이다.
자리에 앉은 감독이 사내 시스템에 접속해서 인사관리 항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눈에 공지사항이 하나 들어왔다.
“푸흐흐흐.”
공고를 본 감독이 만면에 웃음을 띄며 마우스를 클릭했다.
“어?”
하지만 감독은 이내 양손으로 눈을 비벼야 했다.
[인사이동 공고.감독 김석진을 대기 발령 조치하며 모든 업무에서 배제합니다. ] [ 조감독 양수찬을 슈퍼보이스 코리아 감독으로 보직을 변경합니다.]
“이게 뭐지? 버그인가?”
감독은 순간적으로 현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공고의 위아래가 바뀌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모니터를 살펴보아도 감독이 본 것이 정확했다.
“이게 뭐야.”
딸칵
슬라이드 폰을 위로 밀어 올린 감독이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 띠리리-
하지만 아무리 신호음이 가도 본부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슈퍼보이스 코리아를 시작한 이래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감독은 인상을 팍 구길 수밖에 없었다.
분명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찾아가야 해.”
심상치 않다.
단순히 공고를 잘 못 낸 것이 아닐 것이라는게 느껴졌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감독이 본부장실로 향했다.
“꺅.”
정신이 없었기에 복도를 지나던 직원들과도 부딪쳤지만, 감독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똑똑똑.
“본부장님 저 김감독입니다.”
“들어와.”
덜컥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가자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본부장이 눈에 들어왔다.
“본부장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제가 왜 면직된 겁니까?”
감독의 항의에 본부장이 창백하고 핼쑥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그리고 앞으로 회사에서 나 아는 척 하지 마.”
“예?”
“아는 척하지 말라고.”
“이유라도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닥치고 빨리 나가. 내 목 날아가는 거 보고 싶어? 나라도 자리에 붙어 있어야 김감독을 다시 복직이라도 시켜줄 거 아냐?”
이해 안 되는 일 투성이었다.
하지만 본부장의 성화에 감독은 본부장실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게 도대체···.”
하늘이 빙 돌았다.
지금까지 아등바등 사내 정치로 이루어낸 것들이 단박에 무너진 것이다.
게다가 최후의 보루.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본부장 백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
털썩
결국, 다리가 풀려버린 감독이 복도에 주저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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