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34
음악천재 재벌3세 34화
음악천재 재벌3세 34화
“우와! 좋다.”
드르르륵
캐리어를 끌고 온 참가자들의 입에서 기쁨과 놀람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늘부터는 합숙입니다. 여러분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촬영되니 각별히 조심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너무 카메라를 의식해서도 안 되고요.”
조감독 아니 이제는 감독 자리에 오른 양수찬이 참가자들에게 규칙을 설명했다.
“물론이죠!”
참가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긴장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즐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잉지잉-
규칙을 설명하고 있는 동안에도 카메라는 쉼 없이 돌았다.
“그래도 숙소에서는 고정형 카메라로 찍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화장실이나 탈의실에는 카메라 없습니다! 트루먼 쇼도 아니고 그 정도로 변태는 아니에요.”
“푸하하.”
양수찬의 말에 참가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방은 이인 일 실이었다.
덜컥
김서준이 캐리어를 끌며 방으로 들어갔을 때 이미 방에는 한 명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어? 서준아.”
“우신이형.”
방에 먼저 와 있던 김우신이 환히 웃는 얼굴로 김서준을 맞이했다.
“너랑 같은 방 쓰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기도가 이루어졌나 보다.”
침대에 몸을 던진 김우신이 꿈을 꾸는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나저나 우신이형 지난번 무대 정말 멋지던데요.”
“그래? 죽을 둥 살 둥 해본 건데 네가 멋지다고 해주니까 기분이 좋네.”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김우신은 본래 슈퍼보이스 코리아 참가자 중에서도 약체라고 평가받았었다.
그래서 김우신이 탈락하지 않겠냐라는 평이 우세했다.
그런데 편곡 미션에서 의외의 성적을 거두었다.
“꿈만 같다 정말.”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몽롱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김서준이 나가서 문을 여니 문밖에는 카메라 여러 대와 함께 감독 양수찬이 서 있었다.
“쉬시는데 죄송합니다만 미션을 알려드려야 해서요.”
미션이라는 말에 침대에 누워있던 김우신이 벌떡 일어났다.
“이번 미션은 방 배정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김우신의 얼굴이 미세하게 떨렸다. 양수찬에 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카메라는 그런 김우신의 표정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열심히 돌아갔다.
“여기 미션 카드입니다.”
미션 카드를 받아든 김서준이 천천히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이번 미션은 라이벌 미션입니다.”
털썩
라이벌 미션이라는 말을 들은 김우신이 다시 침대에 주저앉았다.
“망했다.”
*
“이번 미션 어떻냐구요?”
피디의 말에 김우신이 의자에 앉은 채 머리를 감싸쥐었다.
“도대체 왜 날 서준이랑 같은 방에 넣은거죠? 왜? 피디님 나 싫죠?”
“하하. 김우신 참가자께서 김서준이랑 같은 방 되게 해달라고 졸랐잖아요.”
양수찬이 웃으며 대답하자 김우신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하아. 뭐 언젠가는 부딪쳐야 하니 그게 지금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겠네요.”
허탈한 웃음을 지은 김우신에게 양수찬에 재차 물었다.
“합숙 생활은 어때요?”
“합숙 생활이요?”
“네. 룸메이트에 관한 이야기도 괜찮고요.”
궁금한 것은 김우신의 합숙생활 보다는 김서준에 대한 내용임이 분명했다.
김우신은 그것을 알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제가 체고 출신이거든요.”
“아 그러셨습니까? 예고 출신인 줄 알았는데요.”
“그렇게 봐주셔서 고맙네요. 하여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체고는 규율로 시작해서 규율로 끝나는 곳인데 서준이는 진짜 그것보다 더합니다.”
양수찬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로 모든 생활을 찍고 있었기에 그도 김서준의 생활패턴을 잘 알았다.
새벽과 같은 기상.
그리고 시작되는 연습.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김서준은 음악의 천재가 아니라 노력의 천재처럼 보였다.
일반적으로 천재는 게으르다고 하던데 김서준에게서는 게으른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더 소름 돋는 게 뭔지 아세요?”
“그것보다 더 소름 돋는 게 있나요?”
“네. 서준이가 제 음악을 봐준다는 거예요.”
김우신의 눈이 아련하게 변했다.
*
“형. 형은 노래할 때 계속 고개를 아래로 숙이는 버릇이 있어요.”
“어? 그래?”
“네. 특히 고음 파트로 갈 때 고개를 푹 숙이는데 그러면 당장은 고음이 잘 될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오히려 좋지 않아요. 차라리 두성과 복압에 집중하는 편이 나아요.”
김서준의 말에 김우신이 자세를 바르게 하고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두성? 지금 내가 하고 있는데 두성 아니야?”
김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형은 형의 파사지오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파사지오를 모르면 두성이 어색할 수밖에 없거든요.”
“파사지오?”
“네. 진성에서 가성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파사지오인데 이걸 정확히 알고 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해야 듣는 사람 입장에서 더욱 자연스럽게 느낄 거에요. 그리고 두성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더욱 확실해져서 공명점도 더욱 뚜렷해지고요.”
“파사지오. 파사지오.”
파사지오라는 말을 웅얼거리던 김우신은 김서준의 다시라는 말에 노래를 시작했다.
“남들이 하는 발성을 따라 하려고 하면 안 돼요. 지문이 모든 사람이 다르듯 파사지오나 발성 역시 모든 사람이 다르거든요. 자신만의 포인트를 찾아야 해요.”
김우신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제가 과연 라이벌이 맞나 싶다니까요.”
“그럼 김서준 참가자가 김우신씨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김우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서준이는 합숙하고 있는 모두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것 같아요. 그냥 음악을 하는 것이 즐거워 보여요.”
“상당히 의외네요.”
의외였다.
“네. 사기 캐릭터라니까요. 게임으로 따지면 핵이라도 쓴 것 같아요. 능력치 주사위를 잘 굴렸나?”
“하하하.”
뜬금없는 김우신의 비유에 양수찬이 웃음을 터뜨렸다.
“멘토와의 관계는 어때요? 이번 미션부터는 각 미션마다 맨토가 배정되었는데 과연 참가자와 맨토간에 상성이 잘 맞는지 궁금하네요.”
양수찬의 질문에 김우신이 활짝 웃었다.
“물론이에요. 다음 무대에서 쉽게 지지는 않을 것 같네요.”
*
“서준. 이렇게 다시 보니 정말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군.”
“그러니까요. 설마 얀센이 슈퍼보이스 코리아에 심사위원으로 올 줄 저도 몰랐어요.”
김서준도 심사위원을 봤을 때 꽤 놀랐다.
전생에서는 없었던 일이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에 메인 저지는 그냥 국내에서 유명한 뮤지션이 맡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계적인 음악감독 얀센이 메인 저지다.
“궁금하다는 표정이군.”
“솔직히 궁금합니다. 얀센이 뭐가 아쉬워서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는지 말이에요.”
솔직한 심정이었다.
바뀐 것은 알았는데 왜 바뀐 지는 도저히 짐작 가지 않았다.
이 시대의 얀센이면 그의 전성기라 해도 무방했다.
할리우드에서도 그를 찾는 오퍼가 수도 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굳이 한국까지 와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메인 저지로 나올 이유가 없었다.
“지난번 경영인의 밤 행사 때 내가 서준한테 말하지 않았던가?”
“찾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지요.”
김서준이 기억하고 있자 얀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랬지. 그리고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네.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자네야.”
예상외였다.
김서준은 아직 미국에 이렇다 할 접점이 없는 상태였다.
미국의 유일한 접점이라고 한다면 실리콘밸리에서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고 있는 루빈과 드레이크가 전부다.
이공계의 정점인 그들과 예체능의 정점인 얀센이 무슨 연관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저를 왜 찾으신 겁니까? 아니 그보다 저를 어떻게 아신 겁니까?”
고요한 연습실에 김서준의 목소리가 울렸다.
“우연이었지. 하지만 나는 우연은 없다고 생각하네. 모든 것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야. 이렇게 내가 자네를 찾아 한국에 온 것도. 그리고 한성의 송회장과 자네가 가까운 것도 모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지 않겠나?”
“그게 절 찾는 이유랑 무슨 상관입니까?”
얀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준. 자네의 음악을 듣고 한국에 왔네. 혹시 자네 스승이 있나?”
얀센은 이제야 본심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욕망이 가득했다.
재물을 보는 시선도 아니었고 음욕이 담긴 시선도 아니었지만, 그의 눈에는 확실히 욕망이 가득했다.
인재를 발견하고 그 인재를 개화시키고자 하는 욕망이다.
“없습니다.”
“그럼 자네 나와 함께 하지 않겠나? 서준 자네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 말고 나와 미국으로 가지. 어떠한가?”
얀센의 두 눈이 김서준을 향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거절하겠습니다.”
“왜지?”
처음이었다.
얀센은 처음 경험하는 감정에 당혹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음악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라면 얀센의 제안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안다.
솔직히 말하자면 슈퍼보이스 코리아에서 우승자가 되는 것과 얀센의 제자가 되는 것 중 선택하라고 하면 백이면 백 모두 후자를 선택할 것이었다.
하지만 김서준의 대답은 달랐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다.
혹시 자신의 재능에 자만하여 가르침을 거부하는 거로 생각했다.
가끔 그런 천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재능은 거기에서 끝이었다.
결국, 개화하지 못하고 재능이라는 봉우리에 갇혀 끝을 맞이한다.
그리고 대게 그들의 끝은 좋지 않았다.
“생각하시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게는 한국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았습니다. 얀센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영광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 말에 얀센의 미간이 좁아졌다.
자신의 재능을 믿고 까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마음은 풀렸으나 다른 걱정이 들었다.
“혹시 음악에 뜻이 없나?”
음악에 뜻이 없을 수도 있다. 김서준은 대한민국에서 제일로 꼽히는 재벌가의 핏줄이다.
‘아깝군. 정말 아까워.’
세상에는 가난해서 음악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음악의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재벌가의 핏줄이기에 음악을 하지 못한다니.
얀센의 머리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 김서준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음악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말인가?”
온갖 걱정에 마음이 착 가라앉았던 얀센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네. 음악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을 뿐입니다.”
“좋아! 아주 좋아!”
자리에서 일어난 얀센이 김서준을 꽉 끌어안았다.
그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간 것이 그의 기분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좋아. 내가 서준 자네에게 음악이 얼마나 심오한 것인지 가르쳐주지. 그래서 자네가 꼭 나에게 음악을 배우러 오게 하겠어.”
가슴 깊은 곳에서 열정이 치밀어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라이벌 공연에서 김서준의 멘토는 얀센이었다.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최선을 다해서 김서준을 멘토링 해 훗날 김서준이 자신에게 음악을 배우러 만들게 할 생각이다.
“바라던 바입니다.”
“기타를 잡지.”
김서준이 활짝 웃었고 얀센 또한 활짝 웃으며 기타를 김서준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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