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38
음악천재 재벌3세 38화
음악천재 재벌3세 38화
무대에서 김서준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을 때.
무대 뒤 컨트롤 룸에 김 전 감독이 들어갔다.
“어? 오셨어요.”
컨트롤 룸에서 문자 투표를 받고 있던 오일성은 김 전감독을 발견하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일성아. 결정은 했냐?”
“감독님···.”
오일성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성아. 너 여기 평생 있어봤자 아무것도 아니야. 차라리 돈이라도 챙겨서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게 낫지 않겠냐? 이 건만 잘 되면 너 오라는데 넘쳐나요.”
김 전 감독의 혀가 뱀처럼 움직였다.
“감독님.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오일성이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가 당장 돈이 급한 것은 맞았다. 그래서 그 틈을 김 전 감독이 파고든 것이었고 그 제안에 혹한 것도 맞았다.
하지만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오일성이. 정말 이러기야? 내가 지금까지 널 얼마나 예뻐하고 잘못들도 눈감아줬는데? 이거 하나 못 해줘? 너만 딱 눈감고 해주면 돼. 이미 다른 애들은 다 하기로 했어.”
“정말입니까?”
문자 투표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받기 때문에 직접적인 조작은 힘들었다.
하지만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하는 일.
나중에 누가 원본 데이터를 뒤져보면 들통날 일이었다.
“그래. 로우 데이터는 아주 우연한 사고로 다 폐기될 거야. 그럼 네가 들킬 일은 없지.”
오일성의 얼굴에 갈등이 떠올랐다.
“제 손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뭐 그렇겠지.”
어느 정도 고민하는 듯했던 오일성이 승낙을 하자 김 전 감독의 얼굴에 기쁨이 피어올랐다.
오일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꾹 감았다.
“저는 아무것도 못 본 겁니다. 그리고 로우 데이터는 잘 처리해주시고요.”
“물론이야.”
오일성의 자리에 앉은 김 전 감독이 능숙한 손길로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다.
“하. 이게 말이나 되는 투표수야?”
모니터에는 지금까지 들어온 시청자 득표가 표시되고 있었는데 일위와 이위의 득표수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자릿수가 달라도 한참 다른 수. 만약 조작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절대 서인수가 이길 수 없는 격차였다.
“너무 압도적이면 티가 날 수 있으니 아슬아슬하게 바꿔야겠다.”
세 명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김서준과 서인수의 일대일 대결이었으면 조작을 하기도 어려운 숫자.
하지만 세 명이면 비슷하게 투표를 나눠줄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흐음.”
김 전 감독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로우 데이터에서 받은 숫자를 디스플레이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손길 역시 가벼웠다.
프로그램에 수치를 입력하는 데 집중하고 있을 때.
컨트롤 룸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을 김 전 감독은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가 되었다.
“헉.”
김 전 감독의 옆에 서 있던 오일성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아직은 어려 보이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카메라맨과 양수찬 감독이 자리하고 있었다.
“누구야?”
들려오는 소리에 열심히 수치를 조작하던 김 전 감독이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돌렸다.
이미 방송 스케쥴과 인력배치표를 받아봤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컨트롤 룸에 오일성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누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양수찬 감독을 발견한 김 전 감독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뒤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니. 이게 도대체···.”
지이잉
게다가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
김서준의 연주가 끝났을 때.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도 김서준이 만들어낸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관객들이 태반이었다.
폭풍처럼 몰아칠 때는 마음이 일엽편주와 같이 떨렸으며 애절한 소절에서는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노래는 끝났지만, 아직 관객들은 그들의 귀에 노래가 들리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탁.
그때 뒤편의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CREDIT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크레딧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의 눈이 스크린으로 향했다.
노래 – 김서준
기타 – 김서준
베이스 – 김서준
일렉기타 – 김서준
건반 – 김서준
드럼 – 김서준
편곡 – 김서준
녹음 – 김서준
우와아아아아아!
처음에는 크레딧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던 관객들도 얼마 지나자 그 뜻을 이해했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우레와도 같은 함성.
지금까지 우레와도 같은 함성이라 하면 상투적인 비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이 함성은 정말 우레와도 같은 함성이었다.
김서준이 허리를 굽혀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박수는 오랫동안 끊이지 않았다.
얀센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대견함이 자리하고 있었고 다른 심사위원들의 얼굴에는 크나큰 경악이 자리하고 있었다.
‘원맨밴드?’
설마 이렇게 중요한 무대에 원맨밴드라는 숙제를 해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해냈다.
세션 하나하나가 전문 세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했다.
게다가 원맨밴드의 장점 역시 명확하게 잘 드러났다.
하나하나의 세션이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어우러졌다.
“이거 평가에 의미가 있을까 싶네.”
이성환의 중얼거림에 김인아와 박지연 역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평가 자격이 있나 싶네요.”
특히 박지연은 얼굴에 씁쓸한 미소까지 지었다.
OST의 여왕이라 불리는 그녀였지만, 지금 김서준의 모습 앞에서 부끄러워졌다.
‘아직 어린 서준이도 도전하는데 나는···.’
OST의 여왕이라 불리고 있지만, 그것은 현실에 안주한 대가다.
그녀가 원하던 음악, 그녀가 하고 싶던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김서준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으로 모든 사람의 찬사를 끌어냈다.
부끄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조감독 네가 여긴 어떻게···.”
“조감독이라니. 감독 단지가 언젠데.”
양수찬이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김 전 감독을 노려봤다.
“진짜 추하게 물러난 것도 모자라서 이제 더 추한 짓을 하려고 하네.”
“이익···.”
김 전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마치 이 모든 것이 잘 짜인 하나의 극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휙 돌려 오일성을 바라보자 오일성은 그의 눈을 피한 채 딴청을 피웠다.
‘노렸군.’
어쩐지 제 손으로 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준다 했다.
처음부터 자신을 노리고 함정을 판 것이 분명했다.
“조감독 아니 양 감독.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주게.”
“미쳤습니까? 이건 범죄입니다. 아시죠?”
양수찬의 얼굴에는 한 점 망설임이 없었다.
“크윽.”
진퇴양난이었다. 카메라가 찍고 있었기 때문에 발뺌은 통하지 않았다.
‘이대로 끝내면 뮤뱅엔터에서 제안한 자리도 없어진다. 분명 다른 사람들도 모르는 척할 것이 분명한데···.’
독박이다.
이대로 가면 독박으로 자신 혼자 죽을 것이 분명했다.
“양 감독 딜하자. 지금 내가 이거 손만 놀리면 데이터 다 지울 수 있어. 그럼 방송사고야 알지? 마지막에 와서 방송사고 내고 싶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천문학적인 배상이 나갈 텐데.”
“어차피 나는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야.”
김 전 감독은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양수찬의 얼굴에는 그 어떤 동요도 없었다.
“재미있네요. 분명 저 사람 혼자 한 건 아니겠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소년. 아니 이인영이 웃으며 물었다.
“그런 거 같습니다. 저 사람은 절대 혼자서 뭘 꾸밀 사람은 아닙니다. 분명 사주를 받은 겁니다.”
김 전 감독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직은 어린, 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에게 양수찬이 존댓말을 하는 상황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누구지?’
누굴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쉽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방송 틀어주세요.”
“네.”
웃음을 잃지 않은 이인영의 말에 양수찬이 컨트롤 룸 뒤에 붙어 있는 TV를 켰다.
TV에서는 메인 MC인 김성후와 함께 심사위원들 그리고 최후의 삼인이 무대에 올라 있었다.
마지막 문자 투표 집계만 남은 상황이었다.
그 모습에 김 전 감독이 얼굴을 푸들푸들 떨며 웃음을 지었다.
“빨리 선택하쇼. 날 그냥 보내주고 없었던 셈 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방송사고 내고 모두 같이 죽던지.”
“성질이 급하시네. 계속 봐봐요.”
이인영의 말에 김 전 감독이 TV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TV에서는 김성후 아나운서의 긴장 어린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대망의 슈퍼보이스 코리아 최종무대. 과연 그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승자에게는 상금 일억 원과 중형 자동차 그리고 앨범제작비용 전액이 지원됩니다.”
참가자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지나가고 이내 평온한 표정의 김서준이 비쳤다.
“최종심사는 공정성을 위해 백 퍼센트 시청자 투표로 결정됩니다. 공연 도중에 투표를 받았으며 지금 그 결과를 종합하고 있습니다. 아! 연락이 왔습니다. 합계가 끝났다고 합니다.”
관객석을 돌아본 김성후 아나운서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소리쳤다.
“마···. 말도 안 돼!”
김 전 감독이 화들짝 놀라 컨트롤 룸의 컴퓨터를 바라봤다.
분명 프로그램은 자신이 만지고 있었는데 어디서 집계가 끝났단 말인가?
“이미 본부장이 다 불었어.”
“뭐?”
하늘이 노랗게 변하며 어지러움이 찾아온 김 전 감독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미 다 불었다고. 너 빼고 모든 직원이. 제 살길들은 다 잘 찾은 거지. 좋은 선택이야. 앞으로 승진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목은 날아가지 않을 테니까.”
이인영의 말에 김 전 감독이 몸을 파르르 떨며 소리치듯 물었다.
“너는···. 아니 그쪽은 누구십니까? 누구시길래···.”
이 모든 일에 원흉이 있다면. 자신이 감독에서 잘린 것부터. 그리고 지금 이 비참한 상황이 된 것에 원흉이 있다면.
바로 눈앞의 소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제가 누군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으신데요.”
이인영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딱 봐도 높은 분의 자제 같으신데 왜 이런 일에 끼어드시는지···.”
정치로 살아남았던 김 전 감독이다. 눈앞의 이인영이 아주 높은 사람의 자제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그렇게 높은 사람이 왜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을 잘 봐가면서 협잡질을 해야지요. 지금 저 무대에 누가 서 있는지 알아요?”
김 전 감독이 떨리는 눈으로 티브이를 바라봤다.
서인수와 김범중 그리고 김서준.
‘서인수는 아니야. 김범중도 그냥 가난한 대학생일 뿐인데···. 김서준? 김서준은 더 가난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가 아는 김서준은 지방에서 극히 가난한 집안이 아들이었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였다.
“모르나 보네? 모르니까 했겠지. 무지는 죄가 아니나, 우리 형을 공격하려 한 건 죄가 되지. 상무 삼촌.”
“어떻게 할까.”
멋들어지게 수염을 기르고 포마드로 머리를 뒤로 넘긴 중년인이 이인영의 옆으로 다가왔다.
“법대로 하죠. 전 감독은 경찰에 인계하고 이 일에 연루된 사람은 잘못의 경중에 따라 처리해주세요.”
“그러지.”
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이번 일의 배후가 그 어디랬지? 뮤뱅엔터?”
“그래. 그래도 이쪽 판에서는 꽤 큰 회사다.”
꽤 큰 회사라는 말에도 이인영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제가 책임지고 할머니 설득할게요. 앞으로 우리 한성은 뮤뱅엔터와 그 어떤 거래나 협업을 하지 않도록 하지요. 그리고 뮤뱅엔터와 조금이라도 엮이는 곳에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한다고 전해주세요.”
끝이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김 전 감독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지러운 와중에도 김 전 감독의 귀에는 TV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투표 결과를 발표합니다! 십 대 투표율 1위 김서준! 이십 대 투표율 1위 김서준! 삼십 대 투표율 1위 김서준! 사십 대 이상 투표율 1위 김서준! 전체 백이십만오천사십 표 중 구십팔만칠천이십 표를 받은 김서준 참가자가 최종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와아아아!
다시 한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압도적이었다.
압도적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1의 막이 내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