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40
음악천재 재벌3세 40화
음악천재 재벌3세 40화
수능이 끝난 길거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핸드폰 대리점을 비롯해 각 상점에서는 수능 수험표를 지참할 시 할인 행사 문구를 붙여 놓았다.
“엄마 나 핸드폰 바꿔줘!”
“또? 바꿔봤자 뭐해? 별로 다르지도 않은데.”
이제 막 수능을 본 수험생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핸드폰 대리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모님들은 말은 또 바꾸냐고 꾸중했지만, 갓 수능을 본 자녀들의 손에 이끌려 대리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사 잘 되네. 나도 핸드폰이나 바꿔 달라고 할까?”
대리점 앞에서 떡볶이 코트를 입은 채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송유연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약속 시각이 지났건만 이혜림은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하여간. 수능 끝났으면 빨리 자라니까. 또 컴퓨터 하느라 안 잤겠지.”
추웠는지 송유연은 손을 쓱쓱 비빈 뒤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던 그녀의 눈에 대리점에서 틀어 놓은 TV가 눈에 들어왔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화면은 또렷하게 보였다.
“어?”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던 TV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서준이?”
딸랑
“어서 오세요.”
송유연은 TV 소리까지 듣기 위해 대리점으로 들어갔다.
대리점 직원이 반갑게 맞이했지만, 송유연의 눈과 귀는 오직 TV를 향해있었다.
“이번 수능 난이도는 어땠습니까?”
“국어는 쉬웠고 수리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평이했던 것 같군요.”
간단한 질문이 이어진 뒤.
“슈퍼보이스 코리아 우승 이후 보이지 않아 논란이 많았던 거로 알고 있는데 수능을 보기 위해 그러신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번 수능에 응시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이 이어졌고 김서준은 짧게 짧게 대답했다.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에서는 당당함이 느껴졌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슈퍼보이스 코리아 모르세요? 김서준이 거기서 일등 했잖아요.”
몰랐다.
수능 공부를 위해 아예 모든 매체와 담을 쌓고 지낸 송유연이었다.
이런 유명한 말이 있었다. 1999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맞은 오승은씨는 H.O.T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H.O.T가 뭐죠?”라고 답변한 일이 있었다.
물론 송유연이 오승은과 같은 만점자는 아니었으나, 그때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나저나 핸드폰 사러 오셨어요?”
“아! 아닙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송유연이 급히 대리점 밖으로 나왔다.
“뭐야?”
대리점 직원은 그런 송유연을 보고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
성북동 자택이 오랜만에 사람으로 붐볐다.
김서준과 김태군 내외는 물론이고 송혜령과 이인영도 성북동 자택을 방문했다.
“태군이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송회장님.”
김태군의 예의바른 인사에 송혜령 회장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예전처럼 편하게 해.”
“차차 그러겠습니다.”
김태군이 집을 나가기 전 까지는 송혜령과 김태군은 꽤 친했었다.
송혜령은 김태군을 아들같이 대해줬고 김태군도 송혜령을 고모처럼 따랐다.
하지만 김태군이 집을 뛰쳐나간지 어느덧 십칠년이 흐른 뒤였다.
아직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형!”
송혜령 회장과 함께 온 이인영이 김서준의 옆에 딱 달라붙었다.
“형. 인터뷰 잘 봤어! 노린 거야?”
“아니. 노리긴 뭘 노려. 우연이야.”
“와! 될 사람은 된다더니 형은 진짜 될 사람이네.”
이인영은 진심으로 놀랐다. 될 사람은 된다더니 다시 인터넷 포털과 카페 등 여론은 김서준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이후 자취를 감춰 어느 정도 조용해졌던 것이 무색해질 만큼의 화력이었다.
게다가 그걸 의도한 것도 아니고 우연이라니.
정말 될 사람이었다.
“모두 식사하지.”
이인영이 빛나는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보고 있을 때 김건환 회장이 의자에 앉았다.
“서준아. 시험은 잘 봤느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럼. 최선은 다해야지. 그런데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잘 했냐는 것이다.”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건환 회장이 말하는 의도를 파악한 것이다.
“아마 내기에서는 제가 이길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허허.”
“정말이니?”
김건환 회장은 작게 웃음 지었고 송혜령 회장은 깜짝 놀라 김서준을 바라봤다.
김태군과 강길옥은 제 아들이 김건환과 무슨 내기를 했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이제와 내기를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대도 다 같은 한국대는 아니다. 알고 있지?”
김서준이 씩 웃었다.
“당연하죠.”
너무 당연하게 대답하는 김서준을 보며 김건환 회장은 내심 당황했다.
‘진짜 잘 본건가?’
“서준아. 김회장이랑 내기했다며? 이기면 뭐해달라고 할 거야?”
송혜령 회장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요.”
“얘는. 얼굴에 이겼다고 다 쓰여 있는데 뭘 겸양하고 그러니.”
송혜령 회장의 말은 진심이었다. 김서준의 얼굴에는 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흠흠.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송혜령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서준이는 이제 뭐 할 거야? 수능도 끝났겠다. 곧 원서도 쓰겠다. 원서 쓰고 나면 대학 발표까지 시간이 좀 남을 텐데?”
“미국에 갈까 합니다.”
미국이라는 말에 김건환 회장이 김서준을 바라봤다.
또 이 녀석이 무슨 일을 꾸미는 것인가 하는 눈빛이다.
“미국은 왜?”
“투자를 좀 하려고 합니다.”
투자라는 말에 김건환 회장의 눈이 빛났다.
*
요즘 재벌가에는 기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아니. 너는 성적이 이것밖에 안 돼?”
“이 정도면 잘하잖아요.”
“아니? 그래도 이 녀석이? 삼신그룹 손자는 녀석아 나이도 어린데 벌써 한국대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잘한 것이라고?”
재벌 3세들에 대한 교육 열풍이 분 것이다.
본래도 재벌가들은 자식 교육에 힘썼다. 그랬기에 재벌 2세까지는 빡빡하게 공부를 시켰고 한국대를 졸업하게 했다.
하지만 재벌3세로 내려오면서 그런 분위기는 조금씩 희석되었다.
굳이 한국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면 해결이 되었다.
국내 유수 대학에는 귀국 자녀 특별전형이라든지 글로벌 전형 등 재벌 3세들이 들어갈 편법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을 벌고 기업을 성장시키기에 바빴던 재벌 1세와 2세와는 달리 3세들은 그 부를 누리며 자라온 세대.
공부에 열을 올릴리 만무했다.
“아! 공부 한다고요! 유학 가면 될 거 아니에요. 저 유학 보내주세요.”
“뭐? 유학? 이것이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아이고 머리야!”
“아! 제가 김서준도 아닌데 왜 저한테 그래요?”
“이것이 그래도 뭐 잘했다고. 오늘 매 좀 맞아야겠다.”
“아악!”
이런 일 뿐만 아니었다.
“저 학교 그만두겠습니다.”
“뭐?”
“제 적성은 음악 같습니다. 오늘부터 음악을 하겠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머리를 벌겋게 물들이고 오는 재벌 3세들도 있었다.
“학교 그만두겠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나는 너같은 새끼 자식으로 둔 적 없다. 어디 되도 않는 음악을 한다고 난리야! 당장 머리 안 밀고 와?”
“아버지! 삼신 그룹의 김서준을 보십시오! 저도 김서준처럼 으아아악!”
“너 죽고 나 죽자! 이놈이 김서준처럼 되려면 공부를 밤낮으로 붙잡아도 모자랄 판에 뭐 음악? 음아아아아악?”
이러한 일들이 꽤 오래 지속되었다는 후문이었다.
모두 김서준으로부터 시작된 나비효과였고 다른 재벌 3세들이 보지도 못한 김서준을 증오하거나 존경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학부모들과 다른 재벌 3세들이 지지고 볶고 있을 때 김서준은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전생의 기억과 이 당시 인천 국제공항의 모습은 차이가 있었다.
2001년에 개항한 이후 아직 2단계와 3단계 확장은 물론 제2여객터미널의 확장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우와···. 여기가 공항이구나.”
“흠흠.”
김서준의 뒤로 이은지와 소영신 그리고 이소연이 따랐다.
이은지는 대놓고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둘러봤고 소영신 역시 대놓고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힐끔힐끔 주변을 살피는 모양새였다.
“촌티나게 좀 그러지 마세요. 누가보면 비행기 처음 타보는 줄 알겠네요.”
“나 처음이야.”
소영신이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다.
한국대를 졸업한 이후 취업을 위해 공부에 매진했고 그 이후에는 삼신에 취업해서 해외는 나갈 틈도 없이 일만했던 소영신이었다.
당연히 비행기를 탄 경험도 없었다.
“심지어 수학여행도 경주였다고. 다른 학교들은 다 제주도 가는데 말야.”
소영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은지야. 너도 처음이니?”
“네. 언니.”
이은지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도 처음이시죠?”
“네. 처음입니다.”
물론 전생에선 수도 없이 탔었다. 전생에 김서준이 업무에는 해외 법인들을 감시하는 일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삶에서는 처음이었다.
처음이라는 말을 들은 이소연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다들 그거 알아요?”
“뭐···. 뭘?”
“네?”
소영신과 이은지가 약간은 긴장한 얼굴로 이소연을 바라봤다.
“비행기 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해요.”
흠칫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말에 소영신이 흠칫하며 이소연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 장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소연의 얼굴은 진지해 보였다.
“설마 몰라요?”
“하.하.하. 소연이도 참.”
소영신이 어색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안 속나?’
그냥 던져본 말이었기에 속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짐부터 부치시지요.”
이천년대 중반의 인천공항은 전생처럼 북적이지는 않았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은 꽤 있었으나 전생에 북적거리는 인천공항을 생각해 본다면 한가로운 편이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게다가 자동 체크인 키오스크 같은 스마트 시스템도 없었기 때문에 모두 손으로 해야만 했다.
‘빨리 일을 진행해야겠군.’
이 모든 불편함은 스마트폰이 나오면 해결될 문제였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이것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경험과 삶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건 기내에 들고 타실 수 없어요.”
“네?”
기타를 들고 탈 수 없다는 말에 이은지가 울상이 되었다.
“수화물로 부탁드립니다.”
이은지는 이번 미국행에 자신이 따라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않았다.
‘이제 슬슬 활동해야지.’
이은지는 타고난 뮤지션이었다. 아마 시간만 충분히 준다면 전생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음원 차트를 휩쓸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궁금했다.
과연 그녀가 얀센과 작업해본다면? 굳이 얀센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유명 가수들을 본다면?
더욱 무시무시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었다.
‘궁금하네.’
과연 그녀가 어디까지 자랄 것인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미국행에 이은지를 참여시킨 김서준이다.
수화물을 맡기고 라운지에서 간단히 식사한 일행의 귀에 안내 방송이 들렸다.
“로스엔젤레스행 대한항공 A30BL편을 타시는 승객께서는 7번 게이트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가죠.”
평소와 똑같은 표정으로 김서준이 앞장서자 그 뒤를 일행이 따랐다.
‘긴장도 안 되시나?’
소영신은 김서준을 힐끗 바라보았다. 분명 비행기가 처음일 텐데 자신과 다르게 김서준에게서는 긴장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환영합니다. 퍼스트 클래스부터 입장 도와드리겠습니다. 여권하고 티켓 보여주시겠어요?”
승무원의 친절한 미소에 잠시 넋을 놓은 소영신이 급히 주머니에서 여권과 티켓을 꺼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승무원의 안내를 받아 비행기로 들어가려는 그 순간.
“풋.”
뒤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선배. 진짜 신발을 벗으면 푸하하하.”
“야! 너!”
신발을 벗어서 손에 들려 허리를 굽힌 소영신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똑같이 신발을 벗기 위해 몸을 굽히려던 이은지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허리를 폈다.
‘대표! 대표님은?’
자신보다 먼저 들어간 김서준을 찾아 눈을 돌린 소영신.
하지만 김서준은 너무나 여유롭게 신발을 신고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결국 신발을 벗은 것은 자신 혼자뿐이라는 것을 안 소영신이 시뻘게진 얼굴로 신발을 다시 신었다.
“두고 보자.”
“그러시든지요. 푸하하.”
이소연의 웃음과 함께.
그들의 미국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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