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41
음악천재 재벌3세 41화
음악천재 재벌3세 41화
“크리스.”
“얀센 감독님. 오셨어요?”
크리스의 모습은 얀센이 떠날 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늘 하던 그대로 연습실 한켠에서 기타와 함께 앉아 있는 크리스를 보며 얀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크리스. 나가서 사람들 좀 만나고 그래야지. 뮤지션이 방구석에만 있어도 좋지 않아.”
“나가도 할 것도 없는걸요. 귀찮게 하는 사람들만 있지.”
크리스는 앨범을 내지는 않았지만 이미 LA의 연예계에서는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 유명인사였다. 하지만 그 유명세와는 걸맞지 않게 두문불출하는 삶을 살았다.
수많은 연예인과 명사들이 파티에 크리스를 초대하고자 했지만, 크리스는 늘 그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얼마나 거절을 많이 했으면 자신이 LA의 권력자임을 증명하고 싶으면 크리스를 초대해봐라. 크리스가 군말 없이 파티에 나온다면 그게 진짜 권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나보다 더 심한 녀석이야.”
젊은 날의 얀센도 사람들과 데면데면하기로 유명했지만, 크리스 정도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아시아에 가신 일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별 관심 없는 척하더니 크리스도 관심이 있었나 보군.”
“관심이라기보다는 감독님이 꽤 오래 자리를 비우시지 않았습니까?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도 같이 사는 사람이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면 궁금해 할 겁니다.”
“그런가?”
“네. 두 달을 넘게 비우셨습니다.”
얀센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다시 한번 크리스 자네에게 묻지. 자네는 음악의 천재가 있다고 생각하나?”
한국에 가기 전과 똑같은 질문이었다.
크리스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얀센이 하는 질문에는 늘 뜻이 숨겨져 있었다.
“제 생각은 아직도 같습니다. 천재는 없습니다. 다만 노력하는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생각이 길어졌다고 크리스의 대답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아마 이번에 자네의 생각이 바뀔 것 같군. 분명 천재는 있네. 그리고 나는 한국에서 그 천재를 보았고.”
크리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얀센과 평행선을 그리는 의견 차이였다. 그러나 이내 얀센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아차린 크리스가 되물었다.
“그가 한국에서 옵니까? 같이 오지 않은 것으로 봐서 따라오지 않은 것으로 알았는데요. 비록 감독님의 마음에 들었다고는 해도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튜디오는 같이 쓰지 않을 겁니다.”
“그럴 일은 없을 걸세.”
크리스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무슨 뜻입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걸세. 그가 날 따라오지 않았으니 자네와 연습실을 같이 쓸 일은 없을 거야.”
무표정에 가깝던 크리스의 얼굴에 파문이 일었다. 설마 얀센의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다.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군요. 천재는 믿지 않지만, 감독님이 말하는 천재가 누구인지 궁금했거든요.”
“하하하. 그것도 곧 알게 될 걸세.”
크리스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도대체 얀센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크리스. 나와 함께 공항에 잠깐 가지 않겠는가?”
*
11시간이 넘는 비행이었지만 일행의 표정은 밝고 맑았다.
“퍼스트 클래스는 처음 타보는데, 이래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이코노미 타고 오면 죽을 듯 피곤한데 말이에요.”
“그러니까요. 푹 쉬다 나온 것처럼 개운해요.”
“저는 처음이라 잘···.”
비행기에서 내린 일행의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이코노미 경험이 있는 이소연은 처음 타보는 퍼스트 클래스에 감탄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은지와 소영신은 처음 타보는 비행기가 마냥 신기하고 좋았는지 얼굴에서 연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비행기에 대한 반응은 달랐지만, 똑같은 반응은 있었다.
“우와. 여기가 미국이구나. 말로만 들었는데···.”
“저도 미국은 처음이에요.”
“백인들이 참 많네요. 흑인도 있어요.”
모두 처음 보는 미국이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선배. 뭐해요?”
“아···. 아니야.”
특히 소영신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소영신은 수첩에 적어 온 영어회화를 보며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배운대로만 해요. 긴장만 안 하면 돼요.”
“아···. 알았다.”
소영신이 김서준을 힐끗 바라봤다. 분명 저 둘도 처음이라고 했는데 떨고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어 보였다.
김서준과 이소연이 먼저 입국심사를 끝내고 수화물을 받는 곳으로 나왔다.
“잘 하려나 모르겠네요. 허당끼가 있어서.”
미국의 입국심사는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특히 이때는 911테러가 발생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을 때였기에 더욱 심사가 까다로울 것이었다.
대답 한마디 잘못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이십여 분 정도 더 지났을 때. 입국심사장 자동문이 열리며 이은지와 소영신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이은지의 얼굴은 밝았으나 소영신의 얼굴에는 땀이 흥건했다.
“잘 했어?”
“네! 그다지 어렵지는 않던데요.”
밝게 말하는 이은지에 비해 소영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그렇게 험악하게 생겼나? 계속 테러리스트 아니냐고 물어봐서 혼쭐났네.”
“짐 찾아서 나가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요.”
컨베이어 벨트에서 짐을 찾은 뒤 대합장으로 향하는 일행의 귀에 김서준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운 와중에도 익숙한 단어는 곧바로 식별할 수 있었다.
“서준!”
그런 그들의 귀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얀센 감독님.”
김서준을 반갑게 맞은 사람은 얀센이었다. 다른 일행과 모두 악수를 한 뒤 얀센이 그의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인사하게. 여기는 내가 아끼는 뮤지션인 크리스네. 내 유일한 수제자라고 할 수 있지.”
“반갑습니다. 김서준입니다.”
“크리스입니다.”
김서준과 크리스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이 사람이 크리스구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김서준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 크리스는 가끔 잡지나 미디어에 얀센의 제자로 소개되기는 하지만 별 유명세는 없었다. 하지만 2011년에 데뷔한 후 빌보드 1위를 밥 먹듯이 차지하는 괴물로 성장한다.
“어? 얀센이다. 얀센이 입국장에는 무슨 일이지?”
“얀센? 우와 진짜 얀센이다.”
“크리스도 있어.”
“크리스? 크리스가 누군데?”
“얀센의 수제자잖아.”
얀센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김서준과 얀센은 괜찮았으나 이런 시선이 아직은 부담스러운 일행들은 꽤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이만 가지. 보는 눈이 많군.”
*
“우와 크다.”
얀센이 몰고 온 차는 꽤 컸다. 미니밴에 가까웠고 스타렉스보다 더욱 컸다.
일행이 들고 온 캐리어와 짐이 모두 들어가고도 공간이 꽤 여유로웠다.
아직 한국에는 연예인들을 제외하면 미니밴을 타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이은지는 미니밴의 곳곳을 살피며 탄성을 터뜨렸다.
“이렇게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네. 한국에서 자네가 내게 해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얀센은 아직도 김서준의 무대를 잊지 못했다. 만약 김서준의 수능 준비만 아니었으면 한국에 더 눌러앉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수능 준비에 매진하는 김서준을 방해할 수 없어 미리 미국에 돌아온 얀센이었다.
“그나저나. 자네 미국 일정이 어떻게 되나? 분명 나만 보기 위해 온 것은 아닐 것이고 말이야.”
얀센은 김서준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단순히 자신을 보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에 몇 군데 둘러볼 데가 있어서요. 그리고 얀센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부탁?”
얀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서준이 그에게 무엇을 부탁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던 것 있잖아요.”
“아!”
운전하던 얀센이 핸들을 치며 기억해냈다.
“그럼 이 소녀가 서준 자네가 말한 그 소녀?”
얀센과 김서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걸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은지가 눈을 멀똥멀똥 뜨며 바라봤다.
“네. 맞습니다. 제가 선약을 처리하고 오는 동안 그녀의 음악을 봐주셨으면 해요.”
“서준 자네가 그 정도로 말할 정도라면 분명 뛰어난 소녀겠지. 좋아. 그렇게 하겠네.”
얀센이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김서준은 절대 입에 발린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김서준이 칭찬한 소녀라면 분명 대단할 것이다.
천재적인 뮤지션을 보는 것은 늘 기분 좋은 일.
타성에 젖어있을지 모르는 그와 크리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었다.
빠아아앙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들이 타고 있는 차는 고작 몇 미터 앞으로 나아간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사방에서 크락션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무언가 낯이 익었다. 한참 생각을 해보니 왜 낯이 익었는지 기억이 났다.
‘LALA LAND.’
지금 그들이 멈춰 있는 곳은 전생에 유명했던 뮤지컬 영화 LALA LAND의 오프닝 촬영지였다.
“L.A’s 105 and 110 freeways.”
L.A’s 105 and 110 freeways는 LA국제공항의 동쪽 105, 110번 고속도로가 만나는 나들목이었다.
LA는 미국 전역을 모두 통틀더라도 가장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으로 꼽히는데 그곳에서도 교통체증의 지옥이라 불리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렇게 막히는 곳을 실제로 통제하고 찍었다니.’
두 눈으로 직접 보니 할리우드의 자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체감이 되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막힌 도로를 보니 음악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음악이라는 말에 얀센과 크리스의 눈이 빛났다.
“음악 생각이라니. 조금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나?”
“막혀있는 도로에서 이루어지는 뮤지컬 음악을 생각했습니다.”
머릿속에 떠올랐던 기억을 말하자 잠시 적막이 흘렀다.
‘괜찮겠지.’
김서준이 알기로 라라랜드의 감독인 데미언 샤젤은 아직 할리우드에 나타나기 전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과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먼. 하하하.”
어색함을 깨기 위해 얀센이 크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놀랍군.’
크리스는 김서준의 생각에 꽤 놀랐다.
음악이라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이 그랬다.
똑같은 풍경. 똑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반응이 달랐다.
얼마 전 얀센의 사무실을 찾아온 프랑스 출신의 젊은 감독 지망생이 생각났다.
‘데미언 샤젤.’
얀센과 크리스는 그의 뛰어남을 바로 알아봤다. 비록 그가 뮤지션은 아니었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그들은 데미언 샤젤의 재능을 알아보았다.
“서준. 자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 참으로 많네. 가능하다면 LA에서 최대한 시간을 내주었으면 좋겠군.”
“물론입니다. 일을 마치는 대로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김서준의 확답에 얀센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
이은지를 LA에 남겨둔 채 김서준과 소영신, 이소연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이미 연락이 간 상태였는지 실리콘밸리 초입에 루빈과 드레이크가 김서준과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준. 실리콘밸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루빈이 과장된 몸짓으로 인사를 하며 서준과 일행을 반겼다.
“실리콘밸리에 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전생에 와봤으나 이번 생은 아니었다.
“그럼. 절 따라오세요. 실리콘 밸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서준이 전주를 소개해줬으니 실리콘밸리는 저에게 맡기시지요.”
루빈과 드레이크가 앞장섰다.
그들을 따라 실리콘밸리를 도는 동안 김서준의 눈은 계속 주변을 살폈다.
공기 같아서 깨닫지도 못했던 기업들이 실리콘 밸리에 벤처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은 작은 벤처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기업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황금을 순풍순풍 낳을 것이다.
‘조만간 기회가 오겠네.’
지금 당장은 돈을 투자한 곳이 많아서 어쩔 수 없지만 얼마 후면 기회가 찾아온다.
2008년 전 세계를 흔든 금융위기.
위기는 아는 사람에게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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