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42
음악천재 재벌3세 42화
음악천재 재벌3세 42화
김서준은 루빈의 안내를 받아 안드로이드사 인근을 둘러봤다.
과연 IT 벤처들의 산실답게 수많은 벤처기업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은 여독이 있으실 테니 이만 호텔로 모실게요.”
당장 오늘은 급한 일은 없었기에 일행은 호텔로 향했다.
호화스럽지 않은, 실용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실리콘 밸리의 정신을 말하듯 호텔은 화려하지 않고 실용적이면서도 깔끔했다.
“내일 아침에 올게요. 푹 쉬세요.”
루빈과 드레이크가 웃으며 돌아갔고 일행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각자의 객실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가 짐을 푼 소영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밖으로 나왔다.
피곤하다고 한들 벌써 잠들기는 싫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샌프란시스코의 바람을 더 느끼고 싶었다.
첫 해외여행이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 15년이 흘렀지만, 소영신에게 해외여행은 남의 떡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 해외여행은 꿈도 꾸기 힘들었고 대학에 간 이후에는 필사적으로 공부와 알바를 병행했던 터라 남들이 한 번쯤은 다 가는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공부해서 삼신 그룹 전략기획실에 입사했다.
그때부터 여행은 더더욱 소영신과 멀어졌다.
“별 경험을 다 해보네.”
소영신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김서준을 만난 이후 그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12월의 샌프란시스코는 선선했다.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했기 때문에 불어오는 바람은 소영신의 머리를 절로 맑게 해주었다.
소영신이 호텔 주변의 산책로를 돌고 있을 때. 검은 양복을 입은 백인 몇 명이 소영신에게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한국에서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영어에 내심 당황했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은 문장이었고 국내에서 오래 공부해온 영어 덕분인지 어느 정도 들어먹을 수는 있었다.
“맞습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만?”
일단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소영신은 그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비지니스 문제로 논의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비지니스?”
실리콘 밸리에서 루빈과 드레이크를 제외하고 비지니스를 논할 사람이 또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보스입니까?”
‘뭐야?’
소영신이 미간을 좁혔다. 비지니스를 논하러 왔으면서 누가 보스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니.
“난 보스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상대 양복쟁이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혹시 영어를 잘하지 못합니까? 통역을 부를까요?”
‘이것들이···.’
“난 보스가 아닙니다.”
마음 같아서는 유창하게 설명하고 싶었으나 그럴 영어 실력이 되지는 않았다.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결국 소영신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출국 전 로밍 전용 휴대전화로 대여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김서준과 이소연에게 연락하는 것은 무리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을 받은 김서준과 이소연이 호텔 밖으로 내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저들이 다짜고짜 찾아와서 대표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소영신의 말에 김서준이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을 바라봤다.
사내들의 표정은 거만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비굴하지도 않았다.
위치가 사람을 어느 정도 만드는 법이었다.
저들의 태도와 풍기는 기세에서 저들이 꽤 큰 회사의 직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날 찾았다고요?”
김서준의 말에 양복인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우릴 속이는 건가?’
동양인들은 권모술수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 자신들을 속이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김서준의 뒤편에 서 있는 소영신과 이소연의 자세에서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설마 이렇게 젊으신 분이 보스일 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사과는 빨랐다.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고개를 숙이며 김서준에게 인사했다.
고개를 숙이는 것은 서양식 사과법이 아니다. 그걸로 보아 이들이 동양의 예법을 많이 공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날 찾은 이유를 말해 보시지요.”
“모시겠습니다.”
그들은 호텔 근처에 있는 카페로 김서준 일행을 이끌었다.
이미 준비를 해놓았는지 카페에는 그들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손님도 없었다.
“사업 이야기라 듣는 귀는 적을수록 좋을 것 같았습니다. 혹시 불편하신지?”
“아닙니다.”
김서준도 이게 편했다. 괜히 주변이 시끄러우면 집중하는 데 방해만 된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구글사의 시미트입니다.”
시미트가 김서준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SJ인베스트의 대표 김서준입니다.”
‘구글이라.’
생각보다 빨랐다. 분명 구글에서 접근할 것으로 생각했다.
전생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
아마 김서준이라는 변수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안드로이드를 인수했을 것이다.
물론 김서준이 인터셉트했지만 말이다.
“설마 동양에서 안드로이드를 인수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가 팔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삼신 전자나 소니에서 인수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
시미트의 말은 진심이었다. 지금 이 시대에 동양에서 가장 유명한 전자회사라고 하면 일본의 소니와 한국의 삼신 전자였다.
“모두 그렇게 생각하겠지요.”
김서준의 얼굴을 본 시미트는 생각이 많아졌다.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샀을까? 과연 안드로이드의 가치는 알고 있을까?’
만약 상대가 안드로이드의 가치를 모른다면 싼 가격에 지분을 인수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쉽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우리 구글사는 안드로이드의 지분을 원합니다.”
먼저 루빈에게 접근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 루빈과 드레이크가 들고 있는 지분이 51% 그리고 김서준이 들고 있는 지분이 49%다.
루빈은 안드로이드사의 경영권을 위해 당장은 51퍼센트의 지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지분을 팔게 된다면 김서준의 지분이 루빈과 드레이크의 그것을 넘어서게 되니까.
게다가 김서준에게 지분을 팔며 마련한 자금이 있으므로 당분간은 그 생각을 유지할 것이었다.
그랬기에 구글이 노릴 수 있는 지분은 김서준이 가지고 있는 지분이 전부였다.
“지분이라···.”
김서준이 말을 끌었다. 김서준의 반응이 미적지근 하자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시미트였다.
“안드로이드사에 지급한 것보다 후하게 인수하겠습니다.”
“거절하겠습니다.”
“으음. 귀사는 투자 전문회사가 아닙니까? 투자 전문회사라면 지금 큰 이득을 취할 기회입니다.”
시미트의 표정이 굳었다. 김서준의 표정을 보니 단순히 몸값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안드로이드가 가지는 의미를 알고 계십니까? 혹시 몸값을 높이기 위함이라면 원하는 가격을 말해보십시오. 최대한 맞춰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은 이야기가 안 될 것 같군요.”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지분을 파는 것은 모자란 짓이었다.
물론 나중에는 지분 중 일부를 처분할 예정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 지분을 파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었다.
*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소영신이 물었다.
“구글이라면 요즘 주가를 올리는 회사 아닙니까? 올해에 국내에도 포털을 런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맞습니다.”
2005년 말에 구글은 구글 코리아를 런칭했다.
하지만 한국의 시장은 달랐다. 당장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검색포털 두 곳을 넘지 못하고 점유율은 바닥을 기고 있었다.
이러한 양상은 앞으로도 계속되다가 201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구글에서 한국 포털의 대부분을 잠식한다.
물론 그 바탕에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구글의 전략이 있었다.
“지금 지분을 처분하면 자본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 텐데 왜 거부하신 겁니까?”
소영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지분을 모두 처분하지 않더라도 일부분을 처리한다면 다른 곳에 투자를 더 할 수 있을 자금이 확보된다.
“이제 곧 알게 될 겁니다. 그게 제가 미국에 온 이유니까요.”
확신에 찬 김서준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소영신은 더 묻지 않았다.
이미 그간 김서준의 능력을 보았기 때문에 의심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다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
날이 밝고 김서준과 일행은 안드로이드사를 방문했다.
김서준에게 지분을 판매한 이후 얻은 자금을 바탕으로 안드로이드사의 모습은 나날이 바뀌고 있었다.
“모두 서준이 투자해준 덕분입니다. 원래 사무실은 차고를 개조해서 만든 곳이었거든요. 인터넷도 잘 안돼서 곤욕이었습니다.”
루빈과 드레이크는 헤벌쭉 웃고 있었다.
가장 이상적인 투자였다.
단순히 돈만 투자받는 것이 아닌 안드로이드의 가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에게 투자받는 것.
그들이 늘 꿈꿔왔던 일이었다.
“먼저 안드로이드를 한 번 보시죠. 서준이 올 때를 기다리며 계속 버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루빈의 얼굴에는 희열이 가득했다. 아직 베타버전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열정을 다해 만든 안드로이드를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처음 보여주는 것이다.
루빈이 애뮬레이터를 실행해서 안드로이드를 실행했다.
버벅대기는 했으나 낯익은 로고가 뜨며 안드로이드가 실행되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어플리케이션을 시연하는 루빈.
그의 얼굴에는 기쁨과 함께 기대감이 가득했다.
과연 김서준이 이것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했다.
“대단합니다. 앞으로 모든 사람이 손에 안드로이드를 들고 다니게 될 겁니다.”
김서준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마치 칭찬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환한 웃음을 짓는 루빈.
“그럼 이제 회의를 해볼까요?”
회의라는 말에 루빈과 드레이크는 물론이고 안드로이드사 직원들의 얼굴에 살짝 긴장감이 떠올랐다.
김서준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지분의 49퍼센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였다.
김서준의 의견이 앞으로 안드로이드의 운명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먼저 지금 상황에 대해 말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회의실에 들어온 김서준은 미리 준비한 자료를 안드로이드사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자료를 본 안드로이드사 직원들의 얼굴은 자연히 딱딱하게 굳었다.
“아마 내년 말이나 내후년이면 애플사에서 안드로이드와 유사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겁니다.”
웅성웅성
스마트폰이라는 말에 직원들이 웅성거렸다.
“그렇게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구십년대 초반에도 이미 원시적인 형태지만 스마트폰을 구현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
그 이후에 PDA로 이어졌는데 PDA는 태생적 한계가 뚜렷했다.
“확실한 정보라면 서둘러야겠군요. 선점이 중요하니.”
전생에도 그랬다. 애플사에서 출시한 아이폰은 그 완성도와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많은 충성 사용자를 보유하게 된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이를 따라잡기 위해 급하게 스마트폰을 출시하였고 그 부작용으로 사용자들에게 온갖 욕과 비난을 듣게 된다.
루빈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물론 지금 우리 힘만으로는 애플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자본도 기술도 안드로이드사와 김서준만으로는 애플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합니다.”
“컨소시엄이요?”
과거에도 그랬다.
안드로이드사를 인수한 구글은 애플의 아이폰 발매 계획을 듣고는 스마트폰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애플은 과거부터 쌓아온 많은 경험이 있었고 구글이 그것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그래서 구글이 택한 전략은 컨소시엄.
삼신과 노키아, 소니등 전 세계의 굵직한 전자회사들을 주축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을 만들어 스마트폰 공동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많이 늦은 상태.
‘그 늦은 것만으로도 구글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게 되지.’
물론 이제 그 수익은 구글의 것이 아니었다.
“컨소시엄에 참여할 기업은 제가 소집하겠습니다. 루빈과 드레이크는 그들에게 보여줄 것들을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안드로이드사 직원들의 얼굴에 긴장감과 함께 비장함이 서렸다.
그들이 열정과 노력을 다 쏟아부어 만들고 있는 안드로이드가 빛도 제대로 보기 전에 좌초되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애플. 잡는다.’
직원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공통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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