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46
음악천재 재벌3세 46화
음악천재 재벌3세 46화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도련님. 특이 사항은 모두 SJ로 보내놓겠습니다.”
“네. 고생해주세요.”
이제 실리콘밸리에서 김서준이 나설 일은 없었다. 구글과의 거래도 김서준의 의도대로 잘 끝났다.
나머지는 삼신의 현지 법무팀과 박학규가 이끌고 온 실무단이 진행할 일이었다.
그리고 김서준은 그가 알고 있는 미래 스마트폰의 발전 양상을 그가 김건환 회장에게 받을 특허팀을 통해 풀면 되는 것이었다.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에서의 일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김서준은 LA로 향했다.
“오! 서준. 갔던 일은 잘 되었나?”
“물론입니다.”
스튜디오에서 얀센은 김서준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스튜디오에는 기묘한 열기가 감돌고 있었다. 녹음 부스에 들어가 있는 크리스는 김서준이 온 것도 모르고 홀로 연주에 몰입해 있었다.
“대단한 집중력이네요.”
“원래도 대단한 뮤지션이지만 최근에는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왜인지 아나?”
“은지 때문인가요?”
얀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는 얀센의 지도를 받은 이은지의 음악을 듣더니 그날부터 녹음 부스에서 두문불출하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자극을 많이 받은 모양이야. 자신 역시 천재면서 세상에 천재는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크리스에게 자네와 은지의 모습은 꽤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아. 게다가 은지의 음악에서 꽤 많은 영감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나 역시 많이 놀랐으니 말이야.”
얀센은 진심이었다.
처음에는 김서준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이은지를 지도한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얀센의 생각은 바뀌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은지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바짝 마른 땅에서도 홀로 잘 자라고 있는 나무에 시원한 물을 붓는 것과도 같았다.
“지구 반대편의 대한민국에 이렇게 뛰어난 천재들이 있다는 사실을 누가 믿겠는가? 이 사실을 알면 다른 감독들도 한국행 비행기 표를 발권할지 모르겠군.”
“그렇습니까?”
김서준도 내심 놀랐다. 이은지를 미국으로 데려온 이유는 간단했다.
이은지를 얀센에게 배우게 함으로써 이은지의 재능을 더 키울 생각이었다.
그대로 두더라도 알아서 개화할 천재이기는 했으나 만약 지금 얀센에게 교육을 받는다면 더욱 대단한 가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의 생각은 예상보다 더욱 잘 들어맞았다.
“은지는 지금 어디 있어요?”
“자유시간을 줬으니 아마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걸세. 서준. 자네가 오기 전까지는 주변을 둘러볼 시간조차 없었으니 말이야.”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그러게. 서준도 할리우드는 처음이지 않은가? 혹시 가이드가 필요하지는 않은가?”
“괜찮습니다. 원래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요.”
현생에서는 처음이었으나, 전생에는 그래도 몇 번 와봤기에 별걱정 없이 김서준은 스튜디오 밖으로 나왔다.
*
기타를 등 뒤로 맨 이은지가 할리우드 블러바드를 터벅터벅 걸었다.
발바닥이 아파오고 기타를 맨 어깨 역시 욱신욱신 쑤셔왔지만,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온종일 돌아다녔지만, 아직도 그녀에게 할리우드의 풍광은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하아.”
떨어지는 석양이 그리피스 공원에 걸리며 할리우드와 LA 전체에 황금빛 석양을 흩뿌렸다.
머리와 가슴이 쿡쿡 쑤셨다. 어디 조용히 앉아서 황금빛 석양을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그녀의 앞에 벤치가 보였다.
기타를 옆에 세우고 벤치에 앉은 이은지가 살짝 입을 벌리고 황금빛 석양을 바라봤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할리우드의 대로였지만, 이은지는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서준과 소영신 그리고 이소연은 LA에 도착하자마자 이은지를 얀센에게 맡겨두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사업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서운하다는 생각은 곧 사라졌다.
해외 쪽으로는 문외한이었던 탓에 얀센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얀센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음악에는 칼과 같은 모습이었다.
얀센은 이은지의 음악을 듣자마자 호통을 쳤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안 좋은 습관은 물론이고 음악에 대한 그녀의 가치관까지 바꾸어 놓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얀센을 만난 이후 이은지는 많은 부분에서 변했고 변해야만 했다.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석양은 이제 점점 붉게 길어지며 하늘을 길게 수놓았다.
“음악이나 들어야지.”
가끔 여행을 온 한국인들의 말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였기에 이은지는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이어폰을 통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자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흐음~ 흐음~”
허밍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길게 늘어진 붉은 석양을 두 눈에 담았다.
그리고 선선한 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를 쓸고 지나갔다.
노래 한 곡이 끝날 때쯤. 이은지는 옆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누구지?’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듣기로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범죄가 잦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불안한 생각에 가슴이 떨리던 이은지가 눈을 떠서 옆을 바라봤다.
“아!”
“잘 있었어?”
웃는 얼굴의 김서준이 옆에 앉아 있었다.
“일은 잘 됐어?”
“잘 됐지.”
“잘됐네. 다행이다.”
이은지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근데 방금 허밍으로 부르던 노래는 뭐야?”“아!”
이은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방금 허밍으로 부르던 노래는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보며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노래였다.
“한 번 연주해볼래?”
“여기서?”
이은지가 김서준의 얼굴을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어때서?”
김서준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가리켰다. 과연 할리우드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주변에는 기타 하나를 맨 뮤지션들의 버스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한 번 봐볼까?”
김서준의 말에 이은지가 입술을 꾹 깨물며 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냈다.
김서준의 말따라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김서준이 딱히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은지는 이곳에 놀러 온 것이 아니었다.
“흠흠.”
기타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할리우드 블러바드를 지나가는 그 누구도 이은지와 김서준을 신경 쓰지 않았다.
디링-
가볍게 피크로 현을 쓸어내리며 연주가 시작되었다. 기타의 음색이 더욱 맑아진 것이 부단한 노력을 한 것이 분명했다.
“어?”
이은지의 연주가 시작되자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느껴져.’
이은지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었으나 길거리에서 이렇게 많은, 그것도 외국인들의 시선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뭐 어때. 한번 보고 말 사람들인데.’
김서준이었으면 그렇게 말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처럼. 그 생각을 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비록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하는 노래였지만 이은지의 노래는 금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스치는 바람과.
붉게 내리쬐는 석양.
벤치에 앉아 기타를 연주하는 이은지.
잘 그려진 유화의 한 폭 같은 모습이었다.
노래 한 곡을 마치고 나자 주변에서 박수갈채와 함께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은지가 환하게 웃으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마치 어미 새를 바라보는 아기 새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잘 했어.”“그래? 그럼 같이 해보자.”
김서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은지가 연주를 시작했다.
김서준 역시 익히 아는 노래였기에 굳이 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
할리우드 블러바드 옆 카페 테라스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즐기던 데미얼은 미간을 좁히며 궁시렁댔다.
“도대체 이 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를 찾기 힘드네.”
그래도 그리피스 천문대에 걸쳐 있는 석양은 에스프레소에 대한 불만을 모두 날려줄 만큼 훌륭했다.
그렇게 불만족스러운 에스프레소 향과 그리피스 천문대의 훌륭한 석양을 즐기던 데미얼의 귓가에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흔하디흔한 아마추어 버스킹 연주자의 곡인 줄 알았다.
“어? 어어?”
하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데미얼의 표정은 묘하게 굳어갔다.
“누구야? 도대체 누구지?”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가슴을 쿡쿡 찔러왔다.
참을 수 없었다.
데미얼이 그대로 테라스를 넘어 대로를 건넜다.
빠아아앙
갑작스러운 데미얼의 등장에 깜짝 놀란 자동차들이 연신 크락션을 울렸지만 그런 것은 데미얼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대충 손을 들어 사과의 인사를 건넨 데미얼은 기타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연 데미얼의 귀에만 좋게 들린 것이 아닌지 그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실례합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데미얼의 눈에 젊은 동양인 남녀의 모습이 보였다.
“오. 마이 갓.”
연주하는 사람이 동양인이거나, 나이가 어려서 놀란 것이 아니었다.
가까이에서 듣는 연주 그리고 노래가 더욱 훌륭했기에 자연스레 감탄사가 나온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데미얼은 영감이 샘솟아 올랐다.
‘노래가 당신을 구할 수 있나요?’
이미 데미얼의 머릿속에서는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가 생명을 얻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연주를 들으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데미얼이 정신을 차린 것은 동양인 연주자들이 연주를 마치고 자리를 떠난 이후였다.
“어어? 잠시만!”
그제야 화들짝 놀란 데미얼이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
“재밌다. 정말 재밌어.”
활짝 웃음을 머금은 이은지는 기타가 하나도 무겁지 않았다.
이렇게 음악이 즐거웠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만 들어가자. 이제 날이 어두워졌어.”
“그럴까?”
김서준과 이은지는 얀센의 스튜디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 잠시만!”
스튜디오에 거의 도착했을 때. 김서준과 이은지의 귀에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김서준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아직은 젊은 금발의 청년이 숨을 몰아쉬며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하아. 하아. 하아.”
김서준의 앞에 도착한 청년은 허리를 굽히고 잠시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몸을 일으켰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데미얼입니다.”
“김서준입니다.”
데미얼이 내밀은 손을 김서준이 맞잡았다.
“먼저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영화감독입니다. 아직 데뷔는 하지 않았지만요.”
‘데미얼?’
김서준은 데미얼의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명함이 있습니다.”
김서준의 표정이 영 미덥지 않아 보였는지 데미얼이 급히 지갑을 꺼내 명함을 찾았다.
[영화감독 데미얼 셔젤]‘아!’
그제야 김서준은 데미얼의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내가 말을 꺼내놓고 까먹고 있었네.’
처음 LA에 도착했을 때. 김서준이 떠올렸던 영화는 데미얼이 감독을 맡은 뮤지컬 영화였다.
물론 전생에도 데미얼을 실제로 본 적 없었기에 단박에 알아볼 수는 없었다.
“어! 데미얼.”
“감독님?”
김서준이 막 명함을 받았을 때.
스튜디오에서 얀센이 반가운 목소리로 데미얼을 부르며 나타났다.
“서준이 왜 안 오나 궁금해서 나왔는데 어떻게 자네들이 같이 있는 거지?”
얀센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김서준과 데미얼.
둘이 어떻게 같은 자리에 있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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